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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17화 (317/416)

내 안에 마교있다 317

임고산으로 이동해야 할 인원은 총 스물네 명이다.

우리 쪽의 총원 스물두 명에 우문직과 단목홍신을 더한 수다.

낮에는 숨어서 휴식을 취하고 어두운 시간대에만 이동할 계획이니, 임고산의 합류 지점에는 이르면 모레 낮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두운 시간에 이동하려는 이유는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다.

한데 아무리 밤중이라도 스물네 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면 눈에 띄기 쉽다.

그래서 어젯밤에 회의를 통해 네 조로 나눠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큰 의미 없이, 은밀한 이동을 위해 편의상 나눈 조라 하겠다.

임려현의 조에는 남궁설, 왕철양, 심산화, 공은림, 하조혁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오전에 이미 떠났는데, 연주상단 남창지점의 화물선에 몰래 타고 갔다. 뱃길로 포양호 남부의 진현현까지 이동한 후, 어두워지면 배에서 내려 그곳에서부터 육로를 이용하게 된다.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의 신법 실력은 우리 스물네 명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보니 가장 먼저 보낸 것이다.

장호산의 조는 연주상단 남창지점의 화물 마차에 숨어 탄 채로 이동하고 있다. 그 조에는 추소륵, 풍세학, 제갈건, 황보충, 선우린이 함께하고 있다. 그들은 신시 초(오후 3시)에 출발했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후에는 제갈수광의 조도 출발했다.

선의림, 종금무, 강하령, 남군호, 단목홍신이 제갈수광과 함께하고 있다. 그들은 죽립을 눌러쓴 채, 인적이 드문 경로를 통해 이 인근을 벗어났다.

술시 정(오후 8시)과 해시 초(오후 9시) 사이.

나는 출발을 앞두고 송풍장의 본채에 들렀다.

거실로 들어서자 진양옥과 송유하가 송유림과 놀아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참고로 송유하도 우리 조라서 같이 떠나야 한다. 그녀가 야행복을 갖춰 입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를 보자마자 송유림의 얼굴이 활짝 폈다.

“오라버니이이.”

“우리 림아, 잘 놀고 있었어?”

내가 환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송유림이 아장아장 뛰어왔다.

곧장 송유림을 안아 들었다.

“웃쌰.”

“헤헤헤.”

“우리 림아, 밥 먹었어?”

“응!”

“많이 먹었어?”

“응! 마니 머거써!”

“어이구, 잘했네. 어이구, 이뻐라.”

내가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자, 송유림이 또다시 헤헤헤 웃었다.

송유림은 벌써부터 엄청 예쁘게 생겼다.

어렸을 때 예쁘게 생겼다가 크면서 덜 예뻐지는 사람들도 왕왕 있는데, 송유림이 그렇게 될 일은 없을 듯하다. 어머니인 진양옥과 언니인 송유하를 보면 대강은 예측할 수 있다.

송유림을 안은 채로 진양옥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아버지는요?”

“남창에 다녀오신다며 오후에 이 총관님과 같이 나가셨어. 늦게 돌아올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늦으실 모양이네.”

“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양옥이 말했다.

“곧 출발한다고 들었다.”

“예. 바로 가 봐야 합니다.”

그러자 내게 안겨 있던 송유림이 말했다.

“가? 오라버니, 가?”

이에 내가 송유림에게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사이, 송유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응, 림아. 언니랑 오라버니랑 어디 좀 갔다 와야 해.”

“시러. 언니, 오라버니, 가지 마.”

이에 빙그레 웃으며 송유림에게 말했다.

“일곱 밤만 자고 올 거야.”

“시러어. 시러어.”

송유림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이긴 한데, 저러면서도 잘 울지 않는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느새 다가온 송유하가 내게서 송유림을 받아 들며 말했다.

“오라버니 말대로 일곱 밤만 자고 올 거야. 올 때 당과 사 올게. 그러니까 울지 말고 착하게 있어야 해.”

진양옥은 평소 송유림에게 단 것을 잘 먹이지 않는다. 그래서 송유림에게 당과 얘기는 제법 잘 통한다.

“당과?”

아니나 다를까 시무룩해지던 송유림의 눈동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송유하가 말했다.

“응. 그러니까 길아랑 휘아랑 잘 놀고 있어. 알았지?”

‘길아’는 제갈길이고 ‘휘아’는 장조휘다.

“길아라앙 휘아라앙……?”

“응, 길아랑 휘아랑.”

그즈음 진양옥이 송유하한테서 송유림을 받아 안았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부디 몸조심하고, 무사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마. 물론 너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미소를 보이며 대꾸하자 진양옥이 이번에는 송유하에게 말했다.

“오라버니 말 잘 듣고, 몸조심하고, 매사에 현명하게 행동해.”

“알았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림아도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

송유하가 진양옥과 송유림에게 차례로 인사했고, 나도 모녀를 향해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림아, 나중에 오라버니랑 재밌게 놀자. 알았지?”

“웅…….”

송유림은 마지못해 대꾸하는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우리는 바로 송풍장의 본채를 벗어났다.

유영평, 윤단영, 이세옥 등과는 이미 인사를 나누고 왔기에 곧장 비룡장의 내원으로 향했다.

본채 앞 정원에서 조원들 네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목강, 우문직, 악미조, 모용리다.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네 사람이 각각 옆에 뒀던 큼지막한 행낭들을 짊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본채의 현관으로 가서 행낭과 무기를 챙긴 후, 정원에 있는 네 사람에게 다가갔다.

참고로 나와 송유하와 모용리의 행낭에는 활과 함께 전통이 결속되어 있으며, 전통 안에는 화살이 꽉 채워져 있다.

궁술을 익히지 않은 단목강과 우문직과 악미조의 행낭에는 화살만 두 단씩 결속되어 있다.

어디에서든 적과 마주칠 수 있는 게 현 강호의 분위기인 만큼, 언제든 궁술을 활용할 수 있게끔 준비한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조도 마찬가지다.

모용리가 내게 물었다.

“림아, 안 울던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해줬다.

“안 울더구려.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그러자 이번에는 악미조가 말했다.

“세상에 림아처럼 안 칭얼거리는 아이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더 사랑스럽구요.”

그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머리에 죽립을 눌러썼다.

그러자 송유하를 포함한 다섯 사람도 곧바로 죽립을 썼다.

모두에게 말했다.

“갑시다.”

곧 단목강과 우문직이 나란히 경공을 펼치기 시작하자 송유하와 악미조가 두 번째 열을 이루며 그 뒤를 따랐고, 모용리와 내가 세 번째 열을 이루며 그 뒤로 따라붙었다.

그렇게 우리는 장원을 벗어나 미리 짜뒀던 경로를 통해 은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조는 앞서 떠난 제갈수광 조의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

누군가가 제갈수광의 조를 추적한 흔적이 있는지 살피면서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제갈수광의 조는 그보다 먼저 떠난 장호산 조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고, 장호산의 조는 배에서 내려서 육로로 향한 임려현 조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나는 삼 열에서 모용리와 함께 달리는 중에도 일 열에서 경공을 펼치고 있는 우문직의 모습에 시선을 두었다.

우문직은 특수전투수행반에 들어간 후로 무공 경지가 쑥쑥 상승하고 있다.

한데 경지가 상승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실전 역량과 내공 활용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볼 때마다 더 나아지고 있다.

저 경공을 보니 이번에도 적잖은 발전이 있었음을 알 것 같다. 이전보다 움직임은 더 경쾌해졌고, 경공에 소모되는 내공의 양은 줄었다.

경공만 저런 건 아닐 것이다.

예전의 우문직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제 우문직은 믿을 수 있는, 듬직한 무인이다.

* * *

어차피 낮에 오래 쉴 수 있기에, 우리는 이동할 수 있는 시간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그 계획에 따라 밤새 달렸고, 새벽녘이 되자 목표했던 동향현 북부의 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은신할 수 있는 적당한 지점을 고른 후, 주변 위장을 마치고 침낭을 폈다.

몇 년 전 기동타격조 활동 당시에도 비슷한 침낭을 썼었는데, 이번 건 더 얇아진 신형이다. 오늘 새벽에 남창지부의 마차가 와서 전해주고 갔다.

한쪽에는 여자들이, 한쪽에는 남자들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다 함께 음식을 먹었다.

계서댁이 싸준 음식인데, 식었어도 꿀맛이었다.

음식을 먹는 중에 모용리가 말했다.

“유하의 경신법 실력이 빼어나다는 사실이야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장시간 경공을 펼치면서도 이렇듯 안정적일 줄은 몰랐어요. 가뜩이나 우리의 평균 경공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었잖아요.”

비룡장에서 오랜 세월 함께 지내다 보니 강하령, 악미조, 모용리는 송유하와 편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참고로 모용리는 송유하보다 한 살 많고, 강하령과 악미조는 두 살 많다.

특히 모용리는 송유하와 궁술 수련을 함께하면서 더 친해졌다.

악미조가 동조하며 말했다.

“저도 놀랐어요. 옆에서 달리면서 유하가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단목 조장님에게 전음으로 말씀드릴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웬걸, 정해진 휴식 시간만으로도 거뜬한 모습이더라구요. 호흡도 그다지 거칠어지지 않았구요.”

악미조가 말을 마치며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송유하를 바라보자 송유하가 민망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모용리가 말했다.

“이 정도면 경신법 실력만큼은 유하가 기동타격조 시절의 저보다 나아요. 그런데 유하는 은잠술도 뛰어나고 결정적으로 궁술이 엄청나니…….”

기동타격조 시절의 본인보다 지금의 송유하가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의미다.

참고로 기동타격조 시절의 모용리는 열여덟 살이었다. 현재 송유하는 스물한 살이다.

“아니에요, 언니들. 저,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송유하가 대꾸하자 단목강이 말했다.

“송 소저는 누구보다 잘할 것이오. 나는 청 소저의 장원 사건 당시에 이미 확인했소. 송 소저가 실전 체질이라는 걸.”

그러자 우문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동감이오. 가뜩이나 그때 송 소저의 경지는 이류였잖소. 이류 때 그 정도였는데 일류인 지금은 뭐.”

송유하는 더욱 민망해하며 천천히 음식만 먹을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불침번 순서를 정한 후 잠을 청했다.

* * *

우리는 유시 정(오후 6시) 무렵에 기상하여 떠날 준비를 했고, 술시 초가 되어 어두워지자 서서히 산 아래로 향했다.

산 아래에 내려왔을 때쯤에는 완전히 어두워져서 인적이 드물었기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빠르게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달려, 다음 날 동틀 무렵에는 목표했던 남성현 북서부의 산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 임고산까지는 계속해서 산지가 이어지기에, 우리 조는 한 식경가량 쉬다가 다시금 길을 재촉했다.

이대로라면 점심때쯤 임고산의 합류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아예 그곳에 가서 푹 쉬기 위함이었다.

그렇듯 중간중간 잠깐씩만 쉬어가며 세 시진 가까이 이동한 결과, 우리는 임고산의 합류 지점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중턱 골짜기의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니, 위쪽 멀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장호산의 모습이 보였다.

장호산과 함께 두 여인이 서 있다.

사옥연과 육화현이다.

육화현은 삼십 대 초반의 여인으로,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의 이(二)조장이다.

육화현도 원래는 남궁묵처럼 천무대원이었는데 남궁묵의 부름을 받고 동부지맹 특전반의 조장으로 합류했다. 두 사람은 잠룡관도 시절에 친한 선후배 관계였다고 한다.

제갈수광과 함께 특전반의 훈련을 돕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이윽고 세 사람의 앞에 다다르자 장호산이 우리에게 말했다.

“어서들 와. 오느라 수고들 많았다. 별문제 없었지?”

단목강이 대꾸했다.

“예, 별문제 없었습니다. 다른 조들도 무사히 도착했겠지요?”

“어. 다들 도착해서 지금 쉬고 있다.”

그러자 사옥연이 우리에게 인사했다.

“공자들, 소저들, 오랜만이에요.”

사옥연도 이전에 봤을 때보다 피부가 많이 탄 모습이다.

“오랜만이에요, 사 소저.”

“와아! 사 소저, 오랜만에 봬요.”

악미조와 모용리가 차례로 그렇게 대꾸했고, 송유하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악미조와 모용리는 북부지맹 잠룡관 출신이지만, 사옥연과는 통합 잠룡대전에서도 만났고, 장강 사건을 같이 겪기도 했다. 나름대로 잘 아는 사이다.

이어서 단목강도 사옥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정말 반갑소, 사 소저. 소저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구려.”

사옥연이 동부지맹 특전반 소속이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저렇게 말한 것이다.

사옥연이 대답 대신 뜻 모를 미소만 지어 보이자, 이번에는 육화현이 내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유겸아.”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육 선배님.”

그러자 장호산이 육화현에게 단목강, 악미조, 모용리, 송유하를 차례로 소개했다. 소개될 때마다 모두가 육화현에게 짧게 인사했다.

장호산이 소개를 마치자 육화현이 말했다.

“나는 육화현이라고 해.”

그러자 단목강이 놀라며 말했다.

“아……! 선배님께서 바로……!”

이에 육화현이 단목강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역시나 단목세가의 소가주라서 그런지 내 이름을 들어본 모양이네?”

“예. 어렸을 때 항주육가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선배님이 잠룡관에 재학 중이던 시절입니다. 그 당시 선배님이 통합 잠룡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항주육가의 어른들께서 기뻐하시던 게 기억납니다.”

단목강의 말마따나 육화현은 항주육가 출신이다.

“아하, 그랬구나. 사실 나도 어렸을 적 단목세가에 갔을 때 너를 본 적이 있어. 그때 너는 서너 살밖에 안 된 아이였지.”

“아, 그러셨군요.”

단목세가와 항주육가는 서로 교류가 많다.

절강을 대표하는 세가들인 데다가, 단목세가가 있는 천목산에서 항주까지는 거리가 가까운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목강과 육화현이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악미조가 말했다.

“항주육가면 동부지맹 잠룡관주이신 육남춘 대협의…….”

그러자 장호산이 대꾸했다.

“맞아. 우리 육 관주님이 육 매의 사촌 오라버니시지.”

“아아……! 그러셨구나아.”

악미조가 그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모용리와 송유하도 비슷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장호산이 말했다.

“참고하라고 말해주자면, 십 년 전쯤에 육 매는 동부지맹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여관도로 유명했어. 통합 잠룡대전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었지.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천무대원이었고.”

“아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육화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육화현이 말했다.

“인사가 끝났으니 너희들에게 말해줄 게 있어. 원래는 기밀 사안인데, 앞으로 오랫동안 작전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사이라서 말해주는 거야. 어차피 알게 될 테니까.”

육화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

“작년부터 각 지맹에 소수 최정예 무력 조직이 창설됐어. 그 무력 조직을 특수전투수행반이라고 해. 줄여서 특전반이라고 부르지. 나는 동부지맹 특전반의 이조장을 맡고 있어. 참고로 우리 특전반의 수장은 남궁묵 선배고.”

마지막에 남궁묵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자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단목강이 육화현에게 말했다.

“하면 남궁묵 선배님의 암행감찰사라는 직책은…….”

“명목상의 직책이지.”

단목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육화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옥연이와 직이, 홍신이도 특전반원이야. 내 조원들이기도 하지.”

그러자 단목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 상태로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인 그가 말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홍신이 녀석이 왜 갑자기 오 년 차에 잠룡관을 졸업하고 동검대에 지원했는지 의아했었는데, 애초에 동검대에 지원한 게 아니었던 거군요. 친한 사촌 형제의 일인데도 전혀 몰랐습니다.”

육화현이 대꾸했다.

“설이도 자신의 둘째 오라버니가 암행감찰사가 아니라 특전반의 반장이라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어.”

그러자 장호산도 말을 보탰다.

“남궁 반장이나 육 조장 모두 잠룡관도 시절부터 나와 친했던 후배들이었어. 그런 나도 오늘 처음 들은 얘기야.”

“그야말로 철저한 기밀 유지로군요.”

그렇게 대꾸한 단목강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보아하니 송 공자에게는 기밀이 아니었던 듯한데…….”

그 말에는 사옥연이 대꾸했다.

“반장님의 요청으로 제갈 교관님과 송 공자님이 우리 특전반의 훈련을 몇 차례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알게 된 거죠.”

이에 나도 단목강에게 말했다.

“야간 무음시 대응 훈련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도 많이 했었던.”

“아.”

단목강과 함께 우리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육화현이 장호산에게 말했다.

“이렇게 송풍장에서 온 선후배들을 모두 보고 나니 정말 든든하네요.”

“하하, 든든하긴 뭘.”

장호산이 겸손한 척하며 대꾸하자 육화현이 말했다.

“남궁 선배가 그랬거든요. 송풍장에서 오는 전력은 신룡대가 안 부러울 정도의 전력이라고.”

“에이, 무슨 그런. 하하. 하하.”

장호산이 또다시 겸손한 척하며 양손을 내저을 때쯤, 육화현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잘 부탁해, 후배님들.”

이에 단목강이 대표로 대답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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