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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72화 (372/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2

퍼억!

송유겸이 적 일류고수 한 명의 가슴께를 강하게 발로 차며 허공에서의 이동을 멈췄다. 철비정에 맞아서 잠시 본인의 복부를 내려다보던 적 일류고수는 송유겸의 발에 차이더니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쭉 날아가 버렸다.

송유겸의 독침을 피하지 못한 적들은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풀썩풀썩 쓰러지는 중이다.

귀갑강시공을 익혔다 한들 송유겸의 암기술 앞에서 무슨 소용이랴. 침이 피부를 조금만 뚫고 들어가도 극독이 곧바로 온몸에 퍼지는데.

그렇듯 독침에 당해서 쓰러진 자들이 열 명 남짓이다.

철비정에 당한 자들도 열 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에서 반 이상은 정상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송유겸 혼자 적들을 열댓 명 남짓 처치하거나 제압한 것이다.

“퇴각해!”

절정고수 중 한 명이 그렇게 외치자마자 적들이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본인들의 수준에서는 송유겸의 신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해는 된다.

송유겸의 저 어마어마한 빠르기만 봐도 기가 질릴 수밖에 없는데, 그 속도가 더해진 무지막지한 전투력까지 봤으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을 것이다.

송유겸이 검을 뽑더니 도주가 늦은 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빠른 속도로 적들 사이를 누비니 금세 예닐곱 명의 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슬쩍 주변을 살펴보니 관도들도 멍하니 송유겸을 바라보고 있다.

적 전력의 반 이상을 순식간에 정리한 저 전투력이 현실 같지 않은 것이다.

* * *

비룡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천섬무의 단계를 높이며 적 절정고수 두 명을 추격했다. 둘 다 추소륵보다 경지가 높은 자들이다.

얼핏 봤는데 조원들은 모두 무사한 듯했다. 적측에 이런 고수들이 있었는데도 잘 버텨준 것이다. 저 두 명뿐만 아니라 일류고수도 서른 명이 넘고, 그중 다수가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인데도.

추소륵이 수고가 많았을 것이다.

적측 전력의 핵심은 저 절정고수 두 명인데, 저들에게 제대로 반응할 수 있는 이는 추소륵뿐이기 때문이다.

기실 추소륵라면 저 두 명을 상대로 장시간 버티기는 어려워도 단시간 동안은 버틸 만하다. 그는 어중이떠중이 무공을 익혀서 저 경지에 오른 게 아니라, 소림의 절학을 연마하며 저 경지에 오른 진짜배기니까.

내가 지금 이렇듯 조원들을 놔두고 저 절정고수들을 추격할 수 있는 것도 추소륵 덕분이다. 그의 역량을 믿으니까.

혹시라도 조원들 쪽에 일이 생기면 단목지가 호각을 불 것이다.

내가 간격을 좁히자 나란히 도주하던 두 절정고수가 양쪽으로 찢어졌다. 같이 가다가는 둘 다 죽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산개한 것이다.

본인들은 두 명이니 여차하면 나를 합공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던 듯하다. 아까의 내 모습을 본 후라, 엄두도 못 낸 모양이다.

둘 중에서 더 경지가 높은 자는 우측으로 도주하는 절정고수다.

고민하지 않고 그의 뒤를 쫓았다.

내가 간격을 빠르게 좁히자 놈이 경공을 펼치던 중에 상체를 살짝 뒤로 틀며 양손을 털어냈다.

독침이다.

넓은 범위를 메우며 날아오고 있다.

절정고수는 독침을 털어내자마자 속도를 더 높이며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하는 중이다. 이 정도면 내 발을 어느 정도는 묶어 둘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에 나는 최소한의 각도로 독침의 범위에서 벗어난 후, 천섬무를 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간격이 급격하게 좁혀들고 있다.

서너 걸음까지 좁혀지자 놈이 이상함을 느끼고는 고개를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양손으로 쇠구슬을 튕겨냈다.

놈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상태다.

푸북!

쇠구슬 하나는 놈의 오른쪽 엉덩이를, 다른 하나는 놈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큭……!”

놈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을 때쯤, 나는 쇠구슬을 날리자마자 뽑아 든 비룡검으로 놈의 가슴을 찔러 갔다.

참고로 허초다.

놈이 몸을 비틀며 검으로 맞서왔다.

챙!

비룡검이 놈의 검과 부딪치자마자 쾌속하게 검로를 꺾으며 놈의 허벅다리를 찔렀다.

푹!

“크악!”

놈의 신형이 휘청거린 순간, 각법으로 놈의 옆얼굴을 가격했다.

퍽!

놈의 신형이 살짝 허공으로 떴다가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끄으으으…….”

신음을 흘리는 놈에게 다가가서 아혈부터 짚자 놈의 입에서 더는 신음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어서 턱관절 근처의 마혈부터 시작해서 전신의 마혈을 빠르게 짚어갔다.

이후에는 놈의 주둥이를 열어서 손가락으로 입 안을 뒤졌다.

역시나 치아 사이에 독단이 끼워져 있었다.

놈의 얼굴 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점혈하여, 전음 정도만 가능하게끔 조절했다.

[이제 전음은 될 거야. 발음은 다소 부정확하겠지만.]

내가 전음을 보내자마자 놈의 대꾸가 들왔다.

[너……, 너는 동천비룡……!]

발음이 다소 뭉개진 느낌이기는 하나,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나는 모른다. 명령에 따랐을 뿐…….]

[모른다? 그 정도 경지에, 서른 명 넘는 정예들을 이끌고 다닐 정도의 지휘관이, 모른다?]

씩 웃으며 그렇게 대꾸해준 후, 고문법에 따라 혈도들을 빠르게 점혈해갔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곧바로 중상 단계의 고문법인 세침여골을 실행했다. 경지가 상승한 덕분에 과거보다 심력과 공력이 훨씬 덜 소모되고 있다.

곧, 놈이 눈깔을 뒤집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이 되자 괴로움이 극에 달했는지 놈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무심한 눈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곧 놈의 전음이 들려왔다.

[끄아악! 몰랐다……! 끄으으으으으! 몰랐다고……!]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의미다.

잠시 후, 놈의 전음이 다시 이어졌다.

[끄으으윽! 너희 선봉 쪽과 우연히……! 끄으윽! 마주쳤을 뿐이란 말이다……! 끄아아악!]

그쯤에서 나는 눈알만 살짝 내려서 놈을 바라보았다.

놈의 전음이 다급하게 이어졌다.

[우리가 다른 작전을……! 크으으으윽! 펼치려던 중에……! 끄으으으!]

이에 나는 무심한 눈으로 놈을 잠시 더 내려다보다가 고문법을 해제했다.

놈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다.

[작전?]

내가 되묻자 놈이 빠르게 호흡을 고르며 전음을 보내왔다.

[우리는 최근, 귀양지부 인근에 무림맹 잔존 세력의 비밀 거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부지맹과 귀양지부에서 살아남은 백도인들로 추정된다고 하더군. 등잔 밑이 더 어두운 법이니, 조용히 정비하고 있다가 무림맹에서 귀양지부를 수복하러 왔을 때 곧바로 호응할 계획이었겠지.]

처음 듣는 사실이라서 놀랐다. 물론 놀람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귀주에는 귀양지부뿐만 아니라 남부지맹도 있었다. 그러니 생존 무인들을 합하면 그 수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놈의 전음이 이어졌다.

[우리는 귀주에서 철수하는 길에 그 비밀 거점을 포위해서 타격하고 떠나려 했다. 그 거점이 이 근처였다. 작전이 막 시작되려던 중에 우연히 너희의 선봉과 마주쳐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에 우리는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이고.]

귀양지부의 적들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철수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연하게도, 우리가 귀양지부 기습을 위해 서둘러 이동한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어쨌거나 놈의 말을 듣고 나니 전체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지금은 시간이 없다. 내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십 조원들도 걱정할 것이다. 게다가 조원들을 데리고 서둘러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마 계열의 고문법인 것 같던데, 백도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동천비룡이 잘도 그런 걸 배워서 써먹는군.]

[사연이 좀 있어.]

내가 무심한 어조로 대꾸하자 놈이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더 물어볼 건……, 없는 모양이군.]

체념이 느껴지는 어조다.

이후에 본인이 어찌 될지 모를 리 없다 보니 삶에 대한 미련을 접은 듯하다. 어차피 내가 아니었어도 스스로 독단을 깨물고 자진할 작정이었을 테고.

[물어보고 싶은 건 많은데 바빠서.]

내가 대꾸하자 놈이 길게 숨을 내쉬더니 눈을 감았다.

[어중이떠중이 백도인에게 최후를 맞느니, 그 유명한 동천비룡에게 최후를 맞는 편이 낫겠지. 편하게 보내주리라 믿겠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곧바로 놈의 수혈을 짚었다.

잠시 기다리자 그가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비룡검을 그의 심장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서둘러 조원들 쪽으로 복귀했다.

다가가면서 모두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는데, 역시나 부상자는 없어 보였다.

다행이다.

“회주.”

“송 공자님.”

추소륵과 단목지가 나를 반겼다.

“고생들이 많았겠구려. 아까는 늦어서 미안했소.”

내 말에 추소륵이 대꾸했다.

“회주가 놀다 온 것도 아닌데 미안하기는 무슨. 한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이지 어찌 될지 몰랐을 것 같긴 하오.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던 터라……. 그나마 단목 소저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잘 버텨주고, 관도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워줘서 이렇듯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오.”

그러자 단목지가 말을 보탰다.

“관도들이 정말 잘해줬고, 누구보다도 추 공자님이 앞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신 덕분이에요.”

둘 다 관도들을 칭찬하고 있다.

괜히 하는 말들이 아닐 것이다.

뒤쪽의 관도들을 바라보았다.

관도들은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아까 내가 적들을 처치하던 모습 때문일 텐데, 나는 오히려 관도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추소륵과 단목지에게 대꾸했다.

“모두 무사하니 다행이오.”

이후에 관도들에게도 말했다.

“모두 의연하게 잘 대처해준 모양이네? 잘했다. 그리고 수고 많았다.”

내 말에 조원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추소륵과 단목지에게 말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이니 어서 구 조 쪽으로 합류합시다.”

모두가 즉시 이동 진형을 갖춘 채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추소륵으로 하여금 선두에서 홀로 앞장서게 하고, 나는 후열에서 단목지와 같이 달렸다.

좌측에서 무음시를 날리던 궁사는 처치하지 못했기에, 혹시라도 또다시 무음시가 날아올 때를 대비해서 후열에 선 것이다.

단목지와 나란히 달리고 있는 이유는 그녀로부터 내가 없었을 때의 전투 상황을 전해 듣기 위함이다.

추소륵한테 들어야 더 정확하겠지만, 지금은 그가 선봉을 맡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단목지를 통해 대강이나마 파악하고 참고하려는 것이다.

[추 공자님이 정말 열심히 조원들을 보호해주셨어요. 그 과정에서 펼친 검법과 경신법도 대단했구요. 저도 달마검법과 금강부동신법에 대해 주워들은 바가 있는데, 직접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추 공자님의 성취도 대단해 보였어요. 그러니 추 공자님이 대소림의 기재로 통하는 거겠죠.]

나는 추소륵의 달마검법과 금강부동신법을 꾸준히 봐왔지만, 단목지는 처음 봤을 것이다. 단목지도 검의 길을 가는 무인으로서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단목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소극이하고 수암이한테는 많이 놀랐어요. 웬만한 관도라면 긴장해서 몸이 굳을 만한 상황인데도, 그 둘은 최선의 대처를 해가며 추 공자님을 받쳐주더군요. 운표도 매우 단단하게 전열의 역할을 수행해줬구요. 셋 다 실전 경험이 있는 게 확실해 보여요.]

맹운표의 사문인 절강의 영안문은 동부 해안에서 멀지 않고, 안소극의 사문인 복건의 의룡문은 아예 동부 해안가의 산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두 사람은 삼사 년 전에 동부 해안에서 벌어졌던 사파의 침공을 직접 겪었을 것이다. 당시에 두 사람은 십 대 중반이었던 만큼, 문파의 어른들을 따라 실전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견수암의 경우에는 스승과 함께 산적이나 비적을 소탕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었다고 들었다.

[규상이는 어땠소? 너무 많이 긴장했다거나 하지 않았소?]

여규상은 형인 여길상이 첫 실전에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었던 일로 인해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식의 부담감은 실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은 것이다.

[네. 무난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정신적 부담을 덜었을 테니 이후부터는 실전에 잘 적응해갈 수 있을 것이다.

단목지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저를 가장 놀라게 했던 건 우희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를 놀라게 했죠. 우리 조원들을 넘어, 적들까지도.]

[응? 그건 무슨 소리요?]

내가 되묻자 단목지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목지로부터 능우희의 신위를 듣고 나니 나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정 범위를 지독한 한기로 뒤덮어버리는 무공이라니.

얼마나 경이로운 광경이었을까.

나도 그런 무공이 존재한다는 소리만 들어 봤지, 목격한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직접 한번 보고 싶다. 전투가 계속되면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오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지난 이삼 일간 열심히 관찰했는데도 알아내지 못했던 능우희의 무공 연원을, 이제는 대강이나마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빙백공이었던 것이다.

열기를 다루는 무공을 통칭 열양공이라고 하고, 냉기를 다루는 무공을 빙백공이라고 한다.

열기나 냉기를 다루는 무공을 익히는 과정은 극도로 어려우며 많은 고통이 수반된다.

익히기가 어려우니 고수가 되기는 더 어렵고, 고수 배출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무공의 명맥이 이어지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단 그런 종류의 무공을 익혀서 고수가 되기만 하면, 같은 경지의 무인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위를 보일 수 있다.

과거에 사부님한테서 들었던 내용이다.

일류의 중반쯤으로 보이는 능우희가 대단한 신위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빙백공류의 무공으로 대표되는 강호 세력은 세 곳이다.

설산파, 빙마궁, 북해빙궁.

설산파는 백도로 분류되며, 위치는 사천 서부의 대설산이다. 아니, 대설산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백여 년 전에 이미 설산파의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빙마궁은 사마 계열로 분류되며, 위치는 서장의 청장고원이다. 이름에 ‘마’라는 글자가 들어가지만 천마신교나 혈교와는 딱히 상관이 없는 곳이다.

빙마궁도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천마신교에 남아 있는 빙마궁의 활동 자료는 수십 년 전의 보고서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북해빙궁은 정사지간으로 분류되며, 위치는 중원의 머나먼 북쪽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의 근처라고 보고된 자료도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북쪽 지방이라고 보고된 자료도 있다.

천마신교에 남아 있는 북해빙궁의 활동 자료도 수십 년 전의 보고서가 마지막이라서, 그들 또한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빙백공이 다시 등장했다는 건, 설산파와 빙마궁과 북해빙궁 중 최소한 한 곳은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이삼 일간 함께하는 중에 능우희에게서 사마 계열의 불편한 기운을 느껴본 적은 없었으니 빙마궁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설산파와 북해빙궁이 남는데, 지금으로서는 둘 중 어디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능우희가 색목인의 혼혈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해빙궁 쪽으로 조금 더 기운다.

대설산에 색목인이 산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지만, 머나먼 북방에 색목인이 산다는 소리는 들어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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