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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71화 (371/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1

능우희의 암기술도 단목지가 좌측의 절정고수를 막아내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녀의 암기는 소비표다.

추소륵이 보니 능우희의 소비표술도 견수암 못지않게 안정적이었다. 나름의 노련함마저 엿보이는 암기술이었다. 실전 암기술 경험이 있는 것이다.

대체 이 강호의 어디에서 저런 기재를 키워낸 걸까.

참고로 견수암의 출신에 대해서는 대강이나마 짐작되는 바가 있다. 그의 기운은 같은 불문의 기운이며, 길초량의 기운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데 능우희만큼은 도무지 어디 출신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적 일류고수 두 명이 단목지의 뒤에 있는 능우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능우희의 위치가 후열의 좌측 끝이다 보니 측면에서 접근하는 적들에게 노출된 것이다.

비표를 던지던 능우희가 빠르게 검을 뽑아 들고는 적들의 공격에 맞섰다.

캉! 캉!

방어 검술을 펼치며 두 명의 공격을 막아낸 능우희가 좌측의 일류고수에게 반격을 가했다.

공격이 깔끔하게 성공하며 그녀의 검이 일류고수의 옆구리에 닿았다.

감탄을 자아내는 쾌검술이다.

한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텅!

검극이 피부에 닿은 순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온 것이다.

‘귀갑강시공……!’

능우희는 매우 당황한 표정이다.

귀갑강시공을 처음 겪어본 것이다.

상대가 평범한 일류고수여도 부담스러운데 귀갑강시공까지 구사하는 자들이라니.

이러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회심의 반격이 어이없게 막히다 보니 위험해진 건 오히려 능우희 쪽이다.

능우희를 공격하던 두 명 중에서 우측에 있는 일류고수가 먼저 그녀의 하체를 노리고 검을 찔러 갔다. 이어서 방금 옆구리를 공격당했던 좌측의 일류고수는 능우희의 상체를 노리며 검을 찔러 가고 있다.

능우희가 위태로워지자 절정고수를 상대하고 있던 단목지가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신형을 뒤로 뺀 단목지가 능우희의 정면으로 검을 뻗으며 적들의 검을 쳐냈다.

카강!

절정고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단목지의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단목지는 능우희를 지키다가 역동작에 걸린 상태.

단목지가 지금껏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번 공격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소륵은 어쩔 수 없이 금강부동신법을 펼쳐야 했다.

막 금강부동신법을 펼치기 시작한 순간, 추소륵은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을 사리며 가만히 있었어야 할 능우희가 갑자기 단목지를 스치며 전면으로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능우희는 단목지를 공격하고 있는 절정고수뿐만 아니라, 본인을 공격하던 일류고수 두 명까지 모두 막아서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니, 왜……!’

저건 무모해도 너무 무모하다.

아니나 다를까 절정고수와 일류고수 두 명이 즉시 능우희 쪽으로 검로를 틀고 있다.

‘아아……!’

탄식이 새어 나온다.

금강부동신법이 아무리 절기라고 해도 당연히 한계가 있다. 이번에는 시간상 단목지를 겨우 보호해줄 수 있는 정도였다. 제 발로 적들에게 가까워진 능우희까지 막아주기는 어렵다.

범의 아가리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꼴이라, 능우희는 이제 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여태 잘하다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추소륵은 이를 악물었다.

능우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들의 병장기가 능우희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능우희는 의아하게도, 양팔을 나란히 앞으로 뻗은 채 적들을 향해 검을 수평으로 든 상태다.

검면이 정면을 바라보게 한 상태에서,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의 손가락 두 개를 검극 근처의 검면에 대고 있다.

뭘 하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곧 능우희의 검에 강력한 기운이 맺히는 듯싶었는데, 그 직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아아악-!

기운의 폭발음이 들리며 능우희의 전방으로 새하얀 기운이 발출된 것이다.

폭발하듯 퍼져나간 기운은 능우희의 앞에 있던 절정고수와 일류고수 두 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열에 있던 적들 몇 명까지 단번에 덮쳐버렸다.

새하얀 기운에서 느껴지는 건 지독한 한기다.

아니나 다를까, 새하얀 기운의 범위 안에 있던 이들의 몸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다.

그리고 다들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멈춰 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추소륵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게 무슨……!’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단목지도 경악한 표정이다.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왕 금강부동신법을 펼쳐서 진형의 좌측에 도착한 김에, 추소륵은 달마검법의 쾌검식으로 절정고수의 심장을 노렸다.

슉!

으득-

절정고수가 방어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에 그런 소리가 났다. 추측했던 대로, 능우희가 발산한 한기로 인해 순간적으로 몸이 언 것이다.

당연히 절정고수의 대처도 늦었다.

푹!

검극이 피부를 뚫기는 했지만, 절정고수가 어떻게든 상체를 비튼 탓에 심장을 뚫지는 못했다.

공격이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추소륵은 그쯤에서 또다시 금강부동신법을 펼쳐야 했다.

이제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소극과 견수암이 위험해진다.

그래도 단목지와 능우희가 동시에 절정고수를 찔러 가는 모습까지는 확인했다. 절정고수의 움직임이 둔화되어 있는 상태이니 성과가 있을 것이다.

진형의 좌측으로 복귀하면서 보니 그쪽의 절정고수 두 명도 매우 놀란 기색이다. 능우희가 펼쳐낸 광경은 저들로서도 경악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견수암과 안소극은 딱히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다.

두 절정고수가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견수암과 안소극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추소륵은 아직 견수암과 안소극 앞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

이를 악물고 금강부동신법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 직후, 추소륵은 중앙에 있는 절정고수의 앞을 막아서며 달마검법의 방어식을 넓은 범위로 펼쳐낼 수 있었다. 우측의 절정고수까지 막아야 하는 만큼, 사력을 다해 펼쳤다.

캉! 카강! 카앙!

검이 중앙의 절정고수와 한 번, 우측의 절정고수와 짧게 두 번, 다시 중앙의 절정고수와 한 번 부딪쳤다.

‘읍……!’

마지막의 격돌은 제법 강력해서, 손아귀에 적잖은 충격이 전해져왔다. 달마검법의 현묘함으로도 상쇄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 절정고수들도 달마검법의 특성을 조금씩이나마 파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추소륵은 또다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틈에, 우측의 절정고수가 안소극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섰기 때문이다.

추소륵은 또다시 맹렬히 금강부동신법을 펼쳤다.

절정고수가 안소극에게 쾌속하게 검을 찔러넣고 있다.

안소극은 신형을 뒤로 빼며 소비도를 던지고 있다.

대단한 반사신경과 대처다. 상황만 이렇지만 않았다면 원 없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상대는 절정의 중반 이상인 고수.

안소극이 훌륭하게 대처하긴 했으나 애초에 벗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추소륵 자신도 안소극을 막아주기에는 다소 늦은 상태라는 사실이다.

그 순간, 안소극의 뒤에 있던 견수암이 스치듯 앞으로 나서며 강화곤을 휘둘렀다.

모든 연결 동작이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는데도 실제로는 상당히 빠르다. 불문 무공의 특징이기도 하다.

절정고수가 검로를 살짝 틀어 견수암의 강화곤을 베어갔다.

저 절정고수의 입장에서는 검로를 살짝 바꾸면 강화곤을 피해서 계속 안소극을 쫓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쫓지 않고 견수암의 강화곤에 맞서 가고 있다.

아마도 상대가 새파랗게 어린 일류고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 강화곤을 가르며 그대로 견수암의 몸을 갈라버릴 수 있다는 계산이리라.

이윽고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쳤다.

까아앙!

다음 순간, 추소륵은 눈을 휘둥그레 떠야 했다.

강화곤을 쥐고 있는 견수암의 오른팔도 상당히 뒤로 젖혀진 상태이기는 한데, 검을 휘두른 절정고수의 오른팔은 더 크게 뒤로 젖혀졌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반탄력.

역시나 자연스럽게 길초량이 떠오른다.

어쨌거나 견수암은 방금 매우 잘해줬다. 하지만 더는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일류고수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추소륵은 오른팔이 뒤로 젖혀진 우측의 절정고수를 향해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기세는 강해 보이게, 동작은 가볍게.

즉, 허초다.

우측의 절정고수가 서둘러 신형을 뒤로 빼기 시작했고, 그 틈에 중앙의 절정고수가 검을 찔러왔다.

이걸 예상했기에 허초를 펼쳤던 것이다.

가볍게 검로를 틀어 그의 검에 맞섰다.

카앙!

무사히 막아내자마자 견수암과 안소극이 암기를 날리며 절정고수들을 견제했다.

이번에도 무사히 방어해냈다고 생각한 순간, 절정고수들의 후방에서 열 명가량의 적들이 도약하며 일제히 암기를 쏟아냈다.

비수, 비도, 비표, 철비정, 침 등 다양한 암기가 전방의 허공을 꽉 메우고 있다.

“침!”

반사적으로 외치자 조원들이 빠르게 자신의 뒤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장 늦는 이들은 좌측에 있던 단목지와 능우희다.

두 여인이 공격하던 좌측의 절정고수는 쓰러져 있다. 절정고수의 움직임이 둔화된 상태였기에 두 여인이 협공으로 처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좌측에서 능우희를 공격했었던 일류고수 두 명도 처리된 상태다. 애초에 단목지의 경지에서도 뚫을 수 있는 수준의 귀갑강시공이었는데, 마침 적들의 몸이 얼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보니 금세 처치한 모양이다.

그들을 마무리하다 보니 두 여인의 위치는 살짝 좌측으로 치우쳐져 있었는데, 그 시점에 암기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날아드는 암기의 양이 많아서 단목지와 능우희가 다가오는 범위까지는 방어해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일류의 후반인 단목지라면 좁은 범위의 암기는 쳐내면서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류고수들이 날린 암기들이기 때문이다.

티디디디디디디디디디딩!

추소륵이 암기를 쳐내기 시작하자 단목지도 약간의 암기들을 쳐내며 옆으로 합류했다.

이후에도 적의 후방으로부터 암기의 비가 한 차례 더 쏟아졌고, 그 암기들도 모두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암기를 피하느라 진형이 확 좁혀진 사이에, 적들이 측면에서 더 밀고 들어온 것이다.

‘이건 완전히 포위된 형국…….’

보아하니 적측 일류고수들은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이 많은 듯한데, 관도들의 수준에서는 귀갑강시공을 뚫을 만한 실력자가 거의 없다.

단목지는 가능한데, 그녀라고 해서 간단히 뚫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나는 남은 두 명의 절정고수를 맡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추소륵이 난처해하고 있을 때였다.

탓!

누군가가 뒤쪽에 있는 높은 바위의 상단을 디디는 소리가 들렸다.

추소륵은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았다.

‘회주……!’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유겸의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앞에 있는 절정고수 두 명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며 송유겸의 신형을 쫓고 있다. 송유겸이 두 절정고수를 넘어서 적진의 한복판을 향해 사선으로 뛰어내리고 있는 탓이다.

신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흐릿한 검은색 그림자만 남기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

후열에서 암기를 날리던 적측 일류고수들이 견제를 위해 암기를 준비하던 찰나, 사선으로 떨어져 내리던 송유겸이 허공에서 신형을 비틀어 회전하며 양손을 털어냈다.

피비비비비비비비비비비빗!

너무 빠르게 날아가서 제대로 못 봤는데, 독침일 테고, 수십 개는 될 것이다.

그즈음 송유겸은 독침을 뿌린 범위에서 조금 더 날아간 상태.

그가 허공에서 또다시 신형을 비틀어 회전축을 바꾸며 양손을 털어냈다.

피비비비비비비비빗!

이번에는 철비정이다.

허공에서의 가벼운 몸놀림에 이은 압도적인 암기술은 언제 봐도 환상적이다.

‘과연 비룡이구려.’

강호사를 통틀어도 송유겸만큼 그 별호와 잘 어울리는 무인이 또 있을까.

추소륵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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