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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56화 (256/416)

내 안에 마교있다 256

우리 네 사람은 밤새 달렸다.

넷 다 절정고수들이다 보니 이동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렇게 묘시 초(새벽 5시)가 되었을 무렵, 횡봉현을 지나고 있는데 도예주가 우리를 저잣거리 인근의 민가로 이끌었다.

길초량이 전음으로 설명해줬다.

[이곳은 무림맹의 첩보 조직들이 사용하는 안가(安家)요. 중원 각지의 수많은 현에 이런 식의 안가가 존재하고, 위치는 주기적으로 바뀌오.]

첩보 조직들에게는 여러 이유로 안가가 필요하다.

나 또한 흑풍대 시절에 여러 안가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

안가에 들어선 우리는 각자 운기조식을 통해 공력을 회복한 후 수면에 들어갔다.

깨어난 시각은 미시 정(오후 2시) 무렵이었다.

우리는 안가의 관리인이 준비해 준 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반 시진쯤 휴식을 취하다가 조용히 안가를 나섰다.

낮에는 적당한 속도로 걸어서 이동했으며,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인적을 피해 신법을 펼쳤다.

그렇듯 낮에는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어두울 때는 밤새 신법을 펼치는 식의 이동이 며칠간 계속되었다.

수면은 모두 무림맹의 안가에서 해결했는데, 신룡대와 같이 움직이니 이러한 부분이 매우 편했다.

몸 상태를 좋게 유지하는 면에서도 이렇듯 편안하게 자는 것과 노숙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잠룡관을 출발한 날로부터 나흘 후.

인시 초(오전 3시) 무렵에 우리는 봉신현 북부의 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모두가 운기조식을 통해 공력을 보충한 후 잠에 들었는데, 이후에 우리가 기상하여 안가를 나선 시각은 평소에 비하면 매우 이른 사시 정(오전 10시) 무렵이었다.

봉신현부터는 본격적으로 산지가 시작되는 만큼, 낮에 이동해도 남들의 이목을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낮에도 꾸준히 경공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서둘러 나선 것이다.

그렇듯 낮부터 빠르게 이동한 우리는 자정 전에 일차 목적지인 무녕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녕현이 일차 목적지인 이유는 이곳에서 우리 조의 나머지 인원들이 합류하기 때문이다.

도예주는 우리를 무녕현 외곽의 객잔으로 이끌었다.

당하객잔이라는 이름의 중소 규모 객잔이었다.

제법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객잔 주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맞이하여 친절하고 신속하게 별관으로 안내해 줬다.

별관은 열 명가량의 단체 투숙객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딱 우리에게 필요한 규모였다.

도예주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주인이 알아서 우리에게 딱 필요한 공간을 내어 준 것이다.

그 점이 의아해서 길초량에게 물었다.

[예약이라도 해뒀던 것이오?]

[아, 비슷하오. 낮에 봉신현의 안가에서 이쪽의 연락책에게 전서를 날렸을 테고, 이쪽의 연락책이 미리 와서 객잔 주인에게 얘기를 해뒀을 것이오. 그래서 객잔 주인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고. 참고로 이곳은 무림맹과 협력 관계에 있는 객잔이오.]

[협력 관계?]

[이곳은 산골에 있는 작은 현이라 무림맹의 무인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니오. 때문에 무림맹의 지소도 없고 안가 같은 시설도 없소. 그래서 이런 지역의 경우, 간혹 임무 때문에 오가는 무림맹의 무인들이 조용히,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게끔 협력 관계의 객잔을 두는 것이오.]

아무리 무림맹이라 해도 이 넓은 중원의 방방곡곡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인력 수급에도 한계가 있고 재정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형태를 취하는 모양이다.

길초량의 전음이 이어졌다.

[협력이라고는 해도 비밀리에 협력하는 관계요. 대놓고 무림맹과 협력하는 객잔이라고 하면 자칫 악인들의 목표가 되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니.]

[그렇구려. 한데 협력이라면 객잔 쪽에도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객잔에 숙박료 등을 더 정산해 주는 방식이오?]

[우리가 숙박료와 식대를 계산하고 떠나면, 이후에 연락책이 와서 객잔에 소정의 수고비를 더 정산해 주는 식이오. 우리처럼 임무 때문에 머무는 경우, 영수증을 챙겨서 제출하면 차후에 맹에서 조사하여 이용료를 환급해주오. 즉, 우리 같은 경우에는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 되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소속 무인들이 남들의 이목을 피해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어서 좋고, 객잔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편의들을 제공해주고 돈을 더 받으니 좋은 셈이다.

무림맹이 이러한 체계는 참 잘 갖춰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 * *

다음 날 아침 사시 초(오전 9시)경.

우리 네 사람은 아침 식사를 위해 별관의 식당에 모였다.

일차 목적지에 도착한 만큼 지난밤에는 모두가 푹 쉬었다. 그래서 아침 식사도 약간 늦게 하게 된 것이다.

점소이들이 와서 음식들을 모두 차려주고 떠나자, 제갈수광이 젓가락질을 시작하며 도예주에게 물었다.

“아침에 어디 다녀오시는 듯하던데, 맹의 연락책에게 다녀오셨소?”

“네.”

우리만 머무르는 공간이라 이런 얘기들도 편하게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조의 다른 인원들이 누구인지는 전달받았소? 일차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쯤이면 알려줄 법도 한데.”

우리는 같은 조에서 싸울 동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는 상태다.

어제 물어봤을 때도 도예주는 여전히 우리 조의 명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우리도 굳이 더 묻지 않았던 것이다.

도예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나머지 조원들은 오늘 중에 이곳으로 합류할 테니 조용히 대기하라는 지시만 있었어요.”

“거참, 어차피 몇 시진 후에 알게 될 일이면 그냥 좀 알려줄 것이지, 맹에서는 뭘 그리 끝까지 감춘답니까? 우리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정도로 거창한 분들이 오시는 건가······?”

제갈수광이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하자 도예주가 난감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그게······ 전서의 어조를 보면 보안 유지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우리를 궁금하게 만들 목적으로 보여요. 윗선에서 간혹 이런 식으로 소소한 장난을 섞는 경우가 있어요. 조장을 맡은 후로 몇 차례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거든요.”

그 말에 제갈수광이 피식 웃더니 다시금 젓가락질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 중으로 도착한다고 했으니 궁금증은 길어도 몇 시진 안에 해소될 것이다.

그런 만큼 굳이 더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날 우리 네 사람은 각자의 객실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오전에는 운기조식을 취했고, 점심 식사 후에는 낮잠을 잤다.

며칠간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속 신법을 펼쳤기에 수면을 통한 체력 보충도 중요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들 어느 정도는 수면을 보충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바깥이 다소 소란스러워졌음을 느끼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즉시 일어나서 용모를 정돈한 후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그즈음, 내 건너편 방의 문도 열리더니 제갈수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의 동료들이 왔나 보군.”

목소리가 약간 갈라진 것으로 보아 그도 자다가 일어난 듯하다.

“그런가 봅니다.”

“가보지. 뭐, 예상 범주 내의 인물들일 것 같지만 말이야.”

“예.”

제갈수광이 앞장서서 거실로 향했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우리가 거실로 나서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도예주의 뒷모습과 현관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백송학과 단목강이다.

우리를 발견한 백송학이 반가움과 놀람이 가득 섞인 음성으로 외쳤다.

“헛! 제갈 교관님! 송 공자!”

단목강도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황급히 제갈수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교관님.”

고개를 들자마자 단목강이 내게도 인사를 건넸다.

“송 공자도 오랜만이오.”

제갈수광이 두 사람을 향해 대꾸했다.

“백 소협, 오랜만이오. 단목강도 오랜만이구나.”

“백 선배님, 조장님, 오랜만입니다.”

나도 두 사람을 향해 인사를 건네줬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예상했던 범주 내의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매우 반가운 와중에도 이들의 등장이 크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제갈수광도 담담한 반응인 걸 보니 나와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백송학과 단목강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두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같은 조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반응이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조차 못 했으니 저렇듯 놀라고 있는 거겠지.

애초에 무림맹의 수뇌부에서 양쪽 모두에게 명단을 알려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즈음 우리의 뒤쪽에서 길초량이 다가왔다.

“오! 두 분······!”

“오오! 길 공자, 오랜만이오.”

“와! 길 공자도 있었구려!”

길초량과 백송학, 단목강이 각각 그런 식의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쯤, 현관문이 열리며 또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남궁찬이었다.

애초에 백송학과 남궁찬은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남궁찬도 예상 범주 안에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듯 나타난 것이다.

우리를 발견한 남궁찬이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넸다.

“오! 제갈 형님! 유겸아! 초량아!”

제갈수광도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어서 와, 찬 아우.”

제갈수광의 반응을 보니 그도 내 예상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찬 형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남궁 부당주님.”

나와 길초량도 인사를 건네자 제갈수광이 물었다.

“찬 아우는 백 소협이나 단목강에 비해 반응이 여유롭군. 우리가 같은 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나?”

제갈수광의 말마따나 남궁찬의 반응은 앞서 백송학, 단목강과는 달랐다. 두 사람이 매우 놀랐던 데 반해 남궁찬의 반응은 담담했던 것이다.

“하하. 아닙니다, 형님.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백룡조장이 몇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내용 정도였습니다. 윗선에서 그 몇 사람에 대해 안 알려주기에 혹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예상해 봤을 뿐이죠. 그러면서 형님과 유겸이가 같은 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로 같은 조였군요.”

남궁찬은 오랜만이라 너무도 반가운데, 이렇듯 같은 조에서 손발을 맞추게 된 상황이라 더욱 반가웠다.

남궁찬과 나는 같은 전장에 있었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태화지부와 동갑도에서였다.

그럼에도 전투 시에 남궁찬과 호흡을 맞춰 본 적은 없었다.

두 번 모두 내가 다치거나 내공이 고갈되어, 더는 전투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남궁찬이 등장했던 탓이다.

이번에는 같이 손발을 맞춰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모종의 설렘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렇듯 모이고 보니 조원들의 면면이 매우 마음에 든다.

우리 네 명에, 남궁찬과 백송학과 단목강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전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겨우 일곱 명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이 소수의 인원으로도 흑풍대 또는 신룡대 한 개 조의 전투력을 가뿐히 상회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두가 절정고수들이며, 실전 실력도 충분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소수 최정예라 할 수 있다.

제갈수광이 남궁찬에게 물었다.

“세 사람이 단가?”

“아뇨, 그게······.”

남궁찬이 그렇게 대꾸할 때쯤 현관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면사가 달린 모자를 착용한 여인이었는데,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인지 금세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단영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아본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제갈수광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갈수광의 눈동자는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했다.

“여, 영 매······!”

저런 반응일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자신의 연인과 만나게 될 줄 어찌 예상했겠는가.

윤단영이 면사가 달린 모자를 벗자 화사한 느낌을 주는 특유의 빼어난 미모가 드러났다.

윤단영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제갈수광이 너무 놀라서 대꾸는 못 하고 입만 뻥긋거리는 사이, 윤단영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았다.

“유겸아아아!”

매우 반가워하는 표정과 어조로 그렇게 말한 윤단영이 행랑도 내팽개친 채, 곧장 내게로 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오랜만이야. 우리 이쁜 유겸이이이.”

“유, 윤 교관님······.”

이, 이보쇼! 가서 당신 낭군님이나 끌어안으시란 말이오!

참고로 이런 식의 포옹은 윤단영의 습관 같은 거다.

윤단영은 작년에 내가 우승했을 때도, 그 후에 작별할 때도 이런 식으로 포옹을 해줬었다.

윤단영이 나를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

“우리 유겸이 그동안 잘 지냈지?”

“예, 교관님. 아하하······, 교관님도 잘 지내셨죠?”

“그러엄.”

“아하하, 어쨌든 교관님, 일단은 떨어진 후에 마저 인사를 나누시는 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윤단영이 포옹을 풀지는 않고 고개만 살짝 뒤로 젖히며 내게 물었다.

“응? 왜?”

이보쇼! 몰라서 물으시오?

지금 우리의 상체가 민망할 정도로 과하게 밀착되어 있잖소!

사실 윤단영이 이러는 건 나를 곤란하게 하며 놀리려는 목적이다.

작년에도 겪어 봤기에 알고 있다.

내게서 떨어진 윤단영의 고개가 다시금 제갈수광 쪽으로 돌아갔다.

제갈수광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영 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영 매가 왜 이곳에······.”

“왜겠어요? 선배와 똑같은 이유겠죠.”

“아니, 맹의 수뇌부에서도 우리의 관계를 알 텐데, 왜 굳이 영 매까지 특수작전조에 투입을······!”

제갈수광의 저러한 반응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곧 부부가 될 사이이다. 예비 가족이다.

가족 구성원이 겨우 두 명인데, 두 명 모두를 굳이 위험한 특수작전조에 투입시킬 필요는 없다.

그래서 저런 반응인 것이다.

윤단영이 대꾸했다.

“아, 수뇌부가 통보한 게 아니라 제가 자원한 거예요. 수뇌부에 청해서 선배의 조에 같이 넣어 달라고 했죠. 수뇌부에서는 가뜩이나 고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입장이었으니 제 뜻을 받아들이신 거구요.”

“아니, 굳이 왜 그렇게까지······.”

제갈수광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윤단영이 대꾸했다.

“왜긴 왜겠어요? 혼인도 하기 전에 낭군님 다칠까 봐 직접 엄호해 주러 온 거죠.”

“아니, 그래도 이렇게 위험한 임무에 굳이 영 매까지 자원할 이유는······. 하······!”

제갈수광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윤단영을 걱정하는 마음에 저러는 것이다.

윤단영이 제갈수광을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위험해지면 내가 알아서 도망칠 테니 선배 본인 걱정이나 하시라구요. 여기서 나보다 빠르다고 해 봐야 유겸이하고 남궁 부당주님쯤일 듯한데. 선밴 나보다 느리면서.”

저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윤단영은 탁월한 경신술로 매우 유명하다.

남궁찬이 윤단영에게 말했다.

“하하, 아무리 나라고 해도 속도 면에서만큼은 윤 교관님을 능가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가 없구려.”

그 말을 들은 윤단영이 그것 보라는 듯 제갈수광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입을 열었다.

“선배,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은 그쯤 해 두세요. 나, 화산파 윤단영이에요.”

농담조로 일부러 오연한 척 말한 건데, 사실 윤단영은 저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 무인이다.

근 수십 년을 통틀어 화산파 최고의 여제자로 불리는 게 바로 그녀다. 유명한 건 경신술이지만, 검공, 조공, 수공, 지공에도 골고루 능한 고수다.

당연히 우리 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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