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14
와랄부의 침공으로 인해 천하가 어수선해지자 비룡장에 머무는 친우들 여럿도 각자의 문파와 세가로 복귀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곳에 있는 친우들은 모두 각자의 문파와 세가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들보들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 나와 있는 게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실제로 복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각자의 사문과 세가로부터 복귀하지 말라는 내용의 전서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세월, 친우들의 성취는 이곳에서 쑥쑥 성장했고, 그 사실을 친우들이 속한 문파와 세가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당장 문파나 세가가 위험해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제자나 자손의 수련을 방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와랄부의 침공 소식을 들은 후로 한 달이 흘러, 벌써 팔월 중순이다.
점심 식사 후, 수련 약속이 잡혀 있었던 제갈수광을 이끌고 먼저 대장간부터 들렀다.
그를 대장간 앞쪽 공터에서 잠시 기다리게 한 후, 나는 안에서 검 두 자루를 들고나왔다. 왕철양은 은잠술 보충 수련을 위해 임려현을 따라간 터라 지금은 제갈수광과 나뿐이다.
두 자루의 검 중에서 한 자루를 제갈수광에게 건넸다.
“우검右劍입니다. 무게와 무게중심이 적절한지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제갈수광이 말없이 내게서 검을 받아 들더니 손가락으로 천천히 검신을 쓰다듬으며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평소 무심하기만 한 그의 눈동자가 또렷해져 있다.
그렇게 한동안 검신을 살피던 제갈수광이 이윽고 오른손으로 검을 쥐더니 허공을 찌르고 베기 시작했다.
슉! 슈슉! 휙! 휙휙! 슈슉! 휙!
잠시 후 제갈수광이 모든 동작을 멈췄다.
그러더니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다시금 검신에 시선을 두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검의 가치를 알아봤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른 한 자루의 검을 마저 건넸다.
“좌검左劍입니다. 이것도 확인해 보십시오.”
제갈수광이 말없이 내 시선을 응시하더니 왼손으로 검을 받아 들었다. 그러더니 내게서 시선을 천천히 거두며 방금 받아 든 검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이번에도 왼손에 쥔 검으로 허공을 찌르고 베기 시작했다.
휘익- 슈슉! 슉! 휘휙! 휙!
그렇게 한동안 왼손의 검을 휘두르던 제갈수광이 어느 순간부터는 양손의 검을 동시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휙휙! 슈슈슈슉! 휙! 휙! 슈육! 휙휙!
제갈수광은 제법 긴 시간 허공에 대고 쌍검을 휘둘렀는데, 그러는 동안 검이 햇빛에 반사되며 찬란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멋지다.
서서히 동작을 멈춘 제갈수광이 말했다.
“너 이 자식……, 연습용 무기를 만들어준다더니, 이건…….”
두 자루의 검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가 크게 떨리고 있다.
제갈수광이 저 정도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다.
그에게 말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이따가 철양이와 함께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아쉽기는 무슨? 이 상태만으로도 명검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인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못난 제자가 항상 입으로만 군사부일체 타령을 하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이렇듯 그 마음을 실제로 증명하고 싶었…….”
약간의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제갈수광이 내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송유겸.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야. 군사부일체고 나발이고, 이런 걸 그냥 받을 수는 없다. 이 검들은 한 자루씩만 따져도 가치가 엄청나다는 거, 너도 잘 알잖나.”
제갈수광의 말마따나 가치가 엄청난 물건이지만, 그에게 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
“가치가 엄청난 물건이니 주인을 제대로 찾아가야지요. 교관님이야말로 현재의 강호에서 그 쌍둥이의 힘을 가장 잘 끌어내 줄 수 있는 주인이시잖습니까.”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그답지 않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검을 쥔 그의 양손이 떨리고 있다.
유영평으로부터 와랄부의 침공 소식을 들었던 게 칠월 중순의 일이었다.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갖고 있던 상급의 쇠붙이 중에서도 최상급의 쇠붙이들만 골라서 왕철양에게 넘겼다.
예전부터 상급의 쇠붙이를 이용해서 꼭 만들고 싶었던 검이 세 자루 있었다.
하나는 내가 어검술용으로 사용할 검이고, 다른 두 자루는 제갈수광의 쌍검이었다.
원래 그 세 자루의 검은 왕철양의 대장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 후에 제작할 계획이었다.
한데 와랄부의 침공으로 인해 강호에도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게 된 만큼, 즉시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제갈수광에게는 연습용 검을 제작해주겠다는 핑계로 한동안 쌍검을 빌려, 왕철양과 함께 그것들을 살피며 현재의 쌍검을 완성시킨 것이다.
쌍검이라고 해도 두 자루의 검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기에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서 제작했다.
참고로 제갈수광이 원래 쓰던 쌍검의 재질은 예전에 내가 갖고 있던 하급 쇠붙이들의 재질에도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최상급 재질의 쇠붙이로 제작된 저 검들에 저렇듯 놀랄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지금은 팔월 중순이니 세 자루의 검을 제작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다.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완료하고자, 그간 내가 대장간에 오래 머물며 부지런히 왕철양을 도운 덕분이다.
한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던 제갈수광이 이윽고 고개를 내리더니 내게 말했다.
“그래. 잘 쓰마, 송유겸. 정말 고맙다.”
“그럼 그 검들에 맞춰서 검집을 제작해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쌍검을 다시 내게 넘겼다.
내가 그 검들을 받아 들었을 때쯤, 경사로를 걸어 내려오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영평의 모습이 보였다.
곧 우리 앞에 다다른 유영평이 말했다.
“와랄부의 침공에 관련해서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유영평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이번에는 어떤 소식일지 기대되는군요. 전에 들었던 소식이 하도 황당했던지라.”
황제가 대군을 이끌고 전선으로 향하는 동안, 황군의 선봉 부대가 와랄부의 군대를 막기 위해 산서 북부의 양화구로 향했었다.
그리고 와랄부와 선봉 부대 간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최고 지휘관들의 잘못된 지휘로 인한 선봉군의 대패.
한데 그 소식을 듣고도 황제가 이끄는 친정군은 진군을 강행하여 양화구로 향하더니, 어이없게도 양화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퇴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양화구의 들판에 수없이 널려 있는 선봉군의 시체들과 맞닥뜨리자, 와랄군 정예 기병의 무시무시함에 덜컥 겁을 집어먹고는 퇴각을 결정한 것이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었다.
유영평이 나를 웃기려고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한데 사실이라고 하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헛웃음과 웃음이 계속 새어 나올 정도였다.
뭐라도 보여줄 것처럼 기세 좋게 진군할 때는 언제고, 칼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않고 퇴각하는 꼴이라니.
일전에 유영평한테서 황군의 실상을 들은 순간부터 군대가 얼마나 개판일지 궁금했었다.
한데 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그게…….”
운을 뗀 유영평은 곤란함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농담조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일전에 있었던 일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요?”
유영평이 대꾸했다.
“그게……, 황제 폐하께서 와랄군에 사로잡히셨습니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유 총관님께서 심심하셨던 모양이군요. 평소에 안 하던 농담을 다 하시고.”
농담일 수밖에 없다.
오합지졸이라고는 해도 대군은 대군이다.
퇴각 경로의 요소요소에 병력을 적절히 남겨두기만 해도, 불쌍한 병사들이 많이 희생될지언정 황제나 지휘부가 위험해질 일은 딱히 없다.
나도 유영평을 향해 한마디 보탰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총관님의 농담 실력에는 좋은 평가를 못 드릴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유영평이 숨을 길게 내쉬더니 대꾸했다.
“……저도 농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분위기를 보니 농담이 아니다.
제갈수광과 나는 놀란 표정으로,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유영평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듣고 나니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안전한 남쪽 퇴각로를 버리고 북쪽 퇴각로로 우회하다가 그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황군이 퇴각로를 변경한 건 최고 지휘권자인 환관 왕진 때문이다. 참고로 애초에 친정을 주장했던 환관도 바로 그 왕진이라는 자다.
원래의 남쪽 퇴각로에 하필 왕진의 고향이 있었던 게 문제였다. 그렇다 보니 왕진이 자신의 고향 땅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퇴각로를 변경한 것이다.
북쪽 경로로 퇴각하던 황군은 하북 회래현의 토목보라는 아주 작은 요새에 주둔하게 되는데, 토목보는 대군이 마실 물조차 구할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갈증으로 고생하던 황군은 와랄군의 거짓 화친 계략에 넘어갔고, 그로 인해 대군이 완전히 괴멸된 것이다.
“수십만 명의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중에 환관 왕진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 오십여 명도 죽었는데, 폐하께서는 사로잡히신 겁니다.”
유영평의 말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황당한 수준을 넘어서 경악스럽군요. 꾸며냈다고 해도 허풍이 너무 심하다며 핀잔을 들을 만한 이야기입니다. 한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유영평이 허탈함 가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제갈수광이 물었다.
“한데 일전에 무림맹에서 파견했던 전력은 어찌 됐다고 합니까? 그들이 도왔는데도 일이 그 지경이 된 겁니까?”
약 스무날 전에 본맹 천무대, 지협대, 인의대의 대원들 일부와 사대지맹 동검대, 서검대, 남검대, 북검대의 대원들 일부가 차출되어 전선으로 출발한 바 있다.
오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무림맹의 정규 편제이자 정예 무인들인 만큼, 오백 명뿐이라 해도 그 전력은 매우 강력하다.
적이 일반 군대라면 만 단위의 병력이라도 거뜬하게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며, 적이 와랄부의 군대라고 해도 수천 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 정예 전력이 전쟁에 투입되었는데도 전쟁의 양상이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 황제가 사로잡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유영평이 대꾸했다.
“천여 명의 강력한 북방 전사들이 무림맹 전력의 합류를 막았다고 합니다. 천여 명에 달했다고 하는데, 와랄부에서 무림맹의 개입에 대비하여 강인한 전사들로 구성된 부대를 따로 준비했던 모양입니다.”
불과 일이백 년 전까지 온 세계를 정복하며 대제국을 건설했던 게 바로 북방의 전사들이다.
비록 현재는 대제국이 아니지만, 북방의 초원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무용을 지닌 전사들이 자라나고 있다.
그들은 절정의 기마술로 뛰어난 기동력을 갖췄으며, 말 위에서도 귀신 같은 궁술을 구사할 수 있는 명궁들이다. 게다가 백병전 역량 또한 매우 빼어나다.
와랄족은 근래 드넓은 북방 초원의 패자가 된 만큼, 당연히 북방의 전사들 다수를 동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림맹 측의 사상자는 삼백을 헤아립니다. 사망자가 오십여 명, 중상자가 팔십여 명, 경상자가 약 백칠십 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적측 전사들 중에서 살아 돌아간 이들은 채 사백 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적들 중에서 육백 명 이상은 무림맹의 무인들에 의해 죽거나 중상을 당했다는 뜻이다. 무림맹 측의 사망자와 중상자를 합하면 백삼십여 명이니 그 차이가 확연하다.
유영평이 말을 이었다.
“일정 시점이 되자 북방의 전사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는데, 무림맹의 무인들도 부상자들을 돌보기 위해 굳이 추격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전투가 끝난 후에야 폐하께서 사로잡혔다는 사실과 친정군이 궤멸됐다는 사실을 접한 겁니다. 이후에는 일단 무림맹 보정지부로 퇴각, 현재는 그곳에서 정비하며 대기 중인 모양입니다.”
보정지부는 북경 남쪽의 보정에 있는 무림맹의 지부다.
참고로 황성인 북경에는 무림맹의 지부가 없다. 황성에 무림맹의 지부를 세우면 황제와 관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될 수 있기에 애초에 지부를 두지 않은 것이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어쨌거나 이 일로 조정은 난리가 났겠군요.”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와랄부의 대대적인 침공을 두려워하여, 심지어는 남경으로 천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전력을 끌어모아 수도를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쏠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때문인지 황궁에서는 무림맹 측에 곧바로 추가 전력 파견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유영평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적잖은 정예 전력을 파견했는데도 황군이 궤멸되고 황제 폐하까지 사로잡힌바, 무림맹의 입장도 다소 곤란해진 상황입니다. 결과론만 따지면 무림맹의 전력이 아무 도움도 안 된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의식해서인지 무림맹에서도 추가 전력 파견을 신속하게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사나흘 전부터 정혼대 소집을 위한 협조 공문이, 각 문파, 세가, 장원, 무관 등에 전서로 전달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유영평에게 물었다.
“사나흘 전부터 전서로 전달되고 있으면 우리도 이미 받았겠군요?”
“못 받았습니다.”
“예? 아직입니까? 우리는 남창지부에서 가까우니 이미 받고도 남았을 시간인데요?”
“저도 의아해서 남창지부에 확인해봤는데, 애초에 협조 공문을 보내야 할 세력 목록에 우리 장원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내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제갈수광을 바라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오십만 황군이 궤멸됐고, 황제 폐하께서 적에게 사로잡혀 조정은 혼란에 빠졌고, 백도에서는 황성 수비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수의 정예 전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이 모든 여건이 마교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잖나. 그러면 뭐, 이곳의 전력을 온전히 남겨두려는 이유는 빤하지.”
“역시 그렇겠지요?”
“내가 마교의 수뇌부라도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을 거다. 즉, 이제부터는 언제 그들이 움직여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내가 들고 있는 쌍검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검집 제작, 서둘러야 할 것 같군.”
* * *
정혼대원 차출과 모집은 빠르게 이뤄졌다.
그로 인해 많은 무인들이 산동의 연주에 있는 북부지맹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일단 북부지맹으로 모여서 편제를 마친 후, 조별로 사나흘 동안 조직력 강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황궁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전력을 보내 달라며 성화라는데, 무림맹에서는 무조건 조직력 강화 훈련을 마친 후에 전력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무림맹이 잘하고 있는 거다.
최소한의 조직력 강화 훈련이라도 받고 전투에 투입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에는 적잖은 전투력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훈련을 마친 정혼대 여러 조가 이미 황성에 도착했으며, 다른 조들도 차례로 황성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에 북부지맹으로 모여든 무인들은 총 육천 명을 헤아린다고 알려졌다.
일류 이상의 고수들 이천오백 명에 이류무사들이 삼천오백 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무림맹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규모라고 한다.
나라가 큰 위기에 봉착한 만큼,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그중에는 이 기회에 공을 세워서 명성을 쌓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도 적지 않을 테지만.
일류 이상의 고수들은 그대로 정혼대로 편제하고, 삼천오백 명의 이류무사들은 따로 의혈단이라는 임시 조직을 만들어 편제했다고 한다.
정혼대와 의혈단의 무인들이 모두 황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다음 날, 저녁 무렵.
전서통을 매단 전서응과 전서구들이 부지런히 장원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전서들에는 하나같이 ‘급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