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69
두 놈과의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다.
조중렴 놈은 거의 엎드리듯 자세를 낮춘 상태이며, 그 위로 뛰어넘고 있는 수라단의 조장은 조중렴 바로 앞의 바닥으로 하강하고 있는 상태다.
자세를 낮춘 조중렴도, 아직 허공에 있는 수라단의 조장도, 다급하게 검기를 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 동작들조차도 매우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간격을 충분히 좁힌 후, 두 놈을 향해 양손에 쥐고 있던 모든 암기들을 화끈하게 털어냈다. 두 놈이 고수임을 고려해서 한 걸음 더 접근한 후에 발출한 것이다.
슈슉!
피비비비비비비빗!
소비도 두 자루와 스무 개가 넘는 독침들이 한꺼번에 폭사되었다. 천섬무가 최대한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태다 보니 저 많은 암기가 날아가는 속도 또한 무시무시했다.
재차 검기를 발출하기 위해 준비하던 두 놈의 눈동자가 부릅떠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계속해서 놈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오른손으로는 비룡검을 뽑고, 왼손에는 소비도 세 자루를 빼 들었다.
탱! 팅! 티디딩!
소비도 하나를 막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수라단 조장의 검이 전방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허공에 있는 상태인 만큼 회피할 수가 없다 보니 최대한의 방어식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바닥에 착지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고수인 그에게도 매우 위태로운 지경일 수밖에 없다. 대처가 조금만 삐끗해도 독침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의 검은 매우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가 저 암기들을 모두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확실하나, 역시나 수라단의 조장답게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각, 조중렴도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황급히 방어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데 수라단의 조장과 달리 조중렴 놈은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극도로 위태로운 상황이 되고 나니, 놈이 내공 경지는 제법 높을지 몰라도 실전 경험은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조중렴 놈 쪽으로도 한 자루의 소비도와 여덟 개의 독침들이 날아드는 중인데, 아무리 봐도 저놈은 저 많은 암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할 것 같다.
그 순간, 수라단의 조장이 허공에서 자세를 낮추며 본인의 검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면서 조중렴에게로 향하는 독침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한데 저러면 정작 조장 본인에게 날아드는 나머지 독침들을 막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호위 대상인 조중렴이 위태로워지자 그쪽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몸을 돌보지 않고 조중렴을 호위하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야말로 처절한 호위가 아닐 수 없다.
조장은 그 와중에도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정면으로 뻗는 중이다.
본인에게 날아들고 있는 나머지 독침들을 장력으로 튕겨내겠다는 의도인데, 그런 식으로 독침들을 막기에는 시점이 이미 늦었다.
참고로 그즈음에는 독침들에 이어 내 왼손을 떠난 세 자루의 소비도도 수라단의 조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중이다.
결국, 수라단의 조장은 조중렴 놈에게로 향하던 모든 독침을 튕겨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오른쪽 어깨와 왼쪽 다리에는 독침이 박혀버리고 말았다.
수라단의 조장이 그 상태로 바닥에 착지했을 즈음, 내가 이어서 날렸던 세 자루의 소비도도 그에게 짓쳐 들고 있었다.
챙!
아직 독이 퍼지기 전이라서 그런지, 조장은 오른손의 검을 이용해 끝까지 소비도 한 자루를 쳐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자루는 쳐내지 못했다.
푸북!
소비도 한 자루는 조장의 복부에, 다른 한 자루는 조장의 오른쪽 다리에 박혔다.
“큭!”
짧은 비명과 함께 조장의 신형이 기울기 시작했을 즈음, 그의 코앞에 도달한 나는 그의 심장에 소비도 한 자루를 박아 넣으며 확실하게 마무리를 했다.
수라단 조장의 몸은 내가 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기울며 쓰러지는 중이다.
이러면 좁은 통로에서 조장의 오른쪽으로 공간이 난다.
하지만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일부러 그의 왼쪽 공간을 통과하여 지나쳤다.
통과하면서 보니 조중렴 놈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놈은 그 와중에도 조장의 오른쪽 공간을 향해 검기를 발출하는 중이었다.
내가 그쪽을 통과할 것을 예측하고 검기를 발출한 것이다.
저럴 줄 알았기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놈은 오랜 세월 동안 내 사형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사형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사형들은 천마신교의 최고 기득권 출신인 데 반해, 나는 일반 마인 출신으로서 배경 따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나는 나이 많은 사제였기에, 매사에 사형들에게 더 조심하며 더 눈치껏 행동하려 애썼다. 사형제들과의 우애 문제로 사부님께 염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 있었기에 나는 사형제들의 성격, 성향, 습성 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중렴 놈의 저러한 행동을 예측하여 일부러 좁은 왼쪽 공간으로 통과했던 것이다.
왼쪽 벽면을 한 발로 강하게 박차며 조중렴을 향해 수평으로 낮게 날았다. 언제든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여전히 천섬무가 최대한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속도까지 붙은 터라, 속도감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조중렴은 그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중인데,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참고로 놈의 검극에서는 두 줄기의 검기가 이미 애먼 방향으로 발출된 상태다.
조중렴 놈에게 비룡검을 가차 없이 찔러 넣었다.
왠지 모르게 검병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검로가 쭉 뻗어 나가는 느낌도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하다.
분명히 내 의지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검 또한 스스로 결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묘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오랜 세월 동안 검을 다루며 살아왔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내가 검이 되고 검이 내가 된다는 표현이 있다.
대단한 경지의 검술 고수들이 왕왕 쓰는 표현인데, 그게 바로 이런 느낌인가 싶다.
조중렴 놈은 더 이상 물러나지 못했다.
물러나다가는 더 크게 다칠 수밖에 없는 경로로 내 검이 찔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의 검을 휘둘러 내 검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직전에 애먼 곳으로 검기를 날렸던 탓이다.
내 검을 피하려고 황급히 온몸을 비틀기 시작했는데, 놈이 크게 당황했다는 사실이 훤히 보인다.
검이 이대로 나아가면 조중렴의 복부를 깊숙이 찌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순간에 검로를 변경하며 놈의 하체를 노렸다.
검로가 바뀌었음에도 검이 금세 다시 좋은 결을 찾아 들어가고 있다.
이 감각, 너무 좋다.
이윽고 비룡검이 조중렴 놈의 오른쪽 무릎을 찔렀다.
푹-
깊다.
“크악!”
조중렴이 고통 가득한 비명을 토해냈다.
놈의 신형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쯤, 나는 재빨리 놈의 뒤로 이동하며 마혈을 짚었다.
신형이 기울어지던 중에 몸이 마비된 탓에, 조중렴의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쿵!
“억!”
그 직후, 나는 더 이상 조중렴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나머지 놈들을 공격했다.
천섬무는 중상 단계와 상 단계를 오가며 운용했는데, 그 정도로도 남아 있는 수라단의 고수들과 혈교의 절정고수 두 명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했다.
어차피 이들 중 가장 수준 높은 고수는 수라단의 조장과 조중렴이었다.
한데 그 두 명을 처리한 마당이라, 나머지 적들을 처리하는 일은 어려울 게 없었다.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척을 감지하며 조중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중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처치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역시나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숨이 붙어 있는 건 조중렴뿐이다.
바닥에 눕듯이 쓰러져 있는 조중렴 너머로, 피부가 변색된 채 죽어 있는 수라단 조장의 모습이 보인다. 독침에 당했기에 저렇게 된 것이다.
“으윽······. 으으윽······.”
조중렴의 입에서는 신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놈은 마혈을 짚인 탓에 바닥에 쓰러진 채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내 검에 찔린 무릎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조용히 다가가서 놈의 옆에 선 후, 무심한 표정으로 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조중렴은 고통으로 인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놈이 말했다.
“끄으······. 아까는 경황 중이라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네놈이 그 송유겸이라는 놈이겠구나······. 끄으으······.”
내 특징에 대한 사항들은 이미 알려진 바가 많다. 외모에 대한 것도, 강탄술과 소비도술에 특히 능하다는 것도.
천마신교 쪽에는 더욱 자세히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백도에서 주목받는 후기지수 중 한 명인 만큼, 정보 문서에 용모파기까지 확실하게 첨부되어 있을 것이다.
줄곧 죽립을 쓰고 있었기에 아까 싸울 때는 외모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죽립 아래로 외모가 모두 드러난 상황이기에 조중렴 놈이 알아본 모양이다.
조중렴 놈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대체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고 나만 살려둔 것이냐. 끄으······.”
“살려둘 필요가 있으니까.”
내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렇게 대꾸하자 조중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내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살려둔 것이구나! 결국, 나를 생포하여 데려가서 큰 공을 인정받겠다는 의도······!”
그러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내가 또다시 짙은 미소만 지어 보이자 조중렴이 말을 멈추더니 눈을 감았다. 통증으로 인해 눈매가 잔뜩 찡그려진 상태에서도 놈은 뭔가를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곧 조중렴이 다시 눈을 뜨더니 말했다.
“사, 살려 다오.”
사정하는 표정과 어조였다.
“푸훗!”
급격한 태세 전환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그냥 죽이라는 식의 의연한 모습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살려 달라는 애원이 이렇게나 빨리 나올 줄이야.
딱 저 정도 수준이었던 거다.
놈이 말했다.
“웃지만 말고 진지하게 생각을 한 번 해봐. 그, 그래, 협상하는 거다. 나를 사로잡아다가 무림맹에 넘기면 너는 공을 인정받고 명성을 얻게 되겠지. 하지만 나를 살려주면 나는 네게 그 이상의 보상을 안겨줄 수 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 내가 그럴 지위와 능력이 된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보상? 내가 천마신교의 사공자를 생포해서 얻을 명성의 가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할 텐데, 도대체 무엇으로 그 가치를 대체해서 보상하겠다는 거지?”
놈이 뭘 제시할지 궁금해서 잠시 어울려준 것이다.
“이를테면 어마어마한 부를 보장해 줄 수 있다. 그 명성을 포기한 게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의······.”
“훗.”
내가 피식 웃어 보이자 조중렴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모, 모르긴 몰라도 그 송가장 재산의 서너 배 정도는 어렵지 않게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역량만으로도 그 정도는 마련할 수 있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 뭐, 재산이 아니면 미녀? 영약? 원하는 게 무엇이든, 일단 말만 하면 최대한 맞춰주겠다. 영약 같은 경우에는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구할 것이다.”
놈의 표정과 어조에 다급함과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조중렴은 천마신교의 구대가문 출신이다.
실상 천마신교 쪽의 수익은 대부분 사회의 어두운 영역을 통해 축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칠고 위험한 영역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기에 수익률도 높다.
그중에서도 천마신교의 구대가문이 축적하는 재산들은 더욱 어두운 영역의 재산들이다.
그들은 현재까지 축적한 재산도 많지만 앞으로 축적될 재산도 많다. 그렇기에 지금 조중렴이 하는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어쨌거나 놈이 무슨 소리를 할지 살짝 궁금했는데, 이쯤이면 더는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놈에게 나직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그, 그래. 말해 봐. 최대한 협조하겠다.”
조중렴의 태도가 매우 싹싹하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이 년 전쯤에 말이야. 전대 천마께서 돌아가셨고 그분의 다섯 번째 제자였던 서무욱도 죽었지?”
조중렴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의문이 담겼다.
백도의 후기지수인 내가 그 일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도 의아할 테고, 천마라는 존재에 대해 높임말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의아할 것이다.
“그, 그랬었지······.”
내가 한 말은 어차피 공표되었던 내용이기에 놈도 순순히 수긍한 것이다.
이에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날 이후로 밤에 잠은 잘 오던가?”
조중렴의 눈매가 좁아지고 있다.
백도의 후기지수인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가 의아한 것이다.
조중렴이 내 눈치를 살피며 대꾸했다.
“뜬금없이 왜 그런 걸 묻는지······.”
“네놈의 사형제들이 병상에 있던 사부를 죽이면서 사형제 중 한 명인 서무욱도 같이 죽인 거잖나. 너희들뿐만 아니라 흑풍대주와 수라단주도 동참했고.”
조중렴 놈의 눈이 부릅떠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바로 말을 보탰다.
“그런 흉악한 짓을 하고는 네놈들이 죽인 서무욱에게 누명을 덮어씌웠던 거잖나. 그래서 묻는 것이다. 사부를 죽이고, 사형제를 죽이고, 죽인 그 사형제에게 누명까지 뒤집어씌우고, 밤에 잠은 잘 오던지를.”
이쯤 되니 조중렴 놈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진 상태다.
동공은 아예 지진이 났으며, 입술은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뻐끔거릴 뿐이다.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당시에 흉사를 꾸민 몇몇 인원들 외에는 그 누구도 절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이, 엉뚱하게도 백도의 어린 청년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조중렴의 얼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날의 일에 대해 듣고 싶은 것도 많고, 현재의 천마신교에 대해 듣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니 우리, 차분히 대화를 나눠 보자고.”
그 말에 조중렴 놈의 표정이 변했다.
여태까지는 애원하는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이를 악물며 눈동자에 힘을 주고 있다.
“간교한 놈이 애초에 다른 속내가 있어서 나를 살려뒀던 것이로구나. 그리고 나는 네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날의 일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하긴, 놈들의 입장에서 그날의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사안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조중렴의 말이 이어졌다.
“네놈이 뭘 듣고 싶든, 꿈 깨는 게 좋을 것이다.”
각오가 가득 느껴지는 표정이다.
즉시 조중렴의 얼굴 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점혈하여 턱관절이 매우 조금만 움직이게끔 조절했다.
혀 깨무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며, 고문법 시전을 위한 사전 준비이기도 하다. 예전에 기형거검을 쓰던 덩치 놈을 고문할 때도 이렇게 했었다.
조중렴 놈이 나를 노려보며 외쳤다.
“으그! 므으, 즈으으!”
턱관절이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 저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빙그레 웃으며 놈에게 대꾸해줬다.
“무슨 짓이긴. 고문법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지. 혹시라도 네놈이 괴로움을 못 이기고 혀라도 깨물면 듣고 싶은 말을 못 들을 수가 있잖나.”
고문이라는 말 때문인지 놈의 표정에 두려움이 가득 담기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네놈이 금방 술술 불어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천마신교의 구대가문 출신으로 귀하게 자라온 네놈이, 이런 식의 고통을 참을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거든. 머리털 나고 단 한 번도 이런 종류의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놈을 향해 바로 말을 이었다.
“단계별로 네가 깜짝 놀랄 만한 여러 가지의 고문법을 선보여 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으니 바로 센 거로 가지. 전음은 가능할 테니 대답하고 싶을 때 참고하도록 하고.”
[고고, 고문법이라니······! 가가가, 감히 이 몸에게······!]
“지금부터 내가 펼칠 고문법은 네놈도 잘 아는 고문법일 것이다. 네놈도 남을 상대로 몇 번쯤은 펼쳐 봤을 테니까. 그러니 내가 혹시라도 틀리는 부분은 없는지 잘 보도록.”
물론 틀릴 일은 없다.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놈의 주요 혈도와 세부 혈도들을 순서대로 천천히 점혈해 가기 시작했다. 놈이 고문법을 알아볼 수 있게끔 일부러 천천히 점혈하는 것이다.
잠시 후, 조중렴 놈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 이 점혈 순서는 지옥혈루······! 네, 네놈이 어떻게 이 고문법을······!]
지옥혈루(地獄血淚).
지옥의 피눈물이라는 뜻이다.
조중렴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지옥혈루가 천마신교의 핵심부에 있는 인물들만이 익힐 수 있는 최상급 고문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 백도의 새파란 애송이가 알고 있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이에 나는 놈을 향해 씩 웃어주며 대꾸했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아까의 그 각오와 근성을 보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