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34화 (334/416)

내 안에 마교있다 334

복귀하는 중에 임려현이 전음을 보내왔다.

[벽력탄은 송 공자가 터트린 거죠?]

[그렇습니다. 아까 그곳에 도달하면서 보니 묵 형님과 묘 조장님이 그 걸홍정이라는 자로 인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고, 특전반원들도 정예 조직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걸홍정을 맡아야 하다 보니 특전반원들까지 돕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래서 던진 겁니다.]

[특전반원들을 그렇게 밀어붙일 정도의 정예 조직이면 벽력탄에 대응하는 역량도 뛰어날 텐데, 아까 잠깐 지나치면서 보니 폭발에 의한 피해가 상당히 커 보이더군요. 송 공자가 벽력탄을 잘 썼다는 거겠죠?]

[밀집된 지점을 향해 약간의 눈속임을 이용해서 던진 덕분입니다.]

내가 대꾸하자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그 정예 조직 말인데, 아까 지나치면서 보니 제대로 된 정예들이더군요. 천마신교의 심법을 익힌 자들이었으니 천마신교의 정예 조직일 테고, 그 정도 수준이면 그 유명한 삼단이대의 삼단 중 하나일 거예요. 아마 수라단이라면 하위권, 명황단이라면 중상위권, 마룡단이라면 상위권 부대이지 않을까…….]

수라단, 명황단, 마룡단은 각각 여러 개의 대로 나뉘는데, 주로 일대, 이대, 삼대 쪽에 상위권 실력자들이 몰린다.

임려현은 그런 분류를 기준으로 말한 것이다.

어쨌거나 전직 신룡대 황룡조의 부조장 출신다운, 거의 정확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미 그들이 마룡단임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대꾸해줬다.

[그런 정예 조직이 투입되어 있다면 우리도 더 주의할 필요가 있겠군요.]

임려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귀해 보니 무림맹 측이 적도들을 기세 좋게 밀어붙이며 전진하는 중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특전반과 강습조와 지원조가 적진의 후방을 교란하여 힘을 빼뒀고,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적측 고수와 정예 조직까지 완벽하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폈는데 마룡단도, 특전반과 강습조와 지원조도 보이지 않았다.

임려현의 전음이 들려왔다.

[상황을 보니 천마신교의 정예 조직은 퇴각한 모양이고, 우리 쪽 인원들이 추격에 나선 듯하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갈 교관님과 남궁 반장의 성향상 위험하게 멀리까지 추격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원하러 가는 게 좋겠어요. 걸홍정 같은 고수가 또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에 우리는 근처의 무인들에게 동료들의 행방을 수소문한 후, 동료들이 달려갔다는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다.

반 각쯤 달렸다.

반 각이라고는 해도 임려현과 나의 경공 속도가 빠르다 보니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한 상태다.

그즈음 우리는 전방에서 다가오는 익숙한 기운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야에 특전반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전반의 선두에서 다가오고 있는 이는 육화현이다.

우리를 발견한 육화현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그 고수, 처치한 거야?”

“예. 임 선배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요.”

“다친 데는 없지?”

“예.”

내가 대꾸하자 육화현이 임려현에게 말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선배님. 다친 데 없으시죠?”

“멀쩡해요.”

임려현이 미소 띤 얼굴로 대꾸한 후에 육화현에게 물었다.

“아까의 그 정예 조직을 추격한 거죠?”

“네, 선배님.”

“다들 무사하죠?”

“예.”

육화현이 대꾸했다.

이번에는 내가 육화현에게 물었다.

“묵 형님과 묘 조장님은요?”

특전반에서 두 사람만 보이지 않았기에 물은 것이다.

“맨 뒤에서 제갈 교관님하고 같이 오고 있어.”

“아.”

“그보다도 유겸아, 정말 고마워. 네가 아까 그 시점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엄청 위험했을 거야.”

그녀의 말에 모든 특전반원들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분옥이 내게 말했다.

“반장님과 묘 조장님이 그 고수에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이 엄습해왔어요. 온갖 끔찍한 상상들이 뇌리를 가득 채웠죠. 그때 생각지도 못하게 송 공자가 나타난 거예요. 송 공자를 보니 불안감이 싹 가시더군요. 그 후에는 역시나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고요.”

눈동자에 일종의 경외감 비슷한 감정이 담겨 있다.

부담스럽다.

금분옥은 도하 작전 당시에 타격조로서 함께 작전을 수행했었다. 당시의 경험을 통해 내 역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배낙균도 한마디 보탰다.

“일전에 도하 작전 당시에 함께하면서도 송 공자에게 감탄했었는데, 아까의 모습에는 완전히 탄복했소. 정말 대단하더구려.”

“아하하, 여러모로 운이 따라줬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육화현이 말했다.

“우리 유겸이는 어쩜 이렇게 멋있니, 정말.”

눈동자에 애정이 잔뜩 담겨 있다.

“아하하…….”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을 때쯤, 멀리 특무강습대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무강습대원들이 도착하자마자 모두가 또다시 전장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투가 끝난 게 아니다. 곧바로 전선으로 합류해줄 필요가 있다.

후미에 있던 남궁묵이 손짓으로 불렀기에, 나는 후미 쪽의 인원들과 함께 이동했다. 후미에 있는 이들은 남궁묵, 제갈수광, 묘청상이다.

남궁묵이 말했다.

“분위기를 보니 아까의 그 고수는 별문제 없이 처리한 모양이네?”

“예. 임 선배님께서 지원해주신 덕분입니다. 그 전에, 교관님의 무음시가 큰 도움이 됐고요.”

남궁묵에게 그렇게 대꾸해준 후, 곧바로 제갈수광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무음시였습니다, 교관님.”

그러자 제갈수광이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

“다친 데는 없나?”

“예.”

“수고했다.”

나도 마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묘청상이 내게 말했다.

“아까는 유겸이 덕분에 살았다. 고맙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보다도 두 분,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까 그 고수와 강하게 격돌했잖습니까.”

내가 묻자 묘청상이 대꾸했다.

“어. 뭐, 괜찮아.”

괜찮다고 대꾸하고는 있지만, 멀쩡한 상태는 아닌 듯하다.

아까 걸홍정과 싸우면서 흘낏 봤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둘 다 호흡이 조금씩 불규칙하고 안색 또한 다소 창백한 모습이다.

심각한 상태로 보이지는 않지만, 전투에는 지장이 있을 듯하다. 묘청상 쪽의 상태가 좀 더 나빠 보인다.

묘청상이 화제를 전환하듯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유겸이 너 정말 대단하더라. 그 고수의 강력한 도법에 밀리지 않았다니……. 나는 아예 튕겨 나가고, 남궁 선배조차도 뒤로 쭉쭉 밀려날 정도였는데 말이지.”

그러자 남궁묵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공의 성취와 내공을 다루는 경지가 명백히 우리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겠지.”

이에 민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사람에게 대꾸했다.

“두 분이 밀려나는 모습을 본 후라, 각오하고 대응했던 덕분입니다.”

이후에도 남궁묵과 묘청상은 아까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계속해서 나를 칭찬했고, 나는 민망해하며 적당히 반응해줬다.

대강의 이야기가 끝나자 남궁묵이 전음을 보내왔다.

[아까 우리의 몸 상태를 물었었지? 솔직히 괜찮지는 않아. 우리 둘 다 기혈에 다소의 충격을 받았고, 묘 조장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내상까지 입었거든.]

[아.]

[제갈 형님에게 그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은림이를 불러서 뭔가 얘기하시더라고. 그 후에 은림이가 잠시 진맥하더니 행낭에서 약을 꺼내줬는데, 그걸 먹고 나니 그래도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어. 역시 청선곡은 청선곡이구나 싶더라.]

이런 때마다 청선곡의 두 녀석을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전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안정이 필요하니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후열에서 지휘에 전념해야 할 것 같아.]

[그러셔야죠.]

[나와 묘 조장이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특전반의 전투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어. 그러니 이제부터는 강습조가 특전반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것 같아. 아까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강습조가 나서야 한다는 거지. 우리 특전반이 지원조와 연계하며 움직이는 거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선으로 복귀하면서 보니 적도들이 일제히 퇴각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즉시 퇴각하는 적도들을 추격했다.

그들이 퇴각하는 곳은 당연히 합산지부다. 한데 합산지부는 우리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즉, 이 상황에서의 추격은 곧 진격인 셈이다.

제갈수광에게 잠시 강습조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한 후, 나는 지원조 쪽으로 향했다.

잠시나마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의 실전 역량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전열에서의 모습이 제법 든든한데?]

슬며시 왕철양의 옆으로 나서며 그렇게 말하자, 녀석이 움찔하며 나를 바라봤다.

[조교님……!]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녀석이 민망해하며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아직은 좀 떨립니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부담 갖지 말고, 부법 수련할 때 우리가 중점 뒀던 것들에만 집중해. 부를 휘두르는 동작은 되도록 간결하게 한다. 동작을 펼치는 중에도 시선은 항상 이후의 상황에 대비한다. 알지?]

[예.]

[그리고 전열이니 적을 공격하기보다는 암기 쳐내는 걸 우선시해야겠지?]

[예.]

[무엇보다 후열의 동료들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해. 너도 후열에서 싸워봤으니 알겠지만, 후열의 인원들은 전열의 인원들보다 더 넓은 범위를 집중해서 살피잖아? 그러니 전열이라며 너무 많은 걸 책임지려 하지 말고 후열을 믿고 싸울 줄 알아야 해.]

[알겠습니다.]

왕철양이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대꾸했고, 나도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후에는 이 열에 있는 공은림과 하조혁의 사이로 이동했다.

왕철양이 그랬듯, 두 녀석도 매우 반가워했다.

나는 암기를 던지는 중에도 두 녀석을 관찰하지 않는 척하며 틈틈이 관찰했다.

내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지, 두 녀석은 매우 열심히 암기를 날렸다.

추격전이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두 녀석의 암기술은 상당히 정확했다.

녀석들도 거듭되는 실전으로 인해 적잖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다.

충분한 점검을 마친 후에 공은림에게 먼저 전음을 보냈다.

[은림아, 손을 간결하게 털어내는 건 좋아. 하지만 거리가 먼 목표에게는 손을 더 길게 밀어주듯 뻗어줘야 해. 너는 그래야 위력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아……! 네! 알겠습니다, 조교님!]

[그리고 주변뿐만 아니라 먼 곳의 적들도 틈틈이 훑어줘야 해. 그런 식으로 항상 시야를 넓게 유지하는 버릇을 들여두는 게 좋아.]

[예, 조교님!]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해. 기대 이상이야.]

내 칭찬에 공은림이 감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와앗……! 감사합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 후, 이번에는 하조혁에게 전음을 보냈다.

[조혁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보폭을 짧고 일정하게 가져가는 게 좋아. 너는 그래야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어.]

하조혁은 사내다 보니 기본적인 힘이 좋아서, 먼 곳으로 날리는 암기의 위력은 충분했다. 단, 전체적인 정확도 면에서는 공은림보다 부족했다.

[아! 그렇습니까?]

[응. 그리고 암기술을 양손으로 펼칠 때, 왼손 힘이 좀 많이 들어가고 있어. 오른손보다 위력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위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확도에 중점을 둬야 해. 경지와 성취가 상승할수록 위력은 알아서 붙게 돼 있어.]

[아! 그렇군요. 유념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잘하고 있어. 기대 이상이야. 훌륭해.]

[와아!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끝내주니 하조혁의 표정도 역시나 환해졌다.

사기를 올려줄 목적으로 해준 칭찬이기는 하나, 억지 칭찬은 아니었다.

장원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두 사람 다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지원조의 삼 열로 이동했다.

삼 열에 있는 건 두 사람, 제갈건과 송유하다.

두 사람은 이 열과 약간 떨어져서 여유롭게 경공을 펼치며, 멀리 있는 적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다.

내가 사이에 서자 두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오라버니.”

“어서 오시오, 송 공자.”

이에 내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제갈건이 화살 한 대를 날리더니 말했다.

“남궁 반장님을 압도하던 고수가 있었는데, 그런 고수를 무난하게 물리쳤다고 들었소. 역시 송 공자시오.”

“하핫, 여러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소. 누이와 교관님의 무음시 덕분이었고, 임 선배님이 소비도를 날려준 덕분이었소.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오.”

“하여튼 꼭 그런 식으로 둘러댄다니까.”

씩 웃으며 그렇게 대꾸한 제갈건이 또다시 화살을 날렸다.

날아간 화살이 적도 한 명의 등을 꿰뚫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송유하가 화살을 쏘아 보낸 후에 말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수였다면 제 무음시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 거예요.”

“아니, 충분히 도움 됐어. 그자가 제법이라고 느낀 무음시였기에 제갈 교관님의 무음시가 더 잘 감춰질 수 있었던 거야. 내가 가까이에 있었기에 알아. 나도 상당히 놀랐을 정도로 좋은 무음시였고.”

내 대꾸에 송유하의 표정이 환해졌다.

또다시 화살 한 대를 날린 제갈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옆에 있던 내가 느끼기에도 매우 수준 높은 무음시였소. 전체적인 궁술도, 무음시도, 송 소저가 나보다 뛰어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아까의 무음시를 보니 내 생각보다 격차가 훨씬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려.”

제갈건이 바로 말을 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무음시의 성취가 늘지 않던데, 송 소저는 어쩜 저렇게 계속 성취가 상승하는지……. 나는 아무리 화살의 기척을 죽이려 해도 더는 잘 안 죽여지던데…….”

제갈건이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마쳤다.

송유하가 화살 한 대를 날리더니 제갈건에게 말했다.

“아마도 궁사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무음시를 날릴 때 화살의 기척을 죽이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어요.”

“엥?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제갈건이 곧바로 묻자 송유하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대꾸했다.

“저는 그저 주변의 자연과 최대한 동화된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시위를 놓는 것뿐이라서…….”

송유하가 한 말은 은잠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송유하가 은잠술에 능하다 보니, 무음시에도 자연스럽게 은잠술의 묘리를 접목하고 있는 듯하다.

“주변의 자연과 동화된다…….”

제갈건이 송유하의 말을 되뇌었다.

이후에 그는 활을 날리는 것도 잊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분위기였다.

제갈건은 생각에 잠긴 채로 경공만 펼쳤고, 송유하는 부지런히 화살을 날렸다.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전방을 주시하며 달렸다.

송유하의 전음이 들려왔다.

[오라버니, 저도 철비정술을 배울까 해요. 욕심을 부리려는 건 아닌데, 이번에 실전을 겪어보니 암기술 하나 정도는 익혀둘 필요성이 느껴져서요.]

배워둬서 나쁠 건 없다.

송유하의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는 충분히 자리가 잡힌 상태니까.

[그래.]

내가 대꾸하자 송유하가 말했다.

[기초, 기본 과정은 린이가 가르쳐준대요. 아무래도 제가 린이의 궁술을 봐주고 있다 보니 린이도 뭔가 해주고 싶은가 봐요.]

[린 매의 철비정술은 정석적이지. 기초, 기본 단계를 배우기에는 최적일 거야. 나도 꾸준히 성취를 점검해줄게.]

[감사해요, 오라버니.]

송유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송유하가 여러 경험을 통해 한 명의 당당한 무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

내 옆에서 생각에 잠긴 채로 달리던 제갈건이 갑자기 훌쩍 도약했다.

도약함과 동시에 시위를 잡아당기며 전방을 겨눈 제갈건이 이내 시위를 놓았다.

이전보다 시위를 놓는 동작이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 직후, 나는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한 수준의 무음시가 발사되었기 때문이다.

아까 송유하가 걸홍정을 향해 발사했던 무음시만큼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수준급의 무음시다.

빠르게 날아간 무음시가 멀리에 있는 적도 한 명의 등에 박혔다.

화살에 맞은 적도가 달리다가 고꾸라졌다.

달리던 속도를 보면 일류의 중반쯤은 되어 보이는데, 그는 무음시에 맞기 직전까지 전혀 뒤쪽을 의식하지 않았다. 저 정도 실력자가 무음시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로 당한 것이다.

곧장 송유하에게 물었다.

[혹시 제갈 공자가 이전에도 무음시를 구사한 적이 있었어?]

[예. 아까도 몇 차례.]

[아까의 무음시도 저 정도 수준이었어?]

[저 정도는 아니었어요.]

송유하에게서도 살짝 놀란 기색이 느껴진다.

착지했던 제갈건이 또다시 도약하더니 무음시를 발사했다.

이번 무음시는 이전보다 약간 더 수준이 높았고, 여지없이 적의 등에 박혔다. 이번에 쓰러진 자도 등 뒤로 날아든 무음시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후에도 제갈건은 착지했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연달아 무음시를 날렸다.

그럴수록 제갈건이 날리는 무음시는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송유하와 나는 자주 시선을 맞추며 제갈건을 주시했다.

눈빛을 보니 제갈건은 초집중 상태를 넘어 점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했다.

어느새 제갈건이 발사한 무음시가 스무 발에 이르렀다.

조금씩이나마 올라가던 무음시의 수준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올라가지 않고 정체되었다.

약간의 깨달음이 있어서 무음시의 수준이 상당히 상승한 모양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계라 해도 처음과 비교하면 수준이 크게 상승했다.

이 정도면 제갈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제갈건의 무아지경 상태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적당한 시점을 봐서 제지해야 할 듯하다.

무아지경의 상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심력이 쭉쭉 소모되기 때문이다. 심력은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무음시 세 발이 더 날아갔고, 제갈건이 다음 무음시를 날리기 위해 떠올랐다.

이번 무음시를 끝으로 제지할 생각을 하던 순간,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지금까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수준 높은 무음시가 발사되었던 탓이다.

저 정도면 아까 송유하가 걸홍정을 향해 날렸던 무음시의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절정고수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법한 수준이다.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내심으로 놀라던 순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연의 기운이 서서히 소용돌이치며 제갈건이라는 한 점으로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정에 오른 것이다.

언제 절정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경지이긴 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절정에 오를 줄이야.

착지한 제갈건이 또다시 도약했다.

이전에 도약했던 것보다 훨씬 높이 떠오르고 있다.

절정에 오른 덕분에, 비슷한 힘으로 도약했는데도 일류 때와 확연한 차이가 난 것이다.

한데 기색을 보니 여전히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듯하다.

본인이 절정에 올랐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무음시를 날리는 일에만 몰입해 있는 것이다.

제갈건의 시위에서 또다시 화살이 출발했다.

역시나 직전에 날렸던 무음시처럼 매우 수준 높은 무음시다.

그 사실까지 확인한 후, 나는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제갈건을 향해 전음으로 외쳤다.

[제갈 공자!]

허공에 있는 제갈건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내 전음으로 인해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긴 한데, 깜짝 놀란 탓에 신형이 휘청거리고 있다.

“어어엇……!”

상당히 높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보니 일견하기에는 위험해 보이나, 이제 그는 절정고수다.

휘청거리던 제갈건이 이내 무게중심을 잡는가 싶더니, 제대로 착지하기 위해 신형을 비틀기 시작했다.

곧 그의 신형이 땅바닥과 가까워졌다.

철퍼덕!

저런, 예상과 달리 제대로 착지하지 못했다.

절정고수로서의 움직임에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신형을 비튼다는 게 너무 많은 회전으로 이어진 탓이다.

물론 다치지는 않았다.

미소 띤 얼굴로 제갈건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괜찮소?”

그러자 제갈건이 내 손을 잡고 벌떡 몸을 일으키며 대꾸했다.

“소, 송 공자! 나, 나, 지금 뭔가……!”

“절정에 오른 걸 축하하오.”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제갈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휘둥그레진 눈동자에 금세 희열이 가득 담겼다.

“저, 절정이라니……! 내가 절정에 오르다니……! 우와! 와아!”

“환희의 순간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미안하나, 우리는 지금 추격전 중이오.”

“아! 맞다, 그랬지.”

제갈건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화살 하나를 꺼내서 시위에 메겼다.

그에게 물었다.

“공자가 지금까지 쐈던 무음시들이 어땠는지는 기억하시오?”

“물론 기억하오. 사실, 그것만 기억하오. 그렇다 보니 내가 무음시를 날린 것 이외의 일은 전혀 기억에 없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건이 도약하더니 무음시를 날린 후 착지했다.

그러자 지금껏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있던 송유하가 제갈건에게 말했다.

“축하드려요, 제갈 공자님.”

“고맙소, 송 소저. 다 송 소저 덕분이오.”

“네……? 제가 무슨…….”

“아까 송 소저가 해줬던 말씀 덕분에 깨달음이 있었소. 그 깨달음을 접목해서 무음시를 연습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오. 정말 고맙소.”

제갈건의 말에 송유하가 민망한 듯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한 것도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듣네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는데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잖소.”

그 말에 송유하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또다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내 제갈건도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두 사람과 보조를 맞추며 편하게 경공을 펼쳤다.

빼어난 궁술 실력을 지닌 제갈건이 절정에 오른 만큼, 그가 전장에 끼치는 영향력도 훨씬 커질 것이다.

궁술은 넓은 범위를 공격하고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유하가 절정급 궁사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뛰어난 절정고수 궁사가 추가된 셈이니, 제갈수광도 이제부터는 궁술 지원 위주의 역할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남궁묵과 묘청상이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우 잘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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