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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18화 (318/416)

내 안에 마교있다 318

육화현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어제 오후에.”

“특전반 전체가 다 같이 왔겠지요?”

“응.”

“묵 형님과 다른 반원들은…….”

“반원들 다수는 경계 근무에 투입되어 있고, 남궁 선배는 일 조의 막내들을 데리고 인근을 정찰하러 나갔어. 그래서 장 선배도 아직 남궁 선배를 못 봤지. 슬슬 복귀할 시간이긴 한데…….”

“아하.”

육화현에게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던 장호산이 말했다.

“저기 오는 게 묵이 아닌가?”

이에 고개를 돌려서 장호산의 시선을 쫓아가 보니, 네 명의 죽립인들이 경공을 펼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이가 바로 남궁묵이었다.

곧 남궁묵이 도착했다.

특전반의 일조장인 묘청상과 일조의 막내들인 목태월, 주경명을 대동한 채였다.

참고로 나는 특전반의 훈련을 도와주면서 일조장인 묘청상과도 몇 차례 만났었다.

묘청상도 삼십 대 초반이며, 육화현처럼 천무대에서 활동하다가 남궁묵의 부름을 받고 특전반의 조장으로 온 경우다. 묘청상도 육화현처럼 잠룡관도 시절에 남궁묵의 일 년 후배였고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관도 시절에 육화현과 연차는 같았지만, 나이는 묘청상 쪽이 한 살 많다.

남궁묵이 죽립을 벗으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들 많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내가 그렇게 말하며 남궁묵에게 고개를 숙이자 우리 조원들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남궁묵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간 잘들 지냈지?”

“예.”

우리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 얘기는 잠시 후에 나누자. 먼저 장 선배하고 인사를 좀 나눠야 할 것 같거든. 장 선배와 너무 오랜만이라서 말이야.”

보아하니 장호산과 남궁묵은 사파와의 전쟁 이후로 처음 만나는 모양이다. 참고로 남궁묵이 비룡장에서 머물다가 떠난 건 재작년 구월 말의 일이었고, 장호산과 이세옥이 비룡장에 합류한 건 작년 정월의 일이었다.

남궁묵이 주경명과 목태월 쪽을 한 차례 바라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인사 나누고 있어. 서로 오랜만일 테니까.”

말을 마친 남궁묵이 묘청상과 함께 장호산 앞으로 향하자, 주경명과 목태월이 우리 앞으로 왔다.

아까부터 의외라는 표정으로 주경명과 목태월을 바라보고 있던 단목강이 말했다.

“주 공자, 목 공자, 오랜만이오.”

이에 주경명과 목태월이 차례로 대꾸했다.

“하하, 오랜만이오, 단목 공자.”

“반갑소, 단목 공자.”

단목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도 특전반원이셨던 거구려. 아, 방금 육 선배님한테서 특전반 얘기를 들어서 말이오.”

주경명이 대꾸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반에 합류하고 보니 공자의 사촌 아우도 와있더구려. 하하. 하하.”

단목강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주경명과 목태월은 악미조, 모용리, 송유하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나눈 우리가 안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장호산과 인사를 마친 남궁묵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남궁묵이 말했다.

“육 조장이 특전반에 대해 대강 얘기했다고 들었어. 알다시피 특전반은 소수 정예고, 두 조로 나뉘어 있어. 그중에서 이 조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육 조장이고, 일 조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친구야. 동부지맹 잠룡관 재학 시절부터 나와 가깝게 지냈던 후배고, 육 조장처럼 최근까지 천무대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특전반의 조장으로 합류했지. 복건 묘가검문 출신의 묘청상 조장이야.”

그러자 묘청상이 우리 조원들에게 본인 소개를 했다.

“반갑다, 후배들. 나는 묘청상이라고 한다.”

그러자 단목강이 말했다.

“하면 선배님께서는 묘옥련 소저와의 관계가…….”

“오! 우리 옥련이를 아는구나? 너는 누구지?”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단목강이라 합니다.”

“아아, 네가 강이였구나? 옥련이가 너와 유겸이 얘기를 많이 했었다.”

몇 년 전, 동부 해안에 해적이 출몰한 일로 잠룡관은 비상대비 체제로 운영됐었다.

당시에 나는 남궁설, 선우린, 청여홍과 함께 사십사 조에 속했었는데, 그 조의 조장이 단목강이었고 부조장이 바로 묘옥련이었다. 참고로 우리 조는 그 당시에 태화지부 사건을 겪기도 했었다.

묘청상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는 옥련이의 숙부다. 막내 숙부지.”

“아, 그러시군요!”

단목강의 대꾸하자 악미조가 말했다.

“저희도 묘 소저를 알아요. 재작년 통합 잠룡대전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던지라.”

“오호, 그래? 후배들은 누군가?”

묘청상이 묻자 악미조와 모용리가 차례로 대꾸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악미조라 합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모용리입니다.”

그러자 묘청상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 후배들이 바로……! 당시의 우승자가 모용 후배라고 했지? 악 후배는 사강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예…….”

악미조와 모용리가 민망해하며 대꾸하자 묘청상이 말했다.

“내가 그해에는 천무대의 임무 때문에 통합 잠룡대전을 못 봤거든.”

악미조와 모용리는 그 해를 마지막으로 북부지맹 잠룡관을 졸업하고 비룡장으로 왔다.

단목강이 묘청상에게 물었다.

“묘 소저도 작년에 잠룡관을 졸업한 것으로 아는데, 잘 지내고 있겠지요?”

“올해 전반기에 교관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이 학기 때부터 동부지맹 잠룡관에서 교관 실습 중이다. 지금은 예비 교관 신분이고, 내년부터 정식 교관이 된다고 하더군.”

“오오! 묘 소저가 잠룡관의 교관님이 되는 거군요. 왠지 묘 소저와 어울립니다. 잘할 것 같습니다.”

단목강이 대꾸하자 묘청상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미 몇 달 전에 묘청상으로부터 묘옥련의 소식을 들었었다. 당시에는 교관 훈련을 받는 중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실습에 투입된 모양이다.

묘옥련은 오 년 차와 육 년 차 때 연속으로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었다. 악미조와 모용리를 만났던 게 오 년 차 때고, 육 년 차 때는 통합 잠룡대전의 팔강에 들었었다.

즉, 교관 일을 할 자격이 충분한 실력자라 하겠다.

현재의 수준으로도 중하위 반 정도를 가르치는 건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묘청상이 우리에게 말했다.

“백도의 훌륭한 후배들과 함께 작전을 펼칠 생각을 하니 여러모로 기대되는군.”

우리가 미소를 보이자 남궁묵이 우리에게 말했다.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많이 피곤하겠지. 일단은 푹 쉬어. 이 옆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사람들이 쉬고 있는 장소가 보일 거야.”

“예.”

우리가 대꾸하자 장호산이 남궁묵에게 말했다.

“나도 이제 가서 쉬어야겠다. 너랑 청상이가 곧 돌아올 거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거든.”

남궁묵이 대꾸했다.

“그래요, 선배. 얼른 가서 쉬어요. 못다 한 얘기 나눌 시간은 앞으로 많으니까.”

장호산을 따라 올라와 보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의 옆으로 일정 구간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커다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었다.

나무 아래의 곳곳에 침낭이 펼쳐진 가운데 사람들이 침낭 안에 누워있었다.

다들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우리도 비어 있는 쪽으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침낭을 펼쳤다.

이후에는 모두가 계곡으로 내려가서 적당히 씻은 후 다시금 침낭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 * *

술시 초(오후 7시) 무렵, 다들 잠에서 깨어났다.

술시 정(오후 8시)쯤에는 저녁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교자였다.

교자를 받아 보니 온기가 남아 있었다.

들어보니 모두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특전반의 절정고수들이 남풍현의 맛집에 가서 사 왔다고 한다.

이곳은 남성현에서는 매우 멀지만, 남풍현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위치다. 특전반 절정고수들의 경공 실력이면 왕복 두 시진 정도 걸렸을 것이다.

맛집에서 사 왔다고 하더니 과연 교자의 맛은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남궁묵이 특전반원들과 우리 일행을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그때부터 한동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앉은 상태에서 한 명씩 일어나 본인을 소개했는데, 소개가 끝날 때마다 모두가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소개 시간이 끝나자 남궁묵을 제외한 특전반원들은 휴식을 취하러 갔고 우리는 남았다.

남궁묵이 작은 보따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러분에게 드릴 선물입니다.”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남궁묵이 제갈수광의 앞에 가서 꺼내 든 건 작은 원형 동패였다.

안력을 집중해서 보니 이성운룡보주패였다.

제갈수광은 기동타격조 활동 당시에도 이성운룡보주패를 받았었다. 이번에도 제갈수광이 우리의 책임자인 만큼 이성운룡보주패가 지급된 것이다.

남궁묵은 이후에 우리에게도 직접 용패를 하나씩 나눠줬는데, 받아 보니 내 것은 이성운룡패였다. 참고로 기동타격조 시절에 내가 받았던 건 일성운룡패였다.

이성운룡패는 아무에게나 지급되지 않는다. 주요 인사거나 지휘관급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림맹에서 나를 그만큼 인정해주고 있다는 뜻이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서 그다지 감흥은 없다. 일성이든 이성이든 별로 상관없다고 할까.

기동타격조 당시에 운룡패를 한 번 받아봤던 인원들은 반가워하는 기색이었고, 이번에 처음 받는 인원들은 운룡패를 꼭 쥔 채 각오를 다지는 기색이었다.

운룡패를 모두 나눠준 후에 남궁묵이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전부 특급 기밀임을 미리 밝힙니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맹에서 여러분에게 정식으로 부여한 명칭은 ‘특무강습대’입니다. 따라서 이번 작전은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과 특무강습대의 합동 작전이 되겠습니다.”

“특무강습대…….”

여기저기에서 그 명칭을 한 차례씩 되뇌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묵이 말했다.

“현재 무림맹은 광서, 운남, 귀주에 무인들을 파견하기 위해 본맹의 전력을 쥐어 짜낸 상태입니다. 말 그대로 쥐어 짜냈기에 광서, 운남, 귀주를 수복하기에는 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근 지역들에서 전력을 보충해주기로 했습니다. 운남 쪽은 사천 무림에서, 귀주 쪽은 호남 무림에서, 광서 쪽은 광동과 해남 무림에서 각각 전력을 파견할 겁니다.”

사천, 호남, 광동은 이번에 천마신교로부터 공격받은 운남, 귀주, 광서와 인접한 지역들이다.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인접 지역 수복 작전에 최대한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중에서 우리의 작전 지역은 광서입니다. 일단 본맹의 전력과 광동, 해남의 보충 전력이 합세하여 본대를 이룰 것이고, 그 본대가 진격하며 광서 수복전을 수행할 겁니다. 우리는 본대를 위해 적의 측방이나 후방을 교란·타격하고, 그 외에도 본맹에서 내려온 여러 특수한 임무들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이동하여, 백운산과 정강산을 차례로 지나쳐 호남 땅으로 진입할 겁니다. 이후 호남 남부의 영흥현, 신전현을 거쳐 강화현 동부의 산지로 향합니다.”

호남의 강화현은 광서의 북동부에 인접해 있다. 인근에 산지와 구릉지가 많아서 전력을 감추기에 적절하다. 그곳에서 본대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 광서로 진입할 모양이다.

“산지로만 은밀하게 이동하는 경로이며, 거리가 제법 멉니다. 산지인 데다가 이동 거리가 먼 만큼 각자 체력 안배와 기력 안배가 필수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말을 이었다.

“우리의 출발 시각은 내일 인시 초(오전 3시)입니다. 특전반의 인원들이 낮에 경계 임무와 순찰 임무를 수행한 터라 휴식이 좀 필요합니다. 모두 그렇게 알고 준비해 주십시오.”

“예.”

몇몇이 작은 목소리로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갈 형님이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만 쉬러 가보겠습니다.”

이에 제갈수광이 앞으로 나서자 남궁묵이 뒤로 물러나더니 조용히 멀어져갔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진형들을 숙지한 후, 상황마다 진형을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처음이니 일단 여러 진형을 갖춰보고 그 진형들에 따른 각자의 위치를 정해줄 것이다. 그러니 집중해서 잘 기억하도록.”

“예.”

“순간적으로 신속하게 진형을 변경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작전 지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진형 변경 훈련을 할 것이다.”

제갈수광이 진형을 활용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특수작전조 시절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당시에 도예주는 전투 진형과 돌파 진형을 정하여 전투 시에 매우 효율적으로 특수작전조를 지휘한 바 있다. 실제로 흑풍대나 신룡대에서는 전투 시에 다양한 진형을 잘 활용한다.

제갈수광은 여러 진형에 관해 설명하고, 진형마다 각자의 위치를 정해주며 기억하게 했다.

이후에 우리는 간단하게나마 진형을 변경하는 연습까지 한 후, 다시금 각자의 침낭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인시 초(오전 3시)가 되어, 특수전투수행반과 특무강습대는 어두운 산길을 따라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초반에는 적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만큼, 우리는 며칠간 매우 빠른 속도로 장시간 이동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공 실력이 부족한 인원들이 굉장히 힘겨워했지만, 남궁묵과 제갈수광은 가차 없었다.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계속 이동하다가, 몇몇 인원들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에야 휴식 시간을 주곤 했다.

의도한 바라고 하겠다.

산지에서 오랜 시간 빠르게 경공을 펼치는 건 그 자체로 수련이 된다.

계속해서 한계를 겪다 보면 내공 활용 능력이 높아지고, 그렇게 경공 실력의 상승, 나아가서는 경신법 전반의 경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강행군으로 인해 가장 힘겨워한 인원들은 역시나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이었지만, 녀석들은 독기를 보이며 꾸역꾸역 버텨내는 모습이었다. 공은림과 하조혁의 수준급 침술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부지런히 달린 우리는 나흘 후, 강서 땅을 벗어나 호남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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