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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75화 (375/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5

소리를 들어보니 구 조와 십 조의 인원들은 전방으로 제법 멀어진 듯하다. 벼랑길을 따라 적들을 추격하며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벼랑길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의 음영 안으로 조용히 올라섰다.

우리 인원들을 미행하는 자들이 존재할 수도 있으니, 그걸 확인하며 은밀히 이동할 계획이다.

호흡을 정돈하면서 차분히 주변을 감지했는데, 이 인근에서는 딱히 의심스러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척을 최대한 죽인 채로 음영을 통해 이동했다.

벼랑길은 굽이굽이 돌며 점차 아래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굽잇길을 돌 때마다 멀리 구 조와 십 조의 조원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다들 별문제 없이 이동하는 중이다.

혹시라도 조원들 쪽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천섬무를 펼쳐서 합류하면 되는 거리이기도 하다.

내리막이 계속되자 어느 새부턴가 좌측의 벼랑도 비탈로 변했다.

그리고 전방으로는 또다시 오르막 고갯길이 보인다.

구 조와 십 조의 조원들이 고개를 오르는 중이다.

고개 너머 멀리에서 전투 소리가 들리는데, 아마도 팔 조가 싸우고 있는 전장일 것이다.

비탈길을 따라 인근을 넓게 감시하며 이동하던 어느 순간, 기운 하나가 내 신경을 자극했다.

좌측 골짜기 방향의 먼 곳이다.

미세한 기운은 내 감지 영역의 끝자락에 잠시 걸렸다가 벗어났는데, 천마신교 쪽의 기운이라는 사실 정도만 눈치챘다.

다름 아닌 천마신교 쪽의 기운이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기운이 느껴진 곳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도 아니다.

기운이 하나였으니 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전령이거나 고수이거나.

만약 천마신교의 고수라면 내가 아는 자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처리할 수 있을 만한 고수면 처리하고, 아니면 천섬무로 피하면 된다. 혹여 피하게 되어도 그 고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셈이니 손해 볼 건 없다.

전령이라면 붙잡은 후 고문법을 이용해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그것도 이득이다.

조원들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점이 걸리는데, 구 조와 함께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구 조에는 최자경, 장호산, 남궁설, 모용리 등, 절정고수가 네 명이나 있으니까. 또한, 단목지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 조 관도들의 실력도 대체로 제법인 모양이니까.

빠르게 결정을 내린 후, 기운이 멀어진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운이 다시 감지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부지런히 그 뒤를 쫓았다.

그런 식으로 점점 그 기운과의 간격이 줄어들던 어느 순간, 나는 급격하게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잘 아는 자의 기운이었던 탓이다.

전생에 둘째 사형이었던 놈.

바로 두영산의 기운이다.

세상에! 놈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뛰는 가슴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차분히 두영산의 기운을 뒤쫓았다.

그나저나 놈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생각을 정리해보니 그럴듯한 추론에 이를 수 있었다.

이사형이었던 두영산은 권위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무공 실력 면에서는 삼사형이었던 범무걸에게 뒤졌었다.

그래서인지 두영산은 평소, 대사형 위지광의 권위에 기대어 은근히 범무걸을 견제하곤 했다.

말 그대로 은근한 견제이긴 했다. 태 나게 견제한 게 아니라서 사형제 중에서도 그 기류를 눈치챈 이들은 소수였을 것이다. 당사자인 두영산과 범무걸 이외에는 대사형 위지광과 눈치 빠른 나 정도였을 테니까.

어쨌거나 현재는 위지광 놈이 천마가 되었으니, 두영산으로서도 천마신교 내 이인자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공 실력이 더 높은 범무걸에게로 관심이 쏠리지 않게끔, 어떻게든 큰 공을 세워두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운남, 광서, 귀주 원정은 두영산의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으리라.

세 지역 중에서 특히 매력적인 지역은 귀주다.

귀주에는 귀양지부뿐만 아니라 남부지맹도 있기 때문이다. 무려 사대지맹 중 한 곳이니, 나중에 공을 내세우기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가 내 추측이다.

아까 고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적들은 귀양지부에서 철수하는 길이었다고 했다.

철수하는 길에 귀양 인근에 있는 무림맹 잔존 세력의 비밀 거점을 타격하고 떠날 계획이었는데, 타격 작전을 수행하려다가 우연히 우리 선봉과 마주쳤다고 했었다.

우리 선봉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투가 시작된 후에는 비밀 거점에 있던 무림맹의 잔존 세력도 합류했을 것이다.

즉, 적측의 입장에서는 작전을 그르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위기감이 엄습했을 테니, 수뇌부라 할 수 있는 두영산은 일단 안전한 경로로 피신해서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중에 내 감지망에 걸려든 것이고.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두영산이 홀로 움직일 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흑풍대 같은 조직의 소수 최정예가 함께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먼 원정길에 오르는 두영산의 안전을 위해 위지광이 그 정도 지원은 해줬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영산의 주변으로 접근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두영산은 은잠술에 능한 편이 아니니 놈만 내 감지의 영역에 걸리고, 동행 중인 흑풍대 등의 최정예는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행의 규모가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경계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이 방향에서 추격하는 모양새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저들의 경로와 내 경로가 우연히 교차한 듯 연출할 필요가 있다.

마침 우리 선두 조들이 멀리에서 싸우고 있으니, 선두 조에서 후방으로 보내는 전령처럼 보이는 게 좋을 듯하다.

어차피 두영산 놈은 은밀히 이동하는 중이라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내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멀리 빙글 돌면 저들과 마주치기까지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즉시 속도를 높여서 우회했다.

우회를 마친 후 두영산의 경로 전방으로 향했다.

이 방향에서 다가가면 두영산의 우전방에서 접근하는 셈이 된다.

곧 두영산의 기운이 다시 잡혔다.

점점 간격이 줄어들면서 두영산과 함께 움직이는 자들에 대해서도 슬슬 파악되고 있다.

두영산 외에도 세 명이 함께하는 중이다.

세 명 모두 경공을 펼치는 중에도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역량이 상당해 보인다. 흑풍대의 고수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흑풍대원들이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면 경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싸워 봐야 제대로 가늠될 것이다.

그래도 흑풍대에 몸담았던 경험을 기준으로 대강이나마 유추해 보면, 세 명 모두 절정의 중후반 근처인 듯하다.

절정의 중후반 근처면 흑풍대로 따졌을 때 거의 조장, 부조장급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조에서는 부조장일 테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조에서는 조장이다. 흑풍대 내의 최상위 고수들인 것이다.

현재의 나보다는 경지가 낮긴 하나, 그래도 흑풍대의 최상위 고수면 비슷한 경지의 다른 무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전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

위지광이 두영산에게 확실히 신경을 써줬다는 의미다.

그러나 흑풍대의 최상위 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저 네 명 정도는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다.

마침 장소도 나쁘지 않다. 여기저기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오고는 있는데, 이 인근은 여러 전장으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다.

즉, 이쪽에서 소수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비명이 울려 퍼진다고 해도, 당장은 이곳으로 달려올 적이나 아군이 없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발걸음을 옮기며 사부님을 떠올렸다.

사부님, 조중렴 놈에 이어 또 한 놈을, 오늘 반드시 사부님의 발아래로 보내드리겠나이다.

그러니 부족한 제자가 이 일을 무사히 끝마칠 때까지, 부디 굽어살피소서.

적측 고수들이 나를 인지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기운을 최대한 안으로 갈무리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내 경지는 회회심공의 효과로 인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 기운을 최대한 안으로 갈무리했으니 더더욱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두영산 일행이 내 경지를 얕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전령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흑풍대의 조장, 부조장급 정도 되는 최정예 고수들이 방심할 가능성은 적다. 그래도 처음부터 지나친 경계심을 품게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

네 명이 살짝 멈칫하는 게 느껴진다.

내 존재를 인지한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달리던 속도대로 계속 달렸다. 절정의 초중반쯤 되는 무인이 달리는 속도로.

네 명이 즉시 기척을 지우며 둘씩 갈라지고 있다.

아무리 봐도 마주칠 것 같으니 은잠술을 펼치며 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대로 숨어서 내가 지나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이동할 수도 있고, 나를 암습할 수도 있다.

두영산 일행이 숨어 있는 지점에 거의 다다랐다.

산자락을 타고 횡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좌측은 산 위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면이고, 우측은 계곡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이다.

두 명은 길 좌측의 덤불에 숨어 있고, 다른 두 명은 길 우측의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있다. 두영산이 은신한 곳은 우측의 바위 뒤다.

나는 한참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척, 일부러 거친 숨소리를 내며 그 길로 들어섰다.

이후, 더는 못 뛰겠다는 듯 경공 속도를 줄이며 멈춘 후, 양손으로 양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허억, 허어억…….”

적들이 숨어 있는 위치는 삼 장 앞이다.

그들의 바로 앞에서 멈추면 의심을 살 수도 있기에 일단은 적당한 곳에서 멈춘 것이다.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두리번거린 후, 허리춤에서 물이 든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이후에는 마개를 열며 자연스럽게 바위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두영산이 숨어 있는 바위다.

바위에 털썩 기대며 가죽 주머니를 입으로 가져갔다.

온몸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로 물 한 모금을 입 안에 넣었을 때쯤, 바위의 우측 후방으로부터 날카로운 뭔가가 내 등을 찔러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두영산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흑풍대의 고수와 합의된 암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합의되지 않았다고 해도 두영산이라면 분명히 나를 공격해오리라 예상했었다.

나는 놈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놈은 난폭한 편이며, 오만하고 인내심도 옅다.

지쳐 있는 백도의 전령이 호흡을 정리하고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기보다는, 빠르게 처치하고 나서 태연하게 가던 길을 갈 놈이다.

바위의 좌후방에서도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미리 합을 맞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이들과의 전투를 오래 끌 생각이 없다.

회회심공을 강하게 휘돌리며 찰나 간에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광경이 급격하게 느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 느리게 보이는 느낌이다. 천섬무의 성취가 조금 더 상승하는 중임을 느낀다.

나는 두영산의 검이 더 가까워질 때까지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놈을 내 쪽으로 최대한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이윽고 두영산이 근접한 순간, 나는 신형을 우측으로 틀며 상체를 급격하게 뒤로 젖혔다. 동시에 우측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측면에서 찔러 온 두영산의 검이 내 가슴 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두영산 놈의 모습이 보인다.

복면을 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눈 근처만 보인다.

놈의 눈은 휘둥그레지기 시작한 상태다.

이놈아, 가슴이 철렁하지?

놈은 이미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상태다.

오른쪽을 한 걸음 이동한 나는 가죽 주머니를 들고 있는 왼손으로 놈의 등짝을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용마검을 뽑았다. 한 걸음 옮기는 동안에 이미 용마검 쪽으로 손을 가져갔었다. 소검이라서 금방 뽑을 수 있다.

두영산의 신형이 앞으로 휘청한 찰나, 용마검으로 놈의 왼무릎 뒤쪽을 그어 갔다.

그 순간, 왼쪽에서 미끄러지듯 검 하나가 찔러 들어왔다.

예상보다 훨씬 은밀하고 빠른 암습이다.

상급 자객 아니, 특급 자객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암습 실력과 쾌검술.

내가 아닌, 나와 경지가 비슷한 경지의 다른 고수였다면, 웬만해서는 당했을 것이다.

이 정도 암습 실력이면 흑풍대의 고수가 아니라 혈영대의 고수일 가능성이 더 크다. 천마를 호위하는 최정예 조직이 바로 혈영대다. 위지광 놈이 혈영대의 조장, 부조장급까지 지원해준 것이다.

그러나 대단한 암습 실력과는 별개로, 그가 두영산 놈을 엄호하기에는 늦었다. 용마검이 이미 두영산의 무릎 뒤쪽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두영산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놈의 신형이 무너졌다.

무릎을 심하게 다쳤으니 놈은 이제 도주하기 어렵다.

넌 딱 기다리고 있어, 이 새끼야.

그즈음에는 혈영대 고수의 검이 내 지척에 다다른 상태다.

몸을 비틀며 용마검으로 그 공격을 비껴냈다.

챙!

수준 높은 쾌검술이기는 하나, 나는 현재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활성화한 상태다. 대처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혈영대 고수가 왼손을 털어냈다.

소비도다. 세 개다.

쓰러지고 있는 두영산을 피해서 날린 것이다. 매우 깔끔한 소비도술이다.

소비도를 털어낸 혈영대 고수의 발끝이 두영산 쪽으로 향하고 있다. 소비도로 나를 견제한 후에 두영산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심산이다. 호위이니 저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두영산을 피해서 날린 만큼, 범위 자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나는 날아드는 소비도를 향해 마주 짓쳐 들었다.

저 혈영대 고수를 빨리 처치할수록 좋다.

그래야 덤불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나머지 두 명을 처리하기도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용마검을 간결하게 휘둘러서 소비도 두 자루를 쳐내고, 나머지 하나는 신형을 최소한으로 비틀며 피했다.

챙챙! 스윽-

혈영대의 고수도 복면을 착용한 상태인데, 그의 눈이 급격하게 커지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고, 속도가 이렇게까지 빠를 것이라고는 더더욱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혈영대 고수가 즉시 쾌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이 하나에서 세 개로, 세 개에서 다섯 개로 갈라지며, 주로 내 하체를 노리고 있다.

나는 저 검법을 알고 있다.

사부님이 창안하신 검법인데, 창안 과정에서 내 의견을 자주 물으셨었고, 그때마다 반복해서 시연해 보이셨기 때문이다.

「혈영대 녀석들에게 던져줄 검법이니라. 천마인 나를 가까이에서 호위하는 놈들이니, 조금 더 그럴싸한 쾌검술이 필요해 보여서 말이다. 혈운쾌검이라 명명했다.」

혈운쾌검은 다섯 개로 나눠진 검이 모두 어지럽게 하체로 쏟아지는 중에 단 하나의 실초가 상체를 노리는 검법이다.

지체하지 않고 검세 속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나도 쾌검술을 펼치며 자세를 낮췄다.

필살의 각오를 담아서, 허초 따위 없이.

나 자신이 검과 함께 하나의 점이 된다는 느낌으로.

조금 더 빠르게.

지금은 이게 가장 신속하게 눈앞의 혈영대 고수를 처치하는 방법이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는 듯한 착각이 드는가 싶더니, 가속도가 붙는 게 느껴졌다.

그 직후.

푹!

용마검이 혈영대 고수의 심장을 찔렀다.

혈영대 고수는 눈이 휘둥그레진 상태로 죽었다.

온몸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

처음 겪어보는 속도의 쾌감 때문이다.

근래 계속해서 징후가 보이는 듯하더니, 방금 천섬무가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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