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76
덤불에서 튀어나온 두 고수가 나를 향해 쇄도하며 소비도와 철비정을 던졌다. 체형을 보니 일남일녀고 둘 다 복면을 쓰고 있다. 눈가의 주름을 보니 둘 다 중년쯤인 듯하다.
두영산 놈이 내 발아래 쓰러져 있기 때문인지, 모든 암기가 내 상체를 노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암기에 담긴 위력이 좋고 각도도 예리하다.
암기술 솜씨와 공력이 활성화된 정도를 보니 예상했던 대로 두 사람의 경지도 절정의 중후반쯤인 듯하다.
왼손으로 비룡검까지 뽑아서 오른손에 쥔 용마검과 함께 휘둘렀다.
태댕! 탱! 티디디디디디딩!
양손으로 암기를 쳐내다 보니 나름대로 여유가 있어, 일부는 쓰러져 있는 두영산 쪽으로 쳐냈다. 그런 식으로 쳐낸 암기 중에서 방향이 제대로 맞은 몇 개는 뾰족한 부분이 놈의 몸에 박히기도 했다.
“큭! 악! 아악!”
두영산에게서 짧은 비명들이 연이어 흘러나오자, 암기를 날린 남녀가 눈을 부릅떴다. 호위 대상인 두영산을 엄호할 목적으로 날린 암기가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는 탓이다.
당황한 두 연놈과 괴로워하는 두영산 놈을 보니 너무도 고소해서 웃음을 참기가 어렵다. 최대한 참는다고 참았는데 입꼬리가 약간이나마 말려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더는 암기가 날아들지 않아, 용마검을 한 차례 털어서 다시 검집에 넣었다. 동시에 왼손에 든 비룡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쥐었다. 저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소검인 용마검보다는 장검인 비룡검이 더 유용하다.
비어있는 왼손에는 은근슬쩍 쇠구슬 하나를 쥐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의아한 점이 하나 있다.
여인 때문이다.
그녀의 눈동자는 아까부터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왜일까.
혹시 내가 방금 죽인 혈영대 고수와 특별한 관계라도 되나?
아니면 두영산 놈과 가까운 관계인가? 놈이 다친 모습을 보고 마음이라도 아파서 저러는 건가?
어쨌든 간에 달라지는 건 없다.
사내든 여인이든 둘 다, 빠르게 죽여야 한다.
그 후에 두영산 놈과 둘이서 회포를 풀어야 할 테니까.
사내가 앞장서서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여인은 한 발짝 뒤에서 사내를 따르고 있다. 내가 사내와 맞서면 측면으로 나서며 나를 협공하려는 계획일 것이다.
상관없다.
나는 이 전투를 빠르게 정리할 작정인 만큼, 여전히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활성화한 상태니까.
가뜩이나 방금 천섬무의 성취도 한 단계 더 상승했다 보니 상대가 수준급의 실전 고수들이라고 해도 그다지 어려울 건 없다.
가까이에 있는 사내부터 빠르게 처리한 후에 여인을 처리하면 될 것이다.
사내를 향해 즉시 검을 찔러갔다.
상단을 공격할 것처럼 찔러가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단으로 꺾을 계획이다.
그러자 사내가 검으로 비룡검을 비껴내려는 모양새를 취함과 동시에 우측으로 신형을 살짝 움직였다. 내 속도가 빠르기에 제대로 비껴내지 못할 수 있고, 자칫 비껴내지 못했을 때는 매우 위험해질 수 있으니 미리 대처하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사내가 내 공격을 겨우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에 있던 여인이 사내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에서 동료를 암습하고 있는 것이다.
저기요……?
내가 다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 와중에도 동료의 등을 향해 뻗어나가는 검이 은밀하기 이를 데 없다. 혈영대의 고수인 게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사내는 아직 여인의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동료가 뒤에서 검을 찔러올 것을 염두에 두고 싸우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 직후, 사내가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뒤로 휙 돌렸다.
여인의 검이 등 뒤에 거의 닿고 있는 지금에야 동료의 공격을 알아챈 것이다.
푹!
결국 여인의 검이 사내의 등을 찔렀다.
“커억!”
동시에 나도 사내의 옆구리를 깊숙이 찔렀다. 사내가 상체를 튼 상태이기에 검이 나아가던 결대로 찔러 넣은 것이다.
“크악……!”
연이어 비명을 지른 사내가 옆구리를 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가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괴로워하는 중에도 눈빛은 황당함으로 가득 물들어 있다.
“이게 무슨……, 쿨럭……!”
사내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핏물을 게워냈다.
적인 나도 어이가 없는데 저 사내는 얼마나 황당할까.
“뭐……! 뭐 하는 짓이야!”
두영산 놈도 한마디 외치고 있다.
여인이 무릎 꿇은 사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이보쇼, 아줌마!
그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미안하다고 하면 다요?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치정이라도 얽혀 있나?
아니면 복수 같은 건가?
그것도 아니면 이중 첩자 같은 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여인의 검이 사내의 심장을 꿰뚫었다. 저건 편하게 보내주려는 느낌이다.
사내의 신형이 그대로 옆으로 기울었다.
풀썩!
사내가 쓰러지자 여인이 쭈그려 앉더니 사내의 부릅뜬 눈꺼풀을 덮었다.
“저……! 저런 미친……!”
두영산 놈이 또다시 그렇게 외쳤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심정적으로 두영산 놈에게 공감이 된다.
경계심을 유지한 채로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데 다음 순간, 나는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여인이 내 앞에서 복면을 벗었기 때문이다.
사십 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젊었던 시절에 미모로 이름 좀 날렸을 법한 외모다.
그 직후, 나는 더욱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중년 여인이 나를 향해 공손히 포권한 탓이다.
“제길! 배신자였다니!”
두영산의 외침이다.
중년 여인이 포권을 풀더니 내게 말했다.
“여러모로 이상해 보이리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시끄러운 이를 좀 조용히 시키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나, 나도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 들어나 보자.
듣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지껄이면 그때 처치해 버리면 되니까.
“감히……!”
두영산 놈이 중년 여인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관여치 않은 채, 냉담한 어조로 중년 여인에게 대꾸했다.
“소생은 등 뒤에서 동료를 찌르는 귀하 같은 사람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소. 귀하 같은 사람을 경멸하는 편이라.”
아쉬워하는 쪽은 저쪽인 듯하니 일단 한 번은 튕겨주자. 참고로 방금 한 말은 내 진심이기도 하다.
중년 여인이 대꾸했다.
“제가 경멸받을 짓을 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것만 들어주십시오. 얘기를 들어보시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저를 처단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공자의 삼초지적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잠시 표정 없이 중년 여인을 보다가 두영산 쪽으로 이동해서 놈의 아혈을 짚었다. 그 후에 중년 여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서 이십 장 밖에서 기다리시오. 만약 아래쪽에서 허튼짓하는 낌새가 보이면 소생은 그냥 떠날 것이오.]
중년 여인의 말을 들어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두영산 놈에게 복수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두영산 놈에게 복수하는 광경을 중년 여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라 한 것이다.
[그리하겠습니다.]
중년 여인이 고민하지 않고 대꾸하더니 곧장 경사면 아래로 내려갔다.
중년 여인이 사라지자마자 두영산의 머리를 발로 한 대 차버렸다. 세게 차면 죽을 테니 적당히 찼다.
“으! 으으으으…….”
놈은 아혈을 제압당한 터라 작은 소리로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이후에는 두영산의 마혈을 차례차례, 꼼꼼하게 짚었다.
놈은 한쪽 무릎을 크게 다치고 머리까지 충격을 받은 터라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마혈을 짚은 후에는 놈의 얼굴 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점혈했다. 전음 정도만 가능하게끔 조절한 것이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 놈에게 전음을 보냈다.
[전음은 가능할 거야.]
[네, 네놈은 누구냐……!]
발음이 다소 뭉개졌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만하다.
[나? 귀신 보는 사람.]
[이런 미친놈을 봤나.]
[정말이야. 내 주변에는 원혼들이 머무는데, 그들의 원한을 달래줘야만 내 곁에서 떠나거든. 지금도 삼십 대 초반 아저씨의 원혼 하나가 얼른 접신하자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고.]
[자꾸 웬 개소리를…….]
[당신, 천마신교의 이공자인 두영산이지? 서무욱 아저씨라고 알지?]
내 말을 들은 두영산 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반응 보니까 잘 아나 보네. 근데 이 아저씨가 자꾸 이상한 소릴 한단 말이야. 글쎄, 당신네 사형제들이 전대 천마를 시해했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서무욱 아저씨도 당신네 사형제들에게 당했다고 하고.]
두영산 놈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있다.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전음을 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아무리 마인들이라고 해도 설마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겠느냔 말이야. 자고로 임금님과 스승님과 부모님은 하나라고 했는데, 세상에 그런 버러지만도 못한 작자들이 존재할 수가 있겠냐고. 그랬다면 그건 그야말로 사람 새끼들이 아니라 쓰레기들이지.]
제삼자가 얘기하듯 악담을 퍼부어준 후, 다시 전음을 보냈다.
[어쨌든 지금 그 아저씨가 너무 성화라서 어쩔 수 없이 접신해야 할 것 같아. 오랜만의 재회일 테니 사형제 간에 즐거운 시간 보내.]
말을 마친 나는 바로 옆의 허공을 바라보며 서너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 벌써 자괴감이 밀려온다. 이후에 내가 해야 할 행동 때문이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뜨자마자 회까닥 위로 뒤집고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접신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느낄 수 있다.
과거에 조중렴 놈 앞에서 했을 때보다 이 연출이 더 자연스러워졌음을.
하, 이 짓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건가.
왠지 자괴감이 더 몰려오는 것 같다.
중년 여인을 저지대로 보낸 이유도 이 모습을 절대로 남에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몸 떠는 걸 뚝 멈추며 다시 눈을 감았다.
곧 조용히 눈을 뜨고는, 눈빛을 착 가라앉히며 두영산을 내려다보았다.
이후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사형. 이게 얼마 만입니까.]
[개, 개수작 부리지 마라, 이놈! 백도의 어린놈이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치고 있구나……!]
[하면 사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필요가 있겠군요.]
전음을 마친 후,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두영산의 주요 혈도와 세부 혈도를 순서대로 점혈해가기 시작했다. 조중렴한테 했던 것처럼, 놈이 고문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일부러 천천히 점혈했다.
곧 두영산이 눈을 부릅떴다.
[이, 이 점혈 순서는 설마……!]
이에 내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두영산이 곧바로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지옥혈루! 이 고문법을 네놈이 어떻게……!]
지옥혈루.
지옥의 피눈물.
천마신교의 핵심부에 있는 주요 인사들에게만 전수되는 최상급 고문법이다. 고통의 강도를 일 단계부터 사 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강도를 높일수록 사망 위험도 증가한다.
조중렴을 죽일 때도 이 고문법을 펼쳤었는데, 놈은 일 단계를 버티는 것조차 힘겨워했었다.
점혈이 끝나갈 때쯤 두영산이 다급하게 전음을 보내왔다.
[잠시! 잠시만……!]
[후후, 왜 그러십니까. 백도의 어린놈이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치고 있을 뿐인데.]
나는 놈에게 태연하게 대꾸해주며 점혈을 마무리했다.
그러자마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으으으으으……!”
두영산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앞으로도 복수 대상들에게 지옥혈루를 맛보게 해줄 계획이다. 이걸 보여주면 서무욱의 원혼 얘기를 웬만큼은 믿게 되기 때문이다.
고통 주고, 증명하고.
지옥혈루만 한 게 없다.
그래도 두영산이 확실히 조중렴보다는 잘 버티는 느낌이다.
나는 즉시 고통의 강도를 이 단계로 올렸다.
“으으으으으으으으……!”
놈의 눈이 뒤집히며 흰자위만 보이기 시작했다.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다. 마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몸이 비틀려도 저게 최대한이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삼 단계로 올렸다.
그러자 놈의 얼굴이 붉어지며 흰자위가 급격히 충혈되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부터 콧구멍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잠깐이었는데도 저 상태가 된 것이다.
저대로 죽어버리면 안 되기에 일단 고문법을 풀어주었다.
놈이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흐으읍, 흐읍, 흐읍, 흐읍…….”
입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놈의 거친 숨소리가 어느 정도 잦아든 후에 말했다.
[칠채마주 말입니다. 전설상의 영단이라고 들어서 나는 그걸 삼키자마자 단전에서 기운이 용솟음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 효과도 없더군요. 그거, 시간이 좀 지나야 효험이 좀 나타나는 겁니까? 이건 뭐, 효험 같은 걸 관찰하기도 전에 사형제들하고 염 대주, 전 단주한테 금방 당해버려서 원. 이사형은 칠채마주에 대해 더 아는 거 없습니까?]
그러자 두영산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잠시 내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말했다.
[정말로……, 오사제였다니…….]
내가 칠채마주를 복용했던 상황뿐만 아니라, 당시에 사부님의 방에 있었던 인원들 모두를 언급했으니 확실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투나 말할 때의 습관 같은 것들도 서무욱 시절의 나와 똑같다고 느낄 테고.
[대답은 안 해줄 겁니까?]
[나도 모른다. 전설상의 영단이라고 하니 내공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주나 보다 했을 뿐이지. 그나저나 오사제…….]
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놈이 조심스럽게 전음을 보내왔다.
[나……, 죽일 건가?]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사사사, 살려줘, 오사제.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나도 억울하다고. 대사형 성격 어떤지는 오사제도 알잖아. 대사형에게 동조하지 않았다면 나도 죽었을 거라고.]
[그럼 이제 대사형에게 동조한 죄로 나한테 죽으면 되겠군요. 억울해할 것 없습니다. 동조했던 자들은 다 공평하게 죽여서 사부님 앞으로 보내드릴 테니까. 철저하게 발본색원해서 다 죽일 테니까.]
틈을 주지 않고 전음을 이어갔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식구들도 포함해서, 그야말로 삼족을 멸할 작정입니다. 당연히 이사형의 가족도 포함될 거고요. 그러니 저승에 가서, 사부님의 발아래에 무릎 꿇고서,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내가 어떻게 죽이는지.]
두영산은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사실 삼족을 멸할 마음까지는 없다. 가족이라 해도 동조했는지 아닌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저 두영산 놈이 최대한 고통스러운 기분으로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뱉은 말이다.
[가, 가족만은 제발……!]
이에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사형제 중에서 나를 가장 업신여겼던 사람이 바로 이사형이었지요. 그런 만큼, 이사형의 가족들은 특별 대우를 해줄 작정입니다. 그러니 잘 지켜봐 주십시오.]
[오사제! 오사제! 제발, 제바아알! 가족만은……! 가족만은!]
두영산이 울먹이며 전음을 보내왔다.
저 반응을 보니 장가도 가고 아이도 낳은 모양이다. 내가 죽기 전의 시절에 한참 혼담이 오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입가에 짙은 미소만 지어 보였다.
목갑에서 독침 하나를 꺼내어 놈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놈이 사색이 되어서 여러 차례 나를 불렀다.
[오사제, 오사제, 오사제……!]
협박하듯 놈에게 물었다.
[아까 저 여자, 소속과 이름이 뭡니까. 혈영대 같기는 하던데.]
[혀혀, 혈영대 이 조의 부조장이야! 이, 이름은 권진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참고로 저승에 가도 외롭지는 않을 겁니다. 사사형도 이미 내가 보냈거든요.]
두영산의 눈이 커졌다.
[그, 그럴 리가……!]
[못 믿는 듯하니 더더욱 보내드려야겠군요. 가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게.]
[아냐, 믿을게! 믿는다고! 그러니 제발, 오사제! 오사제……!]
두영산이 간절하게 외쳤다.
개의치 않고 그에게 말했다.
[이사형이 저승에서 영겁의 시간 내내, 사부님에게 참회하며 벌을 달게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부님의 제자가 된 후로 이사형에게 줄곧 하고 싶었던 말 한마디만 하지요.]
씩 웃으며 전음을 이었다.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이 개새끼야.]
그 말과 함께 침을 놓았다.
[안 돼! 오사제! 오사제에에에에에에……!]
독침이 수직으로 낙하하더니, 놈의 두 눈 사이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