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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05화 (305/416)

내 안에 마교있다 305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침실에서 운기조식을 취하는데, 사 회 차를 마쳤을 때쯤 안마당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안마당을 확인한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채 앞에 제갈수광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죽립을 쓰고 있어서 얼굴의 아랫부분밖에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제갈수광임을 확신할 수 있다.

놀라서 멍하니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그가 죽립을 벗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특유의 무심한 표정이다.

참으로 그다운 모습이라 더 반가웠다.

사람들이 제갈수광 곁으로 모여드는 동안 우리는 늘 그렇듯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후에 나는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한 후 얼른 일 층으로 내려갔다.

제갈수광에게 빠르게 다가가면서 보니 일단은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교관님……!”

“오랜만이군, 송유겸.”

저 무심한 표정과 사무적인 어조가 그토록 그리웠었다.

“세상에……! 다시 뵙게 되기까지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오래 걸려도 이렇듯 다시 볼 수만 있으면 괜찮지. 한때 나는 너와 남궁설을 다시는 못 보게 될 줄 알았으니.”

제갈수광이 말을 마치며 남궁설을 일별했다.

한때 그는 우리가 절벽에 떨어져서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을 것이다. 그 얘기다.

이에 엷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에 물었다.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나았지.”

다행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쯤 남궁설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저희 큰 오라버니랑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그러자 포연월도 바로 끼어들어서 한마디를 보탰다.

“저희 대사형도…….”

비룡장 사람들은 포연월이 소요곡주의 제자라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아는 사람은 일전에 특수사조에서 백송학과 함께했던 윤단영, 단목강, 길초량, 남궁설 정도다. 다른 이들은 포연월의 사문을 장춘곡이라고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맹주님의 호출로 본맹에 갔다. 나중에 이곳에 들른다고 하더군.”

그러자 윤단영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같이 작전을 수행했는데 선배는 빼고 그 두 분만 호출받은 거예요?”

“아니. 호출은 같이 받았어. 그런데 나는 신혼집 문제로 얼른 가 봐야 한다고 정중히 사양한 거지. 내 경우에는 교관 일을 그만뒀으니 이제 무림맹 조직의 일원이 아니잖아. 그러니 적당히 사양해도 되지.”

맹주의 호출이니 웬만해서는 응할 법도 한데 그걸 또 거절했다니. 하여튼 못 말린다.

자연인 신분의 제갈수광과 달리 남궁찬은 동협당의 부당주이며 백송학은 동협당의 특임 호법이다. 두 사람은 당연히 맹주의 호출에 응할 수밖에 없다.

제갈수광이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사적으로는 내가 사질의 남편인데, 맹주님께서도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시지 않겠어? 늦은 나이에 가정을 꾸리려는 당신의 사질을 위해서 그런 건데.”

사질이란 사문의 조카를 일컫는 말이다.

맹주 운천흠은 현 화산파 장문인의 사제이며, 윤단영은 화산파 장문인의 제자다. 즉 운천흠과 윤단영은 사숙과 사질 관계다. 그 얘기를 한 것이다.

“그래도 맹주님 호출이니 같이 다녀오시지…….”

“혹여 중요한 전달 사항 같은 게 있으면 찬 아우를 통해 전달해 주시겠지, 뭐.”

윤단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에게 물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저녁 시간이 약간 지난 시점이라 물은 것이다.

“아니.”

“그러면 식사부터 준비시키겠습니다.”

“고맙군.”

제갈수광이 그렇게 대꾸하자 윤단영이 말했다.

“그전에 선배, 송 장주님께 인사부터 드리러 가요.”

제갈수광이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응? 송 장주님이 계셔?”

“네. 오늘 이곳으로 오셨어요. 지금 외원의 별채에 계세요.”

“그러면 당연히 인사부터 드리러 가야지.”

제갈수광이 왔는데도 송천광이 ‘아이고’ 소리를 내며 즉각 튀어나오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송천광과 이청오, 진양옥은 본채의 이 층에 머물라는 내 권유를 듣지 않고 외원에 있는 소형 별채를 숙소로 잡았다.

진양옥은 송유림이 아직 아기라 한밤중에도 깨서 운다며 우리를 방해하기 싫다는 이유로 그 별채를 쓰겠다고 했고, 송천광과 이청오도 내 친우들이 본인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지내기를 원한다며 진양옥을 따라간 것이다.

길초량이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교관님, 오랜만에 뵀는데 이따 한잔하시는 거죠?”

놈이 술타령을 하니 황보충 놈이 곧바로 호응했다.

“당연히 하셔야죠, 교관님!”

하여간 똑같은 놈들이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설과 선우린의 눈동자도 반짝이고 있다. 뭐, 예상은 했다. 쟤들은 예전에는 그래도 술을 은근히 밝히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대놓고 밝히는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단목강과 강하령이 비룡장에 도착한 날 마신 후로, 근래 두 달 남짓 술을 마신 일이 없기는 하다. 그동안에는 모두가 열심히 수련만 했다. 그러니 오늘은 제갈수광의 무사 복귀를 축하할 겸, 다 같이 한잔해도 좋을 것이다.

제갈수광이 내게 물었다.

“술은 있나?”

“예.”

나도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겨울 방학 때 청여홍이 동쪽 별채의 창고에 술을 엄청나게 쟁여놓고 갔다. 청여홍이 떠난 후에 남궁설과 선우린이 알려준 사실이다.

제갈수광이 길초량 등에게 말했다.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반 시진 후에 보지.”

주신(酒神)과 주당(酒黨)들이 만났으니 오늘 밤은 온 장원에 주향이 진동하겠구나.

식사를 준비시키기 위해 동쪽 별채로 갔더니 오늘 낮에 일꾼들과 같이 온 십 대 소녀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계서댁의 딸로, 이름은 이화미다.

“어머니는 손님이 오신 것을 알고 이미 조리실로 가셨어요. 혹여 식사는 하시는지, 드시면 몇 분이 드시는지, 그리고 술과 안주는 필요한지 여쭤보라고 하셨어요.”

눈치껏 알아서 움직여 주니 참으로 믿음직하다.

저녁때 들어 보니 계서댁과 이화미는 그냥 동쪽 별채의 방에서 생활하겠다고 하던데, 이런 상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함이었던 모양이다.

“식사는 일 인분만 준비하면 되는데, 잠시 아버지한테 가서 인사한 후에 식당으로 올 거야. 그리고 반 시진쯤 후부터는 모두 모여 연회장에서 술을 마실 거야. 아마 오래 마실 듯해.”

잠룡관에 입관하기 전까지 송유겸은 송가장에서 이화미를 편하게 대했었다고 한다. 그때처럼 편하게 대해 달라고 하기에 그러고 있는 것이다.

“알겠어요, 도련님.”

제갈수광, 윤단영과 함께 송천광이 머무는 외원의 별채를 향해 산책하듯 걸었다.

안마당에서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제갈수광은 기도가 매우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라졌다.

기도가 저 정도로 달라졌다는 건 성취 상승 폭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장기간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며 수많은 실전을 치러온 결과일 것이다.

가뜩이나 신룡대라는 최정예 무력 조직과 계속해서 함께 작전을 수행했으니 실력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됐을 테지.

안 그래도 든든했던 사람인데 더 든든해졌다.

걸음을 옮기며 제갈수광이 말했다.

“오는 길에 보니 너와 내가 이웃이 됐더군.”

송풍장의 넓어진 부지 얘기다.

“아하하, 저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부지를 넓혀 두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갈수광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송천광을 여러 번 봤으니 성향을 모를 리 없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혹시나 해서 인접한 동네들을 조용히 한 바퀴 돌아봤다. 한데 일반인인 척 돌아다니는 무인들이 제법 많더군. 정예 고수들로 보이던데, 혹시 알고 있었나?”

“예.”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윤단영은 놀라며 내게 물었다.

“어어? 그랬어? 전혀 모르고 있었네?”

나는 빙그레 웃어 보이기만 했다.

비룡장에 온 후부터 나는 어두운 시각에 틈틈이 나가서 인근을 정찰해 왔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이곳 삼문촌 인근에 일반인인 척 돌아다니는 백도의 무인들이 서너 명 보이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그런 무인들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아무리 백도인들이라도 안 보이던 무인들이 새로 보이기 시작한 만큼, 내 입장에서는 그들의 정체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은밀히 뒤따라가 염탐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 무인들이 남궁세가, 황보세가, 선우세가, 단목세가, 검각 등에서 은밀히 파견된 소수의 정예 무인들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직접 확인한 바는 그 정도다.

그들이 파견된 이유는 빤하다. 이곳에 머무는 각자의 자식이나 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파견된 무인들은 이 인근의 마을과 읍내에 머물며 이 일대의 동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정예들인 만큼, 상황이 발생하면 경공으로 이곳으로 금방 달려올 수 있는 거리다.

그리고 친우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눈치다.

“아까는 그런 무인들이 왜 이 인근을 어슬렁거리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곳에 와 보니 대강 알겠더군.”

제갈수광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자 윤단영이 물었다.

“뭐 하는 사람들인데요?”

“여기에 귀한 자식들과 제자들이 많잖아. 그러니 녀석들이 속한 세가나 문파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목적으로 보낸 정예들인 거지.”

“아하…….”

윤단영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더 걷다가 제갈수광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나저나 전장을 누비던 세 분이 이렇듯 복귀하셨다는 건, 혈교의 거점 타격 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뜻입니까?”

“아니.”

저렇듯 단호한 부정이 나올 줄은 몰랐기에 살짝 놀랐다.

제갈수광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단서를 찾아가며 혈교의 거점들을 끈질기게 추적하여 타격했다. 그렇게 하남을 통해 산서까지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부터는 단서가 서쪽의 섬서와 북쪽의 장성(長城) 너머로 나뉘더군. 한데 두 곳 모두 우리 동부지맹의 권역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지역이잖나. 그래서 섬서로 이어진 단서를 찾는 일은 우리 대신 서부지맹에서 지원하고, 장성 너머로 이어진 단서를 찾는 일은 북부지맹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아.”

“우리 세 명 모두 너무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한 시점이기도 했지. 찬 아우의 경우에는 너무 장기간 동협당을 비운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고. 그래서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그 후에 맹주님의 호출이 있었던 거고.”

참고로 기동타격조의 활동 기간은 출발한 시점부터 임무를 마치고 단목세가에 도착한 시점까지 따지면 총 석 달 남짓이었다.

특수사조는 작년 구월 중순에 잠룡관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제갈수광이 복귀한 오늘은 삼월 하순이다. 그 기간을 계산하면 무려 반년 남짓이다. 세 사람 모두 그 작전에 오래 투입되어 있기는 했다.

“하면 신룡대는 여전히 그 작전을 수행하고 있겠군요? 도 조장님도.”

“어.”

길초량이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뜻이다.

뭐, 필요에 따라 도예주가 갑자기 호출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리고 이 모든 건 아직 대외비야.”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섬서와 장성 이북은 중원의 서쪽과 북쪽이며, 두 곳 모두 신강 땅으로 통할 수 있는 방향이다.

그리고 신강에는 천마신교가 있다.

이 순간 내가 천마신교를 떠올리고 있는 이유는, 동고현 북동부 산지에 있는 혈교의 대규모 거점을 타격할 당시 조중렴 놈과 조우했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나는 천마신교와 혈교가 연결되었다고 일찍부터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는 혈교의 종적이 섬서와 장성 이북으로 이어졌음을 알게 된 만큼, 무림맹에서도 혈교와 천마신교의 연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을 것이다.

천마신교와의 연결 가능성이 생긴 것 자체만으로도 무림맹으로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며 관련 정보를 단속할 수밖에 없다.

천마신교에 관련된 정보는 어설프게 새어 나가면 확대 재생산되거나 왜곡되어, 적잖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 걸음을 옮기는 중에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궁설의 경지 말인데, 혹시…….”

제갈수광 정도 되는 고수에게는 남궁설의 변화가 금방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는 남궁설과 친하니 더욱 그렇다.

“추측하고 계신 대롭니다.”

“허……!”

놀람과 황당함이 가득 담긴 표정이다.

누구라도 놀랄 일이긴 하다.

“찬 아우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놀라 자빠지겠군.”

내가 미소만 지어 보이는 사이,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송유겸 너도 분위기가 상당히 변한 것 같은데.”

회회심공의 성취가 상승하면서 내 무공 경지는 더욱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한데 제갈수광은 나와 워낙 친하다 보니 저렇듯 변화를 눈치챈 것이다.

“절벽 아래에서 저와 설 매에게 기연이 좀 있었습니다.”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가뜩이나 그 직후에 우르르 낙석마저 쏟아졌는데,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고 기연까지 얻었다니…….”

경이롭다는 표정이다.

그때쯤 송천광이 머무는 별채에 도착했기에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그 얘기는 이따가 식사하실 때 해 드리겠습니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별채 안으로 들어서니 마침 세 사람이 거실에서 아기를 보고 있었다.

제갈수광을 발견한 송천광이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제……! 제갈 교관님……!”

“송 장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이고오! 세상에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장주님.”

“저야 잘 지냈습지요. 듣기로 제갈 교관님께서는 혈교 관련 사안으로 파견 근무를 하러 가셨다고 하던데, 이제야 돌아오신 겁니까?”

“예. 방금 돌아왔습니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송 장주님이 이곳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드리러 온 길입니다.”

“아이고, 뭘 굳이 인사씩이나. 허허헛.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이후에는 이청오와 진양옥도 다가와서 제갈수광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제갈수광이 물었다.

“한데 그 아이는…….”

그러자 옆에서 윤단영이 대꾸했다.

“유림이에요. 유겸이랑 유하의 여동생.”

“아아……!”

평소답지 않게 크게 탄성을 내뱉은 제갈수광이 곧바로 송천광과 진양옥에게 말했다.

“득녀, 감축드립니다.”

“허헛, 감사합니다, 교관님.”

송천광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하자 진양옥이 제갈수광에게도 송유림을 내밀었다.

“안아 보세요.”

그러자 제갈수광이 아기를 받기 위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헛! 혹여 울까 염려스럽습니다.”

“아직 갓난아기라서 자주 울기는 하는데, 애가 또 금방 그쳐요. 그러니 울어도 부담 갖지 마세요.”

이윽고 제갈수광이 아기를 받아들자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응애애……! 응애애애애……!”

“우쭈쭈쭈쭈쭈, 네가 유림이구나? 아이구, 예쁘다. 아이구, 예뻐. 까꾸웅!”

제갈수광은 온갖 소리를 내고 온갖 표정을 지어 가며 아기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중에 아기를 감싸 안고 있는 자신의 양팔을 살살 흔들어 주기까지 하고 있다.

헐. 세상에.

이 사람이 정녕 내가 아는 그 제갈수광이란 말인가?

아무리 아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느낌의 제갈수광이 저렇게까지 할 줄이야.

의외의 모습이기는 해도 보기 좋다.

아기도 마침 울음을 금방 그치니, 제갈수광은 더 좋아하며 아기를 안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진양옥에게 다시 넘겼다.

송천광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가정을 꾸리게 되셔서 휴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까 윤단영한테서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요 옆에 있는 댁에서 지내시겠지요?”

“예.”

“아이고, 그렇군요. 교관님들께서 옆에 계시니 더욱 든든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테니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장주님.”

대강의 인사가 끝난 듯하여 송천광에게 말했다.

“교관님께서 아직 식전입니다. 지금 계서댁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가서 식사하시게 하겠습니다.”

“아이고, 그래, 그래. 그래라.”

송천광이 내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여러 제자들과 오랜만에 만난 날이라 식사 후에는 술도 한잔할까 합니다. 오셔서 함께하시죠.”

“허헛! 마침 저희도 이곳에 오늘 왔습니다. 그럼 이따가 이 총관과 함께 잠시 들르겠습니다.”

“예. 그때 뵙지요.”

식사가 거의 준비되었을 시점이었기에 식당으로 돌아오는 길은 경공으로 이동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식사 준비가 거의 끝난 상태여서, 제갈수광은 바로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제갈수광이 밥을 먹는 동안 그에게 절벽에서 떨어지던 순간의 이야기부터 해 줬다.

그 얘기를 듣는 제갈수광은 식사 중에도 여러 차례 놀라고 감탄하며 나를 칭찬했다.

“잘했다, 송유겸. 정말 잘했다.”

이후에는 지하에서 생존한 얘기와 기연을 얻은 얘기, 그리고 출구를 찾아 지하에서 탈출하여 남창지부로 복귀하기까지의 얘기를 들려줬다.

제갈수광에게는 남들에게 얘기해 줬던 내용보다 더 자세히 얘기해 줬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그의 이런저런 질문들에 대꾸해 줬고, 그러다 보니 식사도 끝났다.

이후에는 연회장에서 모두 함께 즐겁게 먹고 마셨다.

송천광과 이청오도 왔는데, 두 사람은 적당히 마시다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줬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 제갈수광은 교관 이상의 존재라, 그날의 술자리는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술자리가 끝날 때쯤 제갈수광이 말했다.

“임무를 장기간 수행하다 보니 실전에 대해 깨달은 바가 많다. 여러 방식의 훈련을 통해 그 깨달음을 너희에게 가르쳐 줄 수는 있는데, 고된 훈련이 될 것이다. 그런 종류의 훈련을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킬 수는 없다. 그러니 돌아가서 잘들 생각해 보고, 참가 여부를 결정해서 근일 내에 내게 알려주도록.”

그 말에 친우들의 눈동자가 각오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실전의 무서움을 모르는 이가 없다.

실전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아무리 고된 훈련이라도 마다할 친우들이 아니다.

“당연히 참여할 겁니다.”

당장 단목강부터 그렇게 말하며 나서니, 다른 친우들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물론 내 경우에는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는 훈련이다.

게다가 명호운 등은 아직 무공 자체를 갈고 닦아야 하는 과정이라서 저 훈련이 의미가 없으니, 나는 계속 그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어쨌거나 제갈수광의 훈련 덕분에 내 개인 시간은 더 늘어날 테니 잘된 일이다.

그렇게, 제갈수광과 함께하는 일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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