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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62화 (362/416)

내 안에 마교있다 362

우리는 거침없이 전진했다.

적들은 전선을 따라 쭉 배치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접근하기도 전에 퇴각하기 바빴다. 먼저 퇴각한 적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리며 퇴각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도 적잖은 수의 적들이 우리에게 따라잡히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정예, 최정예 고수들이라서 경공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산지다 보니 곳곳에 장애물이 널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장애물은 당연히 하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지금은 내내 쏟아진 비로 인해 땅이 미끄러운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신법의 경지가 높을수록 발이 미끄러지는 빈도가 낮아지고, 설령 미끄러져도 금방 수습할 수 있다.

추격전에서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리고 있는 이들은 역시 특수타격조원들이다. 최고의 고수들이니 당연하다.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타격조원들과 지원조원들도 열심히 적들을 쓰러트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리고 있는 이들은 제갈수광, 제갈건, 모용리, 송유하, 남군호다. 다섯 명이 날린 화살에 의해 적들이 적잖이 고꾸라지고 있다.

제갈수광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궁술 실력은 원래 송유하, 제갈건, 모용리, 남군호 순이었다. 네 명 모두가 일류고수였던 시절의 실력순이다.

그러다가 제갈건이 절정에 오르며 송유하를 넘어섰었는데, 이번에 모용리도 절정에 올랐다. 그렇다 보니 모용리의 궁술에 특별히 더 관심이 간다.

참고로 모용리의 처음 몇 발은 상당히 많이 빗나갔었다. 일류 시절과 달라진 궤적에 적응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화살을 날릴수록 점점 영점을 잡아가는 듯하더니, 이내 적응하여 명중시키는 중이다.

계속 지켜보니 확실히 화살의 속도와 위력이 이전보다 크게 향상되어 있다.

역시 절정고수 궁사다.

적측에서 이 전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일정 시점에는 고수들과 정예들이 우리를 막으러 와야 한다.

한데 시간이 제법 오래 지났는데도 우리에게 대적할 전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적측 지휘부에서 퇴각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오늘 적측에서 동원한 전력은 귀주 수복전단을 궤멸시키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기습 작전의 완성도도 전체적으로 매우 높았기에 승리를 확신할 만했다.

한데 우리의 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고수들을 많이 잃고, 초절정고수마저 세 명이나 잃은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는 전혀 승산이 없으니, 남은 전력이라도 잘 추슬러서 본진으로 퇴각하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계속해서 추격전을 펼지다 보니 어느새 전선의 중앙 부근에 이르렀다. 아까 귀주 수복전단의 지휘부가 있었던 곳이다.

한데 도착해보니 지휘부도 없고 전선에서 싸우던 무인들도 모두 자리에 없었다.

당연히 적들도 없다.

예상했던 대로 퇴각한 모양이다.

귀주 수복전단의 전력은 추격전에 나섰을 테고.

그때쯤 전령으로 보이는 무인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단목진에게 말했다.

“저는 서문 단주님의 전령입니다. 적들이 일제히 퇴각하기 시작하여, 단주님과 부단주님들께서도 단원들을 이끌고 추격전에 나서셨습니다. 적당히 추격하다가 복귀하시겠다며, 가주님과 검후님께서 오시면 그 사실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단목진이 물었다.

“언제쯤 출발하셨는가?”

“반의 반각쯤 전입니다.”

전령이 대꾸했을 때쯤, 후방에서 제갈수광이 빠르게 다가왔다.

단목진이 전령한테서 들은 내용을 짧게 설명해주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쫓아가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이에 우리는 즉시 귀주 수복전단이 추격전을 떠난 방향으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경공을 펼치다 보니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귀주 수복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미의 무인들을 추월하여 선두 쪽으로 향하자 서문범 등의 지휘부가 보였다. 그들은 정예들과 함께 선봉 역할을 하며 적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우리가 선봉에 합류하여 추격 속도를 높이자 서문범을 위시한 선봉의 무인들도 우리를 따라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적들을 처치하며 추격전을 이어가던 한순간, 우리 앞에 커다란 물줄기가 나타났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큰 물줄기가 아니었을 텐데, 비로 인해 물이 불어나서 물줄기의 폭도 늘어난 듯하다.

경신법으로는 반대편에 닿을 수 없는 거리고, 다리는 하나밖에 없다. 적들이 그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추격 중지!”

뒤쪽에서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려오자 모두가 다리 앞에서 추격을 멈췄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우리의 뒤쪽에서 출발한 화살들이 계속해서 다리 쪽으로 날아가는 중이다. 궁사들이 활을 맹렬하게 연사하고 있는 탓이다.

신궁인 칠절사군님의 화살은 절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훌륭하고, 절정고수 궁사인 제갈건과 모용리의 화살도 위력적으로 적들에게 파고드는 중이다.

송유하가 날리는 화살도 은룡삭 덕분에 절정고수 궁사들의 화살 못지않게 위협적이고, 남군호의 궁술도 수준급이라서 그의 화살도 충분한 견제가 되고 있다.

적들은 화살을 쳐내면서 다리를 건너는 중인데,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고꾸라지고 있다.

결국 스무 명 넘는 적들이 다리 위에서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귀주 수복전단의 무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추격전이 끝났다.

우리가 서문범 등과 합류한 후부터 조금 전까지 처치한 적의 수가 약 백 명쯤이었다.

한데 방금 궁술로 스무 명 남짓을 추가로 처치했으니, 막판 추격전에서 처치한 적의 수만 따져도 총 백이십 명이다.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투가 마무리되자마자 단목진이 잠룡관 전투지원대의 고수 여섯 명을 향해 말했다.

“여섯 분의 실전 역량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소. 수고들 많으셨소.”

문숙경도 말을 보탰다.

“열 명이 한 조를 이루며 싸우는데도, 게다가 초면인 조원들이 다수인데도, 이렇게까지 손발이 척척 맞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그러자 남궁찬도 한마디 했다.

“내내 너무 든든했습니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이에 나도 짧게 포권하며 말을 보탰다.

“선배님들 덕분에 눈이 호강했을 뿐만 아니라 안계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쪽에서 인사를 마치자 이번에는 모승언이 말했다.

“네 분도 모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함께하는 내내 내심으로 감탄을 거듭하게 되더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자 여문광, 최자경, 국청현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세 분의 검술을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뒤에서 날아오는 송 공자의 깔끔한 암기술도 일품이었습니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일생 가장 탄탄한 전열을 만난 덕분에 후열에서는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너무도 든든했습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저 또한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영소가 말했다.

“전열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저로서도 그다지 할 일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잘 묻어갔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야말로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러분의 무위를 감상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장휘택까지 말을 마치자 모승언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이거.”

그가 내민 건 아까 낚아챈 구체다.

이영소, 최자경, 문숙경도 차례로 구체를 내밀었다.

그러자 단목진도 구체를 내밀며 남궁찬에게 말했다.

“남궁 지부장께서 일괄적으로 수거해서 제갈 교관께 전해드리면 될 듯하구려.”

“알겠습니다.”

남궁찬이 대꾸하자 모두가 그에게 구체를 건넸다.

남궁찬이 구체들을 조심스럽게 챙겨서 의복의 여러 주머니에 나누어 넣었다.

단목진이 잠룡관 전투지원대의 여섯 고수에게 말했다.

“꼭 특수타격조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우리는 한동안 같이 움직여야 하오. 이렇듯 함께하게 된 것도 인연이고 짧게나마 전우이기도 했으니 평소에도 인사하며 지냅시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여섯 고수가 대꾸할 때쯤,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서문범, 장종담, 위태창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남궁찬이 단목진과 문숙경에게 말했다.

“두 분을 모시고 오라는 제갈 형님의 전음입니다. 가시죠.”

단목진과 문숙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궁찬과 함께 멀어져갔다.

갑자기 나만 남게 되니 다소 어색하다.

짧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여문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좋더구려.”

고개를 돌려보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뭔 소리야?

“……예?”

내가 그렇게 묻자 여문광이 말했다.

“아까 탄들이 날아올 때 말이오. ‘탄’ 소리가 여럿 겹치긴 했지만, 가장 먼저 외친 사람은 송 공자였잖소.”

그는 내 바로 앞에 있었다 보니 제대로 들은 모양이다.

쯧. 버릇처럼 반사적으로 외쳤던 것뿐인데 하필.

“아하하……. 제 경우에는 적들이 탄을 투척하리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보니 그것만 열심히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내가 대충 둘러대자 이번에는 모승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그때 우리 중에 전방을 눈여겨보지 않고 있던 사람이 누가 있소?”

그러자 국청현도 미소를 띤 채로 입을 열었다.

“적어도 저보다는 송 공자가 훨씬 일찍 발견한 게 분명합니다.”

“저보다도.”

장휘택도 짧게 말을 보탰다.

나는 그들을 향해 어색한 미소만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모승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송 공자가 싸우는 모습을 눈여겨봤는데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구려. 움직임, 동선, 시야, 연계 방식 등, 모든 면이 그랬소. 그렇다 보니 우리 쪽 후배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소. 물론 우리 쪽 후배일 리는 없겠지만.”

뭐, 비슷한 바닥 출신이긴 합니다만.

모승언에게 대꾸했다.

“주변에 선배님들 같은 최정예 조직 출신들이 많으셔서, 그분들의 움직임을 흉내나 내는 정도입니다. 제가 눈썰미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서. 아하하.”

또다시 대충 둘러대자 모승언이 말했다.

“아무튼 오늘 보니 세인들이 왜 동천비룡, 동천비룡 하는지 잘 알겠더구려. 그토록 젊은데도 그런 실력이니…….”

그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은 이들은 두 명인데, 이영소와 최자경이다. 참고로 두 사람은 아까부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모승언 등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가보시오.”

모승언의 인사를 들은 후에 돌아섰다.

내가 어른들 여섯 명에게서 살짝 멀어지자마자 이번에는 젊은 여섯 명이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포연월, 원추엽, 명호운, 촉휘명, 정세건, 유진금이다.

녀석들은 아까 만났을 때부터 내게 와서 인사하려고 대기하던 중이었는데, 제갈수광의 집합 명령 때문에 그러지 못했었다.

“조교님!”

“유겸이 형!”

얼굴마다 반가움이 가득하다.

이런 곳에서 보니 나도 반갑다.

그리고 녀석들이 풍기는 기운만 봐도 다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발전해 있다는 걸 알겠다.

포연월과 원추엽의 경지는 일류의 중후반이다. 두 사람은 이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정예 전력이라 할 만하다.

명호운은 일류의 초중반인데, 중반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일류에 오른 후로 쾌류심결의 성취가 쑥쑥 상승하고 있고, 쾌류창법에도 능숙해졌다.

촉휘명과 정세건도 일류의 초중반인데, 경지는 촉휘명 쪽이 높다. 원래는 촉휘명이 차이를 제법 많이 벌리며 앞서가고 있었는데, 근래 정세건이 많이 쫓아갔다. 과거에 내가 수정해줬던 청파심공과 청풍창뢰식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유진금은 일류의 초반이다.

예상보다 늦게 일류에 오르기는 했으나, 일류 진입이 늦었다고 해서 절정 진입도 늦으리라는 법은 없다. 가뜩이나 녀석은 다름 아닌 임려현의 아들이다.

녀석들에게 말했다.

“야, 이 녀석들아, 다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온 거야?”

내가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자 포연월이 대꾸했다.

“조교님은 항상 저희한테 실전을 강조하셨고, 저희가 실전에서 더 잘 싸울 수 있게끔 단련시켜 오셨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정작 실전에 참여하지 않고 실전 경험을 쌓지 않으면, 지금까지 조교님한테서 배운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건 쪼끄만 게 지나치게 논리적이란 말이야.

어쨌거나 예를 잃지 않는 선에서 저렇듯 한 번씩 당돌한 모습을 보이는 게 포연월의 매력이기도 하다.

저 당돌한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남궁설이 떠오르곤 한다. 둘이 은근히 궤가 통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당한 태도도 그렇고, 무공에 대한 천재성도 그렇고, 특유의 존재감으로 인한 주변 장악력도 그렇다.

원추엽이 말했다.

“연월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 저것들이 대가리 좀 컸다고 이제 아주, 할 말 다 하네.

다른 녀석들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짜식들, 많이 컸다.

“으휴, 이 웬수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렇게 말하자 녀석들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말을 꺼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제갈수광이 나한테 종종 하는 말이다.

제갈수광의 기분이 어느 정도는 이해될 듯하다.

정세건이 말했다.

“이번에 꼭 한 번은 유겸이 형하고 같은 조에 속해서 싸워보고 싶은데,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죠? 아무래도 형은 고수들과 함께 조를 이뤄서 훨씬 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테니까.”

“나도 명령에 따르는 처지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데, 아무래도 네 말대로 될 가능성이 크지.”

“형하고 같은 조에 속해서 함께 싸울 수 있으려면 최소 절정고수 이상은 돼야겠죠?”

“난도가 지나치게 높은 작전만 아니면 꼭 절정고수가 아니어도 되긴 할 거야.”

내 말에 정세건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촉휘명이 정세건에게 말했다.

“그렇다 해도 연월이 누나랑 추엽이 형 정도는 돼야 할걸. 할아버지가 그러셨거든.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작전에 투입되려면 일반적으로 일류의 중후반은 돼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이에 나는 촉휘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준 후에 말을 덧붙였다.

“연월이랑 추엽이 외에도, 철양이까지도 가능할 거야.”

“네에?”

“정말요?”

내 말에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포연월과 원추엽이다.

두 사람 모두 놀란 눈으로 내 뒤쪽에 다가와 있는 왕철양을 바라보고 있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둘 다 왕철양의 경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왕철양은 등에 화살 자루를 메고 있는 상태다.

아마 조금 전까지도 궁사들을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화살통을 채워주고 있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제대로 된 전력의 모습이 아닌데, 내가 왕철양까지 포함하니 포연월과 원추엽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밖에.

원추엽이 왕철양에게 말했다.

“형! 이따가 바로 한판 붙자.”

비무하자는 뜻이다.

포연월도 곧바로 말을 보탰다.

“왕 오라버니, 나랑도 붙어. 조교님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친하니까 저렇듯 편하게 말하는 것이다.

왕철양이 난감해하며 양손을 내저었다.

“아냐, 아냐. 난 추엽이랑 연월이가 무서워. 난 너희 못 이겨.”

하지만 내 말을 들은 후라, 포연월과 원추엽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있다.

참고로 나는 안 봐도 결과를 알 수 있다.

만약 지금 쟤들이 대련하면 포연월도, 원추엽도, 왕철양을 이길 것이다. 왕철양은 심성이 너무 착해서, 포연월과 원추엽에게 실제로 피해가 갈 만한 공격을 가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서로 적이라는 가정하에 생사를 걸고 대결하면 포연월도, 원추엽도, 결코 왕철양을 이길 수 없다.

포연월과 원추엽의 무공 성장 속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처음부터 왕철양에게 기대해왔던 대로, 녀석이 괴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광서 수복전을 거치면서, 타고난 신력과 내공 사이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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