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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74화 (374/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4

조원들과 함께 이동하다 보니 구 조의 위치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호각으로 신호를 보냈는데도 지원하러 오지 않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구 조도 전투 중이었던 것이다.

속도를 높여 전진하며 고개를 넘었을 때쯤, 멀리 구 조의 위치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원들을 멈춰 세운 후 안력을 돋워 그쪽의 상황을 더 자세히 살폈다.

회회심공의 성취가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야간에 확보되는 기본 시야가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안법을 활용했을 때의 시야도 훨씬 더 또렷해진 상태다.

살펴보니 구 조는 벼랑 끝 지형을 활용하여 전선을 좁힌 채로 잘 버티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 와중에 서쪽의 경사면으로부터 구 조 쪽으로 무음시가 꾸준히 날아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전방의 한 곳에 조원들의 은신 지점을 지정해준 후, 추소륵과 둘이서 서쪽 경사면으로 이동했다. 마침 궁사의 위치가 우리의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사만 처리해줘도 구 조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된다.

궁사 쪽으로 은밀히 다가가 보니 이번에도 절정고수 세 명이 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추소륵과 둘이서 협공하니 별 소란 없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이후, 다시금 조원들과 합류하여 곧바로 구 조 쪽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전장에 가까워지는 동안에 자세히 감지해 보니 적들은 총 서른 명 남짓이었다.

모두가 일류 이상의 정예인 데다가 절정고수도 여섯 명이나 되고, 그중 절정의 후반인 고수들도 두 명이나 있었다.

적의 숫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는 적들의 방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나 홀로 앞장서서 적당한 속도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차피 내 경지는 회회심공으로 인해 많이 감춰지니까.

아니나 다를까 적측 고수들은 방심했고, 나는 그 방심을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적진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한차례 독침을 난사한 직후 모용리와 시선을 교환했는데, 그녀는 금세 내 의도를 읽고는 멋진 쾌검술을 보여줬다.

이후에 합을 맞춘 남궁설은 빼어난 대연검법을 보여줬다. 이전에도 비무하면서 대연검법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는데, 방금 펼친 게 최고였다.

남궁설의 앞에 있었던 절정고수 두 명 모두, 대연검법과 내 철비정으로 인해 적잖은 부상을 입었다.

장호산도 남궁설을 견제하려던 고수의 공격을 잘 막아줬다. 나도 남궁설을 엄호하려고 쇠구슬을 준비해뒀었는데, 장호산이 알아서 막아주다 보니 굳이 강탄술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후열에 있던 우문직, 선우린, 원추엽, 하조혁, 유진금 등의 순간적인 암기 지원도 좋았다.

그렇듯 모두가 잘 맞춰준 덕분에 나도 공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최자경의 앞에 있는 고수들의 경지는 둘 다 절정의 후반이다.

최자경을 기준으로 좌전방의 고수는 평균 키에 날렵하며, 검을 들었다. 수염이 산적 수염이다.

우전방의 고수는 키도 큰 편이고 덩치도 제법 있으며, 커다란 박도를 들고 있다. 눈이 고리눈이다.

방금 남궁설을 공격하던 모습을 보니 우전방의 고수는 체구가 당당해서인지 한 손으로도 박도를 가볍게 휘두르는 모습이었다. 박도는 일반적으로는 양손으로 사용하는 무기다. 물론 무인 중에는 한 손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어쨌거나 박도를 든 고리눈의 위치는 남궁설을 공격하려다가 지나치게 우리 진영 쪽으로 쏠린 상태다. 첨예한 상황에서는 회심의 시도가 실패하면 언제나 저렇듯 역으로 당할 위기에 처하는 법이다.

당연히 나는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 없다.

최자경을 바라보자 그도 곧 나와 시선을 맞췄다.

이에 나는 순간적으로 눈동자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굴렸다.

최자경은 나를 마주 보는 상태이니, 그의 입장에서는 내 눈동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는 신룡대 출신의 실전 고수다.

이 정도면 내 의도를 어느 정도 알아챘을 테고, 내게 어떻게든 맞춰줄 것이다.

비룡검을 뽑아 들며 산적 수염의 고수를 향해 먼저 다가갔다. 고리눈을 노리기 전에 산적 수염을 견제해두기 위함이다.

내가 움직임을 보임과 동시에 최자경도 날카로운 검법을 펼치며 산적 수염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캉! 카가강!

산적 수염과 최자경의 검이 맹렬하게 부딪쳤다.

그 직후, 산적 수염이 신형을 측면으로 살짝 빼며 고개를 돌려 내 위치를 확인했다. 고수인 만큼, 내가 뒤에서 다가가는 걸 못 알아챌 리 없다.

이미 산적 수염과의 간격이 상당히 좁혀진 상황이었기에 즉시 그를 향해 쇠구슬을 튕겨냈다. 쇠구슬을 튕겨내자마자 바로 다시 왼손을 움직였다. 철비정을 뽑아 두기 위함이다.

내가 쇠구슬을 튕겨내자마자 최자경이 왼손을 털어냈다. 그의 왼손으로부터 동전 세 개가 날아갔다.

참고로 암기로 쓰는 경화硬貨를 강호에서는 나한전 또는 금전표라고 부른다. 그러니 동전을 암기로 쓰는 기술은 나한전술 또는 금전표술이다.

방금 최자경은 한 손으로만 나한전술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동전들이 날아가는 궤적이 각각 달랐다.

길고 뾰족한 암기들이 날아갈 때와 달리, 동전이 날아갈 때는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덜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저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는 건, 최자경의 나한전술 경지가 매우 높다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 시점에 맞춰서 나도 철비정을 산적 수염에게 던졌다.

산적 수염은 매우 놀란 기색이다.

찰나간에 여러 종류의 암기들이, 마치 짜 맞춘 듯 예리한 각도로 날아들고 있는 탓이다.

나와 최자경의 암기술 경지가 매우 높다 보니 웬만한 고수라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철비정을 던지던 순간에 방향을 꺾어 최자경의 우전방에 있는 고리눈에게 짓쳐 들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최자경도 고리눈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좋은 움직임이다.

그러자 남궁설과 장호산도 신형을 뒤로 뽑으며 고리눈 쪽으로 암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남궁설은 철비정이고 장호산은 소비도다. 두 사람도 알아서 우리에게 맞춰주고 있다.

참고로 고리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최자경, 남궁설, 장호산은 내 반대편에 있다. 즉, 내 위치도 남궁설과 장호산의 암기에 영향을 받는 위치다.

그런데도 남궁설과 장호산은 가차 없이 암기를 날리는 중이다. 혹시라도 내가 본인들의 암기에 맞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암기술이 날카롭고 매섭다.

고리눈도 놀란 기색이다.

고리눈이 남궁설과 장호산의 암기에 반응하기 시작할 때쯤, 나는 그의 동작을 견제하는 형태로 비룡검을 찔러 넣었다.

하체와 가슴께를 거의 동시에 찔러 가니, 고리눈이 격렬한 움직임으로 암기들을 피하고 쳐내더니 내 공격에 대응해왔다.

캉! 채앵!

첫 번째 격돌 시에는 비룡검에 공력을 가득 주입해서 강하게 맞섰지만, 두 번째 격돌 시에는 서로의 병장기가 닿는 찰나에 비룡검을 급속도로 기울이며 공격을 비껴냈다. 거의 스치듯 흘려보낸 수준이다.

그로 인해 고리눈의 신형이 살짝 휘청했다. 내가 두 번째 격돌 시에도 정면으로 맞서리라 예상하고 박도를 강하게 휘두른 탓이다.

내 의도대로 됐다. 최자경이 뒤쪽에서 고리눈을 찔러오는 상황이라, 고리눈의 무게중심을 조금이라도 무너트릴 의도였기 때문이다.

현재 최자경의 검은 고리눈의 허리 어림에 거의 근접해 있는 상태다.

그러는 동안 산적 수염이 최자경을 견제하려 했지만, 남궁설과 장호산이 암기술로 엄호해줬다.

고리눈이 살짝 휘청한 상태에서도 신형을 맹렬하게 비틀며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다. 최자경의 검을 막기에는 늦었으니 회피하면서 도약하려는 것이다.

곧 고리눈이 바닥을 박찼다.

탓!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순간.

푹!

비룡검이 그의 허리를 찔렀다.

“크윽!”

고리눈이 신음을 내뱉었다.

나는 조금 전에 고리눈의 박도를 흘려내자마자 쾌검술을 펼치기 시작했었다. 물론 순간적으로 천섬무도 최대한으로 운용했다. 그게 바로 이 시점에 비룡검이 고리눈의 몸통을 찌르고 있는 이유다.

애초에 고리눈이 도약해서 피하려는 방향 자체가 너무 빤했다. 그의 부하들이 밀집된 방향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 방향으로 쾌검술을 펼쳤던 것이다.

결국 고리눈은 제대로 도약하지 못하고 다시 추락했다.

이제 산적 수염 차례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산적 수염이 외쳤다.

“산개! 퇴각!”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적들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벼랑길을 따라 도주하는 모양새고, 위쪽 경사면을 이용해서 도주하는 자들은 소수다. 경사면이 상당히 가파르다 보니 그쪽으로는 도주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벼랑으로 향하는 자들도 몇 명 있다.

오면서 확인했는데 벼랑은 상당히 높고 경사도 매우 가팔랐다. 뛰어내린다면 일류고수 중에서도 그나마 경신법 실력이 빼어난 수준이라야 무사할 수 있을 법한 벼랑이다.

산적 수염도 벼랑으로 뛰어내리려 하고 있다.

그는 절정의 후반이다. 저 정도 되는 고수는 기회가 있을 때 확실하게 처치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내 경지에서 저 정도 고수를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도주하는 자들을 최대한 섬멸하며 팔 조 쪽으로 향하십시오. 저도 곧 합류하겠습니다.]

서둘러 최자경에게 전음을 보내며 나도 벼랑 쪽으로 향했다.

[조심하게.]

짧은 대꾸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적측 절정고수 중에 산적 수염을 제외하면 살아 있는 자는 두 명이다.

고리눈과 모용리의 전방에 남아 있는 한 명.

고리눈은 허리를 찔렸기에 최자경, 남궁설, 장호산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

모용리의 앞에 남아 있던 절정고수 한 명도 곧 정리될 분위기다. 그는 절정의 초중반 수준인데, 추소륵이 모용리와 함께 궁지로 몰아넣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떨어져 내린 산적 수염을 따라 나도 벼랑 아래로 내려섰다.

산적 수염은 신법을 펼치며 뛰어내렸지만, 나는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절벽을 밟으며 경공을 펼치고 있다.

천섬무는 중상 단계로 펼치는 중이다.

천섬무의 빠르기에 중력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속도의 쾌감에 온몸이 흥분되고 있다. 너무 빠르다 보니 천섬무를 다음 단계로 올리는 게 두려워질 정도다.

떨어져 내리고 있는 산적 수염과의 간격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산적 수염이 허공에서 흠칫하더니 고개를 위로 젖혔다.

나를 발견한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다.

내가 절벽을 이용해서 경공을 펼치는 모습에도 놀랐겠지만, 서로의 간격이 급속도로 좁혀지는 모습에 더 놀랐을 것이다.

산적 수염의 아래로 볼록 튀어나온 바위가 보인다. 그는 신법으로 저런 바위들을 차례차례 디뎌서, 떨어지는 속도를 줄여가며 벼랑 아래로 향할 계획이었을 것이다.

산적 수염을 향해 양손으로 소비도 네 자루를 뿌린 후, 바로 다시 양손을 움직였다. 철비정을 뽑기 위함이다.

떨어지는 중에도 산적 수염이 신형을 틀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탱! 태대댕!

그가 소비도를 쳐내자마자 열 개가량의 철비정이 날아들었다.

티디디디디디디디디딩!

산적 수염이 막아낸 직후, 또다시 열 개가량의 철비정이 날아들었다. 내가 연이어 철비정을 날린 탓이다. 아래쪽의 볼록 튀어나온 바위가 가까워지고 있어, 산적 수염이 그 바위를 디디는 걸 최대한 방해하기 위함이다.

티디디디디디디디디딩!

또다시 열심히 철비정을 쳐낸 산적 수염의 발이 간신히 바위에 닿았다.

이 순간 산적 수염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저 바위를 딛고 방향을 바꾸며 계속 도주할 수도 있고, 저 바위를 디디며 튀어 올라서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한데 눈동자에 투지보다는 조급함이 담겨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도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주한다면 당연히 서쪽일 것이다. 그쪽에 저자의 동료들이 많을 테니까.

내가 전진하는 방향을 기준으로는 우측이다.

탓!

바위를 디딘 산적 수염의 신형이 튕기듯 우측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 예상대로이긴 한데, 그의 경지에 비해 튕기듯 나아가는 힘은 다소 부족하다.

내 견제로 인해 신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이다.

절벽면을 디디며 횡으로 달리던 산적 수염이 또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급격하게 돌렸다.

그리고 그가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방향을 틀었으니 나와의 간격이 어느 정도는 벌어졌을 줄 알았을 텐데 오히려 더 가까워져 있는 탓이다. 내가 방향을 예상하고 움직였기에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그가 살짝 상체를 돌리며 왼손을 털어냈다.

비수 한 자루가 날아왔는데, 암기술 실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닌 듯하다. 내가 급속도로 간격을 줄이고 있다 보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지못해 던진 느낌이다.

그조차도 당황한 탓에 전혀 예리하지도, 위력적이지도 않다.

천섬무를 상 단계로 올리며 신형을 옆으로 틀자 비수가 내 앞섶을 스쳐 지나갔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만 피한 것이다.

이제 산적 수염과의 간격은 고작 일 장 남짓.

경신법을 펼치고 있는 그가 절벽에서 발을 떼는 순간에 맞추어 주저 없이 양손을 털어냈다.

왼손에서는 소비도 세 자루가, 오른손에서는 스무 개가 넘는 철비정이 산적 수염에게 날아갔다. 암기들을 날린 직후에는 곧바로 비룡검을 뽑으며 왼손에는 쇠구슬을 준비했다.

산적 수염이 다급하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근거리에서, 찰나간에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올리며 펼쳐낸 암기술이다. 게다가 산적 수염은 순간적으로 양발이 모두 허공에 뜬 상황이다 보니 회피하기도 어렵다.

무조건 쳐내야 하는데, 검막이라도 펼치지 않는 한 전부 쳐낼 수는 없다.

태탱! 티딩! 티디디디디디디딩!

푸북! 푸부북!

“크윽!”

역시나 철비정 몇 개가 산적 수염의 몸 이곳저곳에 박혔다.

순간적으로 여러 곳에 부상을 입다 보니 다음 발이 절벽면을 딛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의 몸이 허공에서 휘청거렸다.

중심을 잃은 그를 향해 쇠구슬을 튕겨냈다.

쇠구슬이 그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자 그가 검을 놓쳤고, 간격을 더 좁힌 나는 비룡검으로 그의 상체를 찔러 갔다.

그가 신형을 비틀었지만, 비룡검이 더 빨랐다.

결국 비룡검이 놈의 옆구리를 깊숙이 쑤셨다.

“크악!”

놈이 비명을 질렀고, 나는 비룡검을 회수했다가 곧바로 놈의 심장을 찔렀다.

그 후에는 허공에서 놈의 몸을 강하게 차내며 그 반탄력을 이용하여 다시금 절벽으로 붙었다.

놈의 신형이 축 늘어진 채로 추락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절벽을 탔다.

잠시 후, 바닥 멀리에서 철퍼덕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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