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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80화 (380/416)

내 안에 마교있다 380

사엽상이 괜히 저렇듯 다급하게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날아들고 있는 날카로운 물체의 속도가 그야말로 가공할 속도이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다 보니 물체의 정체조차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소 길쭉한 느낌인 것으로 볼 때 암기가 아니라 검이나 창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슈악-

카아앙!

사엽상이 도를 휘둘러 날카로운 물체를 쳐냈다.

그제야 물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이다.

임려현은 그 틈에 왼손으로 철비정을 뿌리며 두 고수와의 간격을 벌렸다.

이후에는 검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빠르게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돕고 있으니, 그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향해야 살 가능성이 커진다.

참고로 자신을 도운 이가 누군지, 알 것 같다.

매우 먼 거리에서, 저런 위력과 속도로, 정확하게 뭔가를 던질 수 있는 무인은 이 강호를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으니까.

‘송 공자…….’

이윽고 접근 중인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송유겸의 기운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는 중이다.

‘아아! 천지신명이시여……!’

하늘이 아직은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 와중에 의아한 점은, 두 고수가 자신을 전혀 추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엽상의 경우, 날아든 검을 갑작스럽게 쳐내느라 역동작에 걸려 있기는 했다.

그러나 황호병은 아니었다. 충분히 추격해올 수 있었다. 그는 매우 빠른 만큼, 잠시라도 추격했으면 자신을 죽이기까지는 못했어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추격하지 않은 걸까.

바로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두 고수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해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땅에 꽂혀 있는 검이다. 방금 멀리에서 날아온, 바로 그 검일 것이다.

이상한 점은, 검을 보고 있는 두 고수의 눈동자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저러는 걸까.

어쨌거나 저 검이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전혀 다치지 않고 저 고수들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쯤, 무서운 속도로 다가온 송유겸이 옆에 멈추더니 빠르게 자신의 전신을 훑기 시작했다.

염려 가득한 표정.

이에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전음을 보냈다.

[나,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일단은 무사하고요.]

그제야 송유겸이 안도감 가득한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 * *

멀리에서 마인 두 명이 우리 인원들의 후방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속도를 더 올렸다. 안으로 갈무리된 마기를 통해, 그들이 상당한 수준의 고수들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고수 모두, 기운이 익숙하다. 천마신교의 고수들이라는 뜻이다.

한데 아직은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다.

또한 현 상황에서는 그게 중요하지도 않다.

저 두 고수가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우리 쪽 인원들은 영락없이 앞뒤로 갇히는 모양새가 될 테니까.

가뜩이나 저 두 고수 중 한 명은 최절정의 중위권이고, 또 한 명은 중상위권이다. 저곳에 있는 우리 동료들로서는 막는 게 불가능한 수준의 고수들인 것이다.

한순간 우리 쪽 조원들의 기운이 일제히 후퇴하는가 싶더니 벽력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에도 조원들의 기운은 일사불란하게 후퇴하는 중이다. 퇴각 계획을 세워둔 후에 임려현이나 최자경이 벽력탄을 터트린 모양이다.

이어서 임려현, 최자경, 장휘택의 기운이 후방의 두 고수를 저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저 세 사람이 모를 리 없다.

본인들로서는 두 고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까딱하다가는 죽는다는 걸.

그런데도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이유가 무엇일지는 굳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후에는 임려현, 최자경, 장휘택의 기운이 두 고수의 앞에서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고수의 기운은 그다지 격렬하지 않다.

극복할 수 없는 경지 차이.

곧 임려현 등의 기운이 다른 조원들 쪽으로 빠르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때쯤부터 상황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휘택, 최자경, 임려현의 순서로 빠르게 도주하고 있는 가운데, 두 고수가 빠르게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그러자 임려현이 달리던 상태로 뒤돌아서 뭔가를 던졌는데, 그 후에 벽력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한데 두 고수는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벽력탄이 터지기 직전에 폭발 예상 지점에서 거리를 벌리더니, 한 명은 무릎 높이의 바위 뒤에서 자세를 낮춘 채로 검을 휘두르고, 다른 한 명은 그의 뒤로 숨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검막이 펼쳐졌다.

검막을 펼치는 범위가 좁을수록 검막이 촘촘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검을 든 고수가 바위 뒤에서 자세를 낮춘 채로 검막을 펼친 것이다.

그렇게 벽력탄과 바위의 파편들이 검막에 막혔다.

그러자마자 뒤쪽에 숨어 있던 고수가 먼저 튀어 나가며 다시 추격하기 시작했고, 검막을 펼쳤던 고수도 즉시 뒤따랐다.

또다시 임려현 등과 두 고수와의 간격이 급속도로 좁혀졌다.

그러자 맨 뒤에서 퇴각하던 임려현이 멈췄다.

앞에서 달리던 장휘택과 최자경도 잠깐 멈추는가 싶었는데, 그들은 곧바로 다시 뒤돌아서 퇴각하기 시작했다.

임려현이 희생을 각오했음을 알 수 있는 광경이다.

임려현은 금세 위험해졌다.

뭔가를 던져서라도 그녀를 도와야 한다.

소비도로는 어렵다. 이 먼 거리에서 던지기에는 소비도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너무 가볍다. 위력이 담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소검인 용마검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이래 봬도 사대마천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물건인데다가, 천마신교의 저 두 고수가 용마검을 알아보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저 두 고수를 죽여서 살인멸구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순간 두영산 놈의 검이 뇌리를 스쳤다.

저 정도 고수들이면 천마신교의 주요 인사일 텐데, 그렇다면 두영산 놈의 검을 알아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둘 다 임려현을 추격하기보다는 두영산의 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임려현은 더 안전해진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후, 천섬무를 강하게 일으켜서 온 힘을 다해 두영산의 검을 날렸다.

두영산의 검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슈악-

카아앙!

도를 든 고수가 두영산의 검을 쳐냈는데, 역시나 두 고수는 임려현을 추격하지 않은 채로 두영산의 검에 시선을 두는 모습이었다.

이에 임려현의 곁으로 가서 빠르게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순간 그녀의 전음이 들려왔다.

[나,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일단은 무사하고요.]

그녀의 전음이 들려온 후에야 안도감이 들어, 참았던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숨을 몰아쉬는 중에도 두 고수를 확인했다.

내가 잘 아는 자들이다.

한 명은 노인으로, 호법원의 구대호법 중 일인이자 현재의 삼 좌인 사엽상이다. 참고로 일전에 광서에서 주검으로 접했던 봉칠우는 구대호법의 삼 좌였다가 은퇴한 사람이다.

사엽상은 마룡단주 출신인데, 내가 사부님의 제자가 됐을 당시에는 이미 호법원의 구대호법 신분이었다.

사부님의 제자가 된 후로 종종 그와 대면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와는 무난한 관계였다.

천마신교에서 마지막으로 봤을 당시에 그의 경지는 최절정의 하위권쯤이었다. 지금은 최절정의 중위권쯤이다.

다른 한 명은 초로의 인물로 전대 수라단주인 황호병이다. 방금 벽력탄이 터질 때 검막을 펼쳤던 이도 황호병이다.

그는 내가 사부님의 제자로 지내던 시절에 수라단주직에서 은퇴한 인물이다.

은퇴 즈음에 그가 사부님의 술잔을 받으며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오랜 조직 생활을 마치고 나니 홀가분합니다. 이제는 조용한 곳에서 칩거하며 일신의 무공을 가다듬는 데 전념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성취에 이르기 전까지는, 교의 중심부가 직접 공격받는 정도의 위급한 사태가 아닌 이상, 결코 칩거를 풀지 않을 계획입니다. 염치없는 말씀입니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음 계단으로 올라서지 못한다 싶을 때면 간혹, 전서를 통해 고견을 여쭈어도 되겠지요?」

「당연하지, 이 사람아. 언제든 물어보게. 나는 교주 노릇보다 그쪽이 더 자신 있는 사람이니.」

수라단주면 권력의 핵심이다. 한데 당시의 황호병은 권력의 핵심에서 물러나면서도 전혀 미련이 없어 보였다. 무공에 대한 간절한 열망만 느껴질 뿐이었다.

실제로 황호병은 그 후로 본교의 행사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렇다 보니 나로서도 그를 보는 게 얼추 십 년 만인 듯하다.

그 황호병이 이곳 귀주에까지 와 있다. 위지광 놈이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칩거하기 전에 황호병의 경지는 최절정의 하위권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절정의 중상위권이 된 것이다.

천섬무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고는 해도, 사엽상이나 황호병 모두 내게는 버거운 고수들이다. 일대일로 붙어도 쉽지 않은 고수들이다.

멀리에서 최자경과 장휘택이 다시 돌아오고 있긴 한데, 저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매우 불리한 이 상황이 딱히 나아질 일은 없다.

참고로 두 고수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최자경이면 몰라도 장휘택의 경지에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곧장 임려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장 선배님의 경지에서는 저 두 고수를 상대로 최소한의 대처가 불가능할 겁니다. 그 점을 알리고 멀리에서 대기하라 이르십시오.]

임려현이 빠르게 대꾸했다.

[알았어요.]

흔들리는 눈으로 한동안 두영산의 검을 바라보던 사엽상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황호병도 사엽상을 따라 고개를 들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사엽상이 말했다.

“아이야, 이 검……, 어디서 났느냐?”

“허억, 헉, 헉, 헉…….”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로 호흡만 골랐다.

황호병과 사엽상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호흡을 정돈해놔야 한다.

어느 정도 호흡을 고른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생이 처치한 놈이 지니고 있던 검인데, 좋아 보여서 가져온 것이오.”

“뭐, 뭐라……?”

“처, 처치……?”

사엽상과 황호병이 동시에 그렇게 반응했다.

둘 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귀하들의 반응을 보니 그 검의 주인이 상당히 지체 높은 자였던 모양이구려. 그렇지 않아도 검이 좋아 보여서 대충 그렇게 예상하기는 했었소. 그래서, 누구요?”

두영산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두 고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 물은 것이다.

두 고수는 크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

“소생의 예상보다 훨씬 더 지체 높은 자였던 모양이구려.”

내 말에 사엽상이 살짝 눈매를 좁힌 채로 입을 열었다.

“만만치 않은 이들이 동행하고 있었을 터인데…….”

“암습을 당했소. 네 명이더구려. 겨우겨우 어찌어찌 대처하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결국은 모두를 처치할 수 있었소. 마지막 한 명은 상당히 멀리까지 추격해서 처치해야 했고.”

멀리까지 추격했다는 말은 권진란을 생각해서 지어낸 말이다. 만약 이들이 천마신교로 복귀하게 될 경우에는 내 말을 토대로 두영산 건에 대해 보고할 테니까.

“먼 거리에서 이 검을 던진 솜씨를 보면 홀로 그들을 모두 처치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닐 테지. 한데 그 와중에 작은 부상조차 입지 않았다고? 그것도 겨우 약관 즈음의 청년이?”

사엽상의 물음이다.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믿기 싫으면 말라는 표정으로.

그러자 조용히 있던 황호병이 사엽상에게 말했다.

“저토록 어린 나이에 저만한 실력이라면 그가 바로 동천비룡인가 하는 그 젊은 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천비룡…….”

별호를 한 차례 되뇐 사엽상이 내게 물었다.

“아이야, 정말로 네가 동천비룡이냐?”

“과분한 별호라고 생각하고 있소.”

내가 대꾸하자 사엽상이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황호병이 사엽상에게 말했다.

“여기저기에서 동천비룡, 동천비룡 하던데, 나이가 너무 어려서 허명이 많이 섞였겠거니 했었습니다. 백도인들은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잖습니까. 한데 지금 보니 허명이 아니었나 봅니다.”

사엽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말했다.

“아이야, 어디에서 만년설삼이라도 하나 캐 먹은 게냐? 대체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단 말이냐?”

“최고의 스승님께서 거둬주신 덕분이오. 만년설삼 따위, 백 개와도 비교될 수 없는 가르침을 주셨던지라.”

“대체 어느 고인이 너 같은 말도 안 되는 젊은 고수를 키워낸 건지 궁금하구나. 물어봐도 되느냐?”

“은거고수시오. 지금은 돌아가셨고.”

내가 대꾸하자 두 고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호병이 내게 말했다.

“아마도 이 강호에 너처럼 빼어난 젊은 천재가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너는 이 강호의 무학 수준을 크게 진보시킬 수 있을 정도의 보배일는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만약 네가 이 검의 주인을 해하지만 않았다면, 나는 옆에 계신 선배에게 은밀히 권했을 것이다. 네게 적당한 정도의 타격만 준 후, 바쁜 척 이곳을 떠나자고.”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무공과 무학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너를 해치는 게 강호 전체의, 나아가서는 강호사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네가 믿든 말든, 이건 내 진심이다.”

말을 마친 황호병이 검을 고쳐 쥐었다.

슬슬 전투를 재개하려는 것이다.

황호병을 따라 도를 고쳐 쥔 사엽상도 한 차례 숨을 길게 내쉬더니 내게 말했다.

“에휴. 자고로 천재는 단명한다더니, 옛말이 지나치게 잘 맞는구나.”

어조에 약간의 여운이 담겨 있다. 나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닌 것이다.

사엽상에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소생은 평균 정도는 살겠구려. 솔직히 소생은 천재나 기재와는 거리가 좀 있고, 범재 중에서는 그나마 약간 나은 수준이라.”

내 말에 사엽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허허허! 아이야, 겸손도 너무 과하면 추해 보이는 법이다.”

이에 사엽상을 향해 미소를 보인 후, 황호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귀하의 그 진심, 믿소.”

내 말에 황호병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 말이 진심인지를 파악하려는 모양새다.

당연히 진심으로 말한 것이다. 나는 무공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아니까.

황호병이 말했다.

“더 아쉽군.”

나를 죽여야 하는 게 더 아쉬워졌다는 뜻.

내가 묵묵히 두 사람을 응시하기만 하자 사엽상이 먼저 발을 박차며 내게 달려들었고, 이어서 황호병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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