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98
송유하에게 줄 삼령천선초를 달일 생각을 하며 거처로 돌아왔는데, 여러 사람이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 여섯 명이었다.
모두가 작년 통합 잠룡대전 때 동행했던 이들로, 교관 세 명과 관도 세 명이었다.
장호산, 황염기, 양소열 그리고 강하령, 사옥연, 주경명이다.
“유겸아!”
가장 빠르게 다가온 이는 장호산이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며 양팔을 벌리고 있다.
포옹하려는 것이다.
그는 작년 통합 잠룡대전 당시에도 내가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나를 안아 들어 올렸던 포옹 상습범이다.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상대가 교관이다 보니 차마 피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장호산이 나를 포옹한 채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짜식……! 정말로 돌아왔구나!”
“아하하. 장 교관님, 안녕하셨습니까.”
“안녕은 무슨. 한동안 네가 죽은 줄 알고 살았는데 어떻게 안녕했겠어.”
“아하하, 걱정을 끼쳤습니다. 송구합니다.”
그러자 장호산이 포옹을 풀며 말했다.
“송구하다는 말 들으려는 게 아니고 인마……. 어쨌든 이렇게 살아 있는 걸 보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잘했다, 유겸아. 뭘 어떻게 해서 살아 돌아왔든, 정말 잘했어!”
그즈음에는 다른 교관들과 관도들도 가까이 다가온 상태였다.
“유겸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유겸이 너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다니……!”
교관 황염기와 양소열이 감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간단하게 예를 취하며 인사했다.
“황 교관님, 양 교관님. 안녕하셨습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관도들이 나를 불렀다.
“송 공자님…….”
“정말로 돌아왔구려, 송 공자.”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잘됐어요, 송 공자님.”
강하령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주경명과 사옥연은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강 소저, 주 공자, 사 소저, 모두 오랜만이오.”
인사를 나눈 후에는 모두에게 방으로 들어가자고 권했으나, 다들 저녁 식사 전에 인사하러 잠시 들른 길이라며 그대로 마당에 남거나 마루에 앉았다.
다들 내 복귀 소식을 어제저녁 늦게야 들었는데, 마땅히 인사하러 올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찾아왔다며 미안해했다.
사실 어젯밤에는 내가 접객당에 있었으니 내 거처로 찾아왔어도 나를 못 봤을 것이다. 오늘은 다들 일과가 있었으니 지금에야 찾아온 것이고.
다들 내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궁금해하기에 어제 다른 이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줬다.
이야기를 들은 반응들은 내가 어제 많이 봤던 반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섯 명의 손님은 이후에도 한식경쯤 더 머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갔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탕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저녁은 벽곡단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송유하가 왔었기에, 혼자 구보하고 나중에 다시 들르라고 말해뒀었다.
한참 동안 삼령천선초를 달이고 있는데 송유하가 알아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이미 어두워진 시각이라 부엌의 유등 빛이 새어나가고 있었던 탓이다.
송유하는 구보 후에 말끔하게 씻고 온 모습이었다.
“어……? 또 뭔가를 달이고 계신 거예요?”
“응. 누이 먹일 보약.”
내가 대꾸하자 송유하가 난감해하며 말했다.
“저, 저는 아침에 해 주신 것만으로도 족해요. 정말로 괜찮으니까 그건 오라버니 드세요.”
“아침에도 말했듯 나는 그전에 많이 먹었어. 그리고 보약은 이걸로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다른 말 말고 그냥 먹어.”
내가 짐짓 강압적인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송유하는 더 이상 사양하지 못했다.
체념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쉰 송유하가 내게 물었다.
“이것도 아까의 그 은설영지라는 버섯이에요?”
“아니. 이건 삼령천선초라는 영초야.”
처음 들어봤다는 표정이다.
어차피 다 달이고 나면 항아리 안에 들어 있는 삼령천선초도 꺼내서 먹게 될 것이다.
그때 모양새를 보게 될 테니 나는 굳이 삼령천선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삼령천선초가 제대로 달여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우리는 아궁이 앞에 앉아서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었다.
송유하는 내가 없을 때 잠룡관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얘기해 줬고, 나는 특수사조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일들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 줬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남궁설에게 은잠술을 가르친 이야기도 하게 됐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송유하가 말했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은잠술을 배우면 당연히 좋다. 은잠술은 여러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며, 유사시에는 생존력도 높일 수 있다.
나도 진작에 송유하에게 은잠술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도 참았던 이유는, 그간은 송유하에게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가 더 우선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주 무공들의 성취를 끌어 올리고 체계를 정립하는 데 집중할 시기에 보조 무공을 늘려가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송유하는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의 성취가 모두 무난하게 중반부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 정도면 두 무공 모두 체계가 정립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알았어. 가르쳐줄게.”
내 대꾸에 송유하의 표정이 환해졌다.
평소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아이인 만큼, 저건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곧 사 주간의 자율 수련 기간이 시작되니까, 그 기간을 이용해서 더 집중적으로 배우면 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승반 심사를 안 칠 계획이거든요. 제가 아직 갑반에 갈 실력은 아니니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기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삼령천선초가 다 달여져, 송유하에게 먹인 후 방으로 이끌었다.
정좌한 송유하가 운기조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나는 집중한 채로 송유하의 운기조식을 지켜보았다.
새벽에 송유하가 은설영지를 먹고 운기조식을 할 때 그녀의 공력이 거의 일류 수준에 근접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삼령천선초를 복용한 상황이니, 이번에 그 기운을 모두 흡수하면 일류에 오를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송유하의 운기조식이 사 회차로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송유하의 근처에서 미약한 바람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그녀가 발하고 있는 기운이 매우 활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운기조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미세하게 진기를 흘려 송유하의 기운을 탐지했다.
기운의 농도가 급속도로 진해지고 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공이 일류에 오른 것이다.
누군가의 내공이 절정에 오르는 순간에는 근처에서도 그 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길초량이 여름에 선실 안에서 절정에 오를 때, 그걸 단목강과 남궁설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일류에 오르는 순간의 변화는 주변에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그 순간의 변화가 겉으로는 그리 크게 발산되지 않는 탓이다.
내 경우에는 송유하의 기운에 매우 친숙한 데다가 이렇듯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운기조식을 마친 송유하가 눈을 떴다.
눈이 살짝 커진 상태다.
그녀도 운기를 취하는 동안 자신의 내면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기에 저러는 것이다.
“오, 오라버니, 저 방금 운기조식할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뭔가 느낌이…….”
말을 줄인 송유하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단전 쪽을 바라보았다.
단전이 충만한 느낌이 드니 저러는 것이다.
온몸에 활력도 가득할 것이다.
그녀에게 말했다.
“축하해.”
내 말에 송유하가 다시 나를 바라보더니 대꾸했다.
“축하한다는 말씀은 설마…….”
이쯤 되니 그녀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맞아. 일류고수가 된 걸 축하한다는 뜻이야.”
송유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그 상태로 멍하니 있던 송유하의 얼굴이 곧 환희로 물들기 시작했다.
“제, 제가 일류라니……! 와아……! 와아아……!”
온몸이 희열로 떨리고 있는 게 보인다.
곧 송유하가 무릎걸음으로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본인의 두 손으로 내 한 손을 꼭 감싸 쥐었다.
“감사해요, 오라버니! 정말 감사해요! 이 모든 게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내가 본 것 중 가장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 모습을 보니 남궁설의 말대로 은설영지와 삼령천선초를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야.”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일류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오라버니가 아니었으면 제가 무슨 수로 일류에 올랐겠어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목소리가 거의 울먹이는 수준이다.
다행스럽게도 울 것 같지는 않다.
송유하가 내 손을 놓더니 감정을 다스리듯 서너 차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러더니 혼잣말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송가장에서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무공을 배울 때부터, 저는 무공에 소질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잠룡관에 입관하여 열심히 수련하는 중에도 저는 현실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잠룡관에서 육 년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갑을병정 안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걸. 큰 오라버니라면 겨우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오라버니들과 제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송유하가 말을 이었다.
“정반 안에 들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일류고수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꿔 볼 경지였어요. 평생을 수련해도 일류고수에 못 이르는 무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구요. 그랬던 제가, 방금 일류고수가 된 거예요. 심지어 저는 아직 열여덟 살에 불과하구요. 오라버니가 아니었다면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겠어요.”
송유하가 일류에 오르기까지는 백년음양선과의 줄기와 잎, 은설영지, 삼령천선초가 큰 역할을 했다. 그것들이 아니었다면 이 시점에 일류고수에 오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천비룡결도 많은 역할을 했다. 내가 일부 수정하기는 했지만, 고천비룡결은 수정하기 전에도 이미 훌륭한 심법이었다.
무엇보다도 송유하 본인의 노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고 하겠다. 송유하 스스로는 그게 별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녀만큼 노력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후, 송유하가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뭔데?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편히 말해.”
“그게……, 오늘이 저한테는 더없이 의미 깊은 날이잖아요.”
“그렇지.”
“그러니 오라버니와 함께 좋은 술을 마시면서 간단하게나마 기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울?”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되묻자 송유하가 황급히 대꾸했다.
“오, 오라버니에게 감사하는 뜻도 겸해서…….”
“어제도 그렇게 마셔 놓고 또 술이라니. 우리 누이 완전 술꾼이네?”
“그, 그렇지 않아요. 저는 간혹 한 번씩 마실 뿐인데 술꾼이라고까지는…….”
억울해하는 표정인데, 귀엽다.
“이 시간에 술하고 안주는 어떻게 구하려고?”
“여홍이한테서 싸게 사 놨던 좋은 술이 거처에 몇 병 있어요. 과일도 있으니 안주는 그걸로 하면 될 거구요.”
역시나 주류 공급책은 청여홍이었던 건가.
“틈틈이 홀짝홀짝 마시려고 사 놨지? 이 술꾼.”
“수, 술꾼 아니라니까요. 일전에 단목 언니랑 린이가 여홍이한테서 선물용으로 몇 병씩 산다고 하길래 저도 같이 산 거예요. 아버지랑 이 숙부님, 제갈 교관님 드리려고…….”
“제갈 교관님?”
“네. 제 반의 담당 교관도 아니신데 제게 궁술을 가르쳐 주셨잖아요. 마침 제갈 교관님은 애주가시니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물론 제갈수광은 매우 좋아할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애가 속이 깊다니까.
나도 포양호의 집에서 살게 되면 청여홍에게 부탁해서 좋은 술을 많이 쟁여 놔야겠다. 술 좋아하는 제갈수광에게도 선물로 많이 주고, 손님들이 왔을 때도 대접하면 좋겠지.
“일단 그 술들을 마시고, 선물용은 나중에 여홍이한테서 다시 사면 되니까요.”
하긴, 송유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오늘을 기념하고 싶을 것이다.
저렇게 마시고 싶어 하는데, 나도 축하해 주는 의미로 같이 마셔 주지, 뭐.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송유하의 얼굴이 환해졌다.
“거처에 얼른 다녀올게요.”
“그동안 나도 아까 썼던 항아리 좀 씻어 놔야겠네.”
송유하와 함께 마루로 나온 후에 말했다.
“거처에 갔다 오면서 제대로 느껴 봐. 움직이는 느낌, 시력, 청력 등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을 거야.”
내 말을 들은 송유하가 금세 거처를 벗어났다.
일각쯤 지났을 무렵에 송유하가 다시 돌아왔다.
보따리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오라버니……! 정말로 엄청 달랐어요……! 어두운데도 멀리까지 보이고, 더 많은 것들이 또렷하게 들리고……!”
신기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뀐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듯 들뜰 수밖에.
서탁을 마주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내내 송유하는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았고, 그래서인지 술맛도 좋았다.
송유하는 부지런히 내 잔을 채워 주며 안주를 챙겨 줬다.
“오늘이 십일월 보름날이니 오라버니의 잠룡관 생활도 한 달하고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
“그러네.”
“이번 방학 때는 오라버니의 거처에서 지낼 거예요.”
“누이의 거처이기도 해. 실제로 누이의 방도 만들라고 했어.”
“저, 정말요?”
“뭘 그렇게 놀라? 당연한 걸 가지고. 누이는 그냥 ‘내 집이다.’ 생각하고 언제든 와서 편하게 있으면 돼.”
“와아……! 너무 좋아요!”
우리가 그런 얘기들을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두 병째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겸이니? 안에 있는 사람, 유겸이 맞니?”
윤단영의 목소리다.
이에 내가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서자 윤단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겸아……!”
윤단영이 그렇게 외치며 빠르게 다가왔다.
서둘러 신발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선 그녀가 순식간에 나를 포옹했다.
참으로 그녀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윤단영이 포옹한 채로 말했다.
“유겸아……! 정말로 살아 돌아왔구나! 정말로……!”
“아하하, 윤 교관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내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 말을 하자 윤단영이 대꾸했다.
“네가 그렇게 됐었는데 어떻게 안녕할 수가 있었겠어…….”
윤단영은 남궁설과 내가 추락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다. 그 순간의 광경이 뇌리에 각인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어 줬다.
곧 윤단영이 포옹을 풀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어디 크게 다친 데나 아픈 데는 없는 거지?”
“예. 멀쩡합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때쯤 방 안에서 송유하가 나오며 윤단영에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윤 교관님.”
“응. 유하도 있었구나.”
이에 나는 송유하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윤 교관님을 뵌 적이 있었어?”
그러자 대답은 송유하가 아닌 윤단영에게서 나왔다.
“제갈 선배가 나한테 유하를 잘 달래 주라고 부탁했었거든. 유겸이 네 일로 유하가 상심이 매우 클 거라면서.”
“아…….”
이 말을 들으니 제갈수광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든다.
송유하가 윤단영에게 말했다.
“동부지맹에 용무가 있어서 그쪽에 이삼일 머무신다더니, 오늘 돌아오신 거예요?”
“응. 지금 오는 길이야.”
대꾸한 윤단영이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한테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은 아니지?”
“아, 누이랑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교관님도 들어오시죠.”
“그래도 될까? 마침 나도 술이 땡기던 참이었거든.”
“물론입니다. 들어가시죠.”
윤단영이 방 안으로 들어섰고, 송유하는 잔 하나를 더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윤단영이 말했다.
“너랑 유하가 우애가 좋다고 하더니 오누이 간에 종종 술도 한잔씩 하고 그러나 봐?”
“아닙니다. 둘이서만 한잔하는 건 처음입니다. 기념할 일이 있어서요.”
“기념?”
“예. 누이가 오늘 일류에 올랐거든요.”
윤단영이 놀라며 되물었다.
“유하가?”
“예.”
“우와! 잘됐다! 너무 잘됐다!”
그러는 사이에 송유하가 들어오자 윤단영이 송유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유하 너, 일류에 올랐다며? 축하해!”
“감사해요, 교관님. 다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그래서 오라버니와 한잔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후에 우리는 송유하가 일류고수가 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다.
어느 정도 화제가 정리된 후에 윤단영에게 물었다.
“혹여 제갈 교관님 쪽의 최근 소식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으십니까?”
동부지맹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니 제갈수광의 최근 소식을 알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 오후 늦게 남궁 부당주님의 전서가 도착했대. 그래서 기밀 사항 외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어. 고난도 작전을 마쳤는데, 세 명 모두 무사하다고 해.”
세 명이란 남궁찬, 제갈수광, 백송학이다.
다들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아까 포연월도 자신의 대사형인 백송학의 안위를 걱정하던데, 내일 이 소식을 전해 주면 안심할 것 같다.
잠깐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윤단영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작전을 이어 간다고 해.”
“……예?”
“말한 대로야.”
윤단영이 그렇게 말하며 낮게 한숨을 내쉬더니 술을 들이켰다.
그녀에게 말했다.
“찬 형님이 그 전서를 보낼 때쯤에는 그쪽에서도 저와 설 매가 무사히 복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맞아. 그쪽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 그런데도 굳이 그 결정을 내린 거야.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그 작전을 수행할 건가 봐.”
윤단영은 염려하는 표정이었다.
혈교의 거점이 중규모든 소규모든, 그 거점을 타격하는 작전은 위험도가 높다. 그러니 저렇듯 염려하는 것이다.
잠시 윤단영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전까지는 제갈 교관님과 찬 형님이 분노를 발산하며 전투를 수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와 설 매의 생존 사실을 알았으니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았을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결코 무리하거나 실수할 분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유겸이 네 말을 들으니 조금은 위안이 되네.”
웃어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염려하는 얼굴이었다.
윤단영의 얘기를 듣고 나니 제갈수광과 남궁찬과 백송학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잠룡관이나 무림맹에서 그걸 허락할 리 만무하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내 역할에 충실하며 세 사람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겠지.
* * *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십일월이 지나갔다.
그렇게 섣달이 시작되었는데도 제갈수광은 잠룡관으로 복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