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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55화 (355/416)

내 안에 마교있다 355

단목진이 내 착지 지점 인근을 점한 채로 적들을 막고 있다.

이에 나는 하강하는 중에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적측 절정고수들 쪽으로 소비도 세 자루를 날린 후, 곧장 오른손으로 철비정을 잔뜩 뽑아서 단목진 주변에 강하게 뿌렸다.

하강하고 있는 내게도 암기들이 날아왔지만, 산발적이라서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비룡검으로 쉽게 쳐내며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허공에 있을 때 적의 암기가 산발적으로 날아왔던 건 문숙경 덕분이다.

적들의 시선이 허공의 내게로 집중되어 있던 차에, 그녀가 적진 안으로 파고들더니 적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던 것이다.

허공에서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다소 염려스러웠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절정고수들은 대부분 경지가 제법 높은 자들인 탓이다.

한데 내 염려와는 달리, 문숙경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은 딱히 벌어지지 않았다.

현묘한 보법 덕분이다.

그녀의 보법은 마치 나비가 어지럽게 날듯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하여, 나로서도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검각의 보법에 대해 다시 보게 됐다.

빼어난 보법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중에도 문숙경은 적을 처치하는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오직 보법에 집중하며 적진을 흔드는 일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조차도 무리하지 않고, 때때로 표홀히 외곽으로 빠졌다가 바로 다시 진입하곤 했다.

그러다가도 틈만 보이면 빠르고 간결하게 검을 찔러 넣으니, 적측 절정고수들은 정신없이 휘둘리는 중이다.

문숙경이 적진을 흔드는 동안 단목진과 나는 적측 절정고수들을 하나둘씩 차근차근 정리해갔다.

이윽고 남은 적의 수가 열 명 남짓으로 줄었을 무렵, 적측에서 누군가가 짧게 외쳤다.

“산개! 퇴각!”

외침이 들리자마자 적 절정고수들이 부챗살 모양으로 퍼지며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걸 곱게 보내줄 우리가 아니다.

퇴각 소리가 들린 순간, 우리 세 사람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각자에게서 가장 가까운 절정고수들을 한 명씩 처치했다.

이후에 단목진과 문숙경은 가장 뒤처진 적들을 한 명씩 추격하기 시작했다.

나도 다른 자를 추격할까 했는데, 그러면 우리 셋의 방향이 너무 찢어지게 되는 것 같아서 돌아섰다.

대신 나는 단목진과 문숙경을 쫓아갔다. 두 사람이 달리는 방향의 중간 방향으로.

둘 다 최절정고수들이다 보니 목표와의 간격을 금세 좁히고 있다.

먼저 따라잡은 건 단목진이다.

그가 쫓고 있던 적측 절정고수가 뒤돌고 있다. 어차피 따라잡힌 상황이니 저항하려는 것이다.

이에 나는 단목진의 등 옆쪽을 향해 왼손의 쇠구슬을 튕겨내며 전음을 보냈다.

[등!]

그즈음에는 문숙경도 목표를 따라잡은 상태.

그녀의 앞에 있는 적측 절정고수도 저항하기 위해 신형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나는 문숙경의 등 옆쪽을 향해서도 오른손의 쇠구슬을 튕겨내며 전음을 보냈다.

[등!]

참고로 방금 날린 두 개의 쇠구슬은 천섬무를 담아서 매우 빠른 속도로 날린 것들이다. 함께 싸우며 단목진과 문숙경의 반응 속도를 직접 확인했기에 빠르게 날린 것이다.

단목진 쪽을 보니, 적을 향해 찔러 들어가는 검의 각도가 교묘했다. 적 절정고수를 쇠구슬의 궤적 쪽으로 유인한 것이다.

그 직후 단목진이 살짝 옆으로 움직이자 쇠구슬이 그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더니 적의 명치 근처에 박혔다. 그대로 관통했을 것이다.

문숙경 쪽을 보니, 그녀는 유려한 검술과 현묘한 보법을 바탕으로 더 자연스럽게 적을 쇠구슬의 궤적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곧 그녀의 앞에 있던 절정고수도 내 쇠구슬에 전혀 대처하지 못한 채 오른쪽 복부 아래를 관통당했다.

이후, 단목진과 문숙경은 각자의 앞에 있는 절정고수들을 간단하게 마무리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적의 전선 안쪽이었다.

절정고수들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진입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더 추격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전선의 아군 쪽 진영으로 돌아오자 일대의 무인들로부터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진심으로 환호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저 심정이 충분히 짐작이 간다.

몰려온 적측 절정고수들로 인해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텐데, 때맞춰 우리가 등장해서 해결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단 세 명으로 수십 명을 물리쳤다.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피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에서 우리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셋 다 죽립을 눌러쓰고 있다 보니 쉽사리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온갖 추측만 난무하는 중이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기에, 웬만큼 눈썰미가 있지 않으면 알아보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단목진은 경공을 펼치며 사기충천한 무인들을 조용히 지나쳐 아군 진영의 후방으로 향했다. 문숙경과 나도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단목진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가 잎이 무성한, 큰 나무 아래에서 멈추더니 말했다.

“잠시 숨 좀 돌립시다.”

적 절정고수 마흔 명을 상대로 압도하긴 했지만, 우리 세 사람도 전투 중에 매우 격렬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호흡이 가빠진 상태다.

각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어느 정도 호흡이 정리되자 문숙경이 미소를 지은 채로 내게 말했다.

“역시 송 공자더군요.”

“……예?”

“아까 단목 가주님의 뒤에 있다가 뛰쳐나갔을 때요. 적들 사이로 파고들던 순간의 속도,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꽤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도 송 공자의 모습만 흐릿하게 보일 지경이었어요.”

단목진도 수긍하며 내게 말했다.

“나도 그랬네. 어찌나 빠르던지, 순간적으로 내 눈이 나빠진 건지 의심했었네.”

그러자 문숙경이 말했다.

“게다가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양손으로 비침술과 철비정술을 연이어 빠르게 펼쳐내는데,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특히 그 비침술 실력은 참으로 대단했고.”

단목진이 문숙경에게 대꾸했다.

“맞소.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펼쳐내던 그 암기술은 정말 기가 막히더구려.”

그러자 문숙경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송 공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적들 사이로 파고든 후 도약하려던 순간에 디딤발이 미끄러졌었잖아요. 그 후에 수직으로 솟구쳐 올랐었고. 원래 그렇게 수직으로 솟구쳐 오를 계획이었나요?”

“아닙니다. 원래는 속도를 이용해서 낮게 도약하여 적들의 머리 위쪽 적당한 높이로 빠르게 지나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전하며 양손의 독침을 털어낼 생각이었는데, 바닥에 물기가 많아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내가 대꾸하자 문숙경이 말했다.

“역시 그랬군요. 빠르게 나아가는 기세를 보니 왠지 그럴 것 같았거든요. 결국 미끄러지자마자 곧장 계획을 바꿔서 수직으로 솟아올랐던 거군요. 그런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바로 최선의 판단을 내려서 즉시 대처하다니…….”

감탄하고 있다. 진심으로 감탄한 분위기다.

“저도 당황하기는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겨우 대처할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

내가 서둘러 얼버무리자 단목진이 말했다.

“실로 대단한 순간 대처력과 임기응변이 아닐 수 없군.”

“아하하, 아닙니다. 말씀드렸듯, 어쩌다 보니 얼렁뚱땅 된 것으로…….”

이번에도 얼버무리고 있는데 문숙경이 내 발언을 끊으며 단목진에게 말했다.

“마지막에 그 강탄술도 명불허전이더군요. 가주님도 익히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으시겠지만, 강탄술 그게 익히기가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렇소. 나도 익히려고 노력하다가 며칠 지나서 때려치우곤 했소. 서너 번은 그랬던 것 같소.”

“저도 마찬가지예요. 손톱 아픈 건 둘째 치고, 정확도를 높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아까 보니 송 공자의 강탄술은 무섭도록 빠른데도 정확하고, 은밀하더군요. 그 강탄술 덕분에 마지막 놈들을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고요.”

“더 대단한 점은 나와 검후 쪽의 상황을 분리해서 읽고, 각각의 시점에 딱 맞춰서 적시에 쇠구슬을 날렸다는 사실일 것이오.”

둘이 신나서 수다를 떨고 있다.

수다가 잠시 멈춘 틈에 두 사람에게 말했다.

“솔직히 두 분이야말로 대단하셨습니다. 검후님께서 순간적으로 펼쳐낸 검막과, 가주님께서 허공에서 펼쳐낸 검법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안계를 넓혔습니다.”

단목진이 대꾸했다.

“우리야말로 송 공자 덕분에 안계를 넓혔네.”

“서로의 안계가 넓어졌으니 모두에게 이득이네요.”

문숙경도 그렇게 말을 보탰다.

이윽고 단목진이 정리하듯 우리에게 말했다.

“다들 호흡은 이미 정돈된 듯하니 다시 갑시다.”

말을 마친 단목진이 앞장서자 문숙경이 바로 따라붙었고, 나도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적에게 피해를 주며 전선을 따라 전진했다.

앞서 상대했던 절정고수들 이후로는 딱히 주의를 끄는 고수들은 없었다.

그렇게 전선의 중앙으로 복귀하자, 서문범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달려왔다.

“어서들 오십시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친 데는 없으시지요?”

표정을 보니 우리의 활약상에 대해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네. 셋 다 멀쩡해요.”

문숙경이 대꾸하자 서문범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다. 세 분 덕분에 우측 전선은 대부분 고지로 올라섰고, 그쪽에서 싸우는 무인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하더군요!”

서문범이 바로 말을 이었다.

“결정적으로, 세 분이 대단한 신위를 보이며 수십 명의 적 절정고수를 궤멸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와……! 그 광경을 직접 못 본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단한 전과다 보니 총지휘관으로서는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문숙경이 미소를 지은 채로 서문범에게 물었다.

“이쪽도 별일 없었죠?”

“예, 다행히. 경각심을 유지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숙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쯤이면 제갈 교관님이 이끄는 우리 쪽 정예들이 도착할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좌측 전선 쪽으로 투입됐나 봐요?”

“예? 아닙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서문범이 대꾸하자 문숙경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래요? 그럼 좌측 전선을 도와주면서 오느라 늦나?”

“그랬다면 그쪽에 있는 전령이 제게 와서 보고했을 텐데…….”

서문범도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단목진과 문숙경이 동시에 눈매를 좁히며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봐야 할 것 같구려.”

“네.”

이어서 두 사람이 내게 한 차례 시선을 주더니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나도 서문범에게 짧게 고개 숙여 보인 후 두 사람을 쫓아갔다.

우측 전선은 서쪽이고 좌측 전선은 동쪽이다.

단목진과 문숙경은 좌측 전선의 전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동쪽을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경공만 펼쳤다.

참고로 두 사람은 최절정고수 중에서도 최소 중상위권 이상이다. 그런 고수들이 서둘러 경공을 펼치니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절정고수였다면 결코 두 사람과 속도를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거, 이따가 또 내 경공 실력에 대해서도 치켜세우겠군.

좌측 전선의 상황을 훑으면서 이동했는데도 제갈수광을 포함한 우리 쪽 인원들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좌측 전선의 끝부분에 이르렀는데도 우리 인원들이 없다.

단목진과 문숙경의 시선이 마주쳤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문숙경이 단목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어조에 염려가 가득하다.

단목진이 대꾸했다.

“일단 진정합시다. 검후께서도 아시듯 쉽게 당할 전력은 아니잖소. 아까 제갈 교관이 안전하게 동쪽으로 멀리 우회해서 온다고 했으니, 우리도 이쪽으로 우회해서 가봅시다.”

문숙경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또다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두 사람과 속도를 맞추는 중에도 안법과 청력을 최대한으로 활성화하고, 감지 기운도 최대한 넓게 퍼트렸다.

그런 식으로 반각 남짓 달렸을까.

쏟아지는 빗소리를 뚫고,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렴풋이 청각에 잡혔다.

방향은 현재의 위치에서 좌전방이다.

앞서 달리는 단목진과 문숙경의 방향을 보니 그들은 내가 들은 걸 아직 못 들은 모양이다.

“가주님! 검후님!”

내가 작게 외치자 두 사람이 경공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좌전방의 능선 너머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

둘 다 살짝 놀란 표정이다.

최절정인 본인들은 듣지 못한 것을 내가 들었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제가 귀가 좋은 편이라서. 아하하…….”

내가 적당히 얼버무리자 단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 보세.”

내가 말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단목진과 문숙경이 잠시 후에 나를 돌아봤다. 두 사람도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 뒤로 두 사람의 경공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능선을 넘자 눈앞에 산이 하나 보였다.

경사가 완만한 산이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그 산의 산허리쯤이다.

이후에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우리 인원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운이 강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전투가 격렬하다는 뜻이다.

얽혀서 싸우는 기운은 적들의 기운까지 포함해서 얼추 백오륙십 명은 되는 듯하다.

특전반, 특무강습대, 검풍대, 해천대의 인원을 모두 합한 아군의 수가 약 육십 명쯤이다. 즉, 적이 백 명 가까이 된다는 의미다.

적의 기운을 살펴보니 절정고수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절정의 중반을 넘는 강렬한 기운들도 얼추 열 개가 훌쩍 넘는 듯하다.

문제는 더 강력한 기운들, 즉 절정의 후반이나 최절정으로 짐작되는 매우 강렬한 기운들도 여러 개라는 점이다.

저 정도면 저곳에 있는 우리 인원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단목진과 문숙경의 경공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여겨 최고 속도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경공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그러자 점점 내가 단목진과 문숙경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짧게 외쳐준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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