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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68화 (268/416)

내 안에 마교있다 268

은밀하게 웅덩이 근처의 바위 뒤로 이동했다.

당장에라도 입수하고 싶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잠시 더 기다렸다.

수중 동굴의 내부는 한동안 숨어 지낼 수 있는 은신처일 수도 있지만, 외부로 통하는 비밀 통로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놈들은 긴장한 상태로 쉬지 않고 도주해 왔던 만큼, 수중 동굴 안쪽의 물가 근처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일 수 있다.

옷의 물기도 짜낼 겸, 호흡을 고르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을 시점이다. 이러한 수중 동굴은 발각되기가 극도로 어렵기에, 놈들의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기에 적절한 공간이기도 하다.

행여나 내 짐작이 틀려서 놈들이 멀어진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동굴 안에서의 추적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혹여 갈림길이 있다 해도 흔적을 추적하여 금방 뒤따라갈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여태 왼손의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었던 독침을 다시금 목갑에 넣었다.

이후에는 등 뒤에 메고 있던 가죽 행낭을 벗어서 내려놓았다.

작고 납작한 행낭으로, 여러 가닥의 행낭 끈을 이용하여 상체에 밀착되게 묶을 수 있는 형태다. 몸에 딱 달라붙게 멜 수 있으니 전투 시에도 착용하기 편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조원들 여러 명이 이러한 행낭을 메고 있다.

시간이 생긴 김에 벽곡단 한 알을 꺼내어 잘 씹어 삼킨 후, 큼지막한 육포도 한 조각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었다.

이후에는 행낭에서 방수포로 만든 주머니를 꺼내어 남은 벽곡단과 육포 등을 담고, 독침이 든 목갑 두 개도 작은 천에 둘둘 말아서 그 안에 같이 담았다.

잠수 시에 몸이 쉽게 떠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행낭에 자갈들을 약간 채우고는 죽립도 아예 벗어서 넣었다.

조중렴 일행이 입수한 후로 얼추 일각쯤 지난 듯하여, 나도 웅덩이 안으로 살며시 입수했다.

이후에는 곧장 잠수한 채로 웅덩이 안을 탐색했다.

웅덩이는 생각보다 깊었고, 물속에도 바위가 많았다.

바닥 쪽의 바위틈을 다섯 군데 정도 살펴봤을 때쯤 수중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지점을 기억하고는 잠시 수면으로 올라와 고개만 내밀고 호흡을 정돈했다.

나도 나름 고수인 만큼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을 오래 참을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물속에서 숨을 더 오래 참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시금 잠수하여 수중 통로로 들어선 후, 그 안으로 천천히 헤엄쳤다.

한밤중의 수중 동굴이다 보니 매우 어두웠지만, 현재 내 안법 경지에서 이 정도의 어둠은 약간 불편한 수준에 불과하다.

수중 통로의 넓이는 한 사람이 헤엄쳐서 여유롭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쪽으로 이어지던 통로가 어느 순간 위쪽으로 꺾이는가 싶더니, 잠시 후에는 위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올라갔다. 그러면서 통로 자체가 급격하게 넓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대로 떠오르면 동굴 안쪽의 공간일 것 같다.

조심스럽게 위쪽으로 상승하며 안력을 집중하자, 과연 어두운 와중에도 어렴풋이 수면이 보였다.

그때부터는 한쪽 통로 벽의 돌부리들을 잡아 가며 매우 천천히 상승했다. 수면 근처로 고개를 잘못 내밀었다가는 일이 꼬일 수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는 극도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천천히 상승하는 와중에 온 신경을 청력에 집중했다.

깊은 물 속이면 몰라도 얕은 물 속에서는 물 밖 가까운 곳의 소리가 어느 정도는 들린다. 가령 물 밖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대화의 내용을 알아듣기는 어려워도 불확실한 음향 정도는 들을 수 있다.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서 집중해 봤는데 고요할 뿐이었다.

불룩 튀어나온 돌부리 위에 한쪽 발바닥을 올린 후, 머리를 살며시 눈까지만 내밀어 공간을 확인했다.

현재 위치는 내 키보다 얕은 물 속이라서 몸을 굽히고 있는 상태인데, 만약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즉시 돌부리를 박차고 물을 벗어날 작정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별다른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은잠술을 유지한 채 조용히 뭍으로 나왔다.

여러 개의 미세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놈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몸에 걸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신속하게 벗어서 물기를 짜냈다. 행낭 안에서 자갈과 죽립도 다시 꺼냈고, 방수포 주머니에서 목갑도 꺼냈다.

이후에는 신속하게 복장과 장구류를 착용한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왼손 손가락 사이에 다시금 독침들을 끼웠다.

통로는 처음에는 자연 동굴의 형태로 이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인공 동굴의 형태로 변했다.

인공 동굴 쪽은 성인 남성 한 명이 넉넉하게 통과할 수 있는 넓이였다.

갈림길이 나오지 않았기에 추적은 매우 편했다.

발걸음을 빠르게 하는 와중에도 기척을 최대한 죽이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러 개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금 청각에 잡히기 시작했다.

놈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놈들과의 간격을 좁혀갔다.

이대로 간격을 빠르게 좁혀가서 조금이라도 더 이른 시점에 놈들을 공격할 작정이다.

혹시라도 넓은 공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좁은 공간에서 놈들을 처리하는 편이 내게는 유리하다.

나는 혼자뿐이고 놈들의 수는 많지만, 이렇듯 좁은 공간에서는 머릿수의 이점도, 수라단 특유의 조직력도 살릴 수가 없다. 웬만해서는 일대일 구도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탓이다.

게다가 공간이 좁은 만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또한 내 쪽에 유리한 요소다.

내 경우에는 약간의 틈만 있어도 천섬무를 펼쳐서 피할 수가 있지만, 놈들의 경우에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오른손에 쇠구슬 하나를 꺼내 쥐었다.

이미 간격이 매우 가까운데도 놈들은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뒤쫓고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열 명 남짓의 인원이 줄지어 좁은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 보니 기감을 예민하게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무속성의 심법인 회회심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백도의 심법을 익혔다면 진작에 존재를 들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백도의 기운과 천마신교의 기운은 상극인 탓이다.

대략 일곱 걸음까지 간격이 좁혀진 상황에서 통로가 마침 좌측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꺾인 통로로 놈들의 뒷모습이 사라진 틈을 타, 나는 조금 더 거리를 좁혔다.

그 직후, 굽어진 통로를 돌자마자 천섬무를 중 단계로 펼치며 놈들의 후미를 향해 짓쳐 들었다.

당장은 중 단계 정도로도 충분하다.

근래 성취가 상승한 덕에 중 단계의 속도만으로도 이전의 중상 단계가 크게 부럽지 않은 수준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참고로 놈들의 가장 후미에 있는 놈과 그 바로 앞에 있는 놈은 수라단의 일류고수들이다.

가장 뒤에 있는 놈을 향해 천섬무를 담아 쇠구슬을 튕겨낸 후, 곧바로 쇠구슬 하나를 더 꺼내 쥐었다.

쇠구슬이 놈의 등짝 한복판을 향해 날아갔다.

놈이 흠칫하며 고개를 뒤로 돌리는 모습이 보인다.

내 모습을 확인한 놈의 표정이 귀신이라도 본 듯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있다.

이어서 놈의 상체도 뒤로 돌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미, 관통력을 담은 쇠구슬이 놈의 등판을 파고드는 중이었다.

푹!

“큭!”

일류고수의 수준에서 이러한 급습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리 없다.

가뜩이나 나와의 상대적인 무공 격차도 적지 않은 만큼, 놈은 무기조차 빼 들지 못했다.

자세를 급격하게 낮추며 놈의 오른쪽 다리 근처를 스쳐 지나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또다시 쇠구슬을 튕겨냈다.

후미에서 두 번째 위치에 있는 수라단의 일류고수를 향해서였다.

그는 고개와 상체를 뒤로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지 못한 채로 잠시 두리번거렸다.

내가 방금 처리했던 일류고수로 인해 시야를 방해받은 탓이다. 내가 그 상황을 이용해서 자세를 확 낮췄던 탓에 순간적으로 내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

가뜩이나 어두운 동굴 안이라, 일류 수준의 안법 경지로는 내 은밀하면서도 재빠른 움직임을 쫓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곧 관통력을 담아서 날렸던 쇠구슬이 놈의 명치 근처를 파고들었다.

푸욱!

“끄억!”

놈의 신형이 휘청하며 오른쪽으로 기울 때쯤, 나는 몸통을 옆으로 틀며 놈의 왼쪽 공간을 통과했다.

그즈음 내 오른손 손가락 사이에는 이미 두 자루의 소비도와 독침 하나가 끼워져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나는 손에 비룡수투를 끼고 있기에 왼손의 독침을 오른손으로 옮겨 쥘 때 큰 주의가 필요하지는 않다. 독침이 위험한 물건이기는 하나 빠르게 옮겨 쥘 수가 있다.

뒤에서 세 번째 놈은 수라단의 절정고수다.

경지는 절정의 초반이다.

놈은 검병을 꽉 움켜쥔 채, 각오가 담긴 눈빛으로 나를 막아서고 있다.

참고로 이 절정고수의 다음인 뒤에서 네 번째 위치에 바로 조중렴 그 새끼가 있다.

조중렴 놈의 얼굴이 정면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놈은 당황하여 황급하게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 년 만에 제대로 마주하는 얼굴이다.

내 사(四)사형이었던 저놈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의 분노가 되살아나며 살기가 끓어오른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쳐서 조중렴의 앞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천섬무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무공이지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는 도술 같은 게 아니다.

눈앞의 절정고수가 좁은 통로를 막고 서 있는 만큼, 놈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조중렴에게 다가갈 수 없다.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끌어 올리며 절정고수와의 간격을 빠르게 좁혔다. 근래 성취가 상승했기에 중상 단계의 속도도 이전과는 다르다.

동시에 오른손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소비도 한 자루는 놈의 오른쪽 가슴을 향해, 다른 한 자루는 놈의 왼쪽 복부를 향해, 마지막으로 독침은 놈의 하복부를 향해 쾌속하게 날아갔다.

참고로 소비도와 독침은 크기도, 중량도 천지 차이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종류의 암기를 한 손으로 동시에 발출하여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날리는 일은,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고난도다.

놈이 아무리 수라단의 절정고수라 해도 두 자루의 소비도와 섞어서 날린 독침의 존재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혹여 독침의 존재를 알아채더라도 늦게 알아챌 가능성이 크다. 근접 거리인 만큼 늦게 알아채면 대처하기도 어려워진다.

애초에 그 점을 노리고 이런 식으로 섞어서 날린 것이기도 하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절정고수 놈은 피하지 않은 채 두 자루의 소비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쳐내려는 것이다.

본인의 뒤에 호위 대상이 있는데 호위라는 자가 암기를 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라단의 절정고수쯤 되는 놈이 호위의 기본을 모를 리가 없다.

가뜩이나 좁은 통로라서, 본인이 피해 버리면 뒤에 있는 이가 무조건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탱! 챙!

결국, 놈은 두 자루의 소비도를 쳐내는 데 성공했다.

겨우 쳐내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 소비도를 두 개 다 쳐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웬만한 절정고수였다면 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나 수라단의 노련한 절정고수답다.

그러나 내 예상대로 놈은 독침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놈이 크게 당황하며 본능적으로 몸을 비트는 순간 독침이 놈의 골반 부근에 박혔다.

절정고수가 몸을 비튼 틈을 이용해 그를 지나쳤다.

그 순간, 앞쪽에서 세 줄기의 검기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원래 조중렴은 후미에서 네 번째 위치에 있었고 또 다른 수라단의 절정고수가 다섯 번째 위치에 있었다.

한데 두 놈이 위치를 바꾸며 교차하는 도중에, 합을 맞춰서 나를 향해 검기를 발출한 것이다.

한 줄기는 절정고수 놈이 앞으로 나서면서 날린 검기고, 두 줄기는 조중렴이 뒤로 빠지면서 날린 검기다.

세 줄기의 검기 모두 내 허리 아래로 날아들고 있다.

하체를 견제해서 내가 달려드는 속도를 늦추려는 목적이다.

정면에서 보면 얼추 세 줄기의 검기가 거의 동시에 날아드는 모양새다. 그런 만큼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시간 차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절정고수와 조중렴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다급하게 저 검기들을 날렸다. 그렇다 보니 위력과 날카로움이 다소 부족한, 약간은 어설픈 검기들이었다.

즉시 천섬무를 상 단계로 끌어 올리자 내 시야에 들어온 모든 광경이 매우 느려졌다.

근래 성취가 상승한 덕에, 현재의 상 단계는 이전으로 따지면 상 단계와 최상 단계의 중간쯤 되는 속도다. 일류고수 시절의 최대 속도와 비슷하다.

즉,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지금 내게 날아오고 있는 세 줄기의 검기가 다소 어설픈 수준이다 보니, 천섬무를 상 단계로 펼치는 것만으로도 그것들 간의 상대적인 속도 차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절정이라도 경지 차이가 있어서인지, 조중렴이 날린 두 줄기의 검기가 절정고수의 한 줄기 검기에 비해 상대 속도도 더 빠르고 가속도도 더 빨랐다.

속도를 유지한 채 우전방의 벽면을 향해 사선으로 전진했다가 곧장 방향을 꺾어 좌전방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세 줄기의 검기가 차례로 내 몸을 스치며 뒤로 지나갔고, 나는 그대로 전방으로 쇄도했다.

그즈음 조중렴과 절정고수는 위치 변경을 완료하여, 절정고수가 내 정면으로 나오고 조중렴이 그 뒤로 빠진 상태다.

천섬무를 상 단계로 펼치는 상황이다 보니 찰나에 절정고수의 코앞에 도착했다.

절정고수의 눈이 부릅떠진 게 보인다.

놈의 경지에서는 내가 검기들을 무시하고 축지법이라도 써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이미 상체를 숙이며 놈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중인데, 놈은 이제야 나를 향해 검을 찔러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게는 놈의 공격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초근접 거리에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소비도를 놈의 심장에 직접 찔러 넣었다.

그 직후에는 곧장 오른손에 소비도 두 자루를 빼 쥐고 독침도 하나를 옮겨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러면서 절정고수 놈의 옆구리 사이를 유유히 지나쳤다.

이번에야말로 조중렴 놈에게 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놈이 급격하게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 보였다.

조중렴이 자세를 낮추자마자 그 뒤쪽으로부터 네 줄기의 날카로운 검기가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조중렴도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나를 향해 세 줄기의 검기를 쏘아 보냈다.

조중렴의 뒤에서 날아온 네 줄기의 검기는 수라단의 조장이 날린 검기다. 수준급 고수가 구사한 검기인 만큼, 하나하나가 상당히 빠르고 강맹했다.

조중렴이 발출한 세 줄기의 검기 또한 이전보다 더 날카롭고 정교했다. 고수인 수라단의 조장이 곁으로 와준 덕에 심리적으로 나름 안정이 된 모양이다.

그 순간, 조중렴의 뒤에 있던 수라단의 조장이 살짝 도약하여 조중렴의 위로 넘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저들 중에서 최고의 고수인 만큼, 전면으로 나서서 나를 막으며 조중렴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총 일곱 줄기의 검기가 좁은 통로를 빼곡히 채우며 날아오고 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내 전진을 막을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만큼,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저렇게 여길 만하다.

무사하기 위해서는 웬만하면 전진을 멈추거나 오히려 뒤로 물러나면서 일부의 검기를 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강맹한 검기들인 만큼 반탄력도 상당할 테니, 쳐내면서 전진하는 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즉시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펼쳤다.

근래 성취가 상승한 후, 실전에서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펼쳐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의 광경이 급격하게 느려진 가운데, 나는 고민하지 않고 검기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도약해서 조중렴을 넘던 수라단의 조장 놈이 착지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천섬무 최상 단계의 시간 개념으로는 제법 긴 시간이다.

조장 놈이 착지하기 전 시점이야말로 내 입장에서 그를 상대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점이다.

슥- 스악-

입고 있는 무복이 베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갗도 적잖은 깊이로 베이고 있다.

빼곡히 날아오는 검기들 사이의 틈이 좁은 탓이다.

그로 인한 통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 정도 통증에 눈 하나 깜짝할 내가 아니다.

아직 바닥에 착지하지 못한 상태의 조장 놈이 천천히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게 보인다. 원래는 빠르게 부릅뜨고 있는 건데, 내가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치는 중이기에 느리게 뜨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어서 조중렴이 눈을 부릅뜨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놈이 놀라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짐작된다.

첫째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빠른 내 속도 때문일 것이며, 둘째는 부상을 도외시한 채 빼곡한 검기 사이로 파고드는 내 무모한 대응이, 놈들의 예상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놈들이 알 리 없겠지만, 이 순간의 나는 송유겸이 아니라 서무욱이다.

흑풍대의 독종이라 불렸던, 바로 그 서무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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