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67화 (367/416)

내 안에 마교있다 367

계산해보자.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의 총원은 스물아홉 명이다.

스물아홉 명 중에서 교관은 세 명이고, 신룡대·백영대 출신의 고수는 여섯 명이다.

그 아홉 명의 어른을 뺀 스무 명이 모두 관도들이다.

그 관도들 중에서 포연월 등의 여섯 명은 비룡장 소속이니 남은 건 열네 명인데, 어제 성수곡주의 제자인 민화영을 알게 되었으니 나머지는 열세 명이 된다.

즉, 전투지원대의 잠룡관도들 중에서 내가 모르는 애들은 총 열세 명이다.

한데 그 열세 명 중 절반이 넘는 일곱 명이 내가 속한 십 조에 대거 포함되었다.

참고로 나머지 여섯 명은 각기 다른 조에 딱 한 명씩만 배치되었음을 이미 확인한 상태다.

오직 십 조에만 일곱 명을 몰아넣은 것이다.

저 악랄한 칠절사군께서.

나와 추소륵과 단목지가 모여 있는 가운데, 애들이 우리 앞에 반원형으로 섰다.

남관도 넷에 여관도 셋이다.

관도들에게 말했다.

“편의상 하대하겠다. 반갑다. 나는 송유겸이라고 하고…….”

내가 말을 줄이며 내 옆의 추소륵을 바라보자 추소륵이 입을 열었다.

“소생은 북부지맹 출신의 추소륵이라 하오.”

관도들은 내가 이름을 밝힐 때는 별 반응이 없다가 추소륵이 이름을 밝히자 살짝 놀란 표정을 보였다.

내 얼굴은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추소륵의 얼굴은 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추소륵이 이름을 밝히자 놀란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는 소림을 대표하는 유명한 후기지수니까.

단목지는 어차피 관도들과 다 아는 사이일 테니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애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중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관도들의 분위기를 보니 나와 추소륵을 만나고도 과한 반응을 보이는 애들은 딱히 없다.

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정도라서, 앞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길 일은 없을 듯하다. 다행이다.

관도들에게 말했다.

“우리 조만 유독 관도들이 많은 느낌이지만, 어차피 이번 편성은 전투에 대비한 편성이 아니라 이동을 위한 편성이니 큰 상관은 없겠지. 모두 이동 간에 잘 따라와 주기 바란다.”

관도들이 짧게 대꾸했다.

“예.”

“나와 추 공자는 너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마침 우리는 십 조라서 가장 늦게 출발할 테니 그 전에 너희의 소개를 들으면 좋을 듯하군. 그럼 왼쪽부터 반, 연차, 이름.”

반, 연차, 이름.

잠룡관에서 제갈수광이 무심한 표정과 특유의 사무적인 어조로 저 말을 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듯 기회가 생긴 것이다.

관도들을 향해 곧바로 한마디를 보탰다.

“아, 그 외에도 자기소개를 덧붙이고 싶은 사람은 덧붙이도록 한다.”

그러자 가장 왼쪽에 있던, 스무 살 근처로 보이는 여관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을반, 오 년 차, 곡양정이라 합니다. 조장님께서 잠룡관도이실 때 어쩌다 한 번씩 멀리에서만 뵀었는데, 이렇듯 가까운 곳에서 직접 대면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에 곡양정이라고 밝힌 여관도에게 대꾸했다.

“굳이 조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선배라는 호칭을 쓰도록.”

“알겠습니다.”

“한데 성이 곡양이면, 곡양세가인가……?”

“그렇습니다.”

“곡양걸 공자와는 무슨 관계지?”

“제 사촌 오라비입니다.”

“그렇군. 예전에도 잠룡관이 비상 대비 체제로 운영되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에 곡양 공자와 같은 조였다. 태화지부 사건 때 같이 싸우기도 했었고.”

“사촌 오라비도 그 얘기를 종종 했었습니다.”

“곡양 공자가 지금쯤 육 년 차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곡양 공자는 전투지원대에 지원 안 했나?”

“오 년 차까지만 마치고 졸업했습니다.”

“아, 그랬군.”

곡양걸이 딱히 나와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니 굳이 더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곡양정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곡양정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관도가 입을 열었다.

“을반, 오 년 차, 호연주라고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곧바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호연세가인가?”

“그렇습니다. 선배님께서 아시는 호연웅 공자가 제 오라버니입니다.”

“그랬군. 호연웅 공자의 누이였군.”

“제 오라버니도 몇 년 전 비상 대비 체제 당시, 송 선배님과 같은 조였던 일에 대해 종종 얘기했었습니다.”

이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물었다.

“호연 공자는 졸업했지?”

호연웅의 연차가 곡양걸보다 일 년 더 높았었다.

“예. 육 년 차까지 마치고 졸업했습니다.”

곡양세가와 호연세가는 강서 제일 세가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다. 한데 현재 강서 무림의 모든 이목은 송풍장에 쏠려 있어, 두 세가의 무게감은 다소 하락한 상태다.

어쨌거나 두 세가의 여인이 나란히 을반에 오 년 차라니, 실력이나 자질이 곡양걸이나 호연웅보다 더 낫다고 추측해볼 수 있겠다. 내가 알기로 그 두 사람은 오 년 차에 병반쯤이었으니까.

둘 다 용모가 예쁘장해서 남관도들의 관심을 적잖이 받고 있을 듯하다.

호연주의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약관쯤으로 보이는 남관도가 말했다.

“갑반, 오 년 차, 여규상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규상이라는 관도를 처음 보자마자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한데 이름까지 듣고 나니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곧바로 물었다.

“여길상 공자와는 어떤 관계지?”

“제 형입니다.”

“역시 그랬군. 여 공자와는 같이 고생했던 사이지.”

“형도 송 선배님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추소륵이 여규상에게 말했다.

“여길상 공자라면 나도 알고 있소. 아우시라니 반갑구려.”

같은 해에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었고, 장강 사건도 같이 겪었기에 아는 것이다.

“저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추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추소륵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 반에 오 년 차면 여규상의 실력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내가 여길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육 년 차였는데, 그 당시의 여길상보다 오 년 차인 여규상의 기도가 더 강렬한 느낌이다.

형인 여길상은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는데, 여규상은 키는 크되 덩치가 좋은 정도까지는 아니다. 탄탄한 체격이라고 할 만한 정도다.

각진 얼굴이며 강인해 보이는 외모고, 무기는 형인 여길상처럼 도를 패용하고 있다.

여규상의 오른쪽에는 남관도가 서 있다.

남자답게 생긴 용모에 눈매가 강렬하고, 평균 신장에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말했다.

“을반, 삼 년 차, 맹운표입니다.”

기도가 단단한 느낌이다.

겨우 삼 년 차, 을반에 불과한데, 기도로만 봐서는 오 년 차에 갑반인 여규상보다 더 나은 듯하다.

뭐야, 얘……?

“출신을 물어봐도 될까? 밝히기 곤란하면 답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듣기 원치 않는다면 전음으로 답해도 된다.”

그러자 맹운표가 입을 열었다.

“절강의 영안문입니다.”

“아.”

영안문.

천마신교의 자료에서 본 적이 있다.

영안문은 절강 선거현의 신선거라는 산에 자리 잡고 있다.

신선거의 원래 이름은 영안이었는데, 북송 시절에 황제가 산의 절경에 감탄하여 신선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맹운표도 보통내기가 아닐 듯한 느낌이다.

맹운표의 오른쪽에도 남관도가 서 있다.

용모가 수려한 편이고, 평균보다 큰 신장에 체격은 날렵하다.

내 시선이 머물자 그가 말했다.

“을반, 삼 년 차, 안소극입니다.”

안소극의 기도는 맹운표보다 더 단단한 느낌이다.

얘는 또 뭐야?

이런 녀석도 겨우 삼 년 차에 을반이라고?

“출신을 물어봐도 될까?”

“복건의 의룡문입니다.”

내 기억에 의룡문은 복건의 북동쪽 해안인 하포현에 자리 잡고 있다.

천마신교의 자료에는 중규모 문파이나 종종 실전 실력이 빼어난 고수들을 배출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해안가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런 고수들이 배출되곤 하는 것이다.

맹운표와 안소극까지 보고 나니 십 조의 관도들에 대한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안소극의 오른쪽에도 남관도가 서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미남으로, 여규상 다음으로 키가 크며 체격은 날렵하다.

남관도가 말했다.

“을반, 이 년 차, 견수암입니다.”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견수암을 잠시 더 바라보았다.

일단, 또렷하면서도 담담한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눈동자보다 더 인상적인 건 날카롭지도 강렬하지도 맹렬하지도 않은, 차분하게 정돈된 기도다.

겨우 이 년 차에 을반이라면서, 기도가 벌써 저렇게 정돈되어 있다고?

얘는 또 어디에서 튀어나온 애야?

이 년 차면 촉휘명, 정세건과 같은 연차인데, 저 정도면 그 대단한 촉휘명과도 견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전투를 치르는 모습을 봐야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그가 차고 있는 무기에 시선이 간다.

손잡이가 있는 곤이다.

겉보기에는 철곤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나무로 된 곤에 쇠를 덧씌운 형태의 강화곤일 것이다. 온전히 쇠로만 제작된 철곤은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무인이라도 웬만해서는 무기로 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곤을 보니 자연스럽게 길초량이 떠오른다. 길초량의 무기도 곤이었고, 그의 곤술도 수준급이었기 때문이다. 견수암의 저 강화곤도 손잡이 부분이 분리되면서, 그 안에서 검이 뽑혀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마저 하게 된다.

“출신을 물어봐도 될까?”

“가전 무공을 익혔고, 사정상 복건의 의룡문에 의탁하다가 잠룡관에 입관하게 되었습니다.”

앞서서 안소극이 의룡문이라고 했으니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았다. 안소극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결국 견수암은 의룡문의 신원 보증을 통해 잠룡관에 입관하기는 했으되, 막상 본인의 정체는 가전 무공이라는 핑계로 감추고 있는 셈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녀석이다.

견수암에 대한 호기심을 뒤로하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마지막 관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관도로, 열일곱에서 열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다.

“계반, 초년 차, 능우희입니다.”

능우희라면 포연월과 민화영이 얘기했던 이름이다.

네가 걔였어?

키가 큰 편이고 보통의 여인들보다 어깨가 다소 넓으며, 몸매는 날렵하고 다리가 길어 보인다. 늘씬하다는 표현이 저런 몸매를 두고 쓰는 표현인가 싶다.

눈매가 차가운 느낌이며, 용모는 내 기준에서는 평균 이상이다.

한데 저 용모는 이 시점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저 고얀 것이 면구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제작된 최상품이다.

기도도 차가우면서 고요한 느낌으로, 딱 봐도 범상치가 않다.

“출신을 물어봐도 될까?”

“저도 가전 무공을 익혔습니다.”

저 이상의 대답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눈동자 색이 우리보다 옅다.

색목인 쪽 혼혈인가 싶기도 하다.

능우희도 내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고 있다.

어쨌거나 관도들의 면면을 약간이나마 알고 나니, 이동하는 과정에서 녀석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아마도 우리의 칠절사군께서는 실력을 가늠해 보라는 의미로 이들을 내게 맡긴 게 아닐까 싶다.

이들 중에도 지원조에서 벗어나 강습조나 타격조에 속해도 될만한 인재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우리의 출발 차례가 되었다.

추소륵을 이동 진형의 꼭짓점에 세운 후, 나머지는 알아서 두 명씩 짝지어 서게 했다.

참고로 나는 단목지와 함께 후열에 자리 잡았다. 관도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 위함이다.

관도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추소륵의 바로 뒤에는 여규상과 맹운표가, 삼 열에는 곡양정과 호연주가, 사 열에는 안소극과 견수암이, 우리 앞의 오 열에는 능우희가 위치했다.

그 진형 그대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처음 대면한 소감은 어때요?]

단목지의 전음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실은 관도들의 경공을 관찰하던 중에 상당히 놀란 부분도 있고 눈에 띄는 부분도 있어서, 이제부터 더 본격적으로 관찰해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저 미소를 보니 관찰 따위는 잠시 후로 미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관찰이야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실은 제갈 교관님이 왜 나한테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의 보모 역할이나 맡기신 건지 의아했었소. 한데 직접 보고 나니 흥미롭구려. 다들 범상치 않은 듯하오.]

[규상이는 여기까지 오는 내내 형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겠다며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송 공자님이 더 잘 아실 테죠. 여길상 공자가 장강 사건을 통해 첫 실전을 경험한 후로 정신적 공황에 빠졌던 일을. 그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통합 잠룡대전을 포기했던 일을.]

[아.]

당연히 잘 안다.

그 일로 여길상이 통합 잠룡대전을 포기했던 바람에 예비 명단이었던 내가 대신 출전하게 됐고, 그래서 어찌어찌하다가 우승까지 차지하게 되었던 거니까.

여규상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마음을 다잡을 만하다.

형인 여길상이 보였던 그 모습은 여씨세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흑역사라 할 만하기에, 여규상 본인까지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각오일 것이다.

[곡양세가와 호연세가는 경쟁 관계지만, 동갑내기인 정이와 주아는 서로 친해요.]

방금 단목지가 말한 ‘정이’는 곡양정이고, ‘주아’는 호연주다. 그녀가 전음을 이었다.

[참고로 곡양걸 공자가 오 년 차에 잠룡관을 졸업한 이유가, 당시 사촌 누이인 정이의 성취가 곡양걸 공자의 경지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아, 그런 일이…….]

곡양걸로서는 창피할 만했겠다.

[주아도 호연웅 공자의 잠룡관 재학 시절의 성취를 이미 뛰어넘었다고 들었구요.]

호연웅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듯하다.

단목지가 전음을 이어갔다.

[정이와 주아는 송 공자님이 암기술을 활용하며 통합 잠룡대전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호기심이 생겨서 둘이 함께 암기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걔들은 당시에 초년 차였는데, 이후부터는 매 학기마다 암기술 수업을 빼먹지 않고 이수했다고 하고, 개인 수련도 꾸준히 해왔다고 해요.]

[오호.]

[암기술 성취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무공 성취도 상승했고, 그래서 각각 곡양걸 공자와 호연웅 공자의 성취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나 봐요. 그래서인지 둘 다 철비정술과 소비도술 실력이 제법이에요. 그게 실전 활용도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서 전투지원대에 차출됐죠.]

[그랬구려.]

자발적으로 암기술을 익히기 시작하여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렀다고 하니 대견스럽다. 이동하는 동안 틈틈이 암기술을 봐줘야겠다.

단목지에게 물었다.

[맹운표, 안소극, 견수암, 능우희. 이 네 관도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구려.]

[저도 그 애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 애들을 오래 본 것도 아니고, 전투지원대 차출 심사를 지켜본 것도 아니라서요.]

[아.]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경공 펼치는 모습들을 관찰한 건 있어요. 보니까 관도들의 경공 실력이 세 부류로 나뉘더군요. 첫 번째는 상당히 지쳐 보이는 부류, 두 번째는 약간 지쳐 보이는 부류, 세 번째는 지친 기색이 거의 보이지 않는 부류였죠. 걔들 네 명은 세 번째 부류에 포함돼요.]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면 여규상은 어디에 속하오?]

[두 번째요.]

대답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에게 대꾸했다.

[능우희도 의외지만, 을반에 이삼 년 차에 불과한 맹운표, 안소극, 견수암도 매우 의외로구려. 오 년 차 갑반 관도를 상회하는 경공 실력으로도 을반에 머물고 있다는 거잖소.]

요즘의 잠룡관 승반 심사는 경신법 점수에 가중치를 더 부여한다고 알고 있다.

[제 말이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그녀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말없이 경공을 펼치다가 단목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지신 것 같소.]

단목지의 경공을 칭찬한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도 이전과의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다.

[감사해요. 저도 그게 느껴져서 요즘은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기분 좋은 건, 검로도 더 가벼워졌다는 사실이에요. 같은 검로도 이전보다 더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거든요.]

[오우.]

경신법 성취뿐만 아니라 검법 성취도 상승한 모양이다.

[검법 성취가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마다 송 공자님을 생각하게 돼요. 감사하고, 신기하고, 경외감이 들고.]

[하핫, 뭘 또 경외감까지…….]

내가 대꾸하자 단목지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대꾸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그녀가 전음을 보내왔다.

[저, 높고 먼 곳을 바라보며 정진할 거예요. 수련하면 수련할수록 확신이 들거든요. 송 공자님이 수정해주신 이 가전 검법과 함께라면, 분명히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의지를 불태우는 열정적인 각오도 좋지만, 저렇듯 꾸밈없는 담담한 각오도 좋다. 그녀답다.

단목지에게 대꾸했다.

[응원하고 있소.]

그녀가 잠시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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