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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83화 (383/416)

내 안에 마교있다 383

단목진과 문숙경과 남궁찬이 멈춰 서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는 중에도 세 사람의 눈동자는 내 상태를 훑고 있다.

[허억, 허억, 헉, 유겸아, 괜찮아?]

남궁찬은 전음으로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다. 목소리에 염려가 가득하다.

[예, 괜찮습니다. 다른 인원들도 모두 괜찮고요.]

내가 전음으로 대꾸하자 남궁찬의 표정에 안도감이 담겼다.

[허억, 헉. 다행이다아. 헉, 헉.]

[그런데 단목 가주님과 검후님과 형님 쪽은 안 괜찮아 보이는군요.]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 모두 몇 군데 상처를 입은 모습들이었다. 다행히 상처들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저 세 고수가 저런 상처들을 입었을 정도라면 얼마나 전투가 치열했다는 걸까.

이제야 지원하러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헉, 헉. 괜찮아. 다들 싸우는 데는 큰 지장 없는 수준이니까.]

그의 말마따나 싸우는 데 큰 지장은 없을 듯하다.

다만, 셋 다 많이 지쳐 보이기는 한다.

우리 쪽에 시선을 두고 있던 황호병이 말했다.

“웬 고수들인가 싶었더니 백리세가, 형산파, 사천당가에서 각각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고수들이었군. 이쪽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말을 줄인 황호병이 천천히 신형을 돌리더니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후우……. 단목세가주에, 검각주에, 그 유명한 남궁세가의 소가주라니……. 훨씬 더한 고수들이 퇴로까지 막아버렸군. 이거야 원.”

황호병은 천마신교의 최정예 무력 조직 중 하나인 수라단의 단주 출신이다. 수많은 백도 측 주요 인사들의 특징과 용모파기를 달달 외우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잠깐 살펴보고도 금세 정체를 추측해낸 것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힘없는 미소를 보이던 황호병이 사엽상과 요석평에게 말했다.

“한 분이라도 본교로 복귀시켜 드리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힘들어진 듯합니다. 송구합니다.”

“헐헐헐. 미안한 건 우리지. 우리는 자네를 복귀시켜줄 생각이었거든. 우린 살 만큼 산 노인네들이잖나. 자네는 훨씬 젊고.”

사엽상이 그렇게 대꾸하자 그의 옆에 있던 요석평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곳이 우리의 무덤이 되겠군.”

말을 마친 요석평이 도를 고쳐 쥐자 사엽상과 황호병도 각자의 병장기를 고쳐 쥐었다.

그들의 눈동자에 다시금 각오가 가득 담기는가 싶더니, 곧바로 우리를 공격해왔다.

황호병은 단목진과 문숙경과 남궁찬 쪽으로 향했고, 사엽상과 요석평은 우리 쪽으로 향했다.

이에 우리 쪽에서는 상충호와 금원창과 당우철이 요석평을 맡고, 백리창과 당우수와 내가 사엽상을 맡았다. 임려현과 최자경은 지원할 준비를 하며 대기했다.

천마신교 측 세 고수의 신위는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생에 마지막으로 무공을 펼치는 순간이다 보니 투혼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백리창의 공격으로 사엽상이 역동작에 걸린 순간, 후열에서 당우수가 사엽상을 향해 철비정을 뿌렸다.

나도 당우수의 소비도가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서 사엽상의 하체를 향해 강탄술을 펼쳤다.

당우수의 철비정술이 워낙 예리한 데다가 백리창이 검술로 견제까지 하고 있다 보니, 역동작에 걸린 사엽상으로서는 방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애초에 사엽상의 경지에서는 백리창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버겁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당우수의 협공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챙! 티디디디디디디디디딩! 채챙!

사엽상의 도가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으며 백리창의 견제와 당우수의 철비정들을 겨우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그 시점에 근거리에서 날아든 내 쇠구슬까지 쳐내지는 못했다.

퓩-!

“큭!”

쇠구슬이 허벅지를 관통하고 지나가자 사엽상이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그의 신형이 살짝 휘청한 순간, 백리창의 검극이 사엽상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푹!

“크윽!”

사엽상의 입에서 또다시 신음이 흘러나왔을 때쯤, 백리창이 검을 강하게 휘둘러 사엽상의 도를 쳐냈다.

까아앙!

휙, 휙, 휙, 휙-

사엽상의 도가 멀리 날아갔다.

도를 쥐는 쪽의 어깨를 다치다 보니 도병(도의 손잡이)을 꽉 쥐지 못한 것이다.

곧 백리창의 검인(검의 날)이 사엽상의 왼쪽 목에 닿았다.

사엽상이 동작을 멈추더니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편하게 보내달라는 뜻.

이에 나는 빠르게 사엽상의 뒤로 이동해서 그의 마혈 몇 군데를 짚었다.

그러자 사엽상에게서 곧장 꾸지람이 튀어나왔다.

“이, 이놈……! 뭐 하는 짓이냐!”

마혈을 제압당한 탓에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로 언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그대로 황호병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사엽상의 마혈을 제압하며 그를 살려두려는 의사를 비친 만큼, 백리창도 굳이 사엽상을 처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에게 포위된 채로 분투하던 황호병은 매우 위태로운 지경이었는데, 내 암기 지원까지 더해지자 오래지 않아 상황이 종료되었다.

남궁찬이 황호병의 목 아래에 검을 겨눈 것이다.

황호병이 팔을 늘어뜨리더니 손에서 검을 놓았다.

부상당한 몸으로 여태 버틴 게 용할 정도다.

대단한 신위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요석평도 이미 제압되어 있었다.

그렇게 모든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황호병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마혈을 제압했다.

아까 사엽상한테서 꾸지람을 들었다 보니 황호병한테서도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황호병은 긴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눈을 감을 뿐이었다.

이후에 요석평 쪽을 돌아보니 임려현이 요석평의 마혈을 제압하는 중이었다.

아까 내가 사엽상을 살려두려는 모습을 보고 상충호도 굳이 요석평을 처치하지 않은 것이다.

상충호가 여전히 요석평의 목에 검을 겨눈 채로 내게 물었다.

“아이야, 네가 마교의 이 위험한 작자들을 살려두려는 이유가 궁금하구나.”

“이런 거물들을 포로로 삼으면 무림맹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일단 포로로 삼아두기만 하면 나중에 본맹에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러자 사엽상으로부터 버럭 고함이 튀어나왔다.

“이놈아! 노부는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니 능멸하지 말고 고통 없이 보내달란 말이다! 이 정도 명예도 못 지켜준단 말이냐!”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오.”

내가 사엽상에게 대꾸하자 단목진이 상충호에게 말했다.

“송 공자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어차피 전투가 마무리된 마당이니 포로 관리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그러자 상충호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뭐, 단목 가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그나저나 오랜만이로군, 그래. 헐헐헐.”

단목진이 곧바로 공손히 포권하며 대꾸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상 선배님.”

그 후에는 여기저기에서 인사가 이어졌다.

백도의 내로라하는 명숙들과 유명인사들이 모였다 보니 인사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에 일단의 무리가 다가왔다.

제갈수광과 남궁묵을 비롯한 서른 명 남짓의 최정예들인데, 왕석태와 명황단원들을 기어이 전멸시키고 온 것이다.

합류한 서른 명 남짓의 인원 중에서 스무 명가량은 우리 증원 전력의 상위권 실력자들이고, 열 명 남짓은 낯선 얼굴들이다.

한데 그 낯선 열 명 남짓의 인원들 사이에 너무도 반가운 얼굴 하나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에게 즉시 전음을 보냈다.

[길 형……!]

그렇다. 길초량이다.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와앗! 송 혀엉……!]

대체 이게 얼마 만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내가 놀란 표정으로 길초량을 바라보기만 하자, 그가 바로 다시 전음을 이었다.

[사정은 이따가 말씀드리겠소. 어쨌거나 무사해 보이니 다행이오.]

정작 저 말을 하는 길초량은 여기저기 다친 데가 많은데, 다행스럽게도 치명상은 없어 보인다.

그를 향해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줬을 때쯤, 이번에는 제갈수광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송유겸, 괜찮나?]

참 빨리도 오셨군요, 하며 농담조로 놀리고 싶은데 제갈수광의 모습을 보니 그럴 수가 없다. 그의 몸 이곳저곳에도 상처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전투를 치렀기에 다들 저런 모습들일까.

[예, 괜찮습니다. 교관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보쇼, 아랫사람의 질문에도 대답을 좀 해주시란 말이오. 일방적으로 본인 질문만 하지 마시고.

순간적으로 제갈수광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어느 정도 불편할 만한 부상은 있어도 심각한 부상은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다들 괜찮습니다.]

제갈수광은 내 대꾸를 들은 후에야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고수들이 황호병, 사엽상, 요석평의 마혈을 확실하게 제압했고, 그 후에는 단단한 밧줄을 이용해서 포박까지 완료했다.

천마신교의 세 고수 모두, 귀양지부까지는 들것으로 이송될 것이다.

포박되던 황호병과 잠시 눈이 마주쳤었는데, 딱히 나를 원망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이 또한 다행이다.

과거에 황호병은 사부님에게 충성을 다했었고, 사부님은 황호병을 신뢰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황호병을 살리고 싶었다.

사부님도 그걸 원하실 테니까.

사엽상과 요석평도 괜찮은 인물들이라서 그냥 죽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동료와 부하들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하려는 이들은 숭고하니까.

흑풍대 출신인 나는 그 숭고함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어쨌거나 저들은 조만간 오태흥과 만나게 될 테니, 포로 신분이라도 그리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도의 명숙들이 어느새 한데 모여 있다.

명숙들 쪽으로 다가가는 제갈수광과 남궁묵을 보며 나도 그쪽으로 향했다.

아까 백리창, 상충호, 당우수, 당우철, 금원창 등에게 정식으로 인사하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인사하기 위함이다.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먼저 인사하자 백리창 등 남부지맹 소속의 명숙들이 매우 반갑게 인사를 받고 덕담을 건넸다.

그들의 인사가 대강 끝난 후, 나도 남부지맹 소속의 명숙들에게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강호말학 송유겸이 남부지맹의 대선배님들께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아울러 아까 구해주신 은혜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선배님들 덕분에 목숨을 온전히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이다.

백리창, 상충호, 당우수 등 남부지맹의 고수들이 제때 등장하지 않았다면 나는 최소한 어디 한 군데는 크게 다쳤을 것이다. 임려현과 최자경도 무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상충호가 대꾸했다.

“헐헐헐헐, 은혜는 무슨. 아, 그리고 마침 떠오른 건데, 노부는 네게 사과할 일이 하나 있다. 노부는 동천비룡의 명성이 매우 과장된 것이라 여겼었다. 그래서 동천비룡은 아직 어린 애송이에 불과하며, 직접 만나보면 별 볼 일 없을 거라고 주변에 떠들어댔었지. 그런데 노부가 완전히 틀렸더구나.”

그러자 이번에는 당우수가 말했다.

“나도 사과해야겠군. 나도 평소에 동천비룡의 암기술 실력에 관한 소문에는 거품이 많이 끼었을 거라고 말하고 다녔거든. 그런데 방금 싸우면서 보니 강탄술과 암기술 실력 모두, 가히 일절이더군.”

이에 두 사람에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선배님들께서 사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과장되었고, 실제로 거품이니까요.”

그러자 당우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나 자네나 전문가일세. 딱 봐도 아는 걸 갖고 무슨.”

“겸손이 지나치구나. 고얀지고. 헐헐헐.”

상충호도 한마디 보태자 이번에는 백리창이 입을 열었다.

“나는 송 공자를 애송이라고 여기지도 않았고 속으로 깔보지도 않았었네. 그런데도 직접 보니 놀랍더군. 세상에, 그 나이에 그런 경지라니…….”

백리창은 무림맹의 무상인 백리결의 아우다.

무림맹의 무상은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자리인데, 그 정보에는 당연히 나에 관련된 사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백리창은 그런 백리결을 통해 나에 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접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민망해하며 미소를 보인 후에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 제갈수광, 남궁묵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백도의 명숙들이 모여 있다 보니 다른 이들도 인사하기 위해 몰려드는 중이다. 그래서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뒤쪽으로 이동하자 문숙경이 살며시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말했다.

“바로 앞 조에 있었는데도 곧바로 지원하러 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임려현과 최자경과 나는 각각 팔 조, 구 조, 십 조였고, 문숙경은 바로 앞의 칠 조였다. 그래서 사과하는 것이다.

“다행히 저희 쪽은 모두 무사합니다만, 검후님께서는 상처가 적지 않으시군요. 쉽지 않은 전투를 치르신 듯한데 괜찮으십니까? 상대가 누구였기에 검후님께서 그 정도로…….”

“조금 다치긴 했지만 괜찮아요. 앞선 육 조 쪽에서 지원 요청 신호가 와서 그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뒤따라오던 팔 조 쪽에서도 지원 요청 신호가 들리더군요. 이미 육 조와 많이 가까워진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전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적측의 고수를 만났죠.”

“누구였습니까……?”

“천마신교의 현 극마, 손필곤이더군요.”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극마 장로는 창마 장로 다음가는 장병의 고수였다.

창마 장로 다음이라고는 하지만 극마 장로의 경지와 실력도 만만치 않았었다. 내가 천마신교에 있을 당시에 최절정의 중상위권 정도였으니 지금쯤이면 상위권 이상은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상대가 극마 장로였다면 문숙경으로서도 매우 힘겨운 싸움이었을 수밖에 없다.

지원하러 오지 못했던 것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극마가 워낙 강해서 나도 버티는 게 고작이었어요. 육 조와 칠 조의 조원들도 적측 최정예 고수들을 상대로 겨우 버텼죠. 한참 버티던 중에 단목 가주님, 남궁 지부장님, 제갈 교관님 등이 전력을 이끌고 지원하러 와주셔서 그나마 상황이 정리되었던 거예요. 적들은 극마 포함, 모두 죽었고요.”

“아…….”

극마 장로는 내가 구대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은근히 무시했었다. 당연히 그와 나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대신 나는 창마 장로와 가까웠다. 마침 창마 장로도 극마 장로를 싫어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는 더 금방 친해졌었다.

그래서인지 극마 장로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다.

이후에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 제갈수광 등은 인사를 나누느라 바빠졌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남궁묵에게 그간의 사정에 관해 물었다. 남궁묵은 일 조였으니 선두 쪽의 상황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다들 여기저기 상처가 많은 걸 보니 선두 쪽의 전투도 치열했었나 보군요.]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중에 갑자기 능선 너머에서 전투 소리가 들리더라. 그래서 뒤따르는 이 조에게 서둘러 이동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우리 일 조도 빠르게 이동했어. 빨리 가서 정찰하며 상황을 파악할 목적으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적당한 거리까지 접근해서 몸을 숨긴 채로 살펴보니까, 골짜기 쪽에서 백도인들이 포위당한 채로 공격받고 있더라. 그런데 적측의 전력이 워낙 압도적이라서 우리 일 조의 전력만으로 돕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거야. 그래서 이 조의 합류를 기다렸다가 같이 가기로 했지. 이 조에는 형이 있으니까.]

남궁묵의 말마따나 이 조의 조장은 남궁찬이었다. 소충광, 송유하, 왕철양, 민화영 등도 이 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안법을 통해 전장을 계속 살펴보시던 단목 가주님이 그러시는 거야. ‘아무리 봐도 저기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길초량 공자가 확실한 것 같소.’라고……. 당연히 제갈 형님하고 나는 깜짝 놀랐지.]

동갑도에서의 작전이 끝난 후에 기동타격조는 모두 단목세가로 이동해서 뒤풀이 시간을 가졌었다. 그리고 당시에 제갈수광과 나와 길초량은 단목세가에 오래 머물렀었다. 즉, 단목진이 길초량의 모습을 헷갈릴 리 없다.

[그래서 이 조를 기다리지 않고 곧장 전장으로 향한 거야. 초량이가 위험에 빠졌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특히 제갈 형님은 더더욱 가만히 못 있지.]

길초량도 제갈수광이 소중하게 여기는 제자다. 혹여 누군가가 말렸다 해도, 혼자서라도 튀어 나갔을 사람이 바로 제갈수광이다.

남궁묵의 전음이 이어졌다.

[신룡대가 투입되어 있었던 거지.]

남궁묵도 길초량이 신룡대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저 말을 한 것이다.

[신룡대가 왜 그런 곳에…….]

아까 고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가 있기에 대강은 그림이 그려지지만, 모른 척 의문을 표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골짜기가 남부지맹 측 잔존 세력의 비밀 거점이었다고 하더라. 본맹에서 그 비밀 거점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신룡대를 급파했다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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