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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19화 (319/416)

내 안에 마교있다 319

우리는 호남으로 들어선 후에도 꼬박 이틀간 매우 빠르게 이동하여, 경유지인 영흥현 인근 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서의 임고산을 출발한 후부터 지금까지의 이동 과정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강행군이었다.

그 강행군으로 인해 다들 휴식이 필요한 상태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휴식이 필요했던 이들은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이었다. 직전까지 세 사람은 경공을 펼치는 중에 거의 비틀거리는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지쳐 있었던 건 심산화, 송유하, 선우린이었다. 직전까지 그녀들은 경공을 펼치는 보폭이 매우 흐트러져 있었고, 호흡은 심하게 거칠어져 있었다.

그 여섯 명뿐만 아니라 일류고수들 모두가 지쳐 있었다. 다들 평소에 경신법 수련을 열심히 해왔는데도 상태들이 그랬다. 그 정도로 고된 여정이었다.

이 또한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의도한 바다.

이런 식의 작전에 처음 참여한 인원들과 상대적으로 무공 경지가 낮은 인원들에게, 앞으로의 작전과 전투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각심을 미리 심어주고자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공 경지가 낮은 인원들이 재차 각오를 다지게 된 가운데 경공술 수련도 되었으니, 지휘관인 제갈수광과 남궁묵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였다고 하겠다.

그간의 강행군으로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던 만큼, 제갈수광과 남궁묵은 일류고수들에게 확실한 휴식을 보장했다.

* * *

이틀 후 늦은 오후 무렵.

긴 휴식을 통해 체력과 기력을 회복한 일행은 다시금 이동할 준비를 했다.

나도 행낭을 꼼꼼하게 다시 싼 후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멀리에서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나를 불렀다.

얼른 다가가서 두 사람에게 물었다.

“어인 일이십니까?”

남궁묵이 대꾸했다.

“이제부터는 광서와 점점 가까워질 테니 적과 언제 조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잖아. 그래서 소수의 정찰조를 앞세우기로 했어. 인원은 일고여덟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확실히 이제부터는 정찰조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남궁묵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광서에 진입해서 본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중에도 그 정찰조를 계속 활용하려고 해. 상황에 따라서는 정찰조의 역할을 넘어 별동대의 역할도 맡길 계획이야. 필요에 따라 소수의 인원을 충원하거나 교체해가면서.”

“아.”

내가 짧게 대꾸하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데 제갈 형님과 나는 각각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을 지휘해야 하는 만큼 본대에 있어야 하잖아. 결국 우리 외의 누군가가 정찰조 겸 별동대를 지휘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겸이 네가 제격인 것 같아서.”

남궁묵이 말을 마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두 사람에게 대꾸했다.

“아하하, 정찰조원의 역할이든 별동대원의 역할이든 맡겨주시면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만, 그 지휘관의 역할이라면 저보다는 임려현 선배님과 먼저 말씀을 나눠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임 선배님이야말로 이런 쪽의 경험이 매우 많은, 노련한 고수시잖습니까.”

그러자 제갈수광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내게 말했다.

“하여튼 이 자식은 책임자 비슷한 역할이라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서는.”

쯧. 정곡을 찔렸군.

“아하하, 그,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대꾸하자 남궁묵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임 선배님께 먼저 말씀드렸어. 그랬더니 너를 강력하게 추천하신 거야. 선배님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당신은 나이가 들어서 감각도 떨어지고 순간 판단력도 많이 떨어지신대.”

“아하하, 그건 그냥 하시는 말씀에 불과하잖습니까. 임 선배님의 실력에 대해서는 두 분도 잘 아실 텐데요.”

그러자 남궁묵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임 선배님께 가서 직접 담판 짓든가.”

“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임려현은 내게 한없이 인자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일로 담판은 무슨 담판이란 말인가.

내 체념한 표정을 확인한 남궁묵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구성원 선발은 책임자인 네가 알아서 해. 되도록 빨리 선발해야 해. 반 시진쯤 후에 정찰조를 먼저 보내고 한 시진 후에는 본대가 출발할 예정이거든.”

“아.”

“참고로 임 선배님도 네가 원한다면 정찰조에 합류하겠다고 하셨어.”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저와 임 선배님이 정찰조에 같이 포함돼도 되는 겁니까?”

“응.”

남궁묵이 간단하게 대꾸했다.

다소 놀랍다.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을 통틀어 최고의 실력자 네 명을 꼽으면 제갈수광과 남궁묵과 임려현과 나다. 그중 두 명을 정찰조에 넣어주겠다니.

정찰조는 수시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소수라도 확실한 전력을 갖춰줄 모양이다.

“단목 조장님과 설 매까지 데려가도 됩니까?”

내친김에 그렇게 묻자 제갈수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자식, 양심이 있나? 임 선배님에 단목강에 남궁설이라니.”

“아하하, 그냥 여쭤만 본 겁니다, 여쭤만. 아하하.”

내가 얼버무리듯 그렇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데려가.”

“예……?”

“대신, 그 세 명을 데려가면 절정고수는 더 못 내준다. 그 점은 네 녀석이 이해하도록.”

의외로 허락이 떨어졌기에 얼른 대꾸했다.

“아이고, 그러믄요. 당연한 말씀이지요.”

제갈수광이 피식 웃었다.

남궁묵이 말했다.

“그럼 나머지 일류고수 네 명도 최대한 빨리 정해서 알려줘.”

이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인원들이 있어 곧바로 대꾸해줬다.

“나머지 네 명은 우문 공자, 단목홍신 공자, 린 매, 그리고 산화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왠지 잠룡관 시절부터 네 녀석과 절친했던 인원들 위주로 선발한 느낌이군.”

“친한 만큼 손발도 더 잘 맞지 않겠습니까. 하하.”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괜찮은 구성인 것 같긴 한데, 마지막 한 명이 산화라는 건 좀 의외네?”

남궁묵은 아무래도 심산화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기에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산화는 경공이 빠른 편이라 연락책 역할을 맡기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은잠술 실력도 특출해서 혹시 모를 상황에서도 알아서 생존할 역량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작고 여려 보여도 실제로는 겁이 별로 없는 녀석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야, 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더니 말했다.

“이곳에서부터 일 차 목적지인 강화현의 동남부 산지까지는 천천히 이동할 거야. 아까도 말했듯 언제 적과 조우할지 모를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체력 안배와 기력 안배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

“예.”

“기본적으로 어두운 시각에 이동하고 날이 밝으면 쉴 거야. 이동할 때는 한 시진 이동에 일다경 휴식의 반복이야. 그렇게 알고 정찰조도 본대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간격을 잘 조절해줘.”

“그러겠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럼 가서 조원들을 얼른 준비시키고 너도 출발 준비를 마친 후에 다시 오도록. 지도를 보며 이동 경로와 대기 지점 같은 것들을 상의해야 할 테니.”

“알겠습니다.”

* * *

반 시진 후, 나와 정찰조원들은 조용히 우리 진지를 벗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덟 명이 세로 두 줄로 이동 대형을 이루어 경공을 펼치는 중인데, 조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족감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일 열에 있는 두 사람은 단목강과 남궁설이다.

현재 두 사람의 경지는 절정의 초중반을 넘어 중반으로 향하고 있다. 그야말로 매우 믿음직한 절정고수들이라 하겠다. 둘 다 전투 대형에서는 전열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열에서 달리고 있는 건 우문직과 단목홍신이다.

둘 다 특전반원이 된 후로 경지가 쑥쑥 상승하여 현재는 일류의 후반에 있다. 상당 기간 신룡대의 훈련을 소화한 만큼, 두 사람의 실전 역량은 믿을 수 있다.

우문직과 단목홍신도 전투 대형에서는 전열의 좌우 측면에 서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특전반에서 암기술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익혔기에, 상황에 따라서는 후열에도 설 수 있다.

삼 열에서 달리고 있는 건 심산화와 선우린이다.

선우린도 근래 일류의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경지가 아직 우문직과 단목홍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철비정술 실력이 빼어난 만큼 전투 시에는 후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우린 특유의 방어적인 검술은 상황에 따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산화는 실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참고로 기동타격조 활동 당시, 관도들 중에서 가장 경지가 높은 이는 나를 제외하면 길초량이었다.

하지만 길초량은 신룡대원이었으니 그도 제외하고 나면, 경지가 가장 높은 이들은 추소륵과 단목강이었다. 두 사람의 경지는 일류의 중반 남짓이었는데, 이후에 계속해서 실전을 겪으며 성취가 빠르게 상승했었다.

한데 현재 우문직, 단목홍신, 선우린의 경지는 일류의 후반이다. 기동타격조 당시의 관도들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전투력이 월등한 수준인 것이다.

옆에서 말없이 경공을 펼치던 임려현이 전음을 보내왔다.

[좋은 조군요.]

그녀는 나와 함께 마지막 열에서 달리고 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전음으로 묻자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뒷모습에서 풍기는 기세와 분위기로 느낄 수 있어요. 조원들 모두가 우리 조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아무래도 다들 절친한 사이고, 서로의 실력에 대해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앞으로 함께할 작전들이 기대되는군요.]

임려현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무엇보다도 전투 상황에서 송 공자와 손발을 맞출 일이 가장 기대돼요. 특수작전조 당시에는 송 공자와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저 또한 선배님과 손발을 맞출 일이 기대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나야말로 잘 부탁해요.]

임려현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렇게 대꾸했고, 나도 마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금 조용히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찰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 * *

우리는 뒤따라오는 본대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주문한 대로 휴식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며 이동했다. 그렇다 보니 전혀 고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삼 일 밤을 이동한 끝에 우리는 강화현 동남부 산지 내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인 넓은 골짜기 주변에는 몇 개의 높은 봉우리가 있어, 우리는 그중 한 곳으로 올라갔다. 일전에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지도를 펼쳐놓고 미리 정해준 봉우리다.

봉우리 근처의 적절한 지점에 은신처를 잡고 나니 동이 텄다.

봉우리의 서쪽은 광서 방향으로, 시계가 멀리까지 나와서 경계 임무에 적절하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도 봉우리의 서쪽 비탈에서 가깝다.

봉우리의 동쪽은 우리가 지나쳐온 골짜기로, 광서 수복전을 수행할 주 전력이 집합할 목적지다. 은신처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골짜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우리가 은신처에 자리를 잡은 날 늦은 오후 무렵,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이 골짜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에서 우리와 신호를 주고받은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은 각각 다른 봉우리로 올라갔다.

그들도 당분간 각자의 봉우리에서 은신하며 우리와 같은 경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 * *

그 후로 이박 삼일에 걸쳐 광서 수복전을 수행할 무림맹의 주 전력이 골짜기에 도착했다.

미리 얘기됐던 대로 남궁묵이 혼자 골짜기로 내려가서 주 전력의 지휘부와 작전 회의를 했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제갈수광에게 들렀다가 나를 찾아왔다.

나를 따로 불러낸 남궁묵이 전음으로 말했다.

[무림맹의 정보에 따르면 광서 지역의 적도들 대부분은 합산지부 쪽에 모여 있고, 나머지는 경계조의 역할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대.]

무림맹 합산지부가 있는 합산현은 광서 땅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남궁묵에게 대꾸했다.

[광서, 운남, 귀주 쪽의 비보가 들려왔던 게 대략 삼 주 전의 일이었습니다. 즉, 적도들에게는 그동안 광동이나 호남 중 한 곳을 노릴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냥 합산에 머물고 있다는 건, 인근 지역인 광동이나 호남을 노릴 생각이 아예 없다는 뜻일까요?]

[그렇게 해석하는 게 타당하겠지. 그리고 적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어. 광서, 운남, 귀주 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인접 지역들은 상황이 다르잖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방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으니까.]

남궁묵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각오한 채로 방어하고 있는 곳을 공격하는 식의 비효율적인 전투를 하느니, 전력을 온전히 보존한 상태로 무림맹의 전력을 맞이하겠다는 계산이겠지. 어차피 무림맹은 광서, 운남, 귀주 지역을 어떻게든 수복해야 하는 처지니까.]

[이러면 오히려 적도들 쪽에서 방비 태세를 갖춘 채로 무림맹의 전력을 기다리는 형국이군요.]

[그러게 말이야.]

이후에 남궁묵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어, 합산지부까지의 이동 경로 및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떠났다.

낮 내내 휴식을 취한 무림맹의 주 전력은 그날 밤, 광서 땅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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