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62
방어선에서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적들을 향해 쇠구슬을 날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을 주시했다.
윤단영과 남궁찬이다.
두 사람과는 동료로서 같이 싸워 본 적이 없기에, 싸우는 방식이나 습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싸우는 방식과 습관 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혹시 모를 상황에서 지원해 줄 때 유용하다.
윤단영은 후열에서 강탄술만 펼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전투 습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경신법의 대가답게 전투 시의 움직임도 매우 가볍고 유려하다는 사실만큼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선 하나하나,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게 내 눈에는 보였다.
아무리 봐도 동선을 미리 짜고 움직이는 게 아니다.
걸음 하나하나를 계산해 가며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가장 적합한 동선으로 움직이며 매우 안정적으로 보법을 펼치고 있다.
남궁찬은 우리 특수사조 최고의 고수이자 전력의 중심이다.
괜히 그가 돌파 진형의 꼭짓점임과 동시에 전투 진형의 중심축인 게 아니다.
현재 수많은 적이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수의 적을 처치하고 있는 사람도 역시 남궁찬이다.
그런데도 그는 미미한 수준의 기운만을 발산하고 있을 뿐이다. 내공을 미약한 정도로만 활성화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 상태로 매우 간결하고 경쾌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그의 검술이 담고 있는 기세는 장중하다.
저 모습만으로도 남궁찬의 검술 경지가 얼마나 높은 수준에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게다가 남궁찬의 검술은 경지 자체만 높은 게 아니라 매우 실전적이기까지 하다.
적들은 남궁찬의 검에 살짝 스친 것 같은데도 풀썩풀썩 쓰러지고 있다. 상대가 이류고수들도 아니고 일류고수들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전투력이 아닐 수 없다.
일전에 태화지부에서도 잠깐이지만 그의 실전 검술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이 그때보다 더 실전적이다.
본인의 검술을 실전에 어떻게 적용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윤단영과 남궁찬은 내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주시하고 있는 대상들인데, 내가 의무적으로 항상 주시해야 할 대상이 한 명 더 있다.
남궁설이다.
엊그제 매복 작전을 펼치고 있을 당시, 도예주가 조원들에게 전투 진형과 돌파 진형을 정해 주고 나자 남궁찬이 내게 정식으로 부탁을 해왔었다.
「말했듯 설아가 이 작전에 합류하게 된 건 전적으로 우리 가문의 책임이야. 일전에 네게 안전장치 얘기를 했던 건 만일의 상황에 관한 얘기였고, 당연히 설아에 대한 보호는 전적으로 내가 맡으려고 했어.
그런데 유겸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돌파 진형에서는 꼭짓점이 돼 버렸고, 전투 진형에서는 중심축이 돼 버렸어. 만약의 상황에서 내가 설아를 보호하고자 움직이면 진형이 크게 흐트러질 테고, 그러면 조원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지.
설아를 신경 써 달라는 부탁,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할 수밖에 없게 됐네. 미안하다, 유겸아.」
당연한 얘기다.
진형의 기준점이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직력을 갖춘 단체전에서 기준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안위 다음으로 남궁설의 안위를 신경 쓰겠노라고 대꾸해 줬다. 그랬더니 남궁찬은 환한 표정으로 내게 절이라도 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사실 나는 남궁찬이 따로 부탁하지 않았어도 알아서 남궁설의 안위를 신경 쓸 생각이었다. 내게 있어 남궁설은 그럴 가치가 충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남궁설의 위치는 돌파 진형에서는 내 바로 앞이며, 전투 진형에서는 내 우측 옆이다.
현재 남궁설은 차분하게 전투에 임하는 중이다.
그녀는 진형에서 본인의 위치를 제대로 잡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본인이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주변 동료들의 동선이 꼬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최대한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 위치를 너무 철저하게 신경 쓰다 보니 암기를 제대로 못 던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어차피 남궁설의 암기 지원이 아니라도 우리 조의 전투력은 막강한 상태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저건 매우 잘하는 행동이다.
남궁설은 이렇듯 조직력이 잘 짜인 전투 조직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다. 그런 만큼 조직력에 적응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현명한 아이다.
전투가 시작된 후로 반의반 각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특수사조는 벌써 적측 일류고수들을 오십 명 이상 처치했다.
당연히 우리 조가 입은 피해는 없었다.
이 순간에도 적들은 계속 증원되고 있으며, 우리는 차분하게 적의 수를 줄여가는 중이다.
적측 절정고수 놈들은 아직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고 있다.
내 감각에 잡힌 적측 절정고수는 여덟 명인데, 대부분이 절정의 초반이며 두 놈 정도가 초중반쯤인 듯했다.
놈들은 전선의 후방에 모여서 전선과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전투를 관망하는 중이다.
우리 조의 전투력을 가늠하고 있을 텐데, 지금쯤이면 나름의 파악을 끝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본인들 전부가 나서서 일류고수들과 함께 달려들어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놈들은 아마도 다른 절정고수들의 증원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 조의 전력 수준이면 굳이 적측의 고급 전력이 쌓이게끔 방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간격이 아주 멀지는 않은 만큼, 순간적으로 저 절정고수들을 일거에 노려 보는 시도도 가능하다.
같은 절정고수라도 우리 조에는 절정의 중반을 넘은 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나를 포함하여 제갈수광, 윤단영, 남궁찬, 백송학, 도예주 등은 모두 절정의 중반 이상이다. 길초량과 단목강은 절정의 초반이지만 실전 경험이 매우 풍부한 인원들이고, 유일한 일류고수인 남궁설조차도 속도만큼은 절정고수 못지않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정도 전력이 일사불란하게 달려들면 저 여덟 놈의 절정고수들을 대부분은 처리할 수가 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잘해야 한두 놈 정도나 살아서 도주할 것이다.
속으로 그 생각을 할 때쯤, 도예주의 낮은 외침이 들려왔다.
“파진! 전원, 전속으로 이동!”
도예주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조원들이 반사적으로 돌파 진형으로 전환하며 꼭짓점인 남궁찬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지시대로 남궁찬의 뒤를 따라 전속력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곧 남궁찬의 신형이 한 방향으로 쏘아졌고, 조원들이 쾌속하게 그 뒤를 따랐다.
남궁찬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바로 적측 절정고수 여덟 놈이 모여 있는 방향이었다.
도예주도 나와 똑같은 생각으로 남궁찬에게 목표를 정해준 후, 곧장 우리에게 지시를 내린 모양이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역시 신룡대의 조장답다.
혈교 측 절정고수 여덟 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갑자기 노릴 거리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잠시나마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반응 속도마저도 살짝 느렸다.
이 정도 고수들을 상대로 반응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렸던 대가는 클 수밖에 없다.
여덟 놈이 위험을 느끼고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을 시점에는 이미, 우리 조원들에게는 가속도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남궁찬의 속도는 내가 느끼기에도 전광석화 같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따라붙더니 도주하는 놈들의 좌측면으로 돌며 그들을 금세 추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갈수광과 백송학은 남궁찬의 뒤를 차례로 따르며 엄호하고 있다.
참고로 절정고수 놈들이 도주하는 방향의 우측면은 바위 지대로 이뤄진 상당히 높은 벼랑이다.
즉, 지금의 남궁찬과 제갈수광과 백송학은 절정고수 놈들의 도주 방향을 제한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몰이 중이라고 할까.
그때쯤, 도주하는 절정고수 놈들의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던 도예주가 전방의 허공으로 강하게 도약했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도약한 것이라 마치 새가 날아오르는 듯했다.
도예주의 신형이 절정고수 놈들의 머리 위쪽에 다다랐을 때쯤, 그녀가 양손을 맹렬하게 털어냈다.
피비비비비비비비비빗!
순간적으로 스무 개 가까운 철비정들이 한꺼번에 사선 아래로 폭사되었다. 당연하게도 도주하고 있는 절정고수 놈들의 전방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형태였다.
신룡대의 조장이 마음먹고 구사한 철비정술이다. 저 절정고수 놈들이 무시해도 되는 수준의 암기술이 아니다.
결국, 선두 쪽에서 도주하던 절정고수 놈들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며 위협이 되는 철비정들을 쳐냈다.
티딩! 팅! 티디딩! 티딩!
소로에서 선두 쪽의 도주 속도가 늦춰지니 자연스럽게 그 뒤쪽의 도주 속도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남궁찬은 어느새 도주하던 절정고수들의 선두를 추월하며 앞길을 막아섰고, 제갈수광과 백송학과 윤단영은 적들의 좌측면을 틀어막았다. 신법이 빠른 윤단영은 좌측면의 포위망을 보강할 필요성을 느끼고는 저곳에 가 있는 것이다.
이윽고 우리 조의 나머지 인원들이 절정고수 놈들의 뒤쪽으로 짓쳐 들자, 선두와 측면에 있던 조원들이 동시에 적측 절정고수 놈들을 공격해 갔다.
도예주는 높게 도약했다가 하강하는 중인데, 적들의 머리 위에서 또 한 차례 철비정들을 발출해 내고 있다.
우측은 벼랑이다.
즉, 우리 특수사조는 현재 적측 절정고수들을 모든 방향에서 완벽히 포위한 채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남궁찬의 신위가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절정고수임에도 불구하고 남궁찬이 검술은 반박자를 넘어 한 박자는 빠른 듯했다. 그래서인지 남궁찬에 의해 순식간에 두 명의 절정고수가 쓰러졌다.
측면에 있던 제갈수광과 백송학도 맹렬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윤단영이 강탄술을 통해 두 사람을 보조했다.
적당한 위치에 착지한 도예주마저도 철비정을 통해 원거리 지원을 시작하자, 적들은 절정고수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정리되어 갔다.
이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데, 전문가인 내가 봐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였다. 도예주가 세부 지시를 내렸던 것도 아닌데 과정상에서 조원들 간에 손발이 매우 잘 맞았다.
좋은 조다.
전투가 계속되다 보면 지금보다 손발이 더 잘 맞아갈 것이다.
한순간, 적측 절정고수 두 놈이 우측의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아무리 절정고수라도 뛰어내리면 다리 정도는 무조건 부러질 수밖에 없을 정도의 높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죽느니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도예주가 즉시 벼랑 위로 상체를 내밀고는 뛰어내린 두 놈을 향해 철비정을 날렸다.
거의 동시에 나도 천섬무를 살짝 운용하며 그 두 놈을 향해 양손의 쇠구슬을 튕겨냈다.
도예주의 경우에는 벼랑에서 가까웠기에 바로 철비정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이고, 내 경우에는 저러는 놈들이 있으리라 예측했기에 즉시 반응할 수 있었다.
티딩! 티디딩!
두 놈이 고개를 쳐들고 도예주가 날린 철비정들을 막는 사이, 내가 날린 쇠구슬 두 개가 놈들에게 적중했다.
빡! 퍽!
쇠구슬 하나는 한 놈의 옆머리를 때렸고, 또 하나는 다른 놈의 옆구리를 때렸다.
머리에 쇠구슬을 맞은 놈은 떨어져 내리던 중에 즉사했고, 옆구리에 쇠구슬을 맞은 놈은 충격과 고통으로 인해 중심을 못 잡고 상체로 떨어지며 절명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도예주가 내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렸던 여덟 명의 절정고수들을 모두 처치하고 나니 주변에 다른 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절정고수 놈들을 처리하는 사이 일류고수들이 도주한 것이다. 하긴, 절정고수들이 우리를 보고 도주하는 모습을 확인한 마당에 일류고수들이 계속 우리에게 달려들 리는 없다.
도예주가 조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적의 방어선 역할을 하는 이 능선은 거점을 감싸는 형태로 장벽처럼 둘려 있습니다. 이 비탈의 아래쪽부터는 본격적으로 혈교의 거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말을 이었다.
“방어선인 만큼 원래는 이 능선을 탄탄한 전력이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렇듯 허술해진 이유는 우리의 본대를 막기 위해 적잖은 전력이 그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방금 보셨듯 적잖은 전력이 여전히 방어선을 지키는 중입니다. 방어선의 다른 지점에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이 남아 있을 겁니다.”
도예주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우리 조를 포함한 모든 특수작전조들은 이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돌며 방어선에 남아 있는 적들을 최대한 섬멸해야 합니다. 방어선의 적들을 그냥 놔두면 차후에 우리가 안으로 진입했을 때 포위당할 염려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우리는 방어선에 있는 적의 수를 충분히 줄이며 본대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적당한 시점에 방어선 안쪽의 비탈을 내려가서 적진을 흔들 겁니다.”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해도 웬만하면 포위당하는 상황 자체를 최대한 배제하는 게 좋다. 같은 전력을 상대해도, 포위당한 상태에서 포위를 뚫기 위해 싸우면 힘이 훨씬 많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행여 우리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포위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포위되면 적들의 수준을 떠나 우리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도예주가 말했다.
“단, 그 시점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림맹에서도 이 방어선의 안쪽은 거의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경계선과 방어선을 직접 겪었으니 아실 테지만, 아무리 뛰어난 첩보원이라도 이 안쪽으로 잠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입니다. 제대로 파악이 안 된 만큼, 방어선의 안쪽은 어디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위험해질지 모르는 만큼, 모두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작전에 임해 주십시오.”
조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지시를 내렸다.
“그럼 지금부터는 이 능선의 소로를 따라 돌파진으로 은밀하게 이동하겠습니다.”
곧 조원들이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남쪽에서 동쪽으로 은밀히 이동하는 와중에 우리는 백오십여 명의 적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이전처럼 대부분이 일류고수였고, 절정고수가 소수 섞인 구성이었다.
적들을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우리 조원들은 더욱더 손발이 척척 맞아갔다.
나는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중에 안력을 최대한으로 돋워 방어선 안쪽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어둠 속이라 멀리까지 세세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대강의 구조는 알 것 같았다.
이 능선의 안쪽으로는 여러 갈래의 산줄기가 비탈 아래로 뻗어 있다. 여러 산줄기가 만나는 지점마다 깊은 골짜기들도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팔방에서 불규칙하게 뻗어 내려간 산줄기 중에서 몇 개는 중앙 즈음에 있는 하나의 봉우리와 이어진다.
중앙의 그 봉우리는 우리가 있는 이곳 능선보다 더 높게 솟아 있다.
도예주의 말마따나, 전체적인 지형상으로는 이 능선이 중앙에 있는 봉우리를 지키는 장벽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윽고 방어선의 동쪽 즈음까지 이동하자 도예주가 조원들을 멈춰 세웠다.
“본대가 북쪽 능선을 넘은 것을 확인한 만큼, 우리도 이제부터 비탈 아래로 향하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비탈 아래쪽은 온갖 호각 소리가 뒤섞여 소란스러운 상태다.
산줄기를 따라 어느 정도 내려가고 있을 때쯤, 우리 조는 또다시 수십 명의 적과 마주쳤다.
육십 명쯤 되는 듯한데, 기운을 감지해 보니 절정고수가 열 명쯤에 일류고수가 스무 명쯤이었고, 나머지 서른 명가량은 이류무사 수준이었다. 그 이류무사들이 적들의 전열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의 역량으로는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인 만큼, 조원들이 즉시 전투 진형을 펼치며 그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적들에게 가장 먼저 도달한 남궁찬이 검을 가볍게 휘둘러 이류무사의 검을 쳐내더니, 검로를 간결하게 이어가며 적의 가슴 한복판을 경쾌하게 찔렀다.
탱!
“어······?”
의문 가득한 짧은 음성은 남궁찬의 목소리다.
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분명히 가슴을 찔렀음에도 검극이 안으로 파고들지 못한 채 살갗에 막혀버린 탓이다.
전열에 있던 다른 조원들의 검들도 비슷한 결과를 낸 순간, 내 옆에서 윤단영이 날렸던 하나의 쇠구슬이 적 이류무사의 오른쪽 어깨에 다다른 모습이 보였다.
텅!
쇠구슬이 박히지 않고 튕겨 나가며 그런 소리가 났다.
곧바로 도예주의 낮은 외침이 들려왔다.
“주의······! 강시공을 익힌 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