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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59화 (359/416)

내 안에 마교있다 359

잠시 후에 제갈수광이 물었다.

“아우도 귀주 수복전단을 지원하러 온 건가?”

남궁찬이 대꾸했다.

“예. 문상부에서 귀주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고수가 필요하니 지원해달라고 요청해서요.”

“아우를 따라서 전장에 합류한 이들을 보니 양 교관을 포함해서 내가 아는 얼굴들이 여럿 있더군. 대부분 지금쯤 잠룡관에 있어야 할 이들이지. 그 외의 인원들도 다수가 젊고 앳되던데, 혹시…….”

“예. 맞아요. 잠룡관도들이에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백도에 전체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실정이잖아요. 그래서 맹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각 지맹의 잠룡관으로부터 전력을 지원받고 있거든요. 현재, 각 지맹의 잠룡관들이 모두 비상 대비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고요.”

비상 대비 체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과거, 동부 해안가에 해적들이 침공했을 당시, 그들을 막기 위해 동부지맹의 무인들이 대거 투입됐었다.

그 일로 동부지맹에는 적잖은 전력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그로 인해 동부지맹 잠룡관은 비상 대비 체제에 돌입하여 동부지맹을 지원했었다.

그 당시 같은 사십사조에 속한 덕분에 선우린, 남궁설과 친해질 수 있었고, 이후에 청여홍, 단목강, 묘옥련 등과도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 추억이 안 떠오르겠는가.

남궁찬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각 잠룡관의 관도들 중에서 중상위 반인 병정무기반의 관도들은 해당 지맹의 경계 임무를 지원하고 있고, 상위 반인 갑을반의 관도들은 해당 지맹의 정찰, 순찰 임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아.”

“그뿐만 아니라 각 잠룡관에서는 일류고수 관도들의 자원을 받아서, 실제로 전투를 지원할 인원들도 모집했어요. 맹의 협조 요청에 따른 모집이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선발했다고 해요. 선발된 그 인원들에 실전 고수들을 동행시켜서 지원이 필요한 곳에 파견하기로 한 거고요.”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오호. 기동타격조가 떠오르는군.”

그의 말마따나 나도 기동타격조가 떠오른다. 또다시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남궁찬이 말했다.

“맞아요. 몇 년 전의 기동타격조를 본떠서 만든 조직이래요.”

“아, 그래?”

“예. 물론 역량을 비교하면 기동타격조 쪽이 훨씬 높죠. 그때는 당해의 통합 잠룡대전에서 성과를 냈던, 북부지맹과 동부지맹의 최우수 관도들로만 구성했었으니까. 한데 현 상황에서는 그렇게 구성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 말에 제갈수광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 조직의 실전 고수들도 기동타격조 때처럼 신룡대 출신의 고수들인 건가?”

“직접 물어보니 신룡대 출신 네 명에, 백영대 출신 두 명이더라고요.”

백영대는 무림맹주를 호위하는 조직으로, 신룡대만큼이나 전투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다. 천마를 호위하는 조직은 혈영대인데, 그들도 흑풍대만큼이나 최정예들이었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은퇴한 최정예 고수들을 여섯 명이나 동원했다니, 맹에서도 많이 노력했군. 참여해준 당사자들도 대단하시고.”

“그렇죠.”

짧게 대꾸한 남궁찬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경공 펼치는 모습을 보니 다들 절정의 중반 이상인 건 확실한 듯한데, 아직 실전을 못 봐서 정확한 경지는 모르겠어요. 신룡대나 백영대 쪽은 경지가 겉으로 덜 드러나는 경우가 잦잖아요. 임 선배님처럼. 그쪽 출신은 아니지만 유겸이 같은 경우도 매우 안 드러나는 쪽이고.”

모두가 나를 일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찬이 말을 이었다.

“본인들 주장으로는 각자가 속했던 조에서 무공 서열로 중간도 못 갔다는데, 나중에 보면 알겠죠. 다들 나이는 중년에서 초로까지여서, 신룡대 출신들의 경우에는 임 선배님과 활동 시기가 겹치는 분들이 많겠더라고요.”

“그럴 가능성이 크겠네.”

“조직의 정식 명칭은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예요. 줄여서 전투지원대고요. 어른 아홉 명에 잠룡관도는 스무 명으로, 총원은 스물아홉 명이죠. 지휘관은 양 교관이고, 저랑 충광이는 그냥 이곳까지 오는 길에 전투지원대와 동행한 것뿐이에요. 아직 어린 관도들이 처음으로 전장에 나서는 길이니, 안심도 시켜줄 겸, 사기도 진작시킬 겸 해서요.”

“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찬의 말마따나 어린 관도들은 남궁찬의 존재만으로도 안심했을 것이고, 사기도 올랐을 것이다.

제갈수광이 모두에게 말했다.

“나누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다들 호흡이 정리된 듯하니 일단은 추격전에 나선 인원들을 쫓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묵 아우도 갔고 임 선배님도 가셨으니 별일이야 없겠지만, 전장에서는 만의 하나까지도 조심해야 하니까요.”

“그래야죠.”

남궁찬이 대꾸하자 단목진과 문숙경이 먼저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경공을 펼치기 시작한 후로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격전에서 복귀하는 인원들과 마주쳤다.

예상은 했는데, 역시나 무리하면서까지 추격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남궁묵과 남궁설이 남궁찬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형님!”

“오라버니!”

“묵아, 설아, 잘 있었어?”

금세 마주친 세 남매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서로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단목지는 단목강, 단목홍신과 같이 단목진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뭐랄까, 단목지는 부친을 보고 반가워하는 느낌보다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느낌이다. 저 모습을 보니 아마도, 가족에게 미리 말하지 않고 이곳에 온 게 아닐까 싶다.

그 외에 여러 사람이 제갈수광과 내 쪽으로 오고 있다.

양소열과 소충광이 앞서서 오고 있고, 그 뒤를 포연월, 원추엽, 명호운, 촉휘명, 정세건, 유진금이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묘옥련과 다른 잠룡관도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제갈수광이 소충광을 향해 낮게 외쳤다.

“뒤로 전달, 반각 휴식 후 출발.”

귀주 수복전단은 아직 전투 중이니 서둘러 지원하러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추격전을 끝내고 돌아온 인원들이 숨 고를 시간은 필요하다. 그래서 반각 후에 출발하려는 것이다.

소충광이 곧장 뒤로 고개를 돌리더니 낮게 외쳤다.

“뒤로 전달, 반각 휴식 후 출발!”

그러자 복창하는 낮은 외침이 계속해서 뒤쪽으로 이어졌다.

“뒤로 전달, 반각 휴식 후 출발!”

그때쯤 양소열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반가움 가득한 얼굴이다.

제갈수광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시오, 양 교관.”

바로 이어서 나도 인사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양 교관님. 오랜만입니다.”

양소열이 대꾸했다.

“제갈 교관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유겸이도 정말 반갑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남궁 지부장한테서 대충 얘기는 들었소.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를 지휘하고 계시다고.”

양소열이 민망해하며 대꾸했다.

“어쩌다 보니 맡게 되었는데, 많이 부담됩니다. 그래도 전장에서는 제갈 교관님의 지휘를 받게 될 테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보면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기는 뭘. 양 교관의 지휘력도 보통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소. 나야말로 잘 부탁드리오.”

제갈수광이 그렇게 말하자 양소열이 이번에는 내게 말했다.

“유겸아, 잘 부탁한다!”

“아니, 교관님이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너는 우리 잠룡관의 관도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해. 관도들의 우상이랄까. 당연히 우리 전투지원대 애들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녀석들을 잘 부탁한다는 거야.”

“무, 무슨 전설에 우상씩이나…….”

내가 어이없다는 듯 반응하자 옆에서 제갈수광이 피식 웃으며 농담조로 비아냥거렸다.

“전설에, 우상에, 아이고 우리 동천비룡님 잘나가시네.”

그러자 양소열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아, 제갈 교관님도 우리 잠룡관의 전설로 통합니다. 특히 신입 교관들에게는 우상입니다. 칠절사군처럼 훌륭한 교관이 되고 싶다며 의욕이 넘치거든요.”

그러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치, 칠절 뭐……? 방금 뭐라고 하셨소?”

“칠절사군 말입니다.”

“그게 뭐요?”

“예? 뭐긴 뭡니까. 제갈 교관님의 별호잖습니까.”

“벼, 별호……?”

제갈수광이 눈매를 찌푸리며 되묻자 양소열이 말했다.

“엥? 설마 모르고 계셨습니까? 교관님의 별호는 칠절사군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제갈수광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나도 처음 들었다.

제갈수광을 향해 히죽 웃으며 받은 대로 갚아줬다.

“전설에, 우상에, 아이고 우리 칠절사군님 잘나가시네요.”

제갈수광이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그는 인상만 구길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씩 웃어줬다.

양소열이 말해준 칠절사군에서 칠절이라는 말은 뛰어난 능력이 일곱 가지라는 뜻이고, 사군師君은 스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적절한 별호인 듯하다.

제갈수광이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것도 맞고,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인 것도 맞으니까.

“아니, 뭣 땜에 칠절이 붙었는지 물어나 봅시다.”

제갈수광의 말에 양소열이 대꾸했다.

“제가 알기로는 쌍검술, 암기술, 지휘통솔력, 지도력, 침술 그리고 명필과 신궁입니다. 듣기로 어떤 이들은 침술 대신 주신酒神을 넣기도 한다고…….”

제갈수광 정도면 확실히 주당을 넘어 주신이기는 하다. 술 쪽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니까.

양소열에게 말했다.

“제가 오랫동안 우리 교관님을 가까이에서 모셔 온바, 침술 쪽도 약주 쪽도 모두 뛰어나셔서 어느 것 하나 뺄 수가 없습니다. 아예 팔절사군이 나을 듯하니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슬쩍 그렇게 밀어보십시오.”

그렇듯 내가 한 차례 더 끼어들어서 깐죽거려주자 제갈수광의 인상이 더 일그러졌다.

“팔절사군, 괜찮은 것 같기도 하…….”

양소열이 내 말에 동조하자 제갈수광이 눈매를 찌푸린 채로 고개를 돌려 양소열을 바라봤다.

“아, 아닙니다, 교관님.”

표정을 바로 하며 얼른 수습한 양소열이 서둘러 내게 말했다.

“모, 모쪼록 후배들 좀 종종 챙겨줘. 알았지?”

“아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단목 가주님과 검후님께도 인사드리러 가봐야겠다. 나중에 보자.”

제갈수광의 눈치를 보며 말을 마친 양소열이 빠르게 멀어져갔다.

양소열이 멀어지자 이번에는 소충광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교관님, 안녕하셨습니까.”

“소충광, 어서 와라.”

제갈수광과 인사를 나눈 소충광이 내게도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송 공자.”

“어서 오시오, 소 공자. 오랜만이오.”

인사를 나눈 후에 곧바로 소충광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소 공자의 기도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려. 그렇다는 건 역시…….”

“절정에 올랐다는 뜻이겠지.”

제갈수광이 끼어들며 그렇게 말하자 소충광이 쑥스러워하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축하한다, 소충광. 잘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이에 나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하오, 소 공자. 내 일인 것처럼 기쁘구려.”

소충광과도 매우 친하다 보니 진심으로 기분 좋다.

“정말 고맙소, 송 공자.”

“그런데 언제 절정에 진입하신 거요?”

“두 달쯤 됐소.”

“오호, 얼마 안 됐구려.”

내가 대꾸하자 소충광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아, 교관님도 축하드립니다.”

“축하? 뭘?”

“별호 얻으신 거 말입니다. 멋진 별호 같습니다.”

보아하니 소충광은 순수한 의미로 축하하고 있는 듯한데, 제갈수광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지고 있다.

제갈수광은 그 상태로 잠시 가만히 소충광을 바라보기만 했다.

소충광이 이내 제갈수광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저 표정의 의미를 충분히 알 만큼 제갈수광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당분간 그 별호 얘기는 하지 말도록. 방금 처음 들었는데 적응이 안 돼서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소충광이 서둘러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이번에는 단목지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셨어요, 교관님?”

“그래, 단목지. 어서 와라.”

“아, 그런데 교관님, 별호 얻으셨더라구요. 축하드려요. 정말정말 멋진 별호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제갈수광이 눈을 감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단목지는 영문도 모른 채 눈치를 살피고 있고,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별호는 본인이 직접 붙이는 경우도 있고 주변인이 붙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무인 대부분은 세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호를 가장 명예롭게 여긴다.

본인이 강호의 유명 인사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만큼, 별호가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닌 한 다들 기뻐한다.

단, 내 경우에는 동천비룡이라는 별호를 처음 들었을 때 기쁘기보다는 민망하기만 했는데, 아마 제갈수광이 저러는 이유도 나와 비슷할 것이다.

단목지에게 말했다.

“민망해서 저러시는 것이니 괘념치 마시오. 나도 소저처럼 정말정말정말 멋진 별호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리고 오랜만이오.”

‘정말’을 세 번이나 써서 강조하며 제갈수광 쪽을 힐끗 확인했다. 역시나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단목지가 제갈수광의 눈치를 살며시 살피더니 대꾸했다.

“아, 그, 그런 거구나. 아무튼 송 공자님도 오랜만이에요.”

이 와중에도 생긋 웃으며 인사하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정말 예쁘다. 오늘 제법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중인데, 단목지의 미소를 보니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하다.

“한데 단목 소저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구려.”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끼어들며 단목지에게 말했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단목지 네가 여기에 웬일이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와 관련이 있고, 남궁 지부장과 소충광은 맹의 지원 요청으로 온 건데, 네 경우에는 아무 관련도 없잖나.”

단목지가 대꾸했다.

“아. 제가 얼마 전부터 잠룡관에서 임시 조교직을 수행하고 있어요.”

“뭐어? 임시 조교?”

“네. 석 달 전쯤에 양 교관님께서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드시다며, 임시로 조교를 맡아서 도와달라고 부탁해오셨거든요. 그래서 도와드리는 중이에요. 제가 오륙 년 차 관도일 때 양 교관님이 담당 교관이시기도 했고, 작년에 통합 잠룡대전에 출전할 때도 책임 교관이셨던지라.”

양소열 밑에서 조교 일을 하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얘기다.

참고로 단목지는 통합 잠룡대전의 준우승자 출신이다. 그녀는 육 년 차였던 작년에 통합 잠룡대전에 출전해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그 후 송풍장에 들렀던 단목지는 내가 검법을 수정해준 덕분이라면서 연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양 교관의 성격상 네게 전장에까지 같이 가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네……. 그 결정은 제가 했어요.”

“가족에게는 알렸었고?”

“아뇨. 그래서 방금 만나서 꾸중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한 반응이시더라구요.”

그러자 제갈수광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말했다.

“아마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 많기 때문일 거다. 당장 송유겸과 송유하도 그렇고, 남궁세가의 세 남매, 검후님과 강하령, 임 선배님과 유진금, 묘청상 조장과 묘옥련도 비슷한 상황이니.”

“역시 그런 거겠죠?”

단목지의 말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도 한마디 보탰다.

“교관님과 제갈 공자의 경우도 비슷하고요.”

“그것도 그렇지.”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번에는 묘옥련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봬요, 교관님. 강녕하셨죠?”

그러자 제갈수광이 반가워하며 대꾸했다.

“오, 묘옥련. 오랜만이구나. 아, 참! 이젠 묘 교관이라고 불러야겠지?”

“후훗, 그냥 편하게 부르셔도 돼요.”

묘옥련이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그녀의 몇 보 뒤쪽에서 작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오! 친해, 친해.”

“정말로 칠절사군 대협이랑 잘 아는 사이인가 봐.”

“우와! 묘 교관님이 다시 보여.”

관도들이 수군거린 것이다.

그때쯤 묘옥련이 내게도 인사를 건넸다.

“송 공자님도 정말 오랜만이에요.”

“반갑소, 묘 소저. 우와! 소저께서 교관님이 되셨구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교관님하고 송 공자님 뵈러 송풍장에 들르고 싶었는데, 제가 그간 방학 때도 훈련과 연수가 많아서 도무지 시간이 안 나더라구요. 아직 예비 교관이라 당직도 많구요.”

“아이고 저런, 고생이 많으시구려.”

내가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이번에도 묘옥련의 뒤쪽에서 관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오! 동천비룡 소협이랑도……!”

“정말로 친해!”

“우와! 우리 교관님 인맥 봐! 대박! 우와!”

그러자 제갈수광이 묘옥련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들 저리 호들갑이야?”

“아, 저 애들이 교관님과 송 공자님 얘기를 많이들 하길래, 제가 두 분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더니 의심하더라구요. 아무래도 교관님과 송 공자님의 명성이 엄청나게 높아지다 보니까…….”

제갈수광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는 의미다.

묘옥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교관님, 그리고 별호 얻으신 거 축하드려요.”

그 말에 제갈수광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포기한 모양이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모두와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반각이 다 지난 듯하니.”

“아, 네.”

묘옥련이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특유의 사무적인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주변에 전달, 전원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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