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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70화 (370/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0

퉁!

시위 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후방에 있던 궁사와 가까워진 것이다.

궁사들이 이렇듯 독립 작전을 펼칠 때는 웬만한 고수가 아닌 이상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만큼 호위를 대동할 수밖에 없다.

정신을 집중해서 탐지해 보니 호위는 두 명인 듯하다.

궁사까지 합하면 세 명.

호위 한 명은 궁사의 바로 옆에 있고, 다른 한 명은 그들의 근처에 은신해 있는 상태다.

파악을 마친 후, 오른손에 쥐고 있던 쇠구슬로 강탄술을 준비하며 왼손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뒀던 독침들을 점검했다. 경사면을 올라오며 준비해둔 독침들이다. 그간 전리품으로 얻은 독침이 적지 않다.

궁사와 그 옆에 있는 호위를 향해 은밀히 다가갔다.

이 방향으로 다가가서 궁사와 호위를 암습하면, 은신해 있는 다른 호위에게는 등을 보이는 형국이 된다.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이 방향에서 다가가는 것이다.

내가 놈의 은신을 까마득히 모르는 것처럼 보여,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궁사와 호위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후, 잠시 멈춰서 호흡을 정돈하며 대기했다.

곧 궁사가 활시위를 당긴 상태로 잠시 동작을 멈췄다.

무음시를 날리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천섬무를 일으켜 궁사의 등판을 향해 쇠구슬을 날리며 그쪽으로 튀어 나갔다. 쇠구슬을 날리자마자 왼손의 독침을 오른손에도 나눠 쥐었다.

궁사가 화들짝 놀라며 시위를 놓쳤다.

화살이 맥없이 애먼 곳으로 튕겨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당황한 것이다.

쇠구슬을 피하려 신형을 급격하게 비트는 중이지만 너무 늦었다.

푹!

쇠구슬이 그의 쇄골 부근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저 상태면 앞으로 한동안은 활시위를 당길 수 없을 것이다.

궁사 옆에 있는 호위가 내 쪽으로 신형을 틀며 도를 휘둘러 왔다. 보아하니 절정의 중반에서 살짝 모자란 정도의 경지다.

사선으로 맹렬하게 도를 베어 오는 중인데, 나를 우측으로 몰려는 의도가 보인다. 내가 은신한 호위 쪽으로 피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놈의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그러자 놈이 도로를 바꾸며 더 맹렬하게 나를 압박해왔다.

이번에는 나를 뒤로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되면 은신해 있는 호위가 암습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다시 놈의 의도대로 한 발짝 물러나자마자 은신해 있던 호위가 뒤쪽에서 나를 암습해왔다.

모른 척 돌아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쇠붙이가 빠르게 찔러오는 걸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검일 것이다.

앞뒤의 공격이 내 몸에 가까워진 순간, 횡으로 회전하며 우전방으로 나섰다.

회전하면서 보니 앞에서 다가온 도와 뒤에서 찔러 온 검이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나를 쫓아오고 있다. 내가 속도를 적당히 조절하며 회피했다 보니 저렇듯 도로와 검로를 바꿔서 쫓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올리며 도약할 기세로 신형을 굽혔다가 폈다. 하지만 도약은 하지 않은 채, 천섬무를 상 단계로 끌어올리며 다시금 신형을 급격하게 낮췄다.

신형을 낮추면서 쾌속하게 회전하며 양손의 독침을 털어냈다. 적들이 있는 세 방향으로 집중시켜서 침을 날렸다.

회전하는 중에 보니 적들의 고개가 모두 허공으로 향했다가 다시 내려오는 중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도약할 듯한 눈속임을 보였기에 저러는 것이다. 저들 수준의 안력으로는 좇기 어려운 속도였을 테니까.

놈들의 몸에 독침이 박혔다.

“큭……!”

“커윽…….”

“크어억…….”

놈들은 피부가 순식간에 변색되며 쓰러져 죽었다.

참고로 궁사는 호각을 입으로 가져가다가 죽었다.

은신했던 내가 튀어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전투가 그 정도로 짧은 순간에 끝난 것이다.

즉시 우전방의 궁사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직선 경로로 가지 않고 살짝 돌아갔다.

우전방 쪽에서 조금 전의 전투를 알아챘다면 그들이 보일 대응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모두가 지원하러 오거나, 한두 명을 보내어 상황을 확인하거나, 위험할지 모르니 피신하거나.

그래서 일단은 놈들의 퇴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혹시라도 우후방 쪽으로 향하는 적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다.

잠시 이동하다 보니 역시나 무인 한 명이 은밀히 우후방 쪽으로 향하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우후방 쪽의 상황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딴에는 은밀하게 이동하고자 애쓴 느낌인데, 결국 내 감지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를 무시하고 지나친 후 이동 속도를 높였다.

저렇듯 확인하러 가는 걸 보면 다른 이들은 원래의 지점에 남아서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윽고 우전방의 궁사가 무음시를 날리던 지점 인근에 도착했다.

은밀하게 접근하는 중에 귀 기울여 확인했는데 활 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었다.

집중해서 감지해 보니 인근에 두 명이 은신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쌍바위 사이에 한 명, 그 옆의 덤불 뒤에 한 명.

둘 다 은잠술이 수준급이다.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후, 일단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척했다. 그러면서 은신해 있는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듯 행동하며 그들의 근처로 이동했다.

근접한 후에는 바위 근처를 적당히 훑는 척하다가 돌아서서 등을 보였다.

둘이 동시에 나를 암습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낚시를 시작한 것이다.

미끼를 곧장 물지는 않고 있다.

그래도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두 놈이 서로 눈빛을 교환할 시간은 필요할 테니까.

내가 아주 잠깐 두리번거릴 때쯤, 변수가 발생했다.

삐이익-! 삑! 삑! 삐익-!

삐이익-! 삑! 삑! 삐익-!

단목지의 호각 소리다.

조원들 쪽에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즉시 달려가야 하지만, 뒤에 있는 두 놈을 처치하고 가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다.

호각 소리에 반응하여 자리를 벗어날 것처럼 한 걸음을 떼었을 때쯤, 뒤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피비비비비비비비비빗!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십 개의 철비정과 침들이 넓은 범위를 점하며 내 쪽으로 쏟아지고 있다.

둘 다 수준급의 암기술이다.

천섬무를 상 단계로 끌어올리며 보법을 펼쳤다.

암기들이 뒤덮은 범위를 순식간에 벗어나, 그대로 두 놈을 향해 짓쳐 들었다.

내가 기다렸다는 듯 반응한 탓인지, 두 놈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이다. 빠른 속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우측으로 접근하자 두 놈이 재차 그 방향으로 암기를 쏟아냈다. 그러나 다소 당황한 탓인지 둘의 암기술이 따로 놀고 있다.

이러면 나로서는 피하기도 더 쉽다.

자세를 낮추고 방향을 급격하게 틀며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빨리 정리하고 조원들 쪽으로 가기 위함이다.

놈들이 털어낸 암기의 범위에서 벗어나며 두 놈의 중간쯤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양손에 나눠 쥐고 있던 독침을 강하게 털어냈다.

놈들이 침을 피하려 바닥을 박차고 있다.

그러나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근거리에서 펼쳐낸 비침술이다.

저들의 수준에서는 피할 수가 없다.

결국 두 놈의 몸에 각각 독침이 두세 개씩 박혔다.

이후의 상황은 굳이 확인하지 않은 채, 곧장 조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 * *

챙!

추소륵은 좌측 경사면에서 날아온 무음시를 쳐낸 후, 즉시 중앙으로 복귀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집중해서 다음 무음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날아온 모든 무음시들을 무사히 쳐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우후방 쪽에서는 무음시가 날아오지 않다 보니 좀 더 수월했다.

아까 우후방의 궁사 쪽에서 찰나간 네 개의 기운이 활성화됐었는데, 그중에 송유겸의 기운도 있었다. 이후, 미세한 소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그 방향에서 더는 무음시가 날아오지 않았다.

송유겸이, 송유겸답게,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다.

참고로 성취가 늘기 전이었다면 그쪽에서 기운들이 활성화된 사실도, 미세하게 들렸던 소음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래 심법인 반야무상공의 성취가 상승한 덕분에 파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졌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속으로 반야무상공의 구결을 외웠다.

챙!

또다시 무음시를 쳐냈다.

좌측 경사면에서 날아온 무음시만 연속으로 세 번째 쳐내는 중이다.

어느 순간부턴가 우전방에서 날아들던 무음시도 더는 날아오고 있지 않은 탓이다.

계속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우전방 쪽에서는 기운들이 활성화되지도, 전투 소음이 들리지도 않았었다. 아까의 우후방 쪽과 비슷한 거리인 만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자신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집중한 채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하리라.

각오를 다지며 검을 고쳐 쥐던 추소륵은 순간적으로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좌측의 경사면으로부터 여러 기운이 접근하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불문佛門의 제자에게는 매우 불편한 기운들.

적들의 기운이다.

처음에는 네댓 명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감지해 보니 뒤따르는 기운들이 상당히 많다. 뒤따르는 기운들만 해도 얼추 서른 명은 되는 듯하다. 어쩌면 더 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이들 중에서 선봉에 있는 세 명은 절정고수인 듯하고, 뒤따르는 기운들은 일류고수들인 듯하다. 다수로 구성된 정예 전력인 것이다.

저 정도면 송유겸 없이 상대하기는 어렵다.

“호각 부시오! 바로!”

낮게 외치자마자 단목지가 호각을 불었다.

삐이익-! 삑! 삑! 삐익-!

삐이익-! 삑! 삑! 삐익-!

호각 소리가 두 번 반복된 후에 관도들에게 말했다.

“후배들, 전투 준비! 숙지한 전투 진형대로, 후열은 바위 쪽으로 붙고 전열은 후열 앞에!”

원래는 관도들에게 하대하지 않았었는데, 빠르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니 자연스럽게 하대가 나온다.

관도들이 자세를 낮춘 채로 전투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열은 왼쪽부터 단목지, 여규상, 맹운표, 안소극이고 후열은 왼쪽부터 능우희, 곡양정, 호연주, 견수암이다.

추소륵은 전열의 중간인 여규상과 맹운표의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진형을 갖춘 관도들의 모습을 보니 반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모습인 데 반해, 나머지 반쯤은 긴장한 기색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관도들에게 말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정신없을 거야. 뭘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동료들을 구경해. 차분히 구경하다가 동료들과 충분히 합을 맞출 수 있겠다 싶을 때부터 싸워도 돼.”

관도들을 향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옆 사람과의 간격은 조금 더 좁히고.”

그래야 관도들을 보호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조원들이 진형을 좁히는 모습을 확인한 후, 적들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신형을 틀었다.

그러고는 앞으로 두 발짝 더 나섰다.

적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선두에서 다가오고 있는 절정고수 세 명의 기세가 자못 사납다.

‘저들 중 두 명은 나보다 강한 자들…….’

송유겸이 올 때까지는 저 두 명의 고수를 자신이 맡아줘야 그나마 조원들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저런 고수들 두 명을 제대로 감당해낼 수 있을까.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다짐했다.

‘목숨을 걸어야겠지. 지금부터의 내 뒷모습, 조원들의 눈에 작아 보이지 않도록.’

만에 하나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 될지라도, 대소림의 제자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 되리라.

동료들에게도, 적에게도.

두 줄기 검기가 날아들고 있다.

선봉의 절정고수 세 명 중에서 중앙에 있는 자와 우측에 있는 자가 달려오면서 날린 검기들이다. 저 두 명이 자신보다 강한 자들이다.

뒤에 관도들이 있으니 피할 수 없다.

이미 반야무상공을 잔뜩 활성화해둔 상태.

그 공력을 검에 주입하며, 달마검법의 방어식을 최대한으로 펼쳐냈다.

콰광!

기운의 격돌로 인한 폭음이 일어난 순간, 빠르게 발을 옮겨 중앙의 절정고수를 향해 간결하게 검을 찔러 넣었다.

달마검법의 현묘함 덕분이다. 격돌의 충격이 최소화되어, 방어와 동시에 공격으로 전환할 수가 있다.

카앙!

절정고수가 반격을 막아냈다.

놀란 기색이 보인다.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점의 반격이었기 때문일 것이고, 반격에 담긴 힘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적이 마음 놓고 공격하게 둬서는 안 된다. 언제든 생각지도 못한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보아하니 어느 정도는 의도가 성공한 듯하다.

이후에는 우측 후방으로 세 걸음을 옮겨, 전열의 우측으로 짓쳐 들던 절정고수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도 자신보다 강한 절정고수다.

슈슈슉-

달마검법의 쾌검식으로 세 차례 검을 찔러 넣었다.

카강! 휙-

절정고수가 두 개는 막고 하나는 피해냈다.

그도 놀란 표정이다.

때맞춰 견수암이 철비정을 날리며 적측 절정고수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열에 있던 안소극도 살짝 뒤로 빠지며 소비도를 던졌다.

둘 다 어설프게 급소를 노리지 않고 적들의 하체 쪽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중이다. 오로지 견제만을 염두에 둔 암기술이다. 훌륭한 판단이다.

암기술 실력들도 깔끔하다.

실전 경험이 있어 보인다.

든든하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

나머지 한 명의 절정고수는 진형의 좌측을 공격하고 있다.

그를 막고 있는 건 단목지다.

추소륵은 달마검법을 방어식 위주로 펼치며 틈틈이 단목지 쪽의 상황을 확인했다.

챙! 챙! 캉!

단목지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는 중에도 절정고수의 공격을 꾸역꾸역 막아내고 있다.

절정고수를 상대로 저 정도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이다.

그녀의 검술이 저 정도였던가.

아까 송유겸이 떠난 직후, 단목지와 전음으로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통합 잠룡대전의 준우승자끼리 잘해봅시다.」

「추 공자님과 같은 준우승자 출신으로 묶이기에는 제가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추 공자님은 거침없이 결승전까지 올라갔지만 저는 운 좋게 올라갔던 거거든요.」

그녀는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꾸했었지만, 지금의 저 탄탄한 검술을 보니 결코 운이었을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그녀와의 간격은 오륙 보 정도.

금강부동신법을 펼치면 단번에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물론, 아직은 금강부동신법의 성취가 높지 않기에 공력 소모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력 소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단목지를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좌측 진영의 관도들도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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