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25
선우린의 위치는 우측 끝이라, 남궁설과 함께 우측의 절정고수 두 명을 맡고 있었다.
선우린의 앞에 있는 자는 도를 휘두르는 절정고수다. 천마신교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자다.
그리고 지금 심산화가 있는 위치는 도를 휘두르는 절정고수의 좌측 후방이다. 저곳에서 도를 쓰는 절정고수를 노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단체전에서는 누군가 한 사람이 무리하면 조직력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본인이 위험해지는 것을 넘어 동료들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르친 아이들에게 그 부분을 항시 강조했었다.
심산화는 감이 좋은 녀석이라, 이 상황에서 저 절정고수를 노리는 게 무리한 시도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녀석이 저러고 있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아마도 선우린을 돕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오른쪽! 적!]
내가 전음으로 위험을 알리자 심산화가 움찔하더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그제야 이효극을 발견하고는 신형을 뒤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하기에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다.
심산화에게 다가가고 있는 이효극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효극을 마지막으로 봤던 게 육칠 년 전의 일이었다.
삼십 대 초반이었던 당시의 경지와 삼십 대 후반인 현재의 경지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티디딩!
단목강이 소수의 암기만 쳐내며 나머지 암기는 몸을 비틀어 피하고 있다.
천섬무로 인해 시야 내의 모든 광경이 느려진 상태라, 암기들이 단목강의 의복을 스치며 지나가는 모습이 아주 잘 보인다.
단목강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만 암기를 피했다.
최대한 빨리 이효극을 쫓기 위함이다.
한데 이효극을 뒤쫓기 시작한 단목강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그의 속도 중에서 가장 빠르다.
눈빛도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그의 눈빛 중에서 가장 무서운 눈빛이다.
그가 갑자기 저러는 이유는 이효극의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심산화를 지켜내겠다는 결의로 저렇듯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달려가며 왼손으로 소비도 세 개를 날렸다.
이효극의 전진을 방해하기 위해 그의 전방으로, 허리 아래 높이로 날렸다.
제법 빠른 속도로 날렸는데 이효극이 반응했다.
겨우 반응한 모양새긴 하지만, 늦지 않게 반응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하겠다.
탱!
그가 검을 들어 소비도를 쳐냈다.
한데 그 후의 대응이 다소 의외였다.
나는 그가 소비도를 쳐내며 속도를 줄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과 달리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가장 방해가 되는 소비도 하나만 쳐내며 낮게 도약한 것이다.
그즈음에는 선우린의 앞에 있던 절정고수도 자신의 뒤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챈 낌새였다. 심산화가 뒤를 노리고 있었던, 도를 쓰는 절정고수다.
역시나 놈이 순간적으로 선우린과 남궁설을 향해 다수의 소형 비표를 털어내는가 싶더니 신형을 휙 돌려 심산화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즉시 남궁설이 자신의 앞에 있는 절정고수에게 철비정을 털어내더니 빠르고 어지럽게 검을 휘두르며 비표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비표를 막아내는 사이에 자신의 앞에 있는 절정고수가 공격해오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먼저 견제한 것이다. 매우 훌륭한 대처다.
남궁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비표들은 적당히 피해내면서 선우린의 앞으로 향하는 비표들을 중점적으로 쳐내는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비표를 쳐낸 남궁설이 도를 쓰는 절정고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우린이 남궁설의 앞에 있던 절정고수를 향해 다수의 철비정을 뿌렸다. 남궁설을 엄호하기 위함이다.
친구 간이라 그런지 손발이 기가 막히게 잘 맞고 있다.
둘 다 많이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지금의 남궁설도 여태 내가 봤던 것 중에서 가장 빠르다. 단목강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눈매도 매우 매섭다.
그녀도 심산화를 지켜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남궁설은 금세 도를 든 절정고수의 뒤에 다다랐다. 애초에 둘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던 탓이다.
남궁설이 도를 든 절정고수의 등 뒤를 향해 경쾌하게 검을 찔러 넣었다.
도를 든 절정고수가 더는 심산화를 쫓지 못하고 서둘러 신형을 틀며 도를 휘둘렀다.
슈악-
그의 도가 남궁설의 허리 어림을 베어왔다.
남궁설이 도약할 듯 동작을 취하자 도의 날이 살짝 허공으로 향했고, 그러자 남궁설이 즉시 신형을 낮게 깔았다.
절정고수의 도가 남궁설의 등을 스쳐 지나갈 때쯤, 남궁설이 낮은 자세로 튕기듯 전진했다.
이윽고 그녀의 검이 전광석화와 같이 뻗어나가더니 도를 든 절정고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크윽……!”
상처가 제법 깊다.
절정고수가 옆구리를 부여잡더니 황급히 도를 회수하며 다시금 남궁설을 베어왔다.
남궁설이 그 도를 피하며 재차 기회를 노릴 때쯤, 심산화를 향해 나아가던 이효극이 방향을 틀어 남궁설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도를 쓰는 절정고수도 천마신교의 마인인데, 아마도 이효극의 동료이거나 부하일 것이다. 그런 그가 위태로워지자 도우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효극은 도를 쓰는 절정고수에게 다다르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뒤쫓던 단목강이 결국 이효극의 측면으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효극이 방향을 틀었기에 단목강이 측면에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단목강이 이효극의 전방을 향해 검법을 펼쳐냈다. 이효극의 전진을 막기 위해 전방을 향해 검법을 펼친 것이다.
단목강의 검이 세 줄기로 나뉘는 듯하더니 거의 동시에 이효극의 전방을 찔러 갔다.
대개 저런 식의 검술은 하나만 실초고 나머지는 허초인 경우가 많다.
한데 저건 셋 다 실초다.
그리고 저런 식의 검법은 검이 얼마나 여러 개로 나뉘는지도 중요하지만, 나뉜 검들이 얼마나 비슷한 시점에 목표에 도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목강이 검법으로 펼쳐낸 세 개의 검들은 거의 동시에 나아가고 있다.
우리 단목세가의 소가주께서 수준급의 검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효극은 저 속도를 유지하며 전진하려면 세 개의 검을 모두 쳐내야 한다. 그러나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세 개의 검이 찔러 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각도 또한 예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효극의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즉시 멈춰서 검 하나를 쳐내고, 나머지 두 개의 검을 흘려보낸 후에 다시 전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효극은 피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로 그대로 전진하고 있다.
이효극이라면 왠지 저럴 것 같았다.
단목강의 공격을 멈추면서 피할 경우, 도를 쓰는 절정고수를 적시에 돕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효극은 의리가 있어, 위기에 처한 동료나 부하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무릅쓸 사람이다.
이효극이 단목강의 공격에 대응하며 방어 검법을 펼치고 있다.
채쟁!
무리해서 단목강의 공격을 쳐내지 않고 비스듬히 비껴내고 있는 모습이다.
단목강의 검법에 담긴 위력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파악했기에 저렇게 대처한 것이다.
훌륭한 대처라 하겠다.
쳐내려 했다면 단목강의 검에 담긴 위력 때문에 이효극의 검이 밀렸을 것이다. 검이 밀리면 검법도 흔들린다.
그러나 마지막 한 줄기는 제대로 비껴내지 못했다.
결국 그 검이 이효극의 왼쪽 어깨를 얕게 베고 지나갔다.
이효극은 살짝 베이긴 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은 덕에 금세 도를 쓰는 절정고수의 곁에 다다랐다.
도를 쓰는 절정고수는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로 남궁설의 공격을 겨우 막아내고 있던 상태.
어느새 검을 검집에 넣은 이효극이 단목강과 남궁설 쪽으로 양손을 털어냈다.
철비정과 비표가 뒤섞여 단목강과 남궁설의 앞으로 어지럽게 날아갔다.
수준급의 암기술이다.
암기의 수가 너무 많아, 단목강과 남궁설은 전진 속도를 늦추며 암기들을 쳐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부지런히 암기를 쳐낼 때쯤 이효극의 짧은 외침이 들려왔다.
“퇴각!”
뒤따라오던 절정고수들이 모두 당한 것을 알았으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효극이 도를 쓰는 절정고수를 엄호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전선이라 자신들 진영으로 조금만 도주해도 안전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다소 멀리에서부터 달려왔던 내가 이효극의 등 뒤에 다다른 건 그즈음이었다.
내가 바람처럼 그의 곁에 다다른 탓에 그는 아직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상태다.
잠시 후, 이상을 눈치챈 이효극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쯤에는 이미, 섬혼검이 그의 등 뒤에 거의 닿은 상태였다.
그의 눈동자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가가 등 뒤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물론 그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렇듯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니 그와 함께했던 순간순간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진심으로 섬혼검을 거둬들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지금 검을 거둬들이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망설임이 반복되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과거의 지인과 친우들을 상대로 망설이게 되면, 현재의 지인과 친우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되리라는 사실을.
나는 이를 악물고 가속도를 붙여 섬혼검을 찔러 넣었다.
지금의 내가 이효극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는 일뿐이다.
푹!
“컥!”
등을 뚫고 들어간 섬혼검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무인으로 살면서 누군가의 심장을 수도 없이 찔러봤지만, 지금처럼 이 느낌이 싫기는 처음이다.
이효극의 몸에서 검을 뽑아낸 나는 곧장 도를 든 절정고수를 공격했다.
그는 옆구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라, 내가 검술로 압박하며 철비정을 던지자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다.
돌아보니 임려현이 조원들과 함께 남은 두 명의 절정고수를 처리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다가 이효극의 얼굴 옆에 다다랐을 때쯤, 나는 신발 끈을 다시 묶는 척하며 그의 눈꺼풀을 내려줬다.
고통 없이 갔기를 바라면서.
이후에 다시 일어서 보니 남아 있던 절정고수 두 명의 신형도 쓰러져 내리고 있었다.
근처에서 우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무림맹 측의 무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적들은 딱 봐도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자들이었으며, 우리보다 인원수도 많았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우리가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목격했으니 저렇듯 환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본인들 차례라고 생각했는지, 무림맹의 무인들이 우리를 지나쳐 적도들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사기가 쭉 올라가 있으니 저들도 더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죄, 죄송해여…….”
조원들에게 다가가자 심산화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거의 울상이다.
자신으로 인해 조원들이 한바탕 난리가 났기에 저러는 것이다.
“다친 덴 없고?”
사실 이전 상황에서 딱히 심산화가 다칠 일은 없었다.
그저, 녀석이 지나치게 미안해하며 위축되어 있으니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물은 것이다.
심산화가 내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들어 다른 조원들에게도 물었다.
“다친 분? 경상이라도 말씀하십시오.”
다수의 절정고수와 상대했으니 전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조원들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이에 조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말했다.
“그럼 하던 일 하러 다시 출발하죠.”
하던 일이란 전선을 따라 이동하며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을 솎아내는 일이다.
나는 다시 선두에 섰고, 조원들이 두 줄로 내 뒤를 따랐다.
길을 뚫으며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뒤에서 선우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까 산화 말이에요. 제가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저를 도우려고 그랬던 거예요.]
대충 예상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린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다.
[설아와 함께 맡은 절정고수 두 명은 지능적으로 우리를 상대했어요. 둘이서 동시에 설아의 움직임을 견제한 후, 그 틈에 도를 든 자가 저를 공격하는 식이었죠. 방어 검법을 열심히 펼쳤지만 아무래도 제 경지에서는 그를 막는 게 어렵더라구요.]
선우린의 전음이 이어졌다.
[한 번 주도권을 빼앗기니 우리 쪽에서 공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 제 쪽이 계속 위태로워졌고, 설아도 저를 지켜주기 위해 계속 필요 이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죠. 산화는 아마도 제가 위태로운 모습을 보고 도우려고 했을 거예요.]
선우린의 말을 듣고 나니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아까의 경험으로 인해 심산화도 배운 게 많을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성과다.
앞으로는 적어도, 경지 차이가 큰 고수들을 상대로는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길을 뚫는 중에 틈틈이 고개를 돌려 조원들의 상황을 확인하는데, 자꾸 단목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세 줄기로 갈라지던 검법을 목격한 탓이다.
단목강은 아까의 그 검법을 온 힘을 다해 펼쳐낸 게 아니었다. 적당한 힘으로 펼쳐냈다. 즉,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검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그와 눈이 마주쳤기에 전음을 보냈다.
[아까 그 검법, 훌륭하더군요. 잘 봤습니다.]
[하하, 훌륭하기는 뭘…….]
저렇게 대꾸하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표정이다.
[그 검법을 보니 조장님이 그간 전투 중에 열심히 안 싸우고 대충 유유자적하셨다는 걸 알겠더군요.]
내가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자 단목강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하하, 내가 그걸 누구한테 배웠겠소.]
내게서 배웠다는 뜻이다.
내가 미소를 띤 채 낮게 한숨을 쉬어 보이자 단목강이 말을 이었다.
[송 공자의 뒤에 있으니 이렇게 편하고 든든할 수가 없구려. 뭘, 신경 쓸 게 있어야 말이지. 그러니 앞으로도 자주 좀 꼭짓점에 서주시오. 하하.]
이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줬다.
[아까의 그 멋진 검술을 보니 앞으로는 조장님을 꼭짓점에 말뚝으로 세워도 될 것 같더군요.]
단목강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거나 그의 검술 경지가 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황이라, 대견스럽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여러 상황에서 더 믿고 맡겨도 될 것 같다.
무림맹의 무인들은 적도들을 어렵지 않게 쓰러트리며 나아갔다. 그렇다 보니 전선도 쭉쭉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적측의 절정고수들과 귀갑강시공을 펼치는 자들을 솎아내준 덕분이다.
참고로 이효극과 같이 왔던 다수의 절정고수들 외에는 딱히 우리에게 위협이 된 고수들은 없었다.
전투를 치르는 내내 혹시 모를 적의 무음시에도 대비하고 있었는데, 무음시도 날아들지 않았다.
어느 시점이 되자 적진이 전체적으로 매우 어수선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나무 위로 올라가서 확인해보니 적진의 후방에 있는 적도들이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좌측 후방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인원들 때문이다.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이다.
계획대로 적진 후방의 좌측과 우측을 오가며 적진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저건 교란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주변의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쪽에 있는 강습대원들과 특전반원들로 말할 것 같으면, 머릿수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적도들 쪽에 압도적인 고수가 있거나, 흑풍대급의 최정예 무력 조직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종횡무진 움직이는 저 강습대와 특전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전투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면 되는 상황이라, 나는 적진 쪽의 기운에 집중하며 정찰조를 이끌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압도적인 고수가 존재할 수도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진은 빠르게 정리되어갔고, 그 상태로 시간이 더 지나자 적도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적들의 기운에 집중했는데, 신경 쓸 만한 적측 고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절정의 중반을 넘어가는 고수는 투입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광서에서 벌어진 무림맹과 천마신교 간의 첫 대규모 전투는 그렇듯 무림맹 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천마신교 측의 패착은 무림맹 측 최정예 전투 조직의 투입 가능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데 있다.
무림맹 측의 전력을 그저 긁어모은 전력이라고만 여겨, 귀갑강시공만 믿고 밀어붙인 대가를 치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