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16
제갈수광이 서재를 벗어난 후, 나는 창가에 서서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마신교를 상대로 싸우는 게 현실이 되니 만감이 교차했다.
수많은 얼굴이 떠오른다.
위지광 놈과 다른 사형제 놈들, 장로들, 여러 조직의 수장들, 흑풍대 시절의 동료들…….
그중에서 내가 반드시 처단해야 하는 자들은 사형제 놈들을 포함한 몇 명뿐인데, 그놈들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엄청난 수의 마인들부터 상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와 친분이 있었던 이들과도 마주치게 될 것이고, 그들과도 싸우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죽이고 전진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그때 나는 무정해질 수 있을까.
지금은 모르겠다.
이렇듯 감정에 관련된 부분은 예단할 수가 없는 문제다.
그러나 순간적인 내 머뭇거림으로 인해 동료들이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되니, 지금부터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하리라.
이후에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밖에서 인기척이 있더니 송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 저예요.”
제갈수광이 서재를 떠난 후로 한 식경쯤 지난 것 같다.
“어. 들어와.”
내가 대꾸하자 문이 열리더니 송유하가 안으로 들어섰다.
창가 쪽으로 다가온 송유하도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그러고 있던 송유하가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광서, 운남, 귀주 쪽에서 벌어진 일.”
“아.”
“림아 데리고 저녁 산책 했거든요. 데려다주고 오던 길에 설이, 린이랑 마주쳤어요.”
송유림은 요새 절정의 귀여움을 발산하고 있다. 볼 때마다 그 귀여움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정도다. 참고로 올해 세 살이다. 정확히는 삼십 개월째로, 아장아장 잘 걸어 다닌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유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갈 교관님께서 행낭을 미리 꾸려두라고 지시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곧 전장으로 출발하게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다.
송유하가 말을 이었다.
“저도 참가할 거예요. 오라버니의 뜻이 어떨지 대충 예상이 돼서, 제 의사를 확실하게 말씀드리려고 온 거예요. 혹여 제 예상이 틀렸던 거라면 죄송하지만요.”
이에 나는 송유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눈동자에 고집이 담겨 있다.
나를 마주 바라보던 송유하가 말했다.
“보아하니 제 예상이 맞았나 보네요.”
오랜 시간 가깝게 지내온 터라 저렇듯 내 의중을 금세 파악하는 것이다.
타이르는 어조로 송유하에게 말했다.
“정말로 위험할 수 있어. 죽을 수도 있다고.”
“제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오라버니의 마음, 잘 알아요. 늘 감사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남들보다 더 잘 살아남을 자신 있어요. 오라버니도 제 경신법 실력과 은잠술 실력을 잘 아시잖아요. 특히 제 은잠술 실력은 이 장원에 있는 모든 청년을 통틀어 최상위권이라는 거, 오라버니도 인정하셨잖아요.”
심산화와 송유하는 경지가 일류임에도 은잠술 실력이 매우 빼어나다.
둘 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 그러한 기본 성향 자체가 은잠술과 잘 맞는 듯하다.
내가 대꾸 없이 가만히 바라보자 송유하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나를 올려다봤다.
이 역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다.
잠시 후 송유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몇 년 전에 여홍이의 장원에서 혈교의 적도들을 상대하면서, 제 궁술도 실전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언젠가 또다시 실전을 겪게 될 때 더 큰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궁술을 익혔어요. 무음시를 갈고닦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구요.”
송유하가 말을 이었다.
“실전에서 동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경신법 수련에 최선을 다했고, 혹여 위험해져도 스스로 생존하는 역량을 기르려고 은잠술 수련도 열심히 해왔어요. 저, 잘할 수 있어요, 오라버니.”
송유하가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의지를 내비칠 줄은 몰랐기에 약간 당황스럽다.
사실 나는 송유하가 반드시 이곳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까 제갈수광과 얘기했던 대로 송유하는 엄청난 도움이 될 전력이기 때문이다.
단지, 송천광과 진양옥이 달가워하지 않을 게 빤하기에 남겨두려 했던 것뿐이다.
아끼는 자식들이 둘 다 위험한 전장으로 떠나는 것을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그 위험한 전장으로 우리 남매가 둘 다 가는 것에 대해 아버지와 작은어머니가 좋아하실까?”
“물론 안 좋아하시겠죠. 하지만 이곳에 있는 공자와 소저들 모두가 전장으로 향한다고 들었어요. 각자의 문파와 가문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도,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가려는 거잖아요.”
송유하가 바로 말을 이었다.
“당장 저와 친한 설이와 린이도 그 대단한 남궁세가와 선우세가의 귀한 딸들이에요. 그런데도 그쪽 부모님들께서는 참전을 허락하신 거잖아요. 귀한 딸들임에 앞서 한 명의 당당한 무인임을 우선시한다는 뜻이겠죠. 차분히 이런 말씀을 드리며 설득하면 아버지와 어머니도 허락해 주시리라 생각해요.”
이에 나는 못 이긴 척 미소를 지은 채로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그 후에 송유하에게 말했다.
“알았어. 두 분이 허락하시면 누이도 같이 가는 것으로 해.”
송유하의 눈이 커졌다.
내가 이렇게 간단하게 허락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송유하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해요, 오라버니. 감사해요.”
“그렇게 얘기하지 마.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곳으로 가는 걸 허락해 놓고 고맙다는 소리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아.”
“아……, 그게 그렇게 되네요.”
송유하가 난감해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에게 말했다.
“가 봐. 부모님께 허락받을 거면 얼른 받고 짐 싸. 언제 떠날지 몰라.”
“그래야겠어요. 주무시기 전에 얼른 말씀드려야겠죠. 그럼 가볼게요, 오라버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유하가 종종걸음으로 서재를 벗어났다.
발걸음이 저렇게 가벼워 보일 수가 없다.
한 차례 낮게 한숨을 내쉰 후 다시금 창밖을 바라봤다.
송유하도 올해 스물한 살로, 어엿한 성인이다.
결국에는 송천광과 진양옥도 송유하의 뜻을 꺾을 수 없을 것이다.
* * *
다음 날.
아침 식사 후에 비룡장의 본채로 돌아와서 이 층 거실로 올라왔는데, 일 층 거실에서 쉬고 있던 공은림과 하조혁이 곧바로 나를 따라 올라왔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공은림이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이에 내가 거실 탁자 쪽의 의자를 가리키자 둘이 얼른 가서 의자에 앉았다. 나는 두 녀석의 반대편에 앉았다.
“말해 봐.”
내 말에 공은림이 잠시 주저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철양이랑 산화는 행낭을 쌌더라고요. 곧 광서, 운남, 귀주의 적도들과 싸우러 가게 될 거라며, 조교님이 행낭을 미리 싸두라고 하셨다고…….”
왕철양, 심산화, 공은림, 하조혁은 서로를 편하게 부르며 지낼 정도로 매우 친해졌다. 이곳 비룡장 본채의 일 층에서 함께 생활하며 같이 수련해온 덕분이다.
공은림과 왕철양은 동갑이다. 왕철양은 노안이고 공은림은 지나친 동안인 탓에 겉으로는 전혀 동갑으로 보이지 않지만.
공은림에게 대꾸했다.
“그랬지.”
어젯밤에 왕철양과 심산화를 불러서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시킨 후 의사를 물어봤다.
참가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 편하게 결정하라고 했는데, 둘 다 그 자리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미리 짐을 싸두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공은림이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철양이랑 산화와 달리 저희 둘은……, 그쪽에서 전투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신 건가요?”
“애매하다고 판단했지.”
내가 간단하게 대꾸하자 공은림이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체적인 면에서 철양이와 산화의 실력이 저희보다 약간 더 높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즉, 산화와 철양이가 소화할 수 있는 전투라면 저희도 소화할 수 있어요. 적어도 내공만큼은 저희가 더 우위에 있기도 하고요.”
이에 낮게 한숨을 내쉰 후에 대꾸해줬다.
“무공 실력 말고도, 철양이의 경우에는 그 엄청난 힘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고, 산화의 경우에는 그 뛰어난 은잠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서 데려가는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하조혁이 말했다.
“전쟁터에서야말로 저희가 더 유용할 겁니다. 싸우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할 텐데, 저희는 지천에 있는 약재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하면 같은 상처라도 더 빨리 회복될 겁니다. 게다가 공 사저와 저는 응급 치료술과 침술에도 능합니다. 그렇듯 저희가 함께하면 유지력이 매우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조혁의 말을 들으며 내심으로 살짝 놀랐다.
그 생각까지는 못 했었기 때문이다.
두 녀석에게 말했다.
“얘들아, 죽을 수도 있다니까?”
“조교님에게서 훌륭한 무공을 배우고 있는 만큼, 어설픈 무인이 아니라 역량을 제대로 갖춘 무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한데 죽을 각오로 싸워보지도 않고, 죽을 위기를 겪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무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조혁이 그렇게 말하자 공은림도 말을 보탰다.
“조교님께선 항상 실전을 강조하셨고, 실제로도 저희를 실전 위주로 단련시키셨어요. 덕분에 저희가 비슷한 경지의 다른 일류 무사들보다 실전 역량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게다가 경신법 수련과 은잠술 수련도 열심히 해왔으니 딱히 동료들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혹여 방해된다면 초반에 저희가 알아서 퇴각할게요.”
처음 봤을 때는 애들 같았는데, 올해 공은림은 스무 살이고 하조혁은 열아홉 살이다.
참고로 남궁설, 선우린, 왕철양이 공은림과 같은 스무 살이며, 포연월, 원추엽, 명호운, 심산화가 하조혁과 같은 열아홉 살이다.
쪼끄맸던 녀석들이 지금은 어엿한 성인인 것이다.
체념의 한숨을 내쉰 후 두 녀석에게 물었다.
“청선곡에서 허락은 하셨고?”
의미를 알아챈 두 녀석의 표정이 환해지고 있다.
공은림이 얼른 대꾸했다.
“네. 송 조교님이 허락하시면 전장으로 향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이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두 녀석에게 말했다.
“가서 짐 싸.”
“예, 조교님!”
“감사합니다!”
두 녀석이 빠르게 대꾸하더니 서재를 벗어났다.
이놈들아, 이건 감사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 * *
술시 정(저녁 8시) 무렵, 서재에서 비룡검과 섬혼검을 손질하고 있는데 밖에서 이화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님, 화미예요. 손님들이 오셔서 모시고 왔어요.”
“어, 안으로 모셔.”
곧 문이 열리더니 반가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문직과 단목홍신이었다.
“우문 공자! 단목 공자!”
내가 두 사람을 부르며 의자에서 일어서자, 우문직과 단목홍신이 쓰고 있던 죽립을 벗으며 차례로 내게 인사했다.
“하하, 송 공자, 잘 계셨소?”
“오랜만이오, 송 공자.”
이에 내가 자리를 권하자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에게 물었다.
“식사들은 하셨소?”
식사 때가 약간 지난 시간이라 물은 것이다.
단목홍신이 대꾸했다.
“서둘러 오느라 아직 못 먹었소. 하하.”
저럴 것 같았다.
이에 내가 이화미를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얼른 준비할게요. 일각 남짓 후에 식당으로 오세요.”
그러자 우문직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송 공자와 제갈 교관님께 긴히 전해야 할 얘기가 있소.”
우문직과 단목홍신은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에 소속되어 있다. 남궁묵이 지휘하고 있는 바로 그 조직이다.
그런 두 사람이 긴히 전할 말이 있다고 하면 중요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이화미에게 말했다.
“가서 조용히 제갈 교관님을 모시고 와줘.”
“예, 공자님.”
이화미가 바로 서재를 벗어났다.
남궁묵의 임기는 재작년 시월부터 시작되었지만,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이 정식으로 출범한 건 작년 초부터다. 물론 정식으로 출범했다고는 해도 기밀 조직이라,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소수 최정예로 구성된 특전반의 총원은 반장인 남궁묵 포함 열일곱 명이다.
그중에서 여덟 명이 절정고수고, 아홉 명은 일류고수다.
일류고수들 아홉 명 중에서 다섯 명은 내가 추천했던 주경명, 목태월, 사옥연, 우문직, 단목홍신이다. 참고로 단목홍신의 경우에는 오 년 차까지만 마치고 특전반으로 합류했다.
대외비인 특수전투수행반에 대해 이렇듯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는, 그간 내가 제갈수광과 함께 여러 차례 그들의 훈련을 도왔었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을 기다리면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두 분, 많이 탔구려.”
둘 다 의복 밖으로 드러난 피부가 시커멓다.
단목홍신이 대꾸했다.
“얼마 전까지 또 신룡대 훈련장에서 훈련받다 왔소. 여름 내내 그곳에서 구르다 보니 이렇듯 탈 수밖에.”
“허, 또 갔었구려. 이번에는 기간이 얼마나 됐소?”
내가 묻자 우문직이 대꾸했다.
“넉 달간이었소.”
특전반원들은 이전에도 두 차례 신룡대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았었다.
사대지맹의 특전반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신룡대의 전임 교관들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훈련 강도가 매우 높은 모양이다.
얼핏 들어보니 최소한 신룡대나 흑풍대원들이 받는 훈련 강도의 팔구 할 수준은 되는 듯했다.
당연히 매우 고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 모든 건 남궁묵한테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고생들이 많았겠구려.”
내 말에 단목홍신이 대꾸했다.
“갈 때마다 훈련 강도가 더 높아지더구려. 그렇다 보니 이번이 가장 고됐는데, 그래도 잘 소화해냈소.”
그러자 우문직이 말을 보탰다.
“훈련 자체는 매우 고된데, 끝나고 난 후에는 상당히 뿌듯하오. 자신감도 생기고.”
그 말에 동의하듯 단목홍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흑풍대의 훈련을 소화했던 만큼, 나도 저 기분을 잘 알고 있다.
“주 공자, 목 공자, 사 소저도 잘 지내고 있소?”
“잘 지내고 있소. 세 사람도 송 공자를 보고 싶어 하오.”
이후에도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데 제갈수광이 도착했다.
일어서서 잠시 제갈수광에게 인사한 후 다시금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내 옆에 앉은 제갈수광이 맞은편에 있는 우문직과 단목홍신에게 말했다.
“안부는 나중에 묻기로 하고, 일단 용건부터 들어볼까?”
그러자 우문직이 대꾸했다.
“본맹으로부터 동부지맹 특전반에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송풍장에 지원 요청을 하여 같이 작전을 수행하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저희가 남궁묵 반장님의 지시에 따라 이곳에 지원 요청을 하러 온 겁니다.”
“그렇군. 너희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대강 예상은 했었다만.”
“반장님이 지원 인원의 수를 가능한 한 빨리 파악해서 전서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적어도 내일 아침에는 전서구를 날려야 할 듯하니 그전까지는 파악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문직의 말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그거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알려줄 수 있을걸?”
제갈수광이 그렇게 말하며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우문직에게 말했다.
“절정고수 열 명에 일류고수 열두 명. 총 스물두 명이오.”
내 말에 우문직과 단목홍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많소?”
“그렇소.”
내가 대꾸하자 우문직이 말했다.
“큰 힘이 되겠구려. 아무래도 사안이 중대한지라 상부에서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였거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우문직에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투입되는 거지?”
“저희도 아직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저희가 받은 지시는 송풍장의 인원들과 함께 은밀히 임고산의 합류 지점으로 향하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임고산은 강서의 중동부에 있는 산이다.
강서 땅은 평지와 물이 많은 북부와는 달리, 중부와 남부는 산지와 구릉이 많다. 임고산은 그러한 산악 지형이 시작되는 부분에 있는 산이다.
“하면, 언제 출발하면 되나?”
“내일 저녁에 출발하면 될 듯합니다.”
혹시 모를 감시의 눈길을 피해 야음을 타고 이동하겠다는 의미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더 전할 내용, 있나?”
“없습니다.”
이에 우문직과 단목홍신에게 말했다.
“그럼 식당으로 갑시다. 지금쯤이면 식사 준비가 끝났을 것이오.”
그러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아직 식전이었나 보군. 안부도 물을 겸 내가 우문직과 단목홍신을 식당으로 데려갈 테니, 송유겸 너는 작전에 투입되어야 할 인원들을 모두 연회장으로 불러 모으도록. 작전 투입에 앞서 모두를 모아놓고 당부할 것들이 있으니.”
“알겠습니다.”
해시 초(오후 9시) 무렵, 모두가 연회장에 모이자 제갈수광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작전 수행 시에 명심해야 할 사항들에 관한 기본 교육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예 조직에 속하여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 인원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사전 교육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교육은 반 시진(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교육이 마무리되자 모두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지만, 나와 제갈수광, 임려현, 장호산, 우문직, 단목홍신은 남아서 내일의 이동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그 논의까지 마치고 침소로 돌아오니 거의 자시 초(오후 11시)에 가까웠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