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75
완벽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전투가 가능한 형태의 강시가 소수나마 완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나도 놀랐다.
길초량의 말마따나 좁은 공간에서 강시들이 갑자기 에워쌌다면 당연히 위험했을 것이다.
당황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강시를 처음 본 것도, 검을 휘둘렀는데 검이 박히지 않는 것도.
[적들은 강시들을 앞세운 채 그 뒤에서 우리를 공격했소. 그래서 대처하기가 더 쉽지 않았소. 순간적으로 남궁찬 선배님과 원을태 노선배님 등, 각 조를 대표하는 고수들이 빠르게 반응해주신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이 정도에서 그쳤던 것이고.]
이어진 길초량의 전음까지 듣고 나니 상황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생 많았구려. 길 형은 다친 데 없소?]
[나는 괜찮소.]
내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기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우리가 짧은 전음을 나누는 사이에 멀쩡한 조원들이 부상당한 조원들을 치료해 줬다. 안에서는 응급처치만 했던 것을 이제야 제대로 치료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상자들에 대한 대강의 치료가 완료되자 태무엽이 또다시 전원을 집합시켰다.
“원래 우리 특수이조는 이쪽 동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칠 때까지만 여러분과 같이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세 조 모두 경상을 넘어선 부상자들이 적지 않기에, 이 상황에서 각개 조별로 움직이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겁니다. 당분간은 세 조가 같이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나마 우리 조는 총원 아홉 명 중에서 부상자가 두 명뿐이지만, 특수삼조는 여덟 명 중에서 부상자가 세 명이고, 특수이조는 여덟 명 중에 네 명이나 된다. 특수이조의 부상자는 이전에 다쳤던 태무엽과 임려현까지 합한 수치다.
다들, 같이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준의 부상들이다.
“말씀대로 지금은 세 조가 같이 움직여야 할 듯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청룡과 도예주의 대꾸였다.
두 조장뿐만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전체적으로 상황 인식이 비슷한 것이다.
태무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두에게 말했다.
“서쪽 산지에 대한 조사는 이 위쪽에 있는 골짜기 한 군데 정도만 더 확인해 보면 될 듯합니다. 만약 이곳과 같은 시설로 쓰이는 동굴이 있다면 파괴하고, 별다를 게 없다면 즉시 후방 교란 작전으로 돌입하겠습니다.”
세 조의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무엽이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줄로 정렬한 후 바로 이동합니다. 전투 시에는 기본적으로 멀쩡한 인원들이 전열, 부상자들은 후열이니 이동 대형도 그에 맞춰서 갖춰 주십시오. 특수삼조장이 최전방에서 길잡이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 만큼 이동 간에는 삼 조장의 지휘에 따르면 됩니다. 그럼 신속히 정렬합니다.”
태무엽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쩡한 인원들부터 앞으로 나서며 두 줄로 정렬하기 시작했다.
나는 남궁설과 나란히 섰는데, 우리의 위치는 멀쩡한 인원들의 가장 뒤쪽이며 부상자들의 바로 앞이다.
한데 열을 맞춰서 서다 보니 남궁설이 한 칸 앞으로 가게 되었다. 내 앞에 있는 윤단영의 옆으로 간 것이다.
그러자 내 옆이 비게 되어 뒤에 있던 부상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게 다름 아닌 태무엽이었다.
괜히 불편하게 왜 하필 이 사람이야?
부상자라고 해도 이왕이면 나랑 친한 백송학이나 도예주도 있잖아? 아니면 방금 친해진 임려현이랄지.
생각나서 뒤돌아봤는데 백송학, 도예주, 임려현 등의 위치는 거의 후미 쪽이었다.
어쨌거나 옆에서 같이 움직이게 된 만큼 태무엽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해 줬다. 그러자 그도 나를 향해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곧 정렬이 끝났고, 모두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태무엽의 옆에서 조용히 경공을 펼치는데 문득 그의 전음이 들려왔다.
[송 공자.]
이 사람이 왜 전음으로 나를 부르는 건지 의아하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짧게 대꾸해 줬다.
[예……?]
[송 공자라면 이미 내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용모는 바뀌었으나 목소리는 그때와 같으니까.]
태무엽이 말하는 ‘그때’란 당연하게도 사유 증운생 제거 작전 때다. 그의 말마따나 용모는 달라졌어도 목소리는 그 당시와 같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습니다만…….]
물론 그의 정체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특정했지만 적당한 선에서 대꾸해 준 것이다.
태무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의 진형 말이오. 내가 아까 기본적으로 멀쩡한 인원들이 전열, 부상자들이 후열이라고 했잖소. 그러나 송 공자는 위치에 상관없이 아무 곳에서나 싸워도 되오. 그리 알고 전투가 벌어지면 편하게 싸우시오.]
이 사람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동갑도에서 우리가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까지 송 공자의 기여가 컸잖소. 당시 송 공자의 움직임은 내게도 매우 인상적이었소. 이후에 알게 된 건데, 송 공자는 굳이 역할을 정해 주지 않고 가만히 놔둬도 상황마다 알아서 필요한 역할을 한다더구려. 그래서 하는 말이오. 송 공자도 그편을 선호할 것 같고.]
어찌 되었건 태무엽은 현재 최정예 특수작전조 세 조의 실질적인 지휘관이다. 그런 그가 굳이 나를 따로 배려하여 저런 얘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태무엽에게 전음으로 대꾸했다.
[그리하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다시금 태무엽의 전음이 들려왔다.
[감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작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내 쪽인 것 같구려. 아까 동굴 밖에 있던 우리 조원을 지켜줘서 고맙소.]
아마도 우벽희가 그 일에 대해 보고한 모양이다.
하긴, 우벽희는 황룡조의 조원이니 조장에게 상황 보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 그때는 설……, 그러니까 남궁 소저와 우 요원이 알아서 잘 대처한 겁니다. 저는 나중에 도착해서 마지막 처리를 좀 도운 것뿐입니다.]
우벽희가 아까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신룡대임을 밝히고 성도 밝혔었으니 ‘우 요원’이라고 칭한 것이다.
바로 한마디를 더 보탰다.
[오히려 제가 자리를 비웠던 틈에 그 두 사람이 위태로워졌으니, 엄밀히 말하면 저는 고맙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 질타를 들어야 할 처지일 겁니다.]
방금 전의 말에는 내 진심도 섞여 있다.
나는 사실 우벽희와 남궁설의 은신 위치라면 웬만해서는 적들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라 여겼었다.
남궁설의 은신 지점은 매우 안전했고, 우벽희의 은신 위치도 그녀의 은잠술 실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안전한 위치였다.
결과적으로 적들이 산 위쪽에서 내려온 바람에 우벽희의 은신 위치가 탄로 났던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떠나기 전에 내가 그 경우까지 가정하여 미리 우벽희의 위치를 바꿔 줬어야 했다.
내가 외부 대기조의 책임자였던 만큼 내 탓이다.
이곳에서 빌어먹을 조중렴 놈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놈 쪽에 너무 과몰입했었다.
그나마 조중렴 놈을 처치하고 나서 어떻게든 서둘러 복귀한 게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태무엽이 대꾸했다.
[의심스러운 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고 들었소. 결과적으로 추적의 성과가 없었다고 해도, 그걸 그릇된 시도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보오. 우리 조원의 임무는 은신한 채로 대기하는 임무였고, 송 공자의 입장에서는 신룡대원을 믿고 잠시 자리를 비울 수도 있는 여건이었으니까.]
그의 전음이 바로 이어졌다.
[책임 소재만을 따져서 잘못을 질타하자면 한도 끝도 없소. 현장의 상황이라는 건 본디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라, 순간 선택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과 선택이었는가 하는 정도만 복기해 보고, 스스로 부족했다고 여기는 부분은 심중에 새겨두면 되오. 방금 얘기를 들어 보니 송 공자는 알아서 잘한 것 같고.]
이 아저씨가 말하는 내용이 마음에 든다.
본디 황룡은 현 신룡대의 조장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지만, 무공 실력은 하위권이라고 알려진 조장이다.
그런데도 매년 임무 성과를 추려 보면 대부분 황룡조와 묵룡조가 일이 위를 다투기에, 황룡은 신룡대의 다섯 조장 중에서 최고의 수완가로 평가받는다.
방금 전에 그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그러한 세간의 평가가 나온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저런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조원들을 이끈다면 조원들도 통솔에 잘 따라줄 것이다.
수완가인 만큼, 태무엽은 신룡대 전역 후에 무림맹에서도 금세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현재의 황룡조원들 중에도 전역 후에 무림맹으로 진출하려는 인원들이 많을 것 같다.
요직에 오른 태무엽이 누구를 가장 신뢰하고 중용하겠는가.
최측근 몇 자리에는 황룡조에서 같이 일했던 부하들을 앉히는 것이 태무엽의 입장에서도 편할 수밖에 없다.
태무엽이 전음이 이어졌다.
[사실, 우리 조원을 지켜준 것보다 송 공자에게 더 고마워하고 싶은 건, 지난여름에 포양호 쪽에서 백룡조장을 구해준 일이오. 초량이를 통해 그때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소. 참고로 당시에 초량이가 어쩔 수 없이 송 공자에게 정체를 밝혔다는 얘기도 들었소. 그래서 하는 얘기고.]
[아.]
길초량으로서도 당시의 사건에 대해 상부에 자세하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연한 절차다.
[그렇듯 송 공자가 백룡조장을 구해준 덕에 맹에서도 이 거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오늘 이렇듯 강시 제조 시설에 대한 정보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오. 만약 백룡조장이 살아남지 못했다면 백도는 차후에 훨씬 더 큰 위험을 맞이했을 게 자명하고.]
[백룡조장님을 구한 건 저 혼자서 한 일이 아닙니다. 같이 합숙했던 친우들 덕분입니다. 또한, 도주하던 길이 가장 위험했는데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는 제가 아니라 백송학 소협이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백 소협의 합류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사실은 나도 사건 기록을 통해 확인했소. 그러나 당시의 모든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건 송 공자였잖소.]
태무엽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도주 시의 과정에 대해서도 초량이한테서 들었소. 강력한 고수들이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자마자 송 공자가 홀로 그들을 막으러 갔다고 하더구려. 애초에 송 공자가 그런 의기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백 소협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모두가 위태로워졌을 것은 빤한 이치잖소.]
표정과 어조를 보니 그저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당시에 내가 후방을 막으러 갔던 일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고매한 희생정신 정도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도 백도인이라 확실히 저런 요소를 좋아하는 듯하다.
물론 내가 당시에 친우들을 최대한 지켜줄 목적으로 후방을 막으러 나섰던 건 맞다.
그러나 희생정신 때문은 아니었다.
최대한 막아 보되, 여의치 않으면 도주할 작정으로 나섰던 것이다.
천섬무로 도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내가 계속 이런 식의 얘기를 하니 민망한 모양이구려. 너무 부담 갖지는 마시오. 마침 이렇게 만난 김에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오. 그럼, 이번에도 함께하는 동안 잘해 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대꾸를 들은 태무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후부터는 이곳저곳으로 전음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중에도 여기저기에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또다시 조용히 경공만 펼쳤다.
위쪽 골짜기에 도달하여 근처를 정찰해 보니 적의 시설로 의심되는 동굴 입구는 두 곳이었다.
입구의 기관 장치를 해제해가며 차례로 조사했다.
두 곳 모두 강시 제조 시설이 아닌 창고 시설이었다. 폐병장기들을 모아둔 병기 창고다.
딱히 취할 것도 없었기에 우리는 그대로 그 골짜기를 벗어났고, 이후에는 서쪽 산지의 산자락을 지나쳐 남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서남쪽 산지에 다다랐을 무렵, 청룡이 방향을 산 아래의 평지로 틀었다.
다시금 후방 타격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부상자들과 함께 후열에 섰다.
내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은 남궁설과 단목강이며, 나는 그 뒤에서 두 사람을 엄호하는 형태로 암기 지원을 하는 중이다.
내가 인정하는 최고의 천재들 두 명이 나란히 내 앞에 있는 모습이 나름 흥미롭다.
내 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두 사람 모두 검술을 펼치는 모습이 평소보다 조금은 더 과감했다.
내 엄호 역량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그 와중에도 다른 아군들이 싸우는 모습들을 눈에 담았다. 특수삼조원들이 싸우는 모습은 아까도 봤으니 이번에는 특수이조원들을 주시했다.
우벽희는 현재 길초량과 함께 다니며 후열에서 암기 지원을 하는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끼리 저런 식으로나마 손발을 맞추며 유대감을 다지는 모양이다. 참고로 몸이 멀쩡한데도 후열에 있는 건 나, 길초량, 우벽희뿐이다.
우벽희의 철비정술은 딱 봐도 수준급이었다.
철비정을 날리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시야도 좋고 틈을 노리는 시점도 좋다. 철비정술 실력만큼은 길초량을 상회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수이조의 전직 조원인 사십 대 중후반 사내는 도를 쓰는 사람이다. 그는 현재 전열에서 싸우고 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은데도 도에 담긴 위력이 상당하다. 피부가 강화된 흑도 놈들의 몸뚱이가 쉽게 잘리고 있다.
특수이조의 또 다른 전직 조원인 사십 대 중반 사내는 부상자다. 후열에서 암기 지원을 하는 중이다.
그는 암기를 날리는 중에도 힐끔힐끔 나를 보곤 했다. 유명한 동천비룡의 실력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저런 시선은 아까부터 다른 이들에게서도 계속 받고 있었기에 특별할 건 없다.
그는 주로 철비정을 날리다가 한 차례씩 단검을 날리곤 했는데, 신룡대 출신답게 암기술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임려현은 여러 부분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측 골반 부위를 다쳐서 움직임이 어느 정도는 불편할 텐데도 경신법이 매우 안정적인 점부터가 일단 놀라웠다.
이동할 때의 경공과 전투 시의 보법을 모두 눈여겨봤는데, 둘 다 상하 반동이 거의 없이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경신법은 아마 이곳에 모인 모든 고수들 중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임려현도 부상자인 만큼 후열에서 암기술을 펼치는 중이다.
다른 신룡대원들처럼 철비정술이 기본이었으며, 한 차례씩 비표를 날리곤 했다.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저 정도면 내가 백도에 와서 봤던 여러 암기술 고수들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임려현의 암기술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침도 섞어서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심히 보니 적들이 쓰는 독침 목갑을 들고 있다. 나처럼 적이 쓰던 독침 목갑을 주워서 쓰고 있는 것이다.
비침술마저도 빠르고 정확하다.
암기술 실력이 범상치 않다 싶더니, 역시나 고난도 암기술인 비침술에도 조예가 있는 것이다.
저 아줌마가 왜 신룡대의 여조장감으로 꼽혔었는지, 그리고 당시의 신룡대에서 왜 저 아줌마를 계속 붙들어 놓고 싶어 했는지, 이쯤 되니 충분히 납득이 간다.
특수작전조 이삼사 조의 인원들은 서남부 산자락 아래와 동남부 산자락 아래를 부지런히 오가며 적진을 타격했다.
실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수작전조 세 조의 전력이다 보니 거침없이 적진을 헤집고 다녔다.
부상자들이 끼어 있기는 하나 전투가 불가능한 수준의 부상자는 한 명도 없다. 후열에서 암기 지원을 하는 데에는 거의 지장이 없는 부상자들이다.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인지, 오히려 부상자들이 더 의지를 불태우는 느낌도 강했다.
그렇다 보니 전열에 있는 인원들도 부담 없이, 더 편하게 적들을 처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쪽과 동쪽을 횡으로 오가며 갈지자[之] 형태로 점점 전진하던 우리는 이윽고 중앙의 봉우리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