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31
우리는 전선을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는 중이고, 무음시는 전선의 전방의 능선 위쪽에서 날아오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하면 무음시는 우측에서 날아오고 있는 셈이다.
화살에 담긴 기척이 매우 미세하다.
수준급 궁수가 날린 무음시다.
방향은 알겠는데 무음시가 출발한 위치까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어두운 데다가 거리마저 먼 탓이다.
내 시야에 안 보일 정도면 궁수의 시야에도 우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궁수는 아마도 기감을 통해 강한 기운이 몰려 있음을 파악하여 무음시를 날렸을 것이다.
그 여러 개의 강한 기운 중, 비교적 약한 고리를 노리고.
저 무음시가 노리고 있는 약한 고리는 강하령이다.
현재의 돌파 진형에서 강하령의 위치는 오 열의 오른쪽 줄이다. 악미조가 강하령과 같은 열이다.
우리가 전선을 따라 횡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강하령의 위치는 전선과 닿아 있다. 그래서 그녀는 적들을 상대로 직접 검을 휘두르고 있고, 악미조는 창의 긴 공격 범위를 이용해 강하령을 지원하고 있다.
강하령이 절정고수이긴 하나, 불과 며칠 전에 절정에 올랐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경지에서 저 수준의 무음시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그녀의 전열인 사 열의 종금무와 황보충도, 삼 열에 있는 풍세학과 선의림도, 모두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알아챈다 해도 제대로 대처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일 것이다.
참고로 강하령의 후열에는 모용리와 임려현이 있고, 그 후열에는 내가 있다.
만약 저 궁수가 임려현과 나의 경지를 파악했다면 강하령을 노리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걸 파악하지 못했기에 강하령을 노린 것이다.
나와 임려현의 경우, 경지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성질의 내공을 익힌 탓이다.
나는 반응하지 않은 채로 잠시 조원들을 살폈다.
무음시에 대한 조원들의 반응 시점을 점검하기 위함이다.
임려현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곧, 최선봉에 있는 단목강이 순간적으로 우측 후방을 일별했다. 무음시가 날아들고 있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그 직후, 남궁설의 고개도 우측 후방으로 돌았다. 그녀 또한 무음시가 날아오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한 모양새다.
남궁설은 추소륵과 함께 이 열에 배치되어 있다.
추소륵은 우측에서 적도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남궁설은 양손으로 철비정을 날리며 추소륵을 지원하는 중이었다.
그랬던 남궁설이 무음시를 파악한 직후에는 검을 뽑아 들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음시를 쳐낼 생각이다.
본인이 처리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남궁설이라면 별문제 없이 쳐낼 수 있을 것이다.
곧 남궁설이 사 열과 오 열 사이를 바람처럼 통과하는가 싶더니, 쾌속하게 검을 휘둘러 무음시를 쳐냈다.
태앵!
무음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조원들이 움찔했다.
보아하니 추소륵은 남궁설이 움직인 직후에 무음시를 인지했고, 풍세학과 선의림은 남궁설이 무음시를 쳐내기 직전에 인지했다.
추소륵은 무음시에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고, 풍세학과 선의림은 아직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무음시를 쳐낸 남궁설이 뒤로 빠지던 순간, 또다시 무음시의 기운이 내 감각의 영역에 잡혔다.
같은 궁수가 날린 무음시다.
이번에도 남궁설에게 맡기면 되겠거니 생각하던 찰나, 다른 방향에서도 무음시가 느껴졌다.
한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직후에는 또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무음시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
총 세 명의 궁수가 무음시를 날린 것이다.
모두 우리 강습조 쪽으로 향하고 있다.
각각 우리의 우전방, 우측, 우후방에서 날아오고 있다.
셋 다 수준급의 무음시인데, 새로이 우전방과 우측에서 날아오는 무음시들은 수준이 상당히 높다. 기척을 인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수준이다.
단목강과 남궁설이라면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추소륵은 어려울 것이다.
무음시 세 개가 동시에 날아드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원조가 생각났다.
지원조에는 수준 높은 무음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제갈수광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갈수광 다음으로 경지가 높은 사람은 장호산인데, 그의 경지는 추소륵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장호산이 수준 높은 무음시를 처리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지원조는 무음시 두 개만 날아들어도 다소 위태로워질 수 있고, 이쪽처럼 세 개의 무음시가 날아들 경우에는 매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곧장 전선으로 튀어 나가 우측에서 날아오는 무음시를 쳐냈다.
탱!
내가 무음시 하나를 쳐내자마자 다른 쪽에서도 무음시 쳐내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태댕!
우후방에서 날아온 무음시를 처리한 이는 임려현이고, 우전방에서 날아온 무음시를 처리한 이는 남궁설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나는 전선에서 빠르게 물러나며 임려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런 식이면 무음시를 구사하는 궁수들이 다른 전선에도 적잖이 배치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지원조 쪽은 지금쯤 매우 위험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그쪽으로 가볼 테니, 선배님께서는 조원들을 안전하게 이끌고 합류해주십시오.]
[알았어요.]
임려현이 즉시 대꾸했고 나는 지원조가 있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경공을 펼쳤다.
* * *
제갈수광과 지원조는 주 전력의 정예들과 함께 능선 위를 향해 나아갔다.
어느 시점이 되자 능선 위쪽에서 적들이 일제히 달려 내려왔고,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적도들 중에는 역시나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주 전력의 정예들과 지원조가 있는 위치만 전선이 유지될 뿐, 일반 무인들 위주로 구성된 다른 전선은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결국, 지원조와 함께 움직이던 주 전력의 정예들이 근처의 전선으로 퍼져서 일반 무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제갈수광과 지원조도 전투 진형을 갖추고 전선에서 적도들과 직접 대적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수광은 왕철양, 장호산, 우문직 단목홍신과 함께 전열을 구성했고, 그 외의 인원들은 모두 후열에서 궁술과 암기술로 전열을 지원하게 했다.
왕철양을 전열에 세운 건 본인의 요청 때문이었다.
본인의 부술로도 충분히 귀갑강시공을 상대할 수 있을 듯하다며 전열에 서고 싶어 했다.
왕철양은 일류의 초중반이라서 경지만 보면 귀갑강시공을 상대하기가 버거울 법하지만, 타고난 힘이 남다른 만큼 전열에 세워도 될 것 같았다.
‘뭐, 내 옆에서 싸우게 하면 혹여 녀석이 위험해져도 엄호해 줄 수 있겠지.’
그렇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왕철양은 그야말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귀갑강시공을 익힌 적도들의 단단한 신체가 왕철양의 쌍부에 의해 어렵지 않게 절단됐으며, 설령 절단되지 않은 경우에도 으스러지곤 했다.
쌍부에 공력이 많이 담기지 않았는데도 저런 식이다.
내공보다는 신체의 힘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움직임도, 표정도 가뿐하다.
그야말로 괴력이다.
무기를 휘둘러 왕철양의 쌍부에 맞서는 적들도 있었는데,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쌍부에 부딪힌 순간 적도들의 무기는 모조리 튕겨 나가거나 부러졌다.
게다가 왕철양은 적의 후열에서 날아오는 암기에 대한 대처도 좋았다.
선화부의 넓은 면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튕겨내는데, 선화부가 두 자루다 보니 방어도 더 수월하게 이뤄졌다. 암기에 저런 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안법 수련과 기척 감지 수련이 잘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선화부를 다루는 동작이 매우 빠르며, 두 자루의 선화부를 격렬하게 휘두르는 중에도 신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다음 동작들을 이어가는 움직임은 송유겸의 움직임과도 약간 닮아있다.
‘송유겸 녀석, 괴물을 키우고 있었군.’
지금도 저렇게 엄청난데, 나중에 절정에 오르면 어떤 전투력을 보일지 기대될 정도다.
절정 전에 일류의 중반, 후반으로 나아가는 단계에서도 왕철양의 전투력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다.
그렇듯 무난하게 적도들을 상대해가던 한순간, 제갈수광은 급속도로 눈매를 좁힐 수밖에 없었다.
‘무음시……!’
전방의 능선 위에서, 지원조 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궤적을 보니 후열의 우측 끝부분을 노리고 있다.
현재 지원조는 전열에 다섯 명, 후열에 일곱 명이 배치되어, 널찍하게 전투 진형을 펼친 채로 싸우는 중이다.
그중에서 후열의 우측 끝부분에 있는 건 선우린이다.
무음시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서둘러 막아야 한다.
빠르게 움직인 제갈수광은 금세 선우린의 앞에 이르러, 정확하게 무음시를 쳐냈다.
태앵!
쳐내자마자 바로 외쳤다.
“무음시! 전원, 내 뒤로……!”
주변에 딱히 엄폐물이 없다.
사람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나무들이 소수 있긴 하나, 그 정도로는 엄폐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조원들을 자신의 뒤로 모이게 한 것이다.
조원들이 막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또다시 무음시의 기척이 느껴졌다.
궤적을 예상해 보니 후열 좌측의 제갈건을 노린 듯하다.
그 무음시를 막기 위해 좌측으로 몇 보 이동하던 제갈수광의 눈매가 급격히 좁아졌다.
‘또 다른 무음시……!’
제갈건을 노리는 무음시는 역시나 전방의 능선 위에서 날아오고 있는데, 방금 인지한 다른 하나는 우전방의 능선 위에서 날아오고 있다.
우전방에서 날아오는 무음시가 노리고 있는 건 후열의 우측 끝에 있는 선우린이다.
아직 조원들 대부분이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음시 두 개가 좌측 끝과 우측 끝으로 동시에 날아들고 있다.
혼자서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무음시 하나는 장호산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우전방에서 날아오는 무음시가 훨씬 은밀하다.
장호산의 경지에서는 그 무음시를 인지할 수 없을 것이다.
찰나간에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제갈수광이 곧장 우전방에서 날아오는 무음시를 향해 나아갔다.
탱!
제갈수광이 선우린 앞에서 무음시를 쳐낸 후 빠르게 고개를 돌려보니, 장호산도 제갈건에게 날아드는 무음시를 쳐내는 중이었다.
태앵!
장호산이 좌측의 무음시를 늦게 인지하면 어쩌나 하고 살짝 염려했었는데, 괜한 염려였던 모양이다.
다행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조원들이 대부분 뒤쪽으로 모였으니, 이후부터는 무음시를 막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또다시 무음시의 기척이 느껴졌다.
제갈수광의 양미간이 또다시 빠르게 좁혀졌다.
이번에는 무음시가 세 개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전방과 우전방에서 날아왔었는데, 좌전방이 추가되었다.
우전방에서 무음시를 날렸던 궁수는 그새 이동하여 더 우측으로 치우친 곳에서 화살을 날린 모양이다. 뒤쪽에 있는 조원들을 직접 노리기 위해, 측면으로 더 이동해서 발사 각도를 크게 한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저 무음시를 막으려면 오른쪽 뒤로 조금 더 이동할 수밖에 없다.
‘전방의 무음시는 장 교관에게 맡기면 되지만 좌전방에서 날아오는 무음시는…….’
좌전방에서 날아오고 있는 무음시도 각도가 커서, 뒤쪽에 있는 조원들을 직접 노리고 있다. 게다가 우전방에서 날아오고 있는 무음시보다 기척이 더 은밀하다.
장호산은 무음시 하나를 막기도 버거울 테니 두 개를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
한데 무음시들이 동시에 날아오고 있는 탓에, 우전방의 무음시를 쳐내고 나면 좌전방의 무음시가 완전히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
찰나간에 계산을 마친 제갈수광이 매우 짧게 외쳤다.
“엎드렷!”
자세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일단 엎드리라고 외친 것이다.
우전방에서 날아오는 무음시가 선우린 쪽으로 향하고 있다.
선우린이 자세를 낮추기 시작한 상태에서 무음시가 그녀의 허리 어림으로 향하는 중이다.
태앵!
제갈수광은 그 무음시를 검의 끝부분으로 쳐냄과 동시에 몸을 비틀며 낮고 빠르게 도약했다. 좌측을 향해서다.
도약해서 보니 좌전방에서 날아온 무음시가 이미 제갈건에게 가까워져 있었다. 물론 제갈건은 무음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적도들의 무음시에는 화살촉에 독이 묻어 있을 테니 무조건 쳐내야 한다.
한데 아직 제갈건과의 간격이 멀다 보니 직접 접근해서 쳐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검기를 날려서 쳐내야 한다.
공력 소모가 다소 크더라도, 검기를 최대한 크게 만들어서 발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각도가……!’
하필이면 검기를 날려야 할 경로를 공은림의 어깨가 가리고 있다.
공은림 탓은 아니다.
그녀도 다른 조원들처럼 빠르게 엎드리는 중인데, 하필이면 검기를 날릴 경로상에 있는 것뿐이다.
결국 제갈수광은 살짝 늦춰서 검기를 발출할 수밖에 없었다.
슈웅-
넓적한 검기가 날아가고는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늦다.
“건……!”
자신도 모르게 짧은 외침이 흘러나왔지만, 의미 없는 외침임을 안다.
제갈건이 화살에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곁에 있었는데도 당조카를 지켜내지 못하게 될 줄이야.
‘아아아아, 건아…….’
그 순간이었다.
제갈건의 좌측에서, 마치 귀신처럼,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휙 나타났다.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너무도 익숙한 기운.
‘송유겸……!’
믿어지지 않는다.
좌측 전선에 있어야 할 송유겸이 이곳에 나타나다니.
송유겸이 길쭉한 무언가를 제갈건 쪽으로 뻗고 있다.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흐릿하게 보일 뿐이지만, 저 길쭉한 물건은 분명히 검일 것이다.
태앵!
결국 좌전방에서 날아오던 무음시는 제갈건의 바로 옆에서 튕겨 올라갔고, 송유겸은 빙글 회전하며 자신이 날린 검기마저 흘려보냈다.
바닥으로 착지하는 내내, 제갈수광은 멍하니 송유겸을 바라봤다.
회전을 마친 송유겸이 시선을 맞춰왔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그를 향해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송유겸이가 와줄 줄이야.]
[저희 쪽에도 무음시를 날리는 궁수가 세 명이나 나타났습니다. 같은 상황이 지원조 쪽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면 교관님이 곤란하실 것 같아서요.]
역시 송유겸이다.
저 기특한 녀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강습조는?]
[곧 이쪽으로 합류할 겁니다. 당분간은 적어도 강습조와 지원조가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요.]
무음시를 날리는 궁수들이 많으니 당분간 같이 움직이자는 뜻이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쯤, 또다시 무음시 세 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전처럼 좌전방, 전방, 우전방이다.
제갈수광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우전방의 무음시를 막기 위해 이동했다. 송유겸이 합류한 상황이니 아까처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탱! 탱! 태앵!
역시나 무음시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멀리에서 강습조원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일 때쯤, 이번에는 네 개의 무음시가 지원조를 향해 동시에 날아왔다.
좌전방 쪽에서 또 하나의 무음시가 추가됐다.
송유겸이 빠르게 움직이며 좌전방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무음시를 맡았다.
그렇게 네 개의 무음시를 모두 쳐냈을 때쯤에는 강습조원들이 지원조와 합류했다.
그러자마자 송유겸의 전음이 들려왔다.
[궁수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전진하지 못하고 계속 막고만 있어야 합니다. 가시죠, 교관님.]
송유겸이 대답도 듣지 않은 채로 전방을 향해 튀어 나가고 있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돌려보니 임려현, 단목강, 남궁설, 추소륵 등이 조원들의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장호산과 함께 무음시로부터 조원들을 보호하려는 모양새다.
송유겸이 그렇게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임려현과 단목강과 남궁설이라면 기척이 매우 은밀한 무음시들도 처리할 수 있다.
장호산과 추소륵까지 돕는다면 이곳의 인원들은 충분히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갈수광은 즉시 송유겸의 뒤로 따라붙었다.
열 명 가까운 적도들이 송유겸의 앞을 막아선 모습이 보인다. 그중에서 귀갑강시공을 익힌 적도들이 반쯤 된다.
어느새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송유겸이 그들의 중앙으로 파고들더니 회전하며 양손을 털어냈다.
너무 빨라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송유겸의 양손에서 발출된 것은 독침들일 것이다.
곧 적도들이 괴로워하며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독침이다.
이전에도 송유겸의 비침술을 보면서 종종 감탄했었지만, 방금 펼친 비침술은 그전보다도 수준이 훨씬 높다.
쌍검을 모두 뽑아 들고 송유겸의 곁을 스쳐 지나치며 전음을 보냈다.
[내가 앞장서지.]
적도들이 계속해서 앞을 가로막았음에도 제갈수광은 빠르게 전진할 수 있었다.
뒤에서 송유겸이 철비정과 독침으로 지원해주니 몇 명이 가로막든 금세 처리되었다.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도 많았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송유겸의 암기술은 이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은밀하고 정확했다.
그런 수준의 암기술 지원을 받으며 싸우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투 중에 조원들을 지휘할 일이 없으니 오직 쌍검을 휘두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검도 훨씬 더 경쾌하게 나아가는 느낌이다.
어느덧 능선 위로 제법 많이 올라왔다.
송유겸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 근처에 있었던 궁수 두 명의 기운이 은밀히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달아나는 모양샙니다. 거리가 멀지 않으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좌전방으로 멀어져가는 자들 말이군.]
[예.]
[가지.]
말을 마친 후에는 방향을 바꿔서 더 빠르게 이동했다.
막아서는 적들도 더 빠르게 쓰러져갔다.
곧 두 궁수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들과의 거리도 금세 가까워졌다.
두 궁수가 도주하던 중에도 상체를 틀어 활을 쐈지만, 그 견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자신이 쌍검을 휘둘러 간단하게 튕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뒤쪽에 있던 송유겸이 자신을 지나쳐 앞쪽으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송유겸이 간격을 급격하게 좁혀가자 이번에는 두 궁수가 동시에 암기를 털어냈다.
그러자 송유겸이 암기를 피하며 곧장 낮게 도약하더니 허공에서 양손을 간결하게 털어냈다.
그의 손을 떠난 열 개가량의 철비정이 부챗살처럼 퍼지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도주하는 두 궁수가 측방으로 격렬하게 방향을 틀었다.
철비정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각 좌우 측면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결국 둘 다 철비정의 공격 범위에서 겨우 벗어나긴 했다.
하지만 그때쯤에는 이미 송유겸의 신형이 좌측 궁수의 근처에 도달한 상태였다.
송유겸이 발검과 동시에 궁수의 옆구리를 베더니, 연결 동작으로 그 궁수의 등을 찔렀다. 등을 통해 찔러 들어간 곳은 심장일 것이다.
그즈음에는 제갈수광도 우측의 궁수를 따라잡은 상태였다.
진로를 막아서며 검을 휘두르자 궁수도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며 맞서 왔다.
그러나 궁수의 검술 실력은 궁술 실력처럼 대단치 않아, 쌍검을 휘둘러 금세 처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