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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63화 (363/416)

내 안에 마교있다 363

그때쯤 세 여인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남궁설과 선우린과 모용리다.

그렇지 않아도 모용리를 축하해주러 갈 예정이었는데 잘됐다.

남궁설과 선우린과 모용리의 표정에도, 포연월과 원추엽을 비롯한 우리 애들의 표정에도 반가움이 담겨 있다. 비룡장에서 같이 지내며 매우 친해진 사이다 보니 몇 달 만의 만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선우린과 모용리가 먼저 반가움을 표했다.

“우와! 너희들……!”

“다들 너무 반갑다아!”

그러자 포연월이 대꾸했다.

“언니들, 안녕하셨어요? 아까는 경황 중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누나들, 잘 지내셨습니까.”

사내 녀석들도 그런 식으로 인사를 건네자 남궁설이 미소 띤 얼굴로 애들에게 말했다.

“뭐야, 개나 소나 다 기어 왔네. 전장이 무슨 애들 놀이터야?”

역시 남궁설이다.

농담조라고는 해도 듣는 애들이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서, 설아…….”

옆에서 선우린이 남궁설을 제지하듯 그렇게 말했고 모용리도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들은 재밌어하고 있다. 서로 친한 만큼, 남궁설의 성격을 잘 아는 것이다.

포연월이 대꾸했다.

“아무리 농담으로 포장해도 독설은 독설이라구요. 뭐,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언니 특유의 독설도 반갑긴 한데.”

그러자 남궁설이 미소 띤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정말 그 실력들 갖고 전장에서 괜찮겠어? 여긴 잘못되면 곱게는 안 끝나는 곳인데. 잘못돼서 팔다리가 잘리는 정도에서 끝나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더라구. 더러는 배가 갈라져서 창자를 쏟아 내며 죽기도 하구, 벽력탄에 당해서 형체도 없이 죽기도 하구, 독에 당해서 온몸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죽기도 하더라구.”

“으휴, 진짜 설 언니를 누가 말려.”

포연월이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대꾸할 동안, 원추엽을 비롯한 사내 녀석들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남궁설이 한마디 더 보탰다.

“이게 다, 니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해주는 거야. 괜히 까불다가 비명횡사하지 말고, 당분간은 지금 철양이가 하는 역할부터 대신할 생각들을 해봐.”

화살 자루를 짊어지는 역할을 말하는 건데, 당연히 깔보는 의미다.

포연월이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가운데, 촉휘명, 유진금, 정세건이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수군거렸다.

“이게 설 누나지.”

“역시 매워.”

“우리의 기분 따위는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저 태도가 특히 매력적이지.”

세 녀석은 다소 어렸을 때부터 비룡장에서 함께 커왔기에 우리 친우들로부터 막내 취급받고 있다. 셋 다 나이도 열여섯, 열일곱으로 비슷해서, 잘 어울려 다닌다.

애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나는 전음으로 모용리를 축하해줬다.

[소저, 절정 진입 축하드리오.]

[감사해요. 제가 이렇듯 어린 나이에 절정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송 공자님 덕분이에요.]

[푸홧, 내가 뭘 했다고 그런 말씀을.]

[송 공자님을 만난 후부터 제 무학이 변곡점을 맞기 시작했으니까요. 송 공자님 덕분에 무학을 대하는 제 시선이 매우 좁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다각도로 제 무학을 연구하며 수련할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무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거니까요.]

절정에 오른 친우들은 다들 내게 고마움을 표하며 저런 식의 얘기들을 한다.

모용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많은 분과 교류하며 수련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 분도 송 공자님이잖아요. 모두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무학에 대해 토론하고, 자연스럽게 비무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다들 경지 상승 속도도 빠른 거구요.]

[딱히 한 것도 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니 어색하구려. 어쨌든 나는 그간 소저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고, 이러한 결과도 소저의 그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다시 한번 축하드리오.]

[거듭 감사드려요. 무엇보다, 제가 전력에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뻐요. 우리는 앞으로도 싸워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까.]

모용리도 천마신교와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소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보탬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소.]

모용리는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 출신이다. 통합 잠룡대전은 아무나 우승할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실력과 감각, 판단력, 임기응변 등이 남다른 출전자만이 우승할 수 있다.

이제 절정에 올랐으니 그 실력과 감각, 판단력, 임기응변 등이 찬란하게 개화할 것이다.

모용리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소충광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내게 말했다.

“지휘부에서 송 공자를 호출하시는구려.”

“알았소.”

나는 모두에게 나중에 보자고 말한 후 자리를 벗어났다.

지휘부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모여 있었다.

모인 인원은 귀주 수복전단의 지휘부인 서문범, 장종담, 위태창에, 증원 전력의 지휘부라 할 수 있는 제갈수광, 남궁찬, 남궁묵, 단목진, 문숙경, 양소열 등이다.

“어서 오게, 송 공자.”

서문범이 나를 반겼다. 장종담과 위태창도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반기고 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네. 여기 있는 분들과 정식으로 인사도 나눴고, 증원 전력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구성은 어떠한지도 모두 전해 들었네. 어차피 지금은 무인들도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니, 이렇게 된 김에 다 함께 이야기 형식으로 보고하면서 오늘의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하네. 그러려면 송 공자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잖나.”

“아.”

오늘은 여기저기에서 따로따로 전투가 진행된 상황이 많았다.

지휘부라면 당연히 그 상황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곧 서문범, 장종담, 위태창이 내가 도착한 직후부터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귀 기울여 들었다.

세 사람의 상황 설명은 단목진과 문숙경이 등장한 직후의 시점까지 이어지다가 일단 멈췄다.

장종담과 위태창이 단목진과 문숙경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아까는 곧장 지휘를 맡아야 했던지라 구명지은을 입고도 감사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가주님과 검후님께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그 순간에 두 분이 나타나서 구해주신 겁니다. 아직도 제가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단목진이 대꾸했다.

“검후님과 함께 전선을 따라 빠르게 달려오는데, 한쪽에서 다급한 음성으로 ‘부단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구려. 그래서 속도를 더 높여서 달려왔소. 그런데 그 직후, ‘탄’이라는 외침이 들리는 게 아니겠소? 그래서 최대 속도로 달렸던 것이오. 이후에 독탄이 터지며 자객들의 암습이 시작되었던 것이고.”

문숙경도 미소 띤 얼굴로 말을 보탰다.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러자 장종담이 이번에는 내 쪽으로 신형을 돌리더니 나를 향해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그 직전에 자객들로부터 구해준 송 공자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네.”

“기실, 송 공자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이미 그 전의 자객들에게 당했을 걸세. 정말 고맙네.”

위태창도 포권하며 그렇게 말을 보태자 서문범이 내게 말했다.

“송 공자는 자객들로부터 내 목숨도 구했지. 우리 지휘부 전체의 목숨을 구한 걸세. 개인적으로도, 귀주 수복전단의 단주로서도, 이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네.”

“무사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세 사람을 향해 짧게 포권하며 대꾸해준 후,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마침 말씀이 나온 김에 여쭙는데, 혹시 그 후에도 자객의 공격이 있었습니까?”

“세 명이 우리를 노렸었네. 자객의 암습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덕분에 무사히 처리할 수 있었지.”

서문범이 대꾸했고, 나는 곧바로 다시 물었다.

“처리한 자 중에 혹시 협봉검을 쓰는 자는 있었습니까?”

“아니, 없었네.”

“아…….”

놈을 오늘 처리했어야 속이 편했을 텐데, 이러면 귀주 수복전이 진행되는 내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다.

서문범이 말했다.

“사실 송 공자가 우리의 목숨을 구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귀주 수복전단 전체를 구했다는 사실이지. 오늘의 영웅은 단연 송 공자일세.”

“아하하, 무슨 영웅씩이나……. 민망합니다.”

내가 대꾸하자 서문범이 입을 열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뿐일세. 아까 임시 주둔지의 지휘 막사에서 벽력탄 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 송 공자는 곧장 산사태를 떠올리고 모두가 대피할 수 있도록 했지. 같이 탈출하면서 확인해 보니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네. 만약 다수의 우리 무인들이 당시에 그대로 매몰되었다면 지금의 이 승리도 없었을 걸세. 당연히 영웅이지.”

쑥스럽다.

서문범과 장종담과 위태창은 흐뭇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나를 바라봤다.

이후에는 단목진과 문숙경과 내가 우측 전선을 지원했던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주로 단목진이 설명했다.

다음에는 우리 세 사람이 제갈수광, 남궁묵이 이끄는 증원 전력을 구하러 갔을 당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주로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설명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는 내내 서문범과 장종담과 위태창은 매우 흥미진진한 표정이었다. 나와 남궁찬이 등장하던 부분에서는 탄성을 내뱉더니, 이후에 우리가 적 최절정고수들을 처치하던 부분에서는 몰입하여 두 주먹을 꽉 쥘 정도였다.

그 후에는 우리가 좌측 전선에 도착하여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들을 처치하고, 이후 도주하던 적들을 따라 추격전을 펼치며 전선의 중앙에 다다랐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오늘 있었던 모든 상황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

장종담이 서문범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당분간은 우기일 듯한데 임시 막사들이 산사태에 묻혀버려서 어쩝니까. 다들 지친 상태라서 당장 비를 피할 곳이 필요한데.”

서문범이 대꾸했다.

“일단은 아쉬운 대로 뇌산지소로 가서 비를 피할 수밖에 없을 듯하오.”

무림맹 뇌산지소는 귀주의 뇌산현에 있다. 지도에서 확인했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다.

위태창이 물었다.

“뇌산지소는 적습으로 반파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한데, 일전에 척후조로부터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비를 피할 만한 여건은 되는 듯했소. 물론 전원이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겠지만.”

서문범이 다시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저희는 은닉해둔 행낭을 회수하면 간이 막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침 은닉해둔 장소도 뇌산현 방향에서 멀지 않습니다.”

이어서 양소열도 입을 열었다.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데 회수하려면 잠시 길을 되돌아갔다가 와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서문범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하면 우리 귀주 수복전단이 먼저 뇌산지소로 가서 그곳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최절정고수 두 분이 저희와 같이 가주시면 안전할 듯합니다. 경로상 귀주 수복전단이 안전하면 남궁 반장 쪽의 행낭 회수도 안전할 테니, 그쪽에는 딱히 최절정고수가 필요치 않겠지요. 그러니 남은 최절정고수 한 분은 양 교관님과 동행해서 행낭을 회수한 후 뇌산지소로 합류하시면 될 듯합니다.”

모두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남궁찬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제 행낭도 양 교관님이 같이 은닉해두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양 교관님과 같이 가겠습니다.”

그러자 제갈수광도 말을 보탰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대화도 나눌 겸, 저도 양 교관, 찬 아우와 동행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제갈수광이 남궁묵에게 허락을 구했다.

“괜찮겠지, 묵 아우?”

“예, 다녀오십시오.”

남궁묵이 흔쾌히 대꾸하자 서문범이 말했다.

“그럼 바로 움직이도록 하지요. 만에 하나 우리가 뇌산지소에 자리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시에는 태강현의 동쪽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이차 집합 장소를 정해둔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소속 조직으로 흩어졌다.

우리가 행낭을 회수할 때쯤부터 서서히 동이 터오며 빗줄기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뇌산지소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비가 그쳤다.

귀주 수복전단의 무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뇌산지부를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즉시 뇌산지부 뒷동산에 있는 수련장 한쪽에 터를 잡고 간이 막사를 설치했다.

비는 갰으나 하늘은 여전히 흐려서,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간이 막사는 이인일조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단목강과 한 조를 이뤘다.

우리는 막사를 설치하자마자 한 식경씩 교대로 막사 안에 들어가서 운기조식을 취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외부의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밖에서 호법을 서줬다.

내가 먼저 운기를 취하고 나와서 호법을 서던 중에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도 도착했고, 그들도 뒷동산의 수련장 한쪽에 터를 잡고 간이 막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길고 피곤했던 일정이 완전히 끝나고, 결국은 대다수가 무사히 뇌산지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뇌산지소의 우물들을 조사해보니 독성분이 나오지 않았기에, 순차적으로 씻고 정비하기로 했다. 여인들, 증원 전력, 귀주 수복전단 순이었다.

대기 중인 인원들은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웠다. 취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탓이다. 또한, 귀주 수복전단의 무인들은 비상식량조차 못 챙기고 뛰쳐나온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증원 전력 쪽에서 비상식량을 나눠줬다.

이후에는 번을 서야 할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채, 모든 인원이 취침에 들어갔다.

그동안 최고 고수들 여덟 명은 경계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이인일조를 이뤄 사방으로 흩어졌고, 서문범도 자진해서 지휘부의 당직을 섰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다른 고수들과 함께 경계 임무에 투입됐어야 했는데, 오늘은 매우 피곤하다고 얘기하고는 경계조에서 빠졌다.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 너무 피곤했다.

지난밤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격렬하게 움직인 상황이 많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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