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52
가까운 위치에서 터진 벽력탄이 아니다.
상당히 멀리에서 터졌다.
그래서 의아하다.
“이건……, 산봉우리 방향 아닙니까?”
산봉우리가 있는 방향은 동쪽이다.
내 질문에 위태창이 대꾸했다.
“맞아. 이 뒤쪽의 산봉우리 방향일세. 한데 왜 벽력탄 소리가 저 방향에서…….”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한 단어가 있었다.
“산사태! 산사태를 일으키려는 겁니다!”
내 말에 세 중년인이 눈을 크게 떴다.
굵은 빗줄기가 계속 쏟아지긴 했으나 오래 내린 건 아니다. 즉, 지금까지의 강우량만으로는 산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지반이 약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중호우에 가까웠기에 물기가 웬만큼 흙 속에 스며든 정도는 된다.
이 상태에서 벽력탄을 통해 지반에 강력한 충격을 주면?
당연히 산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 위쪽은 경사도 가파르다. 무너져 내리기가 쉽다.
그때쯤 또다시 벽력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앙! 콰광! 콰과광! 콰아아앙!
이번에는 연이어 몇 차례나 들렸다.
저 정도면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즉시 세 중년인에게 빠르게 외쳤다.
“전원, 즉시 이곳을 벗어나라고 명하십시오!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우리 인원들이 오고 있는 방향이 남쪽이기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그 순간, 지축이 서서히 울리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우리는 즉시 지휘 막사를 벗어났다.
와르르르르-
지축의 울림이 더 커지고 있다.
산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서문범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외쳤다.
“전원 남쪽으로 대피한다! 남쪽이다!”
그 외침을 들은 무인들이 재빨리 남쪽으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문범이 장종담과 위태창에게 말했다.
“두 분은 모두를 이끌고 이대로 대피하시오! 나는 내 지시를 못 들은 이들을 데리고 대피하겠소! 빗속인 데다가 소란스럽기까지 해서, 내 소리가 멀리까지는 안 퍼졌을 거요.”
그 말에 장종담이 즉시 대꾸했다.
“아닙니다, 단주님! 나머지 인원들은 제가 챙겨서 가겠습니다!”
위태창도 말을 보탰다.
“아닙니다, 제가……!”
그러자 서문범이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런 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을 새가 없소! 단주 명령이오! 즉시 가시오! 자객들 조심하시고!”
말을 마친 서문범이 고민 없이 돌아서더니 북쪽을 향해 빠르게 사라져 갔다.
위태창이 하소연하듯 중얼거렸다.
“이런 사안에는 꼭 직접 나서려고 하시니……. 하.”
그러자 장종담이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소. 빨리 인원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갑시다. 송 공자는?”
마지막에 나를 보며 묻기에 대꾸해줬다.
“저는 단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괜찮겠나?”
“예.”
“알겠네. 부디 조심하게.”
장종담이 그렇게 말하더니 위태창과 함께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남쪽으로 피하라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나는 곧바로 서문범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지축의 울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서문범을 찾는 일은 어려울 게 없었다.
“어서 남쪽으로 달려! 어서!”
저렇듯 내공을 실어서 고함을 지르며 주둔지의 북쪽 구역을 크게 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왕좌왕하던 무인들이 서문범의 고함을 듣고는 남쪽으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산사태를 살피기 위해 근처의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만약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양이 적으면 그 토사들이 이곳에 이르기 전에 산사태가 멈출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무 위에 올라서 안력을 돋운 순간, 나는 급격히 눈매를 좁혀야 했다. 토사의 양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저 정도면 대규모 산사태다.
이 주둔지는 무조건 쓸릴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산사태의 진행 속도가 고수의 기준으로는 빠른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애초에 토사물에 물기가 많았다면 진행이 매우 빨랐겠지만, 벽력탄을 이용해 억지로 무너트린 산사태이니 전체적으로 물기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서문범과 나도 즉시 이곳을 떠야 한다.
아래를 보니 마침 서문범도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상태라, 나도 나무에서 뛰어내린 후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달리던 중에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 서문범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송 공자……?]
‘네가 왜 여기에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지금은 탈출에 집중하시죠. 까딱하면 우리도 위험합니다. 최고 속도로 벗어나야 합니다.]
서문범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경공 속도를 끌어올렸다.
경공을 보니 서문범의 경지는 절정의 중후반쯤인 듯하다. 중반보다는 후반에 가까워 보인다.
서문범과 나는 경사면을 비스듬히 달려 내려갔다.
우르르르르르르-
굳이 안력을 돋우지 않아도, 거대한 토사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게 그냥 보일 정도로 산사태가 가까워졌다.
소규모의 산사태는 본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산사태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우리의 좌전방으로 무인들 세 명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공이 다소 느린 무인들인데, 안타깝게도 산사태의 토사물이 세 사람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다.
서문범이 절박한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외쳤다.
“이 사람들아! 빨리! 좀 더 빨리!”
서문범의 경공 방향이 세 명의 무인들 쪽으로 향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저러는 모양새다.
전음으로 외쳤다.
[안 됩니다!]
서문범의 뒷모습이 흠칫하고 있다.
그에게 바로 다시 전음을 보냈다.
[지금은 저들을 구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저들 쪽으로 방향을 더 틀면 단주님도 위험해집니다. 아시잖습니까.]
서문범에게서는 대꾸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경공을 펼치는 방향만큼은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다.
그즈음 결국 세 명의 무인이 산사태에 휩쓸렸다.
“살려……!”
“으아아아아아악!”
그 외침들을 끝으로 세 명 모두 토사물 속으로 사라졌다.
서문범의 뒷모습이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산사태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계속해서 달리는 중에, 경공이 느린 무인들 여럿이 산사태에 휩쓸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총 아홉 명이었다.
처음에 휩쓸린 세 명은 뺀 숫자다.
그때마다 서문범의 뒷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났다.
사실 서문범이 한 번만 더 방향을 틀면 나도 그냥 포기하고 내 갈 길 갈 생각이었는데, 그는 처음과 달리 경공 방향까지 틀지는 않았다.
곧 우리의 발아래로도 토사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산사태가 끝나가는 단계라, 밀려오는 토사물의 양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는 토사에 쓸려 내려오는 굵은 나무 기둥 따위를 디디며 토사물 위로 이동했다.
움직이는 물체들을 밟다 보니 초반에 서문범은 다소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신법의 안정감을 되찾으며 무게 중심을 잘 유지해갔다.
나는 별문제 없이 무게 중심을 유지하며 서문범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우리는 토사물을 넘어, 비탈 오르막의 커다란 바위 위에 내려설 수 있었다.
“허어억, 허억, 허억…….”
바위 위에 내려선 서문범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랫동안 최대 속도로 경공을 펼친 데다가, 마지막에는 매우 집중한 상태로 움직이는 나무 기둥들을 밟았으니 저렇듯 호흡이 가쁠 수밖에 없다.
나는 숨이 그리 가쁘지 않아,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문범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헉, 헉, 송 공자는 헉, 숨도 안 차나? 헉, 헉.”
“원래 앞에서 길을 여는 사람이 더 지치고, 뒤따르는 사람은 덜 지치는 법이잖습니까.”
내가 다소 능청스러운 어조로 둘러대자 서문범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가 조금 더 호흡을 진정시키더니 말했다.
“역시, 비룡이라는 별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건가.”
내 신법을 칭찬하는 말이다.
“과찬이십니다.”
내가 대꾸하자 서문범이 미소를 보이더니 마저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때쯤 산사태가 완전히 멈췄다.
서문범이 쓸려 내려온 토사물을 눈으로 훑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열두 명이었네. 산사태에 휩쓸려 허망하게 죽은 부하들이.”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서문범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그들만이 아니겠지. 내가 못 본 사망자도 더 있을 테니.”
말을 마친 서문범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묵념이라도 하듯, 잠시 눈을 뜨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뜬 서문범이 내게 말했다.
“까딱하다가는 나도 큰일 날 뻔했지. 고맙네, 송 공자. 중간에 내가 흔들릴 때 바로잡아줘서.”
“그때는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보니 제 어조가 다소 과했던 듯합니다. 송구합니다.”
내 대꾸에 서문범이 양손을 내저었다.
“송구하다니, 그런 소리 말게. 송 공자는 이미 귀주 수복전단의 큰 은인일세. 송 공자가 와서 적의 기습에 대해 미리 일러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자다가 산사태를 마주했을 것 아닌가. 그랬다면 피해가 어마어마했겠지.”
이에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해량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얼른 움직여야 할 듯합니다. 거센 빗소리 사이로 어렴풋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고함, 비명 같은 것들이 들리고 있습니다.”
내 말에 서문범이 눈매를 좁혔다.
그 상태로 청력에 집중하는 듯하던 그의 눈매가 잠시 후에는 더 좁혀졌다.
내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어서 가지.”
말을 마친 서문범이 서둘러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나도 그의 뒤를 따랐다.
전투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임시 주둔지의 남쪽 능선 방향이다.
다가가면서 보니 능선 부근에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이런 양상의 전투에서는 고지를 점령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데 현재 능선 위쪽을 점령하고 있는 건 적들이다.
귀주 수복전단 측에서도 고지로 올라서기 위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듯한데, 현실은 오히려 점점 밀려 내려오는 모양새다.
내 앞에서 달리던 서문범이 내공을 담아 외쳤다.
“물러서지 마라!”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반색하며 서문범을 맞이했다.
“단주님!”
“무사하셨군요!”
“오셨다! 단주님이 오셨다!”
“물러서지 말라는 단주님의 명령이시다!”
서문범의 등장만으로도 사기가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함께하면서 보니 서문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하들을 아끼고 챙기려는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그 영향력일 것이다.
서문범은 무인들을 독려하며 점점 전선의 중앙 쪽으로 향했고, 나도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전선의 중앙 부근에 이르자 장종담과 위태창의 고함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인들을 지휘하고 독려하는 고함이다.
즉시 두 사람의 고함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곧 멀리 장종담과 위태창이 같이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최전방에서 함께 싸우며 고함을 질러 이리저리 지시를 내리는 중이다.
위태창이 적을 상대할 때는 장종담이 고함을 지르고, 장종담이 적을 상대할 때는 위태창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 나름대로 손발이 잘 맞는 듯하다.
곧 장종담과 위태창이 서문범을 발견하더니 외쳤다.
“단주님……!”
“무사하셨군요!”
두 사람이 반가움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외치더니 전선에서 벗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데 장종담의 주변이 뭔가 이상하다.
이상함을 느낀 순간 즉시 천섬무를 운용하면서 그쪽을 자세히 살폈다.
장종담의 좌측에는 위태창이 있고, 우측에는 다수의 무인이 몰려 있다. 내가 이상함을 느낀 건 장종담의 우측에 있는 무인들 쪽이다.
그리고 나는 곧 이상함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귀주 수복전단의 무인들 사이에 매우 자연스럽게 섞여 있지만, 이상하게도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자가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은잠술을 통해 존재감을 지운 상태인 것이다.
수많은 기운이 얽혀 있는 데다가, 전투로 인해 정신없는 상황이다 보니 다들 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그 직후, 나는 위태창의 좌측에도 그런 자가 한 명 더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그 둘에게 집중했다.
곧 장종담과 위태창이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
그 순간 장종담의 근처에 있던 자가 자연스럽게 장종담과의 거리를 스윽 좁히는가 싶더니, 쾌속하게 팔을 뻗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장검이다.
이에 나는 즉시 전방으로 도약하며 장종담을 노린 놈을 향해 왼손의 쇠구슬을 튕겨냈다.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신속하게 지원해줄 요량으로 양손에 강탄술을 준비해둔 차였다.
장종담의 눈이 커지는 게 보인다.
그는 아마도 위협적인 뭔가가 본인을 향해 날아온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의 경지로는 내 쇠구슬의 궤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을 테니까.
위협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객이 장종담의 우측 후방에서 검을 찔러오고 있는 만큼, 나는 그의 옆구리를 살짝 스쳐 지나갈 만한 각도로 쇠구슬을 날렸으니까.
장종담이 반사적으로 상체를 비틀었다.
그 순간 내 쇠구슬이 자객의 이마 옆쪽에 박혔다.
자객의 검은 장종담의 옆구리 뒤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고, 놈은 그대로 쓰러졌다.
강탄술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암기술에 비해 투사체의 속도가 빠르다. 나는 거기에 천섬무의 기운까지 담아서 날렸다. 당연히 매우 빠를 수밖에 없다.
장종담이 매우 놀란 채로 신형을 틀어 쓰러진 자객을 바라봤다.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갑자기 이렇게……!”
일반 무인들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를 수밖에 없다.
단, 당사자인 장종담은 무슨 일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장 부단주!”
서문범이 그렇게 외치며 서둘러 장종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 부단주! 괜찮으시오?”
장종담의 옆에 있던 위태창도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으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듯 장종담과 위태창의 주변이 온통 어수선해진 그 순간.
내가 자객으로 의심하고 있던 다른 한 놈이 위태창의 등을 향해 쾌속하게 팔을 뻗었다.
내 저럴 줄 알았다.
[뒤!]
나는 이번에도 즉시 자객을 향해 오른손의 쇠구슬을 튕겨내며 위태창에게 짧은 전음을 보냈다.
위태창이 급격하게 신형을 비틀었다.
그러자 내가 날린 쇠구슬이 위태창의 허리를 스쳐 지나가더니 자객의 관자놀이 위쪽에 박혔다.
결국 그 자객도 위태창의 등에 검을 찔러 넣지 못한 채로 쓰러졌다.
아직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자객들의 검에는 극독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장종담이든 위태창이든 살짝만 찔렸어도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부단주님!”
“위 부단주!”
위태창의 주변도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서문범의 뒤를 따라가는 중에도 집중해서 서문범, 장종담, 위태창의 주변을 주시했다.
나라고 해서 저절로 모든 자객이 다 파악되는 건 아니다.
온갖 기운이 일대에 가득하고, 상황도 매우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파공음 하나가 청각에 잡혔다.
좌측 어딘가다.
고개를 돌려보니 조막만 한 구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탄! 좌측!”
즉시 외치며 궤적을 파악해 보니, 구체가 서문범, 장종담, 위태창이 있는 위치의 중앙쯤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인들이 제법 밀집된 곳이다.
현재의 내 위치에서는 저 독탄인지 벽력탄인지 모를 물건을 손으로 건져낼 수가 없다. 천섬무를 펼쳐도 밀집된 무인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이면 저 구체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다음 문제다.
저 탄을 중심으로, 서문범과 장종담과 위태창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자객이 움직이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세 명 모두를 지켜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