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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84화 (284/416)

내 안에 마교있다 284

추락하는 동안에도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운용하며 아래쪽의 절벽 면에 안력을 최대한 집중했다.

중요한 순간이다.

낙석으로부터 무사하려면 절벽 면의 움푹 팬 부분이나 동굴 같은 지형을 찾아 그 안으로 피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동안 열심히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지형은 쉬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상당히 오랫동안 추락하는 중인데도 여전히 허공이다.

지금의 나는 안법을 최대한으로 운용하고 있기에 어둠 속에서도 상당히 멀리까지 시야가 나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래쪽에 바닥으로 추정되는 지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체 이 낭떠러지는 얼마나 깊다는 걸까.

어느 순간부턴가 어렴풋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물 흐르는 지형이 시야에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이건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잠시 후, 저 아래로 이리저리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들과 함께 그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바위들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에 한 부분에서 어둑한 틈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면 위에 형성된, 세로로 갈라진 바위틈이다.

입구가 넓지는 않으나 남궁설을 안은 채로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넓이 정도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곳으로 들어가면 매몰되어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은 방법이 없다. 이 넓은 낙석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이상, 저곳으로 들어가서라도 일단은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떨어져 내리고 있는 수직 선상의 바닥에서부터 저 틈새까지의 거리가 다소 멀다는 점이다. 이러면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최대한의 속도로 저 틈새를 향해 달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닥에 착지하기 전에 아까처럼 돌부리 같은 곳에 은룡삭을 감아서 추락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바닥 근처의 절벽 면에 딱히 그럴 만한 돌부리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돌부리를 노릴 수밖에 없다.

한데 저 돌부리의 위치는 너무 높은 편이다.

저 돌부리를 이용하여 추락 속도를 줄이고 착지한다 해도 결국은 부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남궁설의 무게까지 더해진 상태다.

낙법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애초에 낙법을 펼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다.

고민하던 찰나 목표한 돌부리에 가까워졌다.

이번에도 돌부리를 향해 은룡삭을 강하게 뿌리며 내공을 주입했다. 그 후, 은룡삭이 돌부리를 휘감자마자 그것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은룡삭이 쭉 늘어났다.

찌이이이익-

추락 속도를 충분히 줄인 직후에 은룡삭에서 공력을 거뒀다.

은룡삭이 풀리며 느린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한 가운데, 나는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낙석을 확인했다.

방금 추락 속도를 줄인 탓에 낙석들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

그 후, 바로 고개를 내려 바닥 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착지하게 될 곳은 비교적 평평한 바위의 위쪽이다.

그 바위를 주시하며 이를 악물었다.

착지 후에 움직일 일에 대비하여 천섬무는 미리 최대한으로 운용했다.

곧 발이 평평한 바위의 위에 닿았다.

터덕!

양발로 착지하는 대신 왼발이 먼저 닿게 했다.

그로 인해 왼쪽 다리와 발에 강한 충격이 전해지며 적잖은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고통이나 느끼고 있을 새가 없다. 움직이지 않으면 낙석으로 인해 깔려 죽을 것이다.

이를 더 악물며 곧장 오른발을 강하게 박찼다.

이 바위의 바로 앞에 약간 낮은 바위가 있다. 그 바위 위쪽을 향해서였다.

두 번째 바위를 디딜 때도 왼발로 먼저 디뎠다.

각오했던 대로 상당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나는 곧장 오른발을 디디며 또다시 오른발을 강하게 박찼다.

타닷!

그 후에 디딘 곳은 조금 더 낮은 바위였고, 그 후에 디딘 곳은 물줄기 위로 솟아 있는 커다란 돌이었다. 그런 식으로 수면 높이로 점점 내려갔다.

그즈음에는 내가 허공에서 봐뒀던 틈새의 입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어, 그 안쪽의 광경도 어느 정도는 보이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공간이 제법 깊다. 다행히 얕은 틈새가 아니었던 것이다.

커다란 바위들은 내 머리 바로 위의 높이에 이른 상태다.

그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디뎌야 할 지점은 물줄기 위로 징검다리처럼 살짝 튀어나온 돌이다. 저기에서부터 틈새의 입구까지는 계속 수면이기에 저게 마지막 디딤대인 것이다.

물에서 가까운 돌이라서 그런지 이끼가 보인다.

저 이끼를 밟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그 점에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곧 오른발로 그 돌의 모서리 부분을 강하게 밟았는데, 최대한 주의했는데도 마지막 순간에 발끝이 살짝 미끄러졌다.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보니 조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수면 위로 낮게 떠가며 틈새의 입구에 가까워졌다.

남궁설이 내 몸을 더 꽉 끌어안는 게 느껴진다.

내게 딱 달라붙어 있는 만큼, 남궁설도 내 중심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로 인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저러는 것이다.

웬만하면 중심을 잡아 주고 싶지만 방금 나는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펼친 상태에서 오른발을 박찼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중에, 그것도 허공에서 다시 중심을 잡기는 어렵다.

이윽고 틈새의 입구에 가까워졌을 무렵, 나는 남궁설을 안은 채로 강하게 몸을 비틀었다.

이 빠른 속도라면 틈새 안으로 진입해도 관성 때문에 제대로 정지할 수가 없다.

결국, 안쪽의 벽면 같은 부분에 부딪히게 될 텐데, 남궁설의 등이 부딪히게 둘 수는 없으니 몸을 비틀어 내 등이 안쪽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웅크려!]

내가 전음으로 외치자마자 남궁설이 서둘러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등부터 틈새 안으로 진입했다.

자세가 그렇다 보니 마지막 순간에 틈새 바깥쪽의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한 바위들이 계곡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 입구의 앞쪽에도 커다란 바위 하나가 떨어져 내리며 금세 시야를 가려버렸다.

그 직후, 나는 등을 벽면 같은 곳에 강하게 부딪혔다.

부딪히던 순간에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개를 전방으로 푹 숙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처였다.

철퍼덕!

“커헉……!”

빠른 속도로 진입했던 만큼 등 쪽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매우 컸다.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이 등 한복판 쪽의 충격은 어느 정도 막아 줬지만, 양어깨와 엉덩이 쪽에 전해진 충격은 고스란히 내 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거기에 웅크린 남궁설의 하박은 내 가슴께를 누르고 그녀의 양 무릎은 내 허벅다리를 누르다 보니, 충격도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왼쪽 어깨는 하필이면 벽면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부딪혔다. 그로 인해 왼쪽 어깨에서는 큰 고통이 느껴지고 있다.

그리고 그때쯤, 지축이 울리며 굉음이 들렸다.

쿠궁! 쿠구구구구구궁!

우르르르-

순간적으로 품 안에 있는 남궁설을 꼭 감싸 안았다.

우리가 있는 공간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 등에서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땅의 울림과 낙석 소리는 이후에도 제법 오랫동안 이어지다가 잦아들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붕괴였다.

소리와 진동을 통해 유추해 보자면, 초반에 거대한 바위들이 떨어져 내린 후에도 엄청난 양의 바위 더미들이 그 위로 계속 떨어져서 쌓였을 것이다.

낙석이 이어지는 동안에 기척과 소리에 집중했는데, 사람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고 비명이나 고함 따위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 동료들이든 적측의 인원들이든 이 근처로 추락한 인원은 없는 듯하다.

낙석이 끝난 후 천천히 상체를 펴며 고개를 들었다.

엉덩이가 차갑다.

벽면에 부딪힌 후에는 신형이 그대로 무너지며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바로 얕은 물가였던 모양이다.

사위가 고요해지자 긴장이 풀렸고, 긴장이 풀리자 왼쪽 어깻죽지에 고통이 밀려왔다.

‘끄으…….’

입 밖으로 나오려던 신음을 겨우 입안으로 삼켰을 때쯤, 남궁설이 살며시 내 품을 벗어났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송 오라버니, 괜찮아요?”

울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울 것 같지는 않다. 얘가 그렇게 쉽게 눈물 흘리고 그럴 성격은 아니다.

나는 대꾸하는 대신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남궁설의 표정에 담긴 염려의 빛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벽면에 등 쪽을 엄청나게 세게 부딪혔잖아요. 게다가 다리도 성치 않은 것 같던데…….”

하긴, 내 몸과 밀착해 있었으니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괜찮아. 참을 만은 해.”

솔직히 많이 아프다.

남궁설이 너무 걱정하는 표정이라서 안심시키려고 저렇게 대꾸했을 뿐.

그러자 남궁설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환자인 나를 계속 물속에 있게 할 수는 없으니, 물 밖에 적당한 지형이 있는지 찾으려는 것이다.

그제야 나도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공간 안을 살폈다.

밖에서 볼 때는 좁은 바위틈 같았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 제법 널찍한 공간이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뾰족해지는 형태의 공간인데, 천장의 높이는 내 키의 두 배 남짓 되는 듯하다.

바닥도 바위 지형이다. 바닥의 한쪽은 낮고 한쪽은 상대적으로 높다.

낮은 쪽에는 제법 넓은 물웅덩이가 형성되어 있다. 나와 남궁설의 현재 위치도 그 웅덩이의 물가다. 웅덩이의 중심부는 제법 깊은 듯하다.

그 웅덩이의 물이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흐르고 있다. 웅덩이의 안쪽에서 물이 솟아 나오고 있는 듯하다.

입구가 바위로 막히긴 했지만, 물이 흘러나가는 데에는 딱히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잘 흘러나가고 있다.

그리고 물 밖에는 비교적 평평한 바위 바닥이 있다.

남궁설이 그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이쪽으로 올라가서 앉아 봐요. 내가 상처 좀 봐줄게요.”

말을 마친 남궁설이 먼저 그곳으로 올라가더니 본인의 소형 가죽 행낭과 검집을 풀어 놓았다.

나는 살짝 기어서 평평한 바닥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남궁설이 눈매를 좁힌 채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리……,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이 다친 거예요?”

“아, 걸을 수는 있을 거야. 약간 절뚝거리기는 하겠지만. 하하…….”

약간이 아니라 많이 절뚝거릴 것이다.

내 말을 들은 남궁설이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아픈 마음을 속으로 삭이는 듯한 표정이다.

곧 그녀가 눈을 뜨더니 다시 물었다.

“왼쪽인 것 같던데, 맞죠?”

“어.”

“무릎이에요, 발목이에요?”

“발목.”

“알았어요. 일단은 어깨 쪽부터 봐요.”

말을 마친 남궁설이 내 등 뒤로 이동했다.

곧 그녀가 조중렴의 검집과 내 행낭을 벗기더니 그 두 가지를 내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부상 부위를 제대로 확인해야 하니까 상의는 잠시 탈의하는 게 좋겠어요.”

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허리춤에 있는 상의의 매듭을 풀자 남궁설이 조심스럽게 내 상의와 내의를 벗겼다.

남궁설이 잠시 내 어깨 뒤쪽을 살피는 듯하더니 말했다.

“넓게 멍들었어요. 멍이 짙어요.”

그럴 줄 알았다.

“나한테 타박상에 효과가 좋은 연고가 있어요. 우리 가문에서 쓰는 건데, 그거 발라줄게요.”

“고마워.”

“고맙다는 말, 하지 말아요. 지금 송 오라버니한테서 그 말 들으면 나……, 자괴감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해요.”

“그런 생각 할 필요 없는데. 뭐, 설 매가 원한다면 안 할게.”

잠시 후에 남궁설이 말했다.

“춥지 않으면 상의는 잠시만 탈의한 채로 있어요. 연고는 발목 쪽의 상태까지 확인하고 나서 발라줄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설이 내 발 쪽으로 이동했다.

“다리 뻗어 봐요.”

그러고 보니 발목에 연고를 바르려면 내 신발과 족의(足衣)를 벗겨야 할 것이다.

서둘러 남궁설에게 말했다.

“아, 지금은 발에서 냄새 많이 날 거야. 내가 알아서 신발 벗고 씻을 테니까 그 후에…….”

“오늘 우리가 그렇게 부지런히 뛰어다녔는데 발에서 냄새 안 날 사람이 어딨어요. 당장 내 발에서도 날 거예요. 다 이해하니까 그냥 내밀어요. 일단 부상 상태부터 확인해야 하니까.”

“아니, 그래도 창피하다니까…….”

“빨리, 양발 다, 이쪽으로 뻗어요.”

남궁설이 더 이상의 거부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짐짓 강압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본인의 양쪽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양발을 뻗자 남궁설이 천천히 내 신발과 족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냄새가 많이 났을 텐데도 남궁설은 전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표정을 드러내면 내가 창피해할까 봐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다.

속이 깊을 때는 참 깊다.

이어서 그녀가 내 바지를 무릎까지 말아 올리더니 내 왼쪽 발목과 오른쪽 발목을 번갈아 살폈다.

“확실히 왼쪽 발목이 많이 부어 있어요.”

내가 봐도 그렇다.

이윽고 남궁설이 조심스럽게 내 왼쪽 발목을 만지기 시작했다.

“윽……!”

조심해서 만지고 있는데도 통증이 심했다.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자 남궁설이 곧장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도 그렇게까지 통증을 느낀다면 삐어도 크게 삔 것 같아요. 어쩌면 뼈에 금이 갔을 수도…….”

표정에 염려가 가득 담겨 있다.

그녀에게 말했다.

“걱정 마. 나, 금방 낫는 거 알잖아.”

내게는 회회심공이 있다. 회회심공의 성취가 상승하여 회복력도 훨씬 좋아진 상태다. 그래서 다치는 걸 각오하고 남궁설을 최대한 보호했던 것이기도 하다.

남궁설이 손으로 내 발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아니, 설 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내가 씻을 수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좀 있어요.”

한 번만 더 사양했다가는 짜증 낼 기색이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사실, 부드러운 손이 발가락 사이까지 구석구석 씻겨 주니 그 기분만큼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 이 순간을 누리자.

천하의 그 누가 얘한테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겠어?

남궁설이 계속해서 발을 씻겨 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가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무너져 내린 모양이니, 무림맹 측에서도 우리를 구조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아무리 고수들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저 많은 거대한 바위 더미들을 걷어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

“쉽지 않지. 오래 걸릴 테고. 게다가 절벽이 크게 진동했던 터라 이차 붕괴의 위험성도 매우 커. 절벽에 대한 안전성 점검이 끝나기 전까지는 구조 인력을 투입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을 거야. 검사 결과 절벽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구조 인력 투입 시기도 더 늦춰질 거고.”

남궁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둘의 힘으로 저 바위들을 뚫고 이곳을 벗어나는 일도 매우 어렵겠죠?”

“검기를 이용해서 바위들을 깎아 가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 할 텐데, 우리가 바위를 무 자르듯 자르는 초고수는 아니잖아. 공력에도 한도가 있으니 해낸다 해도 매우 오래 걸리겠지. 게다가 위쪽으로 바위가 많이 쌓여 있다 보니 자칫하면 작업 중에 붕괴될 위험도 커. 조심해서 작업해야 하는 만큼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겠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상당히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거군요. 물론 굶어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그래서 하는 말인데 송 오라버니는 식량, 얼마나 남아있어요?”

그즈음 나는 심상찮은 광경을 발견하고는 눈매를 좁힌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웅덩이의 물이 입구 쪽으로 잘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흘러나가고 있지 않다.

내게서 대꾸가 없기 때문인지, 내 발을 씻겨 주던 남궁설이 고개를 들며 나를 불렀다.

“송 오라버니?”

“여기 수위 말인데, 아까보다 높아졌어. 지금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 같고.”

남궁설이 내 시선을 따라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그쪽을 확인하던 남궁설이 이윽고 살짝 커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말이 사실임을 알아챈 것이다.

그녀에게 말했다.

“원래 이곳이 절벽 아래의 계곡이잖아. 아마도 위에서 떨어져 내린 돌더미와 흙더미의 어느 부분이 둑이 되어 하류로 흘러가는 물길을 막아버린 모양이야.”

“그, 그러면 이 안에 계속 물이 차오를 수 있다는 얘기…….”

“둑이 물을 어느 높이까지 막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물을 낮게 가두는 둑이면 이곳에도 물이 조금만 차오를 것이고, 물을 높게 가두는 둑이면 이곳이 완전히 잠길 수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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