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35화 (335/416)

내 안에 마교있다 335

무림맹의 전력은 산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추격을 멈췄다.

산속에서 잠시 전열을 재정비한 후에 다시 출발하기 위함이었다.

이동을 멈추자마자 많은 이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제갈건이 절정에 오른 것을 알고 축하해주러 온 것이다.

“축하드리오, 제갈 공자.”

“축하드려요, 제갈 공자님.”

친우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가운데 황보충이 제갈건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칫! 나보다 더 일찍 절정에 오르시다닛!”

황보충과 제갈건은 일류의 끝자락에 있었기에, 둘 다 언제 절정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둘이 은근히 경쟁하는 분위기였기에 황보충이 저런 식으로 말한 것이다.

제갈건이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얼떨떨하구려. 활 쏘다가 절정에 오르게 될지 누가 알았겠소.”

“어쨌든 축하드리오.”

“고맙소. 내가 이렇듯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절정에 오른 것을 보면, 황보 공자도 머지않았으리라 생각하오.”

제갈건의 말에 황보충이 미소를 지을 때쯤 남궁묵과 제갈수광이 다가왔다.

“축하한다, 건아. 해냈구나.”

“감사합니다, 반장님.”

남궁묵의 말에 제갈건이 대꾸하자 이번에는 제갈수광이 입을 열었다.

“해냈구나. 축하한다.”

제갈수광은 환한 표정이었다. 당조카가 드디어 절정에 올랐다 보니 매우 기쁜 것이다.

“감사합니다, 당숙…….”

제갈건 또한 감격한 표정이었다.

제갈건에게 있어 제갈수광은 우상과 같은 존재다. 그가 쌍검술을 익힌 것도, 궁술을 열심히 연마한 것도, 모두 당숙인 제갈수광을 닮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제갈수광으로부터 인정받은 게 더없이 기쁠 것이다.

“무음시를 펼치다가 절정에 오른 거지?”

“예. 송 공자, 송 소저와 더불어 무음시 얘기를 나누며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송 소저가 무음시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 약간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 후부터 몰입해서 무음시만 날리다가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 빠졌고, 그 상태에서 절정에 오른 모양입니다. 나중에 송 공자한테서 얘기를 들어 보니 그렇습니다.”

“나도 뒤에서 연이어 날아가는 무음시가 네 무음시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나은 무음시를 날리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수준이 완전히 다른 무음시가 날아가기에 놀랐었다. 그걸 보고 혹시 네가 절정에 오른 건 아닌가 하고 추측하긴 했는데 사실이었구나.”

제갈수광이 그 말을 하며 송유하와 나를 일별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감정 없는 눈빛 같지만, 나는 저 눈빛에 고마움이 담겨 있음을 안다.

특전반원들도 제갈건에게 와서 축하 인사를 건넸고, 그러는 사이에 나는 황보충에게 전음을 보냈다.

[조바심 나시오?]

황보충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바심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강하령이 이미 절정에 올랐고 마음속 경쟁 상대였던 제갈건마저 절정에 올랐기 때문이다.

조바심을 느끼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절정 진입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황보충이 편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안 난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 그냥 마음을 비운 채로 내 역할만 충실히 하려고 하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절정에 진입하겠지, 조금 늦으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약간은 염려가 됐었는데 더는 염려할 필요 없을 듯하다.

[역시 황보 형이시오.]

내 말에 황보충이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다시 전음을 보냈다.

[우리 같은 무인들의 현실적인 목표는 최절정이오. 그 말인즉,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절정 이후의 성취라는 뜻이오. 절정 이후의 성취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절정 이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황보 형도 알 것이오. 그러니 절정에 일이 년 일찍 오르거나 늦게 오르는 일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하오.]

황보충이 대꾸했다.

[후, 위로가 되는구려.]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황보충이 전음을 보냈다.

[이왕 위로해준 거, 내가 더 기운 낼 수 있게끔 좋은 말 몇 마디 더 해주시오.]

[좋은 말 같은 건 모르겠고, 나는 그냥 황보 형이 황보 형 자신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오히려 더 굳게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소.]

내 말에 황보충의 입가에 기분 좋은 호선이 걸렸다.

[고맙소.]

나도 미소를 지어줬다.

그때쯤 집합 지시가 떨어졌고, 모두가 대열을 갖춰서 다시금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세 산지를 벗어났다.

평지로 진입해서 달리며 이런저런 지형들을 살펴보니, 우리가 벗어난 방향이 합산현의 북동부 산지임을 알 수 있었다.

합산현은 분지 지형이며, 합산지부는 분지 중앙 부근에 있는 작은 산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현재 위치에서는 남서쪽인데, 그리 멀지 않다.

주 전력은 직선 경로를 통해 합산지부로 향하기로 했고, 특전반과 지원조는 남쪽 경로로 우회, 강습조는 서쪽 경로로 우회하기로 했다.

우리가 우회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측면 매복 전력이 있는지 정찰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강습조에는 한 사람이 더 추가됐다.

제갈건이다.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합류시켰다.

절정고수 궁사 한 명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될 거라면서.

서쪽 경로가 가장 먼 만큼, 강습조는 본대와 헤어지자마자 빠르게 경공을 펼쳤다.

우리는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도 우리의 존재가 되도록 드러나지 않게끔, 주변의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했다.

출발 전에 지도를 통해 적이 매복할 만한 지점들을 미리 숙지했었기에, 우리는 신속하게 여러 지점을 점검할 수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합산현의 서쪽에 있는 홍수하紅水河의 강가까지 점검한 후, 합산지부로 향하기 위해 방향을 동쪽으로 틀었다.

합산지부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주변은 온통 농지인데, 크고 작은 여러 작물이 자라나 있다.

광서 지역은 기본적으로 따뜻하여 요즘과 같은 시월 초에도 농사가 끝나지 않는다.

그렇듯 농지 사이로 나아가던 어느 순간, 나는 심상치 않은 기운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적이다.

수가 제법 많다.

중요한 상황인 만큼 기척 감지의 영역을 최대한으로 펼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상당히 먼 거리에서 적의 기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거리면 적들 쪽에서는 우리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시 한 손을 들어 조원들을 멈추게 하고는 신형을 낮췄다. 조원들도 나를 따라 신형을 낮췄다.

손짓으로 조원들을 가까이 불러 모으자 임려현이 매우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적의 기척을 감지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먼 거리라서 아직 확실하지는 않으나, 백 명이 훌쩍 넘는 듯합니다. 정예, 최정예들로 추정되는 심상치 않은 기운들도 상당수 섞여 있습니다.”

내 말에 조원들의 눈매가 좁아졌다.

임려현이 말했다.

“아직 합산지부에 다다르려면 반 각은 더 가야 해요. 한데 이런 장소에 그 정도 전력이 대기 중이라면…….”

그러자 제갈건이 입을 열었다.

“별동대겠지요. 무림맹의 전력이 합산지부를 공략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 측면이나 후방을 교란할 목적일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우회하며 꼼꼼하게 정찰하길 잘했군요. 저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면 무림맹 측이 입는 피해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요.”

조원들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에게 말했다.

“적의 수가 많아서 이대로 달려드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 별동대의 존재를 파악했다는 게 중요하니, 우리는 우회해서 주 전력 쪽으로 합류하는 게 좋겠습니다.”

강습조는 제갈건까지 합해서 총 열세 명이다.

아무리 우리의 전력이 우수하다 해도 저 별동대를 상대로 그냥 달려드는 건 위험하다. 정예, 최정예가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굳이 무리할 필요 없죠.”

임려현의 대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전방의 적 별동대를 우회하는 경로로 조원들을 이끌었다.

우회해서 전진하기 시작하기를 잠시, 나는 또다시 조원들을 멈춰 세워야 했다.

멀리에서 경공을 펼치며 다가오고 있는 일단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육칠십 명쯤 되는 듯한데, 모두가 정예의 기운을 풍기고 있다.

정확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니지만, 경로를 보니 우리의 근처를 지나쳐 갈 모양새다.

곧장 합산지부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닌 것으로 보아, 인근을 순찰하고 있는 듯하다.

무림맹 측의 우회 전력을 파악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무림맹의 전력이 공격해 올 게 빤한 상황이니까.

즉시 조원들에게 신호한 후, 나부터 제자리에 엎드리며 은신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조원들도 재빨리 엎드리며 기척을 죽이고 있다.

살짝 염려되는 점은 우리가 은신한 곳의 작물이 허벅지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근 농지의 작물들도 대부분 비슷한 높이라서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윽고 적의 순찰대가 근처에 이르렀다.

약 칠십 명쯤인데, 반은 절정 이상이고, 나머지 반도 최소한 일류의 중반 이상이다. 절정고수들은 대부분 절정의 초중반이며, 몇 명은 절정의 중반쯤이다.

저 정도면 정예 타격대 수준의 전력이다.

지금은 순찰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합산지부에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저들은 타격대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적도들 대부분이 혈교와 사파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으며, 천마신교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자들은 소수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순찰대가 우리 인근을 무난히 지나치는가 싶던 순간이었다.

콰앙!

콰아앙!

멀리에서 벽력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합산지부 쪽이다.

무림맹의 주 전력과 합산지부에 있는 적들 간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자 순찰대의 선두에서 달리던 자가 한 손을 들며 경공을 멈췄다. 아마도 지휘관인 모양인데, 혈교의 기운을 풍기고 있다.

뒤따르는 자들도 곧바로 멈춰 서자 지휘관이 신형을 돌리며 말했다.

“전투가 시작된 모양이군. 우리는 적진의 측면과 후방을 오가며 적들을 타격해야 하는 만큼, 이곳에서 충분히 숨을 고른 후에 출발하겠다. 마침 소피가 마려워 오던 참이기도 했고.”

그러자 바로 뒤에 있던 고수 중 한 명이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대꾸한 자가 신형을 돌리더니 뒤쪽에 대고 낮은 음성으로 외쳤다.

“잠시 쉬어 간다! 볼일 볼 사람들은 빠르게 해결하도록!”

“예!”

뒤따르던 자들이 한목소리로 낮게 외치며 대꾸했다.

이후, 적도들 다수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한 가운데, 십여 명은 사방, 팔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흩어지고 있는 자들은 다들 두리번거리고 있어, 그들이 뭘 하려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윽고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은 자들이 바지춤을 내리기 시작했다. 소피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도 일류고수 한 명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윽고 그 일류고수가 멈춰 서더니 바지춤을 잡았다.

바지춤을 내리려던 그가 고개를 갸웃하는가 싶더니 미간을 좁혔다.

그의 앞쪽에 엎드려 있는 우리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웨, 웬……! 큭!”

웬 놈들이냐고 외치고 싶었겠지만, 그전에 내 철비정이 그의 미간을 꿰뚫었다.

들킨 이상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철비정을 던진 내가 신형을 일으키며 손짓으로 신호하자, 내 뒤에서 은신하고 있던 조원들이 일제히 신형을 일으키더니 합산지부 방향으로 빠르게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와 임려현은 후열에서 조원들의 뒤를 쫓았다.

순찰대 쪽에서 외침과 호각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적이다!”

삐이이이이이-!

“열 명 남짓밖에 안 돼! 추격햇!”

그 명령이 들리자마자 적들이 우리를 추격해오기 시작했다.

강습조의 경공 속도도 빠른 상태인데, 추격해오는 적 절정고수들의 경공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대로라면 적 절정고수들과의 거리가 조금씩이나마 계속해서 좁혀질 수밖에 없다. 강습조에는 절정에 오르지 못한 동료들이 여러 명 있기 때문이다.

임려현과 내가 후열에서 암기로 견제하며 도주할 수밖에 없다.

그때쯤, 우리가 처음에 발견했던 백여 명의 별동대 쪽에서도 호각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보니 이쪽에서 상황이 발생한 걸 금세 알아챈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도주를 택한 이유도 저 별동대의 개입까지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저들까지 합세하면 강습조가 극도로 위험해진다.

별동대는 우리의 우전방에 있다.

이윽고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무작정 우리를 막아서기 위해 직선거리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합산지부 사이를 차단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를 확실하게 포위하겠다는 의도다.

만만치 않은 자들이다.

전방의 별동대를 피해 가기 위해 좌측으로 방향을 급격하게 틀어봤지만, 별동대는 계속해서 우리와 합산지부 사이를 차단하는 형태로 움직이며 거리를 좁혀올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적의 별동대가 앞에서, 순찰대가 뒤에서 우리를 포위하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작전을 생각해낸 후 선두에 있는 단목강에게 전음을 보내려는데, 내 옆에서 달리던 임려현이 먼저 전음을 보내왔다.

[이대로라면 포위될 수 있으니 적당한 지점으로 돌파해야 할 것 같아요. 송 공자가 저 앞에 있는 별동대의 시선을 끌어주면 내가 적절한 곳에 벽력탄을 던질게요. 벽력탄으로 인해 적들이 정신없어진 틈을 타서 빠르게 전진하기로 해요.]

마침 내가 생각했던 작전과 거의 비슷하다.

임려현이 벽력탄까지 터트리면 작전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설령 제가 적들과 섞여 있는 상황이라 해도, 제 안위는 고려치 마시고 과감하게 던지십시오.]

그러자 임려현이 농담조로 대꾸했다.

[다쳐도 책임 안 질 거예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요.]

나도 농담조로 대꾸해주자 임려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나는 단목강에게도 전음을 보내어 계획을 알려주고, 다른 조원들에게도 전파하게 했다.

강습조는 더는 방향을 틀지 않고, 전방에서 막아서고 있는 별동대의 정면으로 나아갔다.

적 별동대는 우리의 전진을 차단하기 위해, 진형을 어느 정도 횡으로 펼친 상태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던 한순간, 나는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펼치며 강습조의 동료들을 휙 앞질러 갔다.

홀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 후부터는 적 진형의 정중앙을 향해 달렸다.

적도들의 시선이 복잡미묘하다.

내 경공 속도가 범상치 않은 만큼 기본적으로는 경계심이 가득한데, 그 와중에 황당해하는 기색도 읽을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아직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데, 나 혼자서 적진의 중앙으로 뛰어들고 있는 탓이다.

화살과 암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경공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비룡검으로 화살과 암기들을 쳐내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적진에서 외침이 들렸다.

“고수다! 그래도 적은 한 명이고 뒤따르는 적도들도 소수일 뿐이다! 우리가 잠시만 막아주면 저들을 추격하고 있는 아군이 합류한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막아!”

“예!”

그 직후, 나는 혼자서 적진으로 짓쳐 들었다.

그리고 적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천섬무를 상 단계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병장기들이 나를 찌르거나 베기 위해 다가오고 있고, 여러 방향에서 암기들까지 날아들고 있다.

나라는 한 점을 향해 수많은 공격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탓에 누가 봐도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천섬무를 상 단계로 운용하고 있는 내 눈에는 모든 공격의 시차가 뚜렷이 보였다.

시차가 뚜렷이 보이니 움직여야 할 경로도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비룡검으로 최소한의 공격들만 쳐내거나 비껴내며, 나머지 공격들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피해줘야 적들이 내게 더 집착하게 된다.

피하는 중에도 비룡검으로 한 명을 찔러서 쓰러트렸다.

천섬무를 상 단계로 운용하고 있기에 훨씬 더 많은 수를 쓰러트릴 수 있었지만, 압도적인 고수로 보이지 않기 위해 자제했다.

그러자 역시나 주변의 적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공격해왔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백도의 고수를 잡을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내 뒤를 쫓아오던 강습조원들이 전진 방향을 급격하게 꺾으며 별동대의 좌측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자마자 적의 외침이 들려왔다.

“우측의 차단선을 강화해!”

저들의 우측이 우리의 좌측이다.

내 우측에 있었던 적도들이 명령에 따라 좌측으로 빠르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내 주변에 일순간 적들이 밀집되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강습조원들이 일제히 도약하며 암기를 강하게 뿌렸다.

암기를 다룰 줄 아는 모든 조원이 암기술을 펼친 만큼, 유엽비도, 소비도, 비표, 철비정 등의 수많은 암기가 내 근처까지 날아왔다. 제갈건도 이번에는 화살 대신 비도를 날린 듯하다.

내 주변의 적도들이 암기를 쳐내거나 피하기 시작하던 찰나, 구체 하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벽력탄이다.

속도를 보니 임려현이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알 것 같다.

이에 나는 즉시 자세를 낮추며 적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앞을 막는 자들은 비룡검을 휘둘러 쓰러트렸다.

그때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탄!”

늦다. 너무 늦은 외침이다.

그 직후, 벽력탄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앙!

일대에 흙먼지가 날아오르는 가운데, 그 안에서 온갖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적도들의 신경이 폭발 지점에 팔려 있는 사이, 나는 빠르게 비룡검을 검집에 꽂아 넣은 후, 목갑을 꺼내어 양손에 독침을 준비했다.

이어서 적들이 밀집된 위치로 이동하여, 안으로 파고든 후 회전하며 독침을 털어냈다.

더 많은 수를 처치하기 위해 적도들의 안으로 파고든 것인데, 역시나 열 명 가까운 적도들이 독침에 당했다.

그러자마자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또다시 양손의 독침을 털어냈다.

그러면서 확인해 보니 강습조원들도 적진 좌측의 차단선에 가까워져 있었다.

단목강과 남궁설이 최선봉에서 길을 뚫고, 추소륵, 풍세학, 선의림 등이 뒤를 받치며, 다른 인원들이 암기 지원을 하고 있다.

저런 식이면 무난하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임려현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그녀도 나처럼 양손으로 독침을 털어내는 중인데, 그렇다 보니 주변의 적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저러면 조원들도 더 쉽게 차단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강습조가 별동대의 좌측 차단선을 완전히 돌파했다.

돌파하자마자 조원들이 더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포위될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일단 다행이기는 한데, 별동대의 차단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추격해오던 순찰대와의 거리는 많이 좁혀진 상태다.

특히, 순찰대의 절정고수 중에서도 경지가 가장 높은 자들이 본격적으로 앞장서서 추격하고 있다 보니 거리가 더 빠르게 좁혀진 것이다.

앞장서서 추격하고 있는 다섯 명의 고수가 강습조의 후열을 향해 일제히 암기를 발출하고 있다.

동시에 순찰대의 후열 쪽에서도 강습조원들을 향해 무음시 세 대가 발출된 게 느껴진다.

매우 위협적인 공격들이다.

서둘러 동료들 쪽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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