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84
[우리는 비밀 거점인 골짜기로 곧장 달려갔어. 적측의 최정예들이 몰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실력이 매우 뛰어나더라고. 흑풍대, 혈영대, 수라단 출신의 실전 고수들로 보였어. 노고수들도 많았고, 최절정고수들도 여럿 있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그에 반해 백도 측의 최절정고수는 두 명뿐이었는데, 그들이 적측 최절정고수들에게 겨우 맞서는 중이더라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단목 가주님은 곧장 최절정고수들 쪽으로 향하셨고,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왔지.]
[아.]
[전반적인 전세가 매우 불리한 와중에도 초량이의 동료들은 정말 대단하더라. 기본적으로 동료들 간의 조직력이 짜 맞춘 듯 딱딱 맞다 보니까, 그 상승효과를 통해 더 강력한 전투력이 나오는 거지. 우리 특전반과 비교해도 몇 단계는 더 높은 조직력이었어.]
길초량이 묵룡조이니 그의 동료들도 묵룡조원들일 것이다.
흑풍대에서 가장 강한 조가 일 조라면 신룡대에서 가장 강한 조는 묵룡조다.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조직력 또한 남다르다고 알려진 게 바로 흑풍대의 일 조와 신룡대의 묵룡조다.
조직력이 좋을수록 동료를 비롯한 아군의 역량을 더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상승효과로 인해 같은 힘을 써도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나는 흑풍대 시절에 일 조가 아니었다. 일 조장이 나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던 무렵, 사부님이 나를 제자로 거두셨기 때문이다.
[초량이와 그 동료들은 우리와도 거침없이 연계했어. 우리 조원들의 실전 실력이 괜찮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챈 거지. 우리 일 조는 특전반과 검풍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일 조에는 단목진, 제갈수광, 남궁묵과 함께 검풍대주 구윤광이 포진되어 있었고, 그 외의 인원들은 특전반원 세 명과 검풍대원 세 명이었다. 이번에 새로 특전반원이 된 황성락도 일 조였다.
[그쪽의 상위권 고수들은 처음부터 제갈 형님과 내게만 연계하더라고. 신룡대이니 우리 둘의 정체를 금방 알아봤겠지. 초량이가 언질을 줬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런 연계 덕분에 전력이 매우 열세임에도 꾸역꾸역 버텨낼 수 있었던 거야.]
[그랬군요.]
[참고로 평소에 너랑 연계하는 난도가 워낙 높다 보니까, 신룡대의 상위권 고수들과 연계하는데도 여유롭더라. 너한테는 그야말로 칼같이 맞춰주지 않으면 기회가 그대로 날아가 버리잖아. 그래서인지, 연계하던 신룡대의 고수들이 오히려 제갈 형님과 나한테 놀라는 눈치더라고.]
남궁묵이 씩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하하. 그, 그렇습니까…….]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게 대꾸해줄 수밖에 없었다.
남궁묵의 전음이 이어졌다.
[전세가 너무 불리한 데다가 하수들까지 보호하며 싸우려니 다들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러다가 형이 이 조원들을 이끌고 합류했는데, 기대와 달리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어. 왜냐면 그 직후에 적측에도 전력이 추가됐거든. 강력한 최절정고수도 추가됐고. 최절정 고수의 수에서 밀리게 되니 제갈 형님도 어쩔 수 없이 그쪽 전투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물었다.
[강력한 최절정고수라면 저도 알 만한 고수입니까?]
[혹시 등철직이라는 이름, 들어봤어?]
당연히 들어봤다. 그런데도 잠시 기억을 더듬는 척하다가 놀란 표정으로 대꾸했다.
[마교의 전대 도마였던가요?]
[맞아.]
전대 도마 등철직.
현 장로 중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이들은 검마와 비마지만, 전대 장로 중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이들은 검마와 도마였다. 그 전대 도마가 등철직이었으며, 당연히 강호 전체에서 손꼽히는 고수로 통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연로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지가 최절정의 상위권과 최상위권의 사이쯤은 됐을 것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대단한 경지다. 그런 고수가 있었다면 선두 쪽의 전투도 치열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엄청난 고수까지…….]
내가 매우 놀란 척하며 그렇게 말하자 남궁묵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게다가 적측 최절정고수 중에는 마교, 혈교, 사파의 기운이 아닌, 특이한 기운을 풍기는 고수도 두 명 있었어. 새외 고수였지.]
[어떤 자들인지 궁금하군요. 새외도 여러 곳이잖습니까.]
새외塞外는 ‘요새의 밖’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만리장성의 밖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강호에서는 중원 밖 외지의 모든 무림 세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북원, 서장, 남만, 대막, 천축, 파사, 동영 등이 모두 새외이며, 능우희의 출신으로 추정되는 북해빙궁의 북해도, 연승휴의 해동도, 중원 무림을 기준으로는 모두 새외다.
[한 명은 양손에 벌목도를 든 채로 쌍도술을 펼쳤어. 키가 작고 마른 체형에, 피부는 다소 검었지.]
벌목도는 밀림에서 쓰는 칼로, 일반적인 도에 비해 도신의 길이가 짧다.
무기를 보나 신체적인 특징을 보나, 남만 쪽으로 추측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남만 쪽입니까?]
내가 묻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다른 한 명은 북방계의 생김새에 건장한 체구였어. 만곡도를 들었는데 도법이 날렵하고 매섭더라고. 때때로 다른 손으로 손도끼를 휘두르기도 했지.]
[북원 쪽이겠군요.]
북원의 무인들은 궁술에 능하며, 근접 무기로는 만곡도와 도끼를 많이 쓴다.
[그렇지.]
[놀랍습니다. 남만과 북원의 고수까지 저들과 손잡았다니.]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전투 중에 그쪽의 전투를 틈틈이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생소한 무술이다 보니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전투가 더 힘들었던 거고.]
[그랬겠군요.]
[이후에 삼 조, 사 조, 오 조의 전력이 차례로 추가되고, 훈련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비밀 거점의 고수들과 정예 무인들도 복귀했지. 그러면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한 거야. 그 후, 단목 가주님과 우리 형이 협공으로 등철직을 처치하면서 승기가 우리 쪽으로 완전히 기운 거고.]
[아하…….]
등철직은 나와 가까운 사이까지는 아니었으나, 우리는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주고받던 사이였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다 보니 그의 사망 소식에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참고로 삼 조에는 모승언, 풍세학, 제갈건, 남군호, 공은림 등이, 사 조에는 여문광, 배낙균, 황보충, 목태월 등이, 오 조에는 이영소, 금분옥, 종금무, 엄상평, 심산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각 조의 조장인 모승언, 여문광, 이영소 등은 모두 실전 역량이 빼어난 고수들이고, 그 외의 조원들도 대부분 실전 경험이 많다. 그러니 그 세 조의 인원 서른 명가량이 차례로 합류한 것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궁묵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아, 그리고 아까 그 전투에서 우리 형, 큰일 날 뻔했어. 나도 나중에야 알았는데, 죽을 뻔했다나 봐.]
[전대 도마가 확실히 강하긴 강했나 보군요. 찬 형님의 속도라면 어느 정도는 대응이 되었을 텐데도 큰 위기에 몰렸던 모양이니.]
[아니, 등철직을 처치한 직후에 죽을 뻔했던 거야. 자객 두 명이 각각 단목 가주님과 형을 노렸거든. 단목 가주님과 형이 잠시 안도감을 느끼던 순간을 노린 거지.]
[허……!]
[두 자객 모두 백도인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나 봐. 어느샌가 우리와 섞여서 적들을 공격하는 척하며 단목 가주님과 형에게 접근했던 거지. 워낙 난전 중이었던 데다가 백도인들로서도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보니 자객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거고.]
대충 이해가 간다.
그 전투에서는 우리 쪽의 선두 조들과 신룡대의 묵룡조와 남부지맹의 잔존 세력이 힘을 합해서 싸웠다. 남궁묵의 말마따나 서로 낯선 얼굴들이 많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남궁묵에게 물었다.
[두 자객 중에 혹시 협봉검을 쓰는 자객은 없었습니까?]
단목진과 남궁찬을 노릴 정도로 역량이 뛰어난 자객은 흔치 않다. 자연스럽게 협봉검을 쓰는 자객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자가 바로 우리 형을 노린 자야. 암습이 어찌나 은밀했는지, 형도 놈의 협봉검이 등 뒤에 거의 닿을 때쯤에야 공격을 알아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도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니, 역시 찬 형님이네요.]
[아니야. 이영소 선배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형이라도 당했을 거래. 이 선배님이 순간적으로 비도를 날려서 자객의 검로를 틀어줬대. 그 시간을 번 덕분에 형도 즉시 대처해서 자객을 처치할 수 있었던 거고.]
[아.]
[이후에 알았는데 이영소 선배님, 보통 분이 아니셨더라고. 백영대의 부대주 출신이셨다나 봐.]
놀랍다.
이영소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남다른 느낌을 받긴 했는데, 백영대의 부대주에까지 올랐던 고수라니.
백영대는 맹주를 호위하는 조직이다. 자객 등의 불온한 기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조직의 부대주에까지 올랐던 고수이다 보니 실력 좋은 자객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단목 가주님 쪽은 어땠습니까?]
[자객의 공격을 빠르게 알아채셔서 별문제 없이 막아내셨어. 그쪽 자객은 협봉검을 든 자객보다는 하수이기도 했고.]
아마도 그쪽 자객은 단목진의 발을 붙잡아두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남궁찬을 돕지 못하게끔.
어쨌거나 협봉검을 쓰는 자객이 죽었다고 하니 한시름 놓인다. 매우 신경 쓰이는 존재였던 탓이다.
남궁묵에게 말했다.
[여러 위기가 있었는데도 모두 무사하신 듯하니 다행입니다.]
[모두가 무사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 남부지맹 잔존 세력 측의 희생은 제법 있었으니까.]
우리 전력이 지원하기 전까지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었을 테니, 당연히 그전에 희생당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남궁묵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비밀 거점 쪽의 전투가 끝난 후에야 후방으로 출발할 수 있었어. 이후에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빠르게 가 보니까 검후님께서 극마를 상대로 어렵게 버티고 계시더라고.]
[아.]
[그렇게 육 조와 칠 조를 겨우 구하고 나서 들어보니까, 후방에서 벽력탄 터지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는 거야. 그래서 걱정이 앞섰는데, 제갈 형님이 그러시더라고. 후방 조에는 유겸이 네가 있다고.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을 거라고. 제발 그러기를 바라면서 서둘러 달려온 건데……, 역시 유겸이는 유겸이네.]
남궁묵이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에게 대꾸했다.
[정확한 사정은 약간 다릅니다. 후방 조가 버텨내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분들은 임려현 선배님, 최자경 선배님, 장휘택 선배님입니다. 저는 중간에 다른 고수를 처치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했습니다. 그동안에는 그 세 분이 치열하게 버티셨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황호병, 사엽상, 요석평 같은 고수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었겠지. 얘기를 들어보니 백리세가와 형산파와 사천당가의 고수들이 도착한 지는 오래되지 않은 듯하니.]
나는 대답 대신 어색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어쨌거나 남궁묵의 얘기를 통해 선두 쪽의 상황이 어땠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남궁묵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슬며시 자리를 벗어났다.
새외의 고수 두 명에 관한 얘기가 머릿속에 남는다.
남만은 중원의 남방에 있고 북원은 북방에 있다.
그런 곳의 고수들이 천마신교 측에 서서 싸우고 있다니.
위지광 놈이 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거래했을 수도 있고 회유했을 수도 있고 아예 힘으로 굴복시켰을 수도 있는데, 위지광 놈이라면 아마도 힘으로 굴복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놈은 힘을 보이고 위세를 과시하기를 좋아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이니까.
혈교, 사파와 연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다.
남만과 북원을 끌어들였다면 다른 새외 세력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대막과 서장을 넘어, 어쩌면 천축이나 파사에까지 손을 뻗었을 수도 있다. 내 전생이 끝난 후로 벌써 몇 년이 지난 시점이니, 그 기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새외의 여러 전력이 추가되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송 형!”
길초량 놈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매우 반가워하는 표정이다.
“길 형!”
나도 반갑게 그를 불렀다.
“송 혀엉!”
빠르게 가까워진 길초량이 다시 한번 나를 부르며 양팔을 벌렸다. 감격한 목소리다.
이에 나도 양팔을 벌린 채로 그를 맞이했다.
그러다가 그와 포옹하기 직전에 옆으로 휙 벗어났다.
나를 포옹하려던 길초량이 전방으로 휘청하다가 겨우 자세를 바로잡았다.
놈이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말했다.
“아닛! 오랜만에 재회한 친우에게 꼭 그러셔야겠소?”
“오랜만에 재회한 친우라도 역시 남자와 포옹하는 건 별로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말이오.”
“하, 정말 송 형을 누가 말려.”
길초량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에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한 것이다.
그러자 그도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손을 마주 잡아가던 찰나, 놈이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손을 빠르게 빼기 시작했다.
내가 포옹을 안 받아준 데 대한 작은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이에 나는 손을 더 빠르게 움직여서 놈의 손을 꽉 쥐었다.
손을 빼다가 잡힌 길초량이 움찔했다.
짜식이 누구 앞에서 감히 손장난을 쳐?
내가 놈을 향해 씩 웃어 보이자, 놈이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후…….”
우리는 이렇듯, 애들 같은 장난도 칠 수 있는 친우 사이다.
길초량에게 말했다.
“보고 싶었소, 길 형.”
그러자 그도 얼굴에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야말로 보고 싶었소.”
우리는 악수한 채로 서너 차례 손을 흔들다가 악수를 풀었다.
“괜찮소?”
그의 상처에 대해 물은 것이다.
“큰 상처는 없소.”
“다행이구려.”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해준 후, 곧장 전음을 보냈다.
[이곳에서 길 형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소. 들어보니 이쪽의 비밀 거점을 지키라는 임무를 받고 온 모양이던데.]
[그렇소.]
[조원들은 일부 고수만 온 것이오?]
[아니오. 전원이 투입되었소. 비밀 거점 쪽에서는 같이 싸우다가, 고수인 조원들만 먼저 이쪽으로 달려온 것이오.]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물었다.
[하면 저분들이 모두 묵룡조의 고수들인 것이오?]
열 명 남짓의 낯선 인물들을 보며 물은 것이다.
[아, 그렇지는 않소. 우리 조원들은 나까지 일곱 명이고, 나머지 다섯 분은 비밀 거점의 고수들이시오.]
[최절정고수가 두 분이던데, 혹시 그중에서 젊은 분이 길 형의 지휘관이시오?]
아까 경공을 펼치며 다가올 때 탐지해 보니 열 명 남짓의 낯선 이들 중에서 두 명은 최절정고수였다.
둘 중 한 명은 초로의 인물이고 다른 한 명은 마흔쯤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둘 다 최절정고수인 만큼,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나이가 더 많을 것이다. 내공 경지가 있으니까.
아까 탐지해 보니 한 명은 최절정의 초입, 다른 한 명은 최절정의 중하위권쯤이었다. 초로의 인물이 최절정의 중하위권인 듯하고, 마흔쯤으로 보이는 인물이 최절정의 초입쯤인 듯하다.
내가 언급한 인물은 마흔쯤으로 보이는 사내다.
훤칠한 키에 체구는 날렵하다.
죽립을 눌러쓰고 있어서 생김새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기도가 남다르다는 건 알 수 있다.
주변 공기도 차분히 정제된 느낌이다.
아마도 그가 길초량의 조장, 즉 묵룡일 것이다.
[이미 경지 파악까지 끝내셨구려. 역시 송 형.]
내가 미소를 짓자 길초량이 전음을 이었다.
[그렇소. 우리 조장님이시오.]
역시, 예상대로다.
길초량이 곧바로 전음을 보탰다.
[아, 기밀 사항이라는 거 잊지 마시오.]
그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그렇게 못 미더우시면 혈서 써드리고.]
[푸하핫! 하여튼 그놈의 혈서 타령은.]
내가 대꾸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자 길초량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그렇지 않아도 조장님께서도 언제 한번 송 형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었소. 나와 송 형이 친하다는 걸 알고 그리 말씀하셨던 것이오.]
무림맹을 대표하는 무력 조직이 신룡대고 그 신룡대를 상징하는 고수가 바로 묵룡이다.
그런 묵룡이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니, 왠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