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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41화 (341/416)

내 안에 마교있다 341

인근 숲속에서 작대기로 쓸 목봉 두 개를 구한 후, 피풍의를 사용하여 간단하게 들것을 제작했다. 그러고는 들것에 오태흥을 눕혔다. 오태흥의 점혈 상태를 유지한 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들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들것의 앞쪽은 왕철양이, 뒤쪽은 하조혁이 들게 한 후 이동하기 시작했다.

남궁묵과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들것의 양옆에서 달렸고, 공은림, 심산화, 묘청상이 우리의 뒤를 따랐다. 참고로 우리 일행은 무인들을 앞세운 채로 후미에서 이동하고 있다.

후미에서 우리와 함께 이동 중인 일행이 한 명 더 있는데, 내 옆에서 달리고 있는 황보충이다.

그는 깊은 생각에 골몰한 상태로 습관처럼 경공을 펼치고 있다.

이 자식이 아직도 저 모양이라니.

뭐, 그에게는 중요한 시간일 테니 그냥 놔두자.

곧 전장에 다다랐다.

우리의 앞에서 달리던 무림맹 측의 무인들이 속도를 올리며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단목진, 문숙경, 낙문월, 종리표가 선봉에서 짓쳐 들고, 고유택, 장익호, 진종정, 요수번, 국해건 등이 절정고수들을 이끌고 뒤따르니, 적측의 전열은 금세 붕괴되기 시작했다.

제갈수광과 임려현은 강습조와 지원조를, 육화현은 특전반을 이끌며 단목진, 문숙경 등이 이끄는 정예 전력을 보조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현명한 판단이다. 특전반과 강습조와 지원조는 이전까지 기력 소모와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인원 중 세 사람만큼은 동료들과 함께하지 않고, 최전선으로 나가서 싸우고 있다. 단목강과 단목홍신은 단목진의 근처에서 검풍대와 함께, 강하령은 스승인 문숙경의 근처에서 해천대와 함께 싸우는 중이다.

아마 지금쯤 단목진은 아들과 조카의 성취에 흐뭇해하고 있을 것이고, 문숙경은 절정에 오른 제자의 성장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은 정예 전력과 충분한 거리를 둔 채로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전투가 본격화되면 멈춰서 전투를 구경하다가, 거리가 멀어지면 쫓아가는 식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남궁묵과 상의하여 오태흥의 아혈을 풀어줬다.

아까 문숙경은 오태흥을 점혈하면서 아혈까지 짚었었다.

오태흥 정도 되는 인사가 치아 사이에 독단을 감추고 있을 리는 없지만, 혀를 깨물고 자진할 수도 있으니 그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오태흥은 절대로 자진할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혹여 오태흥이 자진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하고 아혈을 풀어줬다.

혹여 내 예상과 달리 오태흥이 자진한다고 해도, 상부에서 내게 책임을 물어봐야 얼마나 묻겠는가.

백도인이 죽은 게 아니라 전대 마두가 죽은 건데.

아군이 죽은 게 아니라 적이 죽은 건데.

어쨌든 내게는 책임질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오태흥과 이야기를 나눠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기어이 이런 식으로 노부를 욕보이고 노부의 명예를 땅바닥으로 끌어내리는구나. 우라질 놈들 같으니.”

아혈을 풀어주자마자 오태흥이 분노를 표출했다.

남궁묵이 대꾸했다.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정중한 어조다.

이에 오태흥이 눈동자만 굴려 남궁묵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남궁가의 차남이렷다.”

남궁묵이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

“저까지 알아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태흥은 이후에도 잠시 남궁묵을 바라보더니 눈동자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 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쯤에서 나도 오태흥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송구합니다, 어르신.”

오태흥은 코로 길게 숨을 내쉴 뿐, 대꾸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화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하다.

굳이 더 말을 걸어서 그의 화를 부추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큰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탓에 우리가 멈춰서 구경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나는 수시로 왕철양, 심산화, 공은림, 하조혁에게 전음을 보내어, 우리가 보고 있는 전투에서 참고할 만한 점들을 짚어줬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몇 걸음 앞에 서서 말없이 전투를 지켜보던 황보충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확인한 남궁묵이 전음을 보내왔다.

[충이, 괜찮을까?]

황보충이 제법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 보니 염려되는 모양이다.

[괜찮을 겁니다.]

내가 씩 웃으며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충이에 대해서는 네가 나보다 훨씬 잘 아니까. 그런데 그 표정은 뭐야?]

[하핫, 아닙니다. 그냥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좋은 일? 무슨 좋은 일……?]

남궁묵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어 보이기만 했다.

황보충이 경공을 펼치는 기세를 보니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나는 아까 제갈건이 절정에 오르던 순간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었다. 그는 무아지경에서 몰두하여 무음시를 날리다가 절정에 올랐었다.

지금 황보충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도 아까 제갈건이 절정에 오를 당시에 발산하던 분위기와 상당히 닮았다. 그래서 기대되는 것이다.

벌써 경공의 느낌부터 다르다. 이전과 비교해서 사뿐사뿐 달리는 느낌인데도 쭉쭉 나아가고 있다.

황보충의 모습은 곧 전장에 섞이며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나는 계속 그의 기운을 주시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즉시 튀어 나가서 임려현에게든 제갈건에게든 알려야 할 테니까.

오태흥의 전음이 들려온 건 그때쯤이었다.

[고얀 놈, 이제 어쩔 셈이냐?]

[딱히 계획이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궁금증이 한번 제대로 도지면 매우 집착하는 성격이다 보니,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끼어들었던 것뿐입니다. 제 소검이 어떤 물건인지 알려줄 만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이 없으니까요.]

내 대꾸에 오태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의 내 입장을 나름대로 이해해주는 눈치다.

그 분위기를 확인한 후에 다시 전음을 보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엄밀히 따져서 약속을 어긴 건 어르신이잖습니까.]

[뭬, 뭬야?]

[제가 이 소검을 쇳물로 만들겠다고 했더니 어르신께서 어떻게든 다시 연락을 취하겠다며 그대로 놔두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 놓고는 그냥 목숨을 버리려 하시면 어쩝니까. 그러니 제가 당황해서 어쩔 수 없이 아까와 같이 대처한 거 아닙니까.]

내가 농담조로 짐짓 투정 부리듯 그렇게 말하자 오태흥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에 계속 몰아붙였다.

[어르신은 스스로의 명예만 중시할 뿐, 저와의 약속은 완전히 무시하려 하셨던 겁니다. 제 생각에는 어르신처럼 적대 진영 쪽 구성원과의 약속이라 하여 허투루 여기는 분들 때문에 정마正魔의 반목이 계속 심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오태흥은 황당함이 극에 달한 듯, 대꾸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릴 뿐이었다.

잠시 후 그가 전음을 보내왔다.

[허……! 맹랑한 놈이로다.]

이에 내가 씩 웃어 보이자 그도 드디어 웃음을 보였다. 나에 대한 화가 웬만큼은 가라앉은 것이다.

[고얀 놈. 네놈 때문에 노부가 이 나이에 저승 구경 대신 무림맹의 지하 뇌옥 구경을 하게 생겼다. 노부는 답답한 환경은 딱 질색이란 말이다.]

[송구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조치해보겠습니다.]

[풋! 네가 무림맹주의 자식도 아닌데, 조치해봐야 뭘 얼마나 할 수 있단 말이냐?]

[하핫, 어쨌거나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러자 오태흥이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노부도 그 소검이 궁금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그 소검을 자세히 확인하고 싶으나, 그러면 당장 옆에 있는 남궁가의 차남부터 우리를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으니 상황을 봐서 둘만 있을 때 살펴보는 게 좋을 터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꾸하자마자 고개를 전방으로 돌려야 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 어딘가에서 대자연의 기운이 한데로 모여드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절정에 진입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남궁묵과 시선이 마주쳤다.

남궁묵이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저거, 충이지……?]

[예.]

내가 빙그레 웃으며 대꾸해줬을 때쯤, 옆에서 오태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아이의 기운이로구나. 너희와 어울려 다닐 정도의 신분이면서 철수투를 끼고 있었으니 황보세가의 아이겠지.”

누가 천마신교의 전대 장로 출신 아니랄까 봐 이런 것도 척척 잘 알아낸다.

남궁묵의 전음이 들려왔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던 거, 이 얘기였어?]

[예. 아까 제갈 공자가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도 조금 전의 황보 형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던지라.]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의미 깊은 밤이네. 우리 쪽에 절정고수가 두 명이나 더 추가되었으니.]

[예.]

앞으로 천마신교와 일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당연히 우리 인원 중에서 절정고수가 늘어날수록 좋다.

어쨌거나 기어이 해낸 황보충이 매우 대견스럽다.

이따가 만나면 제대로 축하해줘야겠다.

이후에도 우리는 이동하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정예 전력을 따라다녔다.

다니면서 보니 전세가 확연히 무림맹 쪽으로 기울고 있음이 체감되었다.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 무림맹 측이 완전히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가 더 빠르게 기울어갈 수밖에 없다.

적들은 여전히 벽력탄과 독탄을 터트려가며 발악하는 중인데, 그조차도 대세에는 딱히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 전방에서 또다시 대자연의 기운이 한데로 모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절정에 진입한 건데, 우리에게 익숙한 기운이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도 자연스레 남궁묵과 시선이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운은…….]

남궁묵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전음을 보내왔다.

아마 그의 눈에 비친 내 표정도 비슷할 것이다.

오늘 밤에 이미 두 명이나 절정에 올랐다.

언제 절정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제갈건과 황보충이 절정에 오른 만큼, 다른 누군가가 또 절정에 오를 것이라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한데 우리 인원 중에서 또 한 사람이 절정에 오른 것이다.

남궁묵이 환한 표정으로 전음을 이었다.

[세상에, 홍신이라니……!]

그렇다.

방금 절정에 오른 기운은 단목홍신의 기운이다.

단목홍신의 절정 진입은 상당히 의외다.

나는 제갈건과 황보충 다음으로 절정에 오를 이는 악미조나 모용리일 것이라 예상했었으며, 단목홍신과 우문직 중에서는 우문직이 더 먼저 절정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었다.

한데 단목홍신이 먼저 절정에 진입할 줄이야.

단목홍신은 내가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난 뒤 처음으로 친해진 잠룡관도다. 그는 당시 계반이었던 나를 스스럼없이 대해줬었고, 이후에도 여러 상황에서 나와 송유하를 배려해주곤 했었다.

그렇듯 단목홍신은 내게 의미가 깊은 사람이라, 그가 절정에 오른 게 내 일인 것처럼 기쁘다.

아마도 가주인 단목진, 소가주인 단목강과 함께 싸우던 중에 모종의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부턴가 곳곳에서 퇴각을 외치는 고함이 들리는가 싶더니, 적들이 본격적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무림맹 측 전력은 총지휘관인 종리표의 지휘에 따라 삼분지 이가량은 적도들을 추격하고, 삼분지 일가량은 남아서 합산지부를 점령했다.

특전반과 강습조와 지원조도 추격전에 나섰지만, 나와 남궁묵을 비롯한 우리 일행은 합산지부 쪽에 남았다.

이후 우리는 오태흥을 감시하며 대기했고, 무림맹의 무인들은 종리표의 지시에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며 합산지부 내부를 정리했다.

열심히 지시를 내리던 종리표가 이윽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남궁묵이 미소 띤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종리표도 미소 띤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상당히 친해 보인다. 두 사람은 유명세가 출신들이니 친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광서 수복전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지휘부 회의 시에 종종 마주쳤을 것이고.

이후에 종리표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기에 곧장 그를 향해 포권했다.

“소생 무림말학 송유겸이 종리 단주님께 인사드립니다.”

내 근처에 있는 네 명의 아이들도 나를 따라 일제히 포권했다.

참고로 광서 수복전을 수행하고 있는 주 전력의 공식 명칭은 광서 수복전단이다. 그러니 종리표의 공식 직위도 단주다.

종리표가 대꾸했다.

“그 유명한 동천비룡을 드디어 보는군.”

“아까는 전투 중이어서 따로 인사드리지 못했던 점, 해량해 주십시오.”

“허헛, 인사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어쨌든 정말 반갑네.”

“저야말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간 정찰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줬다고 들었네. 수고 많았네. 고맙네.”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전투 시에도 활약이 매우 컸다지? 아닌 게 아니라 아까 송 공자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괜히 여기저기서 동천비룡, 동천비룡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군. 아무리 현역이 아니라지만, 전대 권마쯤 되는 대단한 고수와 한동안 팽팽하게 싸우다니.”

그러자 오태흥이 끼어들었다.

“흥! 그놈과 싸울 때는 노부가 전력으로 상대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거, 조용히 좀 하시오.”

종리표가 대꾸하자 오태흥이 말했다.

“이놈아! 노부가 거짓말하는 것 같으냐? 정말이라니까!”

그러자마자 종리표가 오태흥의 곁으로 다가가서 점혈법을 펼쳤다.

오태흥이 그대로 기절했다.

종리표가 남궁묵과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전대 마두라도 영 몹쓸 사람은 아닌 듯해서 웬만하면 존중해주고 싶은데, 그래도 이런 대화를 방해받을 수야 있나.”

이에 빙그레 웃어 보인 후에 대꾸했다.

“어쨌거나 방금 저분이 했던 말은 사실일 겁니다. 그나마 제 무공이 쾌자결 쪽이다 보니 잠시나마 어찌어찌 버티는 모양새는 되었습니다만, 저분과 저의 경지 차이를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잖습니까.”

내가 말을 마치자 종리표의 옆에 서 있는 남궁묵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표정을 보니 내 말을 전혀 안 믿고 있다. 내 실력에 대해 잘 알기에 저러는 것이다.

종리표가 대꾸했다.

“음……, 그렇다 해도 아까 숲속 전투에서 송 공자의 공이 매우 컸다는 사실은 변치 않네. 송 공자가 홀로 이자를 잘 막아준 덕분에 우리가 적측 고수들을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이니.”

여기서 더 겸손한 척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될 테니, 나는 민망해하며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이후에도 종리표는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나는 적당한 선에서 대꾸해주는 형태로 대화가 이어졌다.

적들이 퇴각하기 시작한 후로 약 반 시진이 지났을 무렵, 추격전에 나섰던 인원들이 속속 복귀하기 시작했다.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풍세학, 선의림, 제갈건이 보였다.

세 사람은 다른 무인들과 동행 중이다. 동행은 아홉 명이며, 모두 흑의 무복에 죽립 차림이다.

잠시 후 풍세학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송 공자!”

이에 내가 손을 들어 흔들어주자 풍세학과 선의림과 제갈건이 동행들을 이끌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데 동행 중인 아홉 명의 기도가 범상치 않다.

저들이 내공을 운용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경지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으나, 모두가 최소 절정 이상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사람의 기도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딱 봐도 높은 수준의 최절정고수일 듯하다.

아까 단목진이 언급했던 무림맹 측의 고수들이 바로 저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대체 누굴까.

아홉 명의 흑의 무인들이 제법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그들의 정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죽립을 눌러쓰고 있는 탓이다.

그때쯤, 풍세학이 먼저 움직여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내게 한 차례 시선을 준 후 남궁묵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반장님, 제 사숙조님과 사숙들께서 오셨습니다.”

“네 사숙조님과 사숙들이라면…….”

남궁묵이 그렇게 말하며 아홉 명의 무인들 쪽을 바라보자 풍세학이 대꾸했다.

“진허 사숙과 다른 사숙들, 그리고 현송 사숙조님이십니다.”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풍세학이 언급한 진허자와 현송자는 무당사검으로 통하는 무당파 최고의 검술 고수 중 두 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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