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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06화 (306/416)

내 안에 마교있다 306

사월로 접어들어 봄기운이 점점 짙어져 가는 가운데, 송풍장의 여러 건물과 시설도 하나둘씩 완공되어 갔다.

가장 먼저 완공된 시설은 대장간이었다.

대장간을 둘러본 왕철양이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규모는 아담해도 있을 건 다 있고 시설도 신식이라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최고급 시설들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좀 했다.

덕분에 방음 시설과 환기 시설까지 제대로 갖춰졌다.

“이 대장간의 열쇠는 우리 둘만 갖는 거야.”

“알겠습니다.”

대장간이 완공되기 전부터 나는 왕철양과 상의하여 각종 도구와 재료들을 미리 갖춰 뒀었다. 그러고는 완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우리는 곧바로 그 도구들과 재료들을 옮겼다.

이후에 왕철양은 대장간을 정리했고, 나는 비룡장의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간 나는 연승휴의 동굴에서 가져온 병장기들에서 쇠붙이 부분만 따로 분리하여 보따리 세 개에 나눠 담아뒀었다.

각각 상품(上品), 중품(中品), 하품(下品)으로 나눈 보따리들이다.

그중에서 하품을 담아 놓은 보따리를 챙겨서 그 안에 조중렴의 검도 집어넣었다. 물론 조중렴의 검도 쇠붙이인 검신 부분만 넣었다.

대장간으로 돌아와서 왕철양 앞에 보따리를 풀었다.

적잖은 양에 살짝 놀란 왕철양이 곧 쇠붙이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후, 제법 오랫동안 모든 병장기를 살펴본 왕철양이 말했다.

“하나같이 질 좋은 무기들입니다. 이 정도면 당장 내다 팔아도 거금을 벌 겁니다. 매우 빼어난 이 검을 제외하더라도 그럴 겁니다.”

녀석이 말한 빼어난 검이란 조중렴의 검이다.

간단히 시험할 목적으로 그 검을 섞어 놨던 건데, 이쯤 되면 왕철양의 안목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는 검집에서 비룡검도 빼서 보여줬다.

“이 검도 상태가 어떤지 한번 봐 줄래?”

“아! 그렇지 않아도 조교님의 검을 한번 자세히 보고 싶었습니다.”

왕철양은 큰 흥미를 보이며 비룡검을 유심히 살폈다.

제법 오랫동안 비룡검을 살펴본 그가 말했다.

“방금 말씀드렸던 빼어난 검도 명검이라 할 만한데, 이 검이 더 빼어납니다.”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철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조교님의 검을 손질해 드리겠습니다. 지금보다 상태가 나아질 겁니다.”

애초에 왕철양의 이러한 능력을 높이 샀기에 그를 곁에 두려 했었다.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철양이 너, 양질의 쇠붙이들을 이용해서 무기를 만들어 본 적, 거의 없지?”

왕철양의 집은 영세 대장간이었으며 주로 농기구를 만들어서 팔았다고 했다. 게다가 왕철양은 나이가 어렸기에 대장장이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러니 좋은 재료를 이용해서 무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시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하면 이 쇠붙이들을 재료로 삼아서 연습해 봐. 뭘 해도 상관없어. 물론 내 검하고 이 검은 제외하고.”

“예……?”

왕철양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녀석도 말했지만 이 쇠붙이들은 거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상당한 물건들이다. 한데 그걸 연습용 재료로 쓰라고 하니 놀란 것이다.

왕철양에게 말했다.

“평범한 재료들만 다룰 줄 아는 평범한 대장장이로 남을 셈이야? 고급 재료들도 능숙히 다룰 줄 알고, 그런 재료들을 이용해서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인이 돼야지.”

녀석을 향해 말을 이었다.

“너는 힘을 타고난 데다가 대장 기술에 소질도 있잖아. 거기에 내공과 무공이 계속 상승할 테니 결국 대장장이로서 더없이 좋은 역량을 갖추게 되겠지. 그런 역량을 갖추고도 평범한 재료나 다루면서 평범한 무기나 만들고 있을 수는 없잖아?”

녀석에게서는 대꾸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던 왕철양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조교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 쇠붙이들로 좋은 물건을 못 만들어 내도 상관없고, 그 쇠붙이들을 아예 못 쓰게 돼도 상관없어. 그러니 네가 해 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연습해 봐.”

저 쇠붙이들은 하품들이다.

아직도 중품과 상품이 남아 있으니 하품을 굳이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안 쓰고 계속 처박아 두느니, 설령 못 쓰게 된다 해도 왕철양의 실력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편이 훨씬 낫다.

사실, 왕철양이 저것들을 못 쓰게 만들 정도로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저 어마어마한 힘과 체력으로 단조할 텐데, 실패를 해 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말이다.

이후에는 조중렴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 검은 형태를 좀 바꿔줬으면 하는데.”

“어떤 식으로 바꾸길 원하십니까?”

이에 나는 미리 종이에 그려온 그림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검들은 쇠붙이로 이뤄진 검신을 만들고 그 아래에 검병(검의 손잡이)과 호수(검을 쥔 손을 보호해 주는 부위)를 조립하는 형태인데, 내가 그려놓은 검은 호수를 조립하는 부분이 없이 검신의 아래에 손잡이를 바로 조립하는 형태다.

“대충 이런 식이야. 호수를 따로 만들지 않고 손잡이 위쪽 부분의 쇠붙이가 살짝 튀어나오게 하는 식으로 대체하는 거지.”

그러자 왕철양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했다.

“호수가 이렇게 작으면 검신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상대의 검을 제대로 막아 주지 못합니다. 조금만 삐끗해도 검을 쥔 손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왕철양이 바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런 형태로 바꾸면 어쩔 수 없이 검신의 길이 또한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길이를 그대로 놔두고 검신의 폭을 줄이거나 두께를 얇게 하면 검이 약해질 테니까요.”

“알아. 그리고 검신의 길이는 좀 짧아져도 되니까 내 말대로 형태를 바꿔줘.”

“알겠습니다. 아마도 시간은 오래 걸릴 듯합니다.”

“오래 걸려도 돼. 몇 달이 걸려도 상관없고 일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도 대장간 일은 오랜만이라 이삼일간은 연습을 좀 할 생각입니다. 조교님의 검은 그 후부터 작업하게 될 테니 완료되기까지 며칠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해.”

“예. 최대한 꼼꼼하게 작업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준 후 대장간을 벗어났다.

왕철양에게 알려준 형태로 검을 변형시키면 관통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 관통력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바로 어검술이다.

그렇다. 나는 나중에 조중렴의 검을 어검술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어검술이라고 하니 지금의 내게는 너무 멀게 느껴지지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올해 겨우 스물한 살에 불과한데 경지는 이미 절정의 중후반에 이르러 있다. 현재의 성장 속도라면 그리 오래지 않아 절정의 후반에 이를 것이고, 이후에는 최절정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나는 이십 대에 최절정에 오르며 강호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최절정에 오르면 어검술을 수련할 수 있다.

어검술이 초절정에 오른 무인들만의 전유물인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최절정의 경지에서도 어검술을 구사할 수는 있다.

사부님도 꾸준한 수련으로 최절정 시절부터 낮은 단계나마 어검술을 구사하셨다고 들었다.

수련이 매우 힘들고 어려웠지만, 짧은 어검술이나마 구사하게 되니 여러 상황에서 유용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래서 나도 되도록 일찍 어검술 수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어검술을 장시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건 초절정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초절정에 이르면 기를 다루는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내공 운용 효율 또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절정의 경지에서는 공력 소모의 압박 때문에 어검술을 펼친다 해도 운용 시간이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어검술의 위력과 속도 또한 초절정고수들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부님의 말씀처럼 익혀 두면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내게는 천섬무가 있는 만큼, 짧은 어검술이라도 일단 익혀 두면 활용 가치는 매우 커진다.

대장간이 완공된 날부터 왕철양은 수련 시간을 제외한 시간 대부분을 대장간에서 보냈고, 나는 녀석의 무공 성취에 지장이 없게끔 틈틈이 특별 지도를 해줬다.

열흘이 지나자 왕철양이 비룡검 손질을 마무리했는데, 만져보니 검 전체에서 생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날은 검술에 푹 빠져 호숫가에서 밤늦게까지 검을 휘두르다가 잤다.

* * *

어느덧 오월 초사흘이다.

시기가 시기다 보니 천지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그렇듯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비룡장은 요즘 매우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날이 너무 좋다며 제갈수광이 모두를 데리고 합숙을 떠난 탓이다. 윤단영도 같이 갔다.

그게 벌써 아흐레 전이다.

합숙 장소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무림맹 경덕진 지소다. 경덕진 지소 근처의 산자락에 다용도 훈련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훈련장이 비는 기간에 이용할 목적으로 제갈수광이 전서로 신청했었는데, 그게 승인이 난 것이다.

덕분에 비룡장에 남아 있는 인원이라고는 명호운, 심산화,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 정도다.

녀석들도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성취가 많이 늘어서, 요즘은 신경 쓸 일도 별로 없고 참 편하다.

틈틈이 정세건과 촉휘명의 수련도 봐주고 있는데, 그 둘은 애초에 기본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던 녀석들이다. 그렇다 보니 두 녀석도 편하게 가르치고 있다.

여유로워진 나는 요즘 내 수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중이다.

남는 시간에는 대장간에 놀러 가서 왕철양의 일을 구경도 하고 돕기도 하며 소일하고 있다.

오전에 외원에 있는 실내 연무장에서 천섬무 수련에 몰두해 있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이화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저예요.”

수련을 멈추며 문 쪽에 대고 대꾸했다.

“어, 들어와.”

곧 문이 열리더니 이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님들이 찾아오셔서요.”

그 순간, 손님이 누굴지 궁금해할 틈도 없이, 문 옆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짠! 유겸아! 나야!”

옆으로 고개만 내밀며 그렇게 말한 사람은 남궁찬이었다.

당연히 깜짝 놀랐다.

“찬 형님……!”

그렇게 외치며 빠르게 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이화미의 뒤쪽으로 또 다른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람은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백송학인데, 다른 한 사람이 매우 의외였다. 소충광이었기 때문이다.

“송학 형님! 소 공자……!”

내가 놀라며 두 사람을 부르자 두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유겸이 오랜만이야!”

“나도 왔소, 송 공자.”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그런지 매우 반가웠다.

“어서들 오십시오! 이게 대체 얼마 만인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반기자 남궁찬이 빙그레 웃으며 내게 물었다.

“유겸이 잘 지냈지?”

“예, 잘 지냈습니다. 형님들도 무사히 복귀하셨다는 얘기를 제갈 교관님한테서 들었습니다.”

“어. 우리 둘 다 멀쩡해.”

“저는 형님들이 더 일찍 찾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본맹에 다녀오셨다고 듣긴 했는데, 그간 많이 바쁘셨던 겁니까?”

제갈수광이 복귀한 후로 사십일도 더 지났다.

남궁설과 포연월이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 남궁찬과 백송학의 입장에서는 더 빨리 오고 싶었을 것이다. 한데 오늘에서야 찾아온 것이다.

남궁찬이 대꾸했다.

“어, 바빴어. 일이 좀 있었거든.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됐으니 자세한 얘기는 밥 먹으면서 해 줄게.”

그러자 이화미가 내게 말했다.

“그럼 저는 가서 손님 세 분 식사하신다고 말씀드릴게요.”

이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그녀에게 물었다.

“별채에 어른들 계시지?”

“장주님은 이 총관님과 함께 출타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마님만 계실 거예요.”

내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이화미가 짧게 읍하더니 본채 쪽으로 향했다.

남궁찬 등에게 말했다.

“제 아버지와 송가장의 총관님, 작은어머니도 이곳의 별채에 머물고 계십니다. 작은어머니란 제 누이의 어머니입니다.”

그러자 소충광이 내게 물었다.

“송 소저의 모친이시라는 얘기구려?”

“그렇소.”

내가 대꾸하자 남궁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가족 관계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어. 어쨌거나 집안의 어른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인사부터 해야겠지.”

“머물고 계시는 별채가 마침 이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진양옥에게 남궁찬 일행을 짧게 인사시키고 나와서 내원을 향해 걸었다.

걷기 시작한 후로 세 사람은 한동안 송유림 얘기만 했다.

송유림을 잠시 안아 봤던 남궁찬은 남궁설이 갓난아기였을 때보다 훨씬 더 예쁘다며 특히 유난을 떨었다.

송유림 얘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남궁찬이 내게 물었다.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별로 안 보이길래 아까 그 소녀한테 연유를 물어봤거든. 다들 합숙하러 갔다지? 제갈 형님이 데리고 간 모양이던데, 어디로 갔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덕진 지소의 훈련장입니다.”

“언제 갔어? 언제 돌아온대?”

“이 주간 합숙한다고 했고 오늘이 아흐레째이니 닷새 후면 돌아오겠네요.”

“아, 그래? 닷새밖에 안 남았으면 굳이 찾아갈 필요 없이 돌아왔을 때 봐도 되겠네.”

이에 나는 살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여 이곳에서 닷새 이상 머무시는 겁니까?”

“어. 뭐, 그렇게 됐어. 자세한 얘기는 밥 먹으면서 해 줄게.”

동협당의 부당주인 그는 업무가 많고 바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닷새 이상 머문다고 하니 매우 의외다.

말하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궁금함을 참고 몇 달 만에 보는 소충광의 안부를 물었다.

“소 공자는 어떻게 지내셨소? 그전에 얘기했던 대로 훈련소 생활 마치고 남창지부의 동검대로 발령이 난 것이오?”

“그렇소.”

“근무는 할 만하오? 아무래도 신입이라서 좀 빡셀 것 같기도 한데.”

“하하, 할 만하오. 선임들도 잘해 주시고.”

“다행이구려.”

“송 공자도 잘 지내셨소? 이곳에는 누구누구 와 있소?”

이에 나는 현재 비룡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모두 얘기해 줬다.

그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동쪽 별채에 도착하여, 곧장 식당으로 올라갔다.

식당의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소충광이 앉았기에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한데 소 공자가 어떻게 두 형님과 같이 오셨소? 오다가 중간에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한 것이오?”

“아, 그 얘기를 하려면 내 얘기를 해야 해.”

소충광에게 질문한 건데 대답은 남궁찬이 했다.

내가 남궁찬을 바라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이번에 내가 남창지부장으로 발령이 났거든.”

“예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됐어. 전에 맹주님의 호출을 받고 본맹에 갔더니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

“와아! 축하드립니다, 형님!”

남궁찬은 일찍부터 차차기 동부지맹주로 거론돼 왔었다.

그런 만큼 이번 남창지부장 발령은 동부지맹주로 가기 위한 전 단계쯤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거나 삼십 대 중반의 나이로 무림맹의 지부장이면 초고속 출세 가도다. 그럴 만한 역량과 자격과 배경을 모두 갖춘 인물이 바로 남궁찬이다.

“고마워.”

“남창지부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아직은 지휘 계통, 정보 계통, 동검대 정도만 알아. 아마 조금씩 퍼지고 있겠지.”

대단한 기밀 사안도 아니니 서서히 퍼지긴 퍼지고 있을 것이다.

소충광이 말했다.

“부당주님께서 남창지부장으로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선임들은 난리가 났소. 그야말로 사기충천이오.”

남창지부 소속의 동검대는 남창지부장 직속의 정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 유명한 남궁찬의 직속 부하가 되었으니 당연히 들뜰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백송학이 입을 열었다.

“나도 찬 형님과 함께하게 됐어. 이번에는 남창지부장의 특임 호법으로.”

백송학은 이전까지 동협당의 특임 호법으로서 남궁찬과 함께 일했었다.

“오오! 송학 형님도 축하드립니다.”

내 말에 백송학이 빙그레 웃었다.

남궁찬이 말했다.

“그동안 동부지맹에 가서 동협당 부당주의 일을 인수인계해 줘야 했어. 그래서 이제야 찾아온 거야.”

“아.”

“인수인계를 끝낸 후에는 현 지부장님께 인사드리기 위해서 남창지부에 들렀지. 그런데 거기에서 충광이를 만났지 뭐야? 어찌나 반갑던지.”

남궁찬은 작년 여름, 청여홍의 장원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소충광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후 남궁찬이 소충광을 직접 보게 된 건 작년 통합 잠룡대전 당시다.

그때 남궁찬과 백송학은 동부지맹 측의 출전자들을 호위하며 본맹에 갔었다. 소충광도 당시의 출전자였다.

“충광이를 불러서 물어보니 남창지부의 신입 동검대원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현 지부장님한테 말씀드려서 곧바로 내 수행 전령으로 차출했지. 충광이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수행 전령으로 삼기에 딱 좋잖아. 그래서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전 교육을 시키겠다는 핑계로 미리 데려온 거야.”

남궁찬의 얘기를 들은 후 소충광에게 말했다.

“잘 됐구려.”

“부당주님께 감사드릴 뿐이오.”

남궁찬이 저렇게 소충광을 믿는 이유는 청여홍의 장원 사건 때문일 수밖에 없다.

남궁설도 끼어 있었던 사건인 만큼, 남궁찬은 그 장원을 상세히 조사하고 모든 보고서를 읽었을 것이다.

그 당시 내가 부리부리한 눈빛의 사내를 막고 있는 동안, 우리 일행은 뚱뚱한 사내와 뱁새눈 사내로부터 추격당했었다.

그 뚱뚱이와 뱁새눈이를 막기 위해 목숨 걸고 나섰던 이들이 바로 길초량, 단목강, 소충광, 우문직이었다.

그렇듯 친우들을 구하고자 목숨을 걸었던 소충광임을 알기에 신뢰하는 것이다.

남궁찬에게 물었다.

“하면 임기는 언제부텁니까?”

“팔월 초하루부터. 그 전까지는 휴가고.”

“오오! 휴가가 석 달이나 되는군요?”

“어. 실은 동협당의 부당주였던 지난 몇 년간 휴가가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 그래서 이 기회에 휴가를 많이 주셨나 봐.”

“아하. 그럼 그동안 세가에도 다녀오시고 그러겠네요?”

“세가에 갈 계획은 딱히 없어. 어차피 내가 남창지부에서 근무하면 부모님이 자주 오실 테니까. 동부지맹과 달리 남창지부는 장강의 수로를 이용해서 편하게 오실 수 있잖아.”

“아…….”

남궁세가가 있는 천주산에서도 장강의 수로까지 그리 멀지 않다. 그러니 배편으로 매우 편하게 오갈 수가 있다.

“그럼 다른 휴가 계획은…….”

“없어. 그냥 여기에서 보낼 생각이야.”

“예에?”

“안 돼?”

“안 될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환영이지요. 갑자기 그 말씀을 하셔서 놀란 겁니다.”

내가 대꾸하자 남궁찬이 씩 웃었다.

웃는 얼굴로 잠시 나를 바라보던 남궁찬이 말했다.

“유겸아.”

“예, 형님.”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맥락도 없이 갑자기 저런 소리를 하고 있다.

“아하하…….”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남궁찬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설아를 구해 줘서 고맙다.”

“아하하, 그건 이래저래 운이 따라 줘서…….”

그러자 남궁찬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궁세가의 다음 대 가주로서 네게 약속하는데, 앞으로 네 친구는 곧 내 친구이자 남궁세가의 친구가 될 거고, 네 적은 곧 내 적이자 남궁세가의 적이 될 거야.”

세상에.

그에게서 이런 말까지 듣게 될 줄이야.

내가 놀란 채로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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