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73
최자경이 구 조의 조원들을 이끌고 이동하던 한순간, 앞선 팔 조 쪽에서 전투 소리로 추정되는 소란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지원을 요청하는 호각 신호가 이어졌다.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조원들과 더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나아갔다.
구 조의 조원들은 장호산, 남궁설, 모용리, 우문직, 선우린, 원추엽, 하조혁, 유진금, 조백심이다.
원래는 이동을 위해 나뉜 조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전투를 치르게 생겼다.
전투 상황을 가정했을 때 조의 구성은 나쁘지 않다.
대부분이 송풍장과 관련된 인원들이기 때문이다. 그쪽 인원들의 경지 대비 실력이 좋다는 사실을 이미 임려현한테서 들었다. 임려현은 신룡대 황룡조 시절의 선배다.
조원 중에서 단 한 명, 조백심만 송풍장과 관련이 없다.
조백심은 잠룡관 육 년 차에 갑반이며, 안휘 합비표국의 삼남이다. 그가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빠르게 경공을 펼치기 시작한 후로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쯤, 별안간 무음시가 날아들었다.
우측의 경사면 위쪽이다.
서둘러 움직여 무음시를 쳐냈다.
챙!
쳐낸 순간, 좌측의 경사면에서도 무음시가 날아드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장호산과 남궁설이 반응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에게 맡겼다.
결국, 조금 더 가까이에 있던 남궁설이 그 무음시를 쳐냈다.
그녀가 쳐내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에 남궁설에게는 그대로 좌측의 무음시를 맡기고 장호산에게는 선봉을 맡긴 채, 멈추지 않고 이동했다.
얼른 팔 조가 있는 곳으로 합류해야 한다.
한데 잠시 후, 이번에는 한 무리의 적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하필 벼랑길을 지나는 중에…….’
난감하다.
적의 수는 서른 명 남짓인데, 대부분이 일류고수 이상에 절정고수도 여러 명이다.
단숨에 돌파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적측의 절정고수들 중에 자신보다 강한 자들이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싸울 수도 없다.
이대로는 최소한 삼면을 포위당할 텐데, 그러면 조원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방금 지나쳤던 벼랑의 모퉁이 쪽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뾰족 튀어나온 형태의 모퉁이였으니, 그 지형을 이용해서 전선을 좁혀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포위당하지 않는 길이다.
참고로 벼랑이 높기는 하나 깎아지른 듯한 벼랑은 아니다. 수직에 가깝게 매우 가파른 벼랑이다. 조원들의 경신법 수준이면 추락사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경신법의 경지가 낮은 조원들은 다칠 수도 있겠지만.
벼랑의 뾰족 튀어나온 지점을 뒤로하고 전투 진형을 갖췄다.
최자경은 전열의 중앙에 자리 잡고 싶었지만, 적측 고수 두 명의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열의 좌측에 자리 잡아야 했다. 두 명 다 절정의 후반으로,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자들이다.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전열은 장호산이 중앙에, 모용리가 우측에 자리 잡는 형태가 되었다.
반대편 경사면에서는 여전히 무음시가 날아들고 있어, 남궁설에게 무음시 처리를 맡겼다. 무음시의 수준이 높기에 장호산이나 남궁설 중에서 한 명이 막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후열은 이 열과 삼 열로 나눠서 자리 잡았다.
이 열에는 선우린, 우문직, 하조혁이 섰고, 삼 열에는 조백심, 원추엽, 유진금이 섰다.
전투 진형을 겨우 갖춘 시점에 또다시 호각 신호가 들려왔다. 지원 요청 신호인데 이번에는 뒤에 있는 십 조 쪽에서 들렸다.
십 조는 유독 잠룡관도들이 많은 조다. 당장에라도 지원하러 가고 싶다. 오죽하면 그 송유겸이 지원을 요청했겠는가.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도우러 갈 방법이 없다. 당장 구 조의 상황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선두 조로부터 지원이 올 때까지, 십 조도 스스로 최대한 버텨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 증원 전력의 지휘부는 유능하니 후미 조들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챌 것이다. 그러면 곧바로 지원을 보내줄 것이다.
「송 공자는 내가 본 모든 무인 중, 경지 대비 전투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야. 강호 역사를 뒤져봐도 손꼽힐걸? 고수를 상대로도 결코 쉽게 밀리는 적이 없고, 다수를 상대로는 공포의 존재가 되지.」
임려현은 송유겸에 대해 그렇게 평가했었다.
그러니 지금은 송유겸의 전투 역량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송유겸은 벽력탄 하나를 소지하고 있다.
일전에 적들이 던졌던 벽력탄 몇 개를 고수들이 건져냈었는데, 제갈수광이 그걸 조장들 몇 명에게 나눠줬었다.
자신도 하나 갖고 있어서, 유사시에는 그 벽력탄을 사용해서라도 이 위기에서 벗어날 계획이다.
송유겸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벽력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적측은 절정고수가 여섯 명이다. 그 여섯 명이 적진의 전열에 자리 잡고 있다.
구도가 그렇다 보니 이쪽의 전열인 장호산과 모용리도 각각 두 명씩의 절정고수를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두 사람에게는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구 조의 전열은 잘 밀리지 않고 있다.
후열의 암기 지원 덕분이다.
암기술 전문가로서, 이 열에 있는 우문직과 선우린의 암기술에 대해서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싶다. 두 사람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전 경험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정교하고 위력적인 암기술이다. 암기술만 따지면 둘 다 웬만한 신룡대원들 못지않은 수준이다.
선우세가는 내로라하는 백도의 명문가고, 우문세가도 알아주는 명문가다. 그런 집안의 후예들이 암기술을 저런 경지까지 익혔다는 게 쉬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암기술을 저 수준까지 익히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탓이다.
원추엽의 암기술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는 암기가 유엽비도라서 간혹 한 번씩만 던지고 있는데, 던질 때마다 적측의 맥락을 끊는 형태의 견제와 엄호를 해주고 있다. 과연 신룡대 부조장 출신 고수의 후손답다.
하조혁의 경우는 실전 경험이 풍부해 보이지는 않으나 기본기가 매우 잘 다져진 암기술이다. 그렇다 보니 안정적으로 후열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기본기가 매우 잘 다져져 있는 만큼, 실전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암기술 실력도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다.
조백심은 소비도를 던지고 있는데 다소 어설픈 모습이다.
딱 잠룡관에서 서너 학기 정도 암기술 수업을 받은 수준.
잠룡관의 암기술 심사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받았을지 모르나, 실전에서 활용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잘못되면 오히려 아군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전음을 보내어 암기 사용을 중지하고 일단은 전투를 잘 지켜보라고 지시해뒀다.
육 년 차에 갑반인 조백심의 암기술보다, 일 년 차에 계반인 유진금의 암기술이 훨씬 인상적이다.
그는 이제 갓 일류의 초반인데, 암기술만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물론, 경지가 경지다 보니 아직 암기 자체에 담긴 위력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각도와 속도와 시점만큼은 예리하고 날카로워서, 지금도 충분히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암기술이다.
‘과연 임 선배시구려.’
암기술에서 경쾌한 박자감이 느껴지는 부분까지도 모친인 임려현을 닮았다.
젊었던 시절, 신룡대의 황룡조에서 임려현과 함께 활동하던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다.
남궁설은 후열을 엄호하면서 무음시를 쳐내는 중이다.
무음시가 날아오지 않을 때는 그녀도 철비정을 날려주고 있는데, 그녀의 철비정술이 전열의 인원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남궁세가의 후예들은 가문의 검술만 열심히 익혀도 이 강호에서 손꼽히는 고수가 될 수 있다. 굳이 보조 전투 기술까지 익히겠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남궁설은 암기술을 높은 수준으로까지 익힌 것이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투가 시작된 후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장호산이 너무 지친 듯해서 남궁설과 교대시켰는데, 남궁설이 장호산보다 더 안정적으로 잘 싸우고 있다.
남궁설의 내공 경지가 조금 더 높다는 사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한데 실전 실력마저도 더 높을 줄이야.
「남궁 소저야말로 남궁 지부장을 능가하는 천재라는 게 내 생각이야.」
임려현은 남궁설에 대해 그렇게 평가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임려현의 평가인데도 내심으로는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임려현의 말을 믿는다.
남궁설의 활약은 고무적인데, 문제는 자신이다.
앞에 있는 두 고수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공력과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집중력도 서서히 저하되고 있는 탓이다.
“후우, 후우, 후우…….”
이쯤 되니 호흡을 감추고 싶은데도 감춰지지 않고 있다.
전열에서 대단한 신위를 보이며 줄곧 버텨내던 모용리도 지금은 많이 지친 상태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전열이 뚫릴 것이다.
그전에 벽력탄을 사용하여 틈을 만들고, 그 틈에 서둘러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다.
기회는 한 번뿐이니, 벽력탄을 던진 후에는 온 힘을 다해 암기술을 연속으로 펼쳐야 하리라.
결심을 굳힌 순간, 장호산의 전음이 들려왔다.
[언젠가부터 무음시가 날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었나?
어느새부터 무음시가 날아오는지 안 날아오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친 탓이다.
그건 그렇고, 건너편 경사면에 있는 궁사는 왜 무음시를 안 날리고 있는 걸까.
‘어차피 날려봐야 소용없으니 직접 이쪽으로 합류해서 싸우겠다는 심산……?’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상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남궁설에게 전음을 보내려던 순간, 최자경은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벼랑길의 오른쪽에서 하나의 기운이 접근하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에서 자신을 공격하던 고수 두 명의 고개도 그쪽으로 살짝 돌아가고 있다.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한데 두 고수는 바로 다시 고개를 원위치시켰다.
딱히 고수로 느껴지지 않는 기운인데다가, 접근하는 속도도 평범한 탓이다. 저 정도면 절정의 초반 내지는 초중반 수준일 테니, 수하들 선에서 알아서 해결하리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최자경은 놀람을 속으로 감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중성적인 느낌의 저 기운이 누구의 기운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송유겸 공자……!’
십 조에서 지원 요청을 했던 후로 오래 지나지는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그 조의 조장인 송유겸이 벌써 이곳에 나타나다니.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가 지원하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한데 빠르기로 유명한 동천비룡이 저렇듯 평범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의도를 짐작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적측 고수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는 경지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종류의 내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측 고수들의 반응을 보니 그의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이윽고 송유겸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측의 적들이 송유겸에게 반응하여 일제히 암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송유겸은 계속해서 전진할 뿐, 피하지 않았다.
속도에 자신이 있으니 저러는 것이다.
한데 암기들이 거의 근접한 순간까지도 피하지 않고 있다.
‘위, 위험……!’
최자경이 눈을 부릅뜬 순간에야 송유겸의 신형이 흔들렸다.
이후, 그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빙글 돌아 적진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제야 자신의 앞에 있는 두 고수의 고개가 다시금 송유겸 쪽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송유겸은 이미 신형을 낮춘 채로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상태.
촤악-!
피비비비비비비비비비빗!
무수히 많은 침이 송유겸을 중심으로 터지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곧 회전을 멈춘 송유겸이 살짝 도약해 올랐다.
낮게 떠오른 그의 시선이 모용리에게로 향해 있다.
모용리도 송유겸을 바라보고 있다.
찰나의 시선 교환이 이뤄진 순간, 송유겸이 모용리의 전방을 향해 소비도 여섯 자루를 털어냈다.
소비도들이 사선 아래로 쾌속하게 날아가, 모용리의 전방에 있는 두 절정고수에게로 향했다.
보아하니 소비도들이 우전방에 있는 절정고수 쪽으로 좀 더 치우쳐 있다. 그를 노린 공격이다.
우전방의 절정고수가 빠르게 날아드는 소비도를 피하며 신형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그곳에 모용리의 검이 있었다.
마치, 절정고수가 일부러 와서 모용리의 검에 찔려주는 듯한 모양새다.
절정고수가 깜짝 놀라며 모용리 쪽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소용없었다.
이미 모용리의 검이 그의 하복부에 닿고 있었기 때문이다.
푹-
“크억!”
절정고수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까 송유겸이 소비도를 날림과 동시에 모용리도 쾌검술을 펼치기 시작했었다. 상당한 수준의 쾌검술이었다.
게다가 모용리는 처음부터 절정고수의 몸을 노린 게 아니었다. 절정고수의 허리 옆 허공을 노리고 쾌검술을 펼쳤었다.
즉, 절정고수가 무조건 그쪽으로 움직일 것이라 확신한 채로 그 방향을 찔러갔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절정고수가 전혀 대처하지 못한 채 찔린 것이고.
인상적인 점은 송유겸과 모용리가 전음을 주고받은 게 아니라, 시선만 교환했었다는 사실이다.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실로 기가 막힌 연계다.
신룡대원끼리도 저 정도로 합을 잘 맞추기가 쉽지 않다.
독침에 맞은 적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할 때쯤, 송유겸의 뒤를 이어 한 무리의 인원들이 당도했다.
추소륵을 앞세운 십 조의 조원들이다.
십 조원들이 측면에서 적들을 덮치기 시작할 때쯤, 송유겸이 다시금 살짝 도약하더니 이번에는 남궁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찰나, 송유겸이 남궁설 쪽으로 양손을 털어냈다.
동시에 남궁설도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송유겸의 손에서는 철비정이 쏟아졌고, 남궁설의 검은 허초와 실초가 뒤섞이며 십수 갈래로 갈라져 전방의 공간을 덮어가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남궁세가의 대연검법일 것이다.
‘내 경지에서도 무엇이 실초고 무엇이 허초인지 단번에 구분이 안 될 정도라니……!’
직접 보는 건 처음이기에 놀랍기만 하다.
대연검법 자체의 우수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궁설의 성취가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남궁설의 정면에 있던 두 명의 절정고수가 깜짝 놀라며 측면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초에 남궁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데다가, 송유겸의 철비정이 날아드는 속도도 너무 빠르다.
저대로라면 두 절정고수 모두, 제대로 피하기는 어렵다.
송유겸과 남궁설의 연계가 그만큼 절묘했던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의 전방에 있던 두 명의 고수 중, 우전방에 있던 고수가 측면으로 이동하며 남궁설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를 쓰는 고수다. 남궁설을 견제하여 그녀의 검법이 온전한 위력을 못 내게 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좌전방의 고수는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검술을 펼치고 있다.
공격을 피하면서 남궁설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이 피하면 후열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왼손에 쥔 동전으로 도를 든 고수를 견제해주는 게 최선이다.
한데 그때, 후열의 누군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곁을 스쳐 지나갔다.
장호산이다.
그가 검을 휘둘러 도를 든 고수의 공격을 비껴냈다.
채쟁!
그 찰나 남궁설의 대연검법이 그녀의 앞에 있던 두 명의 절정고수를 덮쳤고, 반대편에서 날아온 송유겸의 철비정도 그들에게 닿았다.
장호산 덕분에 남궁설이 대연검법을 온전히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크악!”
“아악!”
남궁설의 앞에 있던 두 절정고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둘 다 대연검법과 철비정에 동시에 당했다.
그 순간, 최자경은 송유겸의 눈동자가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