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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20화 (320/416)

내 안에 마교있다 320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의 임무는 무림맹의 주 전력보다 멀리 앞서서 이동하며 경로의 좌우 양쪽을 정찰하는 일이다.

정찰하며 이동하는 중에 적의 경계조를 발견하면 전멸시키는 걸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전멸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이유는 적들에게 무림맹의 전력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감추기 위함이다.

물론 무조건 전멸을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적 섬멸보다는 우리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찰조는 특무강습대와 특전반보다 훨씬 앞서서 이동하고 있다.

정찰조의 주 임무는 은밀하게 나아가며 적측 경계조를 파악하는 일이다.

적 경계조의 존재를 발견하면 그 인근을 자세히 정찰하여, 적도들의 정보 및 지형 정보를 수집한다.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적 경계조의 후방으로 잠입하거나, 강습대와 특전반이 도착할 때까지 조용히 대기하게 된다.

적의 후방으로 잠입한 경우에는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이 적을 타격할 때 적절하게 호응해야 한다.

* * *

광서에 진입한 후로 이틀째 되는 밤.

정찰조원들과 함께 몽산현 인근의 산지를 은밀히 나아가고 있는데, 감각의 끝자락에 불편한 기운들이 걸렸다.

불편하다는 건 저 기운들이 사파, 혈교, 천마신교 쪽의 기운이라는 의미다.

불편한 기운들이 느껴지는 지점은 전방에 보이는 완만한 고개 쪽이다. 고갯길의 양옆에는 다소 가파른 경사면이 있고, 그 경사면은 곧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불편한 기운들은 완만한 능선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느껴지고 있다.

경계 전력을 나눠서 고갯길의 양옆에 배치해둔 듯하다.

지금의 위치에서 저 고개까지의 거리는 제법 멀다.

그런데도 내가 저 먼 곳의 기척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경지가 절정의 후반에 이르러 기척 탐지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 덕분이다.

내 감각의 끝자락에 걸린 상황이니 아직 적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단 조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잠시 더 이동하며 임려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 다음으로 저 불편한 기운들을 눈치챌 사람이 바로 그녀인데, 그녀가 언제쯤 알아챌지 파악해두기 위함이다.

잠시 후, 임려현이 멈칫하더니 표정을 굳혔다.

불편한 기운들을 눈치챈 것이다.

내 예상보다 약간 일찍 알아챘다. 믿음직하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임려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내가 빙그레 미소를 지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미소의 의미를 알아챈 임려현이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전음을 보내왔다.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거군요.]

[예.]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일 열에서 나아가고 있는 단목강에게 바로 전음을 보냈다.

[조장님, 멈추십시오.]

전음이 떨어지자마자 단목강이 걸음을 멈추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뒤따르던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멈췄다.

참고로 정찰조는 서로에게 평상시의 호칭을 쓰고 있다. 내가 그러자고 제안했다.

단목강이 뒤로 돌아서자 나머지 인원들도 돌아섰다.

단목강에게 다시 전음을 보냈다.

[전방에서 적 경계조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임 선배님과 둘이서 인근을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조장님은 조원들을 이끌고 삼십 장 정도 후퇴하여 대기해주십시오. 근처에 표식 여러 개를 남긴 후 편히 쉬고 있으면 될 듯합니다.]

표식을 남기는 이유는 이곳에 도착할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에게 적 경계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가 이쪽에 머물지 않고 적의 후방으로 잠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았소.]

고개를 끄덕인 단목강이 곧장 남궁설에게 전음을 보냈고, 차례로 다른 이들에게도 전음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나는 임려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와 같이 전방을 조사하러 가시죠. 다른 조원들에게는 삼십 장쯤 후퇴하여 대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른 조원들이 서서히 후방으로 물러났고, 나는 임려현과 함께 은잠술을 펼치며 전방으로 나아갔다.

전진하는 중에 더 많은 불편한 기운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고개에서 이어지는 좌우 능선에서도 불편한 기운들이 감지된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임려현과 전음으로 상의했다.

[고개 근처에서 느껴진 기운들은 얼추 서른 개 남짓인 것 같고, 좌우의 능선에 있는 기운들은 각각 네 개씩인 듯하군요.]

임려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아마도 고개 근처가 경계 본부고 좌우의 능선에 있는 이들은 경계조인 것 같습니다. 좌우의 저 완만한 능선을 따라 경계선이 길게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죠. 좌우로 흩어질까요?]

[그러시죠.]

[주기적으로 표식을 남기면서 가기로 하고, 조사의 제한 시간은 한 식경으로 해요. 한 식경 정도 조사했는데도 경계선이 끝날 것 같지 않으면 무조건 이곳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즉, 반 시진 후에는 우리가 이곳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는 뜻이죠.]

[알겠습니다. 제가 오른쪽 능선을 맡겠습니다.]

[그래요. 이따 봐요.]

임려현이 그렇게 말하더니 왼쪽으로 향했고, 나는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오른쪽으로 향했다.

이동하면서 보니 예상대로 능선을 따라 적의 경계조가 일정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전진해야 할 방향을 기준으로 경계선이 가로로 넓게 펼쳐진 형태다.

한 지점마다 배치된 경계조원들은 네 명씩이었다.

경계선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 속도를 더 높였다.

어느 시점이 되자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이 가파른 경사를 이루며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그 지점부터는 경계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얼핏 경계선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경사면 위로 올라갔다.

가파른 경사는 제법 오래 이어지다가 다시 완만해졌다.

그리고 완만해진 지점에서도 적 경계조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네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는데, 그들의 기척은 아래쪽의 경계조원들보다 훨씬 더 은밀했다. 당장 단목강과 남궁설의 수준에서도 저 기척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경계조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배치해둔 느낌이다.

경사 아래쪽의 마지막 경계조와는 거리가 제법 멀지만, 아래쪽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아래쪽의 상황을 관찰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빠져나가서 목격한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는 역할일 것이다.

이후에도 고지의 능선을 따라 이동하며 확인했는데 더는 적의 경계조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쯤에는 이미 한 식경이 살짝 지난 시점이었기에, 나는 서둘러 능선을 내려가 임려현과의 합류 지점으로 향했다.

왕복 반 시진이 약간 지난 시점에 합류 지점에 도착했는데도 임려현은 없었다.

딱히 걱정되지는 않는다.

특전반과 특무강습대를 통틀어, 이런 종류의 단독 임무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란도 없었다.

혹여 임려현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무조건 소란이 일었을 것이다. 임려현이 자고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약 일각을 기다렸을 무렵, 임려현이 도착했다.

[내가 조금 늦었죠? 미안해요, 송 공자.]

[하하, 괜찮습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한 식경쯤에 돌아서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조사하면 적의 경계선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시간을 썼어요. 물론 성과도 있었고요.]

그녀도 나처럼 고지까지 가서 정찰하고 왔을 것 같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원들에게 가면서 얘기 나누시죠.]

[그래요.]

우리는 전음으로 조사 내용을 공유하며 조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조원들은 푹 쉬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에게 조사 내용을 전한 후에 말했다.

“경계선이 길다 보니 적도들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강습대와 특전반을 기다렸다가 모두와 상의한 후에 공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은 후방으로 더 물러납니다.”

이후에는 모두와 함께 적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 쭉 물러나서 편하게 대기했다.

참고로 강습대와 특전반은 통상 한 시진 내지 한 시진 반 거리에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오래지 않아 도착할 것이다.

그 후로 삼각쯤 지났을 무렵, 강습대와 특전반이 도착했다.

즉시 지휘관급의 인원들이 모였다.

제갈수광, 남궁묵, 장호산, 묘청상, 육화현, 임려현 그리고 나였다.

임려현과 나는 앞서 정찰하고 조사했던 내용에 대해 자세히 보고했고, 이후에는 작전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 결과, 우리 정찰조는 우측 경계선의 외곽을 맡게 되었다.

좌측 경계선의 외곽은 남궁묵, 육화현을 포함한 정예 특전반원 일곱 명이 담당하고, 중앙은 제갈수광과 장호산이 이끄는 특무강습대가 담당하게 된다. 묘청상과 일부 특전반원들도 특무강습대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작전 회의는 일다경 남짓 계속되다가 마무리되었고, 모두가 경계선을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정찰조는 빙글 돌아 우측 능선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조원들에게 우리의 세부 작전 계획을 주지시켰다.

이후에 나는 적당한 지점에서 조원들과 헤어져 가파른 경사 위의 고지를 향해 은밀히 나아갔다. 세 명이 잠복하고 있던 그 고지가 바로 내 목적지다.

이윽고 근처에 다다라, 세 놈이 잠복하고 있는 지점의 후방으로 돌았다. 그러고는 뒤쪽에서 그들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은잠술을 최대한으로 펼친 채 오 장 거리까지 다가갔다.

살펴보니 한 명은 경사면 근처의 낮은 바위에 걸터앉아 있고, 한 명은 그 바위의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한 놈은 내게 앞모습을 보이고 있고, 다른 한 놈은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한 명은 나무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놈은 나무 아래쪽의 굵은 가지 위에 앉아 등을 기대고 있다.

상황상, 바위에 있는 놈들부터 처치하고 나무 위에 있는 놈을 처치해야 할 듯하다.

양손에 콩알 크기의 쇠구슬을 하나씩 쥐고 튕겨낼 준비를 마친 후, 최고 단계의 은잠술을 유지한 채로 더 접근했다.

곧 삼 장 이내로 접어들자마자 나는 즉시 천섬무를 상 단계로 펼치며 달려 나갔다.

신형이 쭉쭉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절정의 후반이다 보니 천섬무를 상 단계로만 펼쳐도 엄청나게 빠르다. 이 정도면 절정의 중반이었을 당시의 최고 속도에 근접하는 빠르기다.

바위에 앉아 있는 두 놈을 겨눈 채, 천섬무의 기운을 담아 양손의 쇠구슬을 가볍게 튕겨냈다.

“어……?”

바위에 앉아 있던 두 놈 중, 내게 앞모습을 보이고 있던 놈이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을 인지한 건데, 그 시점에는 이미 쇠구슬 하나가 놈의 미간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푹!

쇠구슬이 놈의 이마를 관통할 때쯤, 반대편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 있던 놈이 신형을 뒤로 틀며 엉덩이를 떼려 했다.

그리고 엉덩이가 들리던 순간에 쇠구슬이 놈의 귀 옆을 통해 머리를 관통했다.

푹!

그즈음 나는 이미 나무의 아래쪽 가지를 향해 도약한 상태였다. 내 키보다 살짝 높은 위치의 가지다.

그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던 놈이 오른손에 쥔 무언가를 황급히 입으로 가져감과 동시에, 왼손 위의 물체를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오른손에 쥔 건 호각이고 왼손으로 띄워 올린 건 비둘기다. 비둘기는 당연히 전서구일 것이다.

푸드드드득!

전서구가 날아오른 순간, 나는 가슴 앞에 교차시켰던 양손을 털어내며 적을 향해 소비도 두 자루를 날렸다.

한 자루는 놈의 입으로, 다른 한 자루는 놈의 심장으로 향했다.

천섬무의 기운을 담아서 날린 소비도들이다.

놈이 지금의 자세에서 저 소비도들을 피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나뭇가지를 다시 한번 박차며 전서구가 날아오른 방향으로 도약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중에 활을 빼 들었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에 걸쳐, 상체에 비스듬히 메고 있던 활이다.

빼 든 활을 왼손으로 잡음과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어깨 뒤의 전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화살을 시위에 메기며 시위를 잡아당겼다.

찌이이이익-

나뿐만 아니라 궁술을 배우고 있는 친우들 모두, 상체에 메고 있는 활을 빠르게 빼내어 화살을 날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 제갈수광의 주문에 따른 연습이었다. 그래서 이렇듯 이 동작에 능숙해져 있는 것이다.

전서구와의 거리는 대략 십오 장.

허공의 정점에서 시위를 부드럽게 놓자, 화살이 전서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푹! 끼륵-

화살이 관통하고 지나가자 전서구가 추락하기 시작했고, 나도 나뭇가지를 디디며 바닥으로 착지했다.

착지하면서 보니 나뭇가지 위에 있던 놈은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져서 축 늘어져 있었다. 입과 심장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서구가 떨어진 지점으로 향했다.

비둘기가 전서통을 매단 채 죽어 있었다.

전서통에서 전서를 꺼내어 내용을 확인했다.

<적습. 육매령 지점.>

이 고개의 지명이 육매령인 모양이다.

참고로 이건 미리 작성되어 있던 전서다.

공격을 받는 중에 전서를 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렇듯 미리 준비해뒀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전서구를 날리는 방식이다.

내 단독 임무는 소란 없이 저 세 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임무를 완수한 만큼, 나는 즉시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반대편에서는 남궁묵과 육화현이 나와 같은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텐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소요가 없다.

임무를 시작하기 전인지,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실력이면 무난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가파른 능선 바로 아래에 있는 적의 경계 지점이다.

다가가면서 보니 능선을 따라 이어진 산길의 덤불 뒤에 임려현이 숨어 있었다. 계획대로다.

참고로 임려현이 있는 곳으로부터 십 장 정도의 거리에 적들 네 명이 모여 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서 적들을 확인했다.

한 명은 우리 쪽에서 가까운 나무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우리에게서 먼 나무의 가지 위에 앉아 있었으며, 나머지 두 명은 중간의 평평한 지형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임려현이 수신호를 보내왔다.

본인이 가까운 쪽 나무에 기대고 있는 적을 맡을 테니, 나는 먼 쪽 나무 위에 있는 적을 맡으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려현이 다시 수신호를 보내왔다.

이후에는 본인이 중앙에 있는 두 놈의 시선을 끌 테니, 나더러 두 놈의 뒤를 공격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후, 은잠술을 최대한으로 펼치며 먼 쪽의 나무 근처로 향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적의 이 장 근처까지 다가갔다.

참고로 이곳에 있는 적들은 아까 내가 처치했던 세 놈에 비해 경지가 낮다. 그래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잠시 멈춰서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후, 자세를 낮추고는 서서히 나무 쪽으로 다가갔다.

나무 위에 있는 놈의 사각에서 다가가는 것인데 마침 방향도 좋다. 나무 기둥에 가려져서, 중앙에 앉아 있는 두 놈은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살금살금 세 걸음을 옮긴 후, 오른손에 준비해뒀던 쇠구슬을 튕겨냈다.

날아간 쇠구슬이 굵은 가지 위에 앉아 있던 놈의 옆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굵은 가지 위에 앉아 있던 놈의 신형이 기우뚱할 때쯤, 임려현이 맡기로 했던 놈의 신형이 앉은 채로 축 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도 적을 제거한 것이다.

그 직후, 임려현이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내더니 죽립을 벗으며 두 놈을 향해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즈음의 나는 이미 천섬무를 상 단계로 운용하며 두 놈의 등 뒤로 짓쳐 드는 상태.

앉아 있던 두 놈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임려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 순간, 내 양손을 떠난 쇠구슬이 놈들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앉아 있던 놈들의 상체가 거의 동시에 허물어졌다.

임려현이 다가오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와아! 방금 그 속도, 뭐예요?]

눈동자에 놀람이 가득 담겨 있다.

[아하하,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장원에서 비무할 때 송 공자가 보여줬던 속도도 빨라서 항상 감탄했었는데, 그조차도 내게 맞춰서 많이 조절한 속도였다는 거군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내가 민망해하자 임려현이 다시 말했다.

[이다음에 장원으로 돌아가면 비무할 때 더 빠른 속도로 상대해주기예요. 알았죠?]

[아하하,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임려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빠르고 정확한 그 강탄술도 매우 감탄스럽지만, 확실히 그 속도를 보니 송 공자의 존재가 더 든든해지네요.]

[제 속도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질수록 공력 소모도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든요.]

[아.]

임려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말했다.

[가시죠. 조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 말에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다음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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