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87
친우들은 길초량과도 재회했다. 길초량과 만난 친우들은 매우 반가워했다.
짜식, 은근히 인기 많단 말이야.
들어보니 길초량과 신룡대는 천풍단의 기동대로 위장한 모양이다. 천풍단은 본맹의 첩보 조직이다.
이후에는 모두 귀양지부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했다.
우리는 원래 귀양지부의 서부 산지로 이동하던 길이었지만, 적들을 궤멸시킨 만큼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곧장 귀양지부로 향하면 된다.
다들 전투에 필요한 병장기와 전투용 행낭 정도만 갖추고 있던 상태라, 은닉해두고 온 큰 행낭들부터 챙겨 왔다. 부상이 심한 인원들과 공력이 고갈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조를 짜서 회수해왔다.
귀양지부로 출발하기 전에 정렬하려는데 단목진이 나를 불렀다.
그쪽으로 다가가 보니 단목세가의 식구들이 모여 있었다.
단목진이 말했다.
“미안한데, 귀양지부까지 가는 길에도 송 공자가 이 애를 좀 업고 가줬으면 하네.”
“예? 하지만 가족이 세 분이나 계시는데…….”
그렇게 말하며 생각해 보니 단목강은 부상 때문에 단목지를 업고 갈 수 없는 상태임이 떠올랐다.
단목진 또한 부상자이며, 본인의 공력이 거의 바닥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남은 건 단목홍신뿐이다. 그는 상처가 많지 않은 상태다.
고개를 돌려 단목홍신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공력이 거의 안 남았소. 혼자 경공을 펼칠 정도는 되어도 누나까지 업은 채로 경공을 펼치기는 어려운 상황이오. 아까 송 공자가 자리를 비웠을 당시의 전투가 너무 치열했다 보니 이렇게 된 거잖소.”
친하다 보니 농담조로 탓하듯 말한 것이다.
단목진이 말했다.
“검풍대주나 대원들의 상태 또한 좋지 않네. 이렇듯 우리 세가원들이 업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가 지아를 업고 가야 한다면 송 공자가 적임 아니겠는가? 가뜩이나 귀양지부까지 가려면 한참 달려야 하는데, 송 공자는 고수인 데다가 특히 경신법이 빼어나잖나. 부탁 좀 함세.”
아까처럼 의도가 느껴지긴 하나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선택권이 있었다고 해도 거절하지 않았을 테지만.
“알겠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단목진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단목지는 미안함 깃든 미소를 짓고 있고, 단목강과 단목홍신은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있다.
아무래도 내 행낭은 왕철양에게 맡겨야 할 듯하다.
귀양지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단목지를 업은 채로 행렬과 속도를 맞춰 경공을 펼치는데 두 사람이 우리의 양옆으로 다가왔다.
남궁설과 선우린이다.
이 시점에 이 둘이 굳이 왜 우리 쪽으로 온 걸까.
왠지 불안하다.
양옆으로 한 차례씩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선우린은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보이나 싶더니 마지막에 히죽 웃었고, 남궁설은 희미한 미소만 보이더니 마지막에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저 표정들은 얘들이 여시 짓을 할 때 짓는 표정들이다.
더 불안하다.
선우린이 말했다.
“송 오라버니, 기분 좋아 보이네요?”
“응? 기분? 암. 좋지이. 전투에서 승리했고, 동료들도 모두 무사하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해주자 선우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투 얘기 말구요. 단목 언니 업고 있는 것 말예요. 유독 기분 좋아 보여서요.”
그러자 이번에는 남궁설이 말했다.
“얼핏 못 이긴 척 승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업은 후에는 기분 째진 기색이더라구요? 아까 절벽 아래에서 업었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것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얘기를 꺼내고 있다.
모종의 함정을 파고 있는 게 빤히 보이니 일단 섣부른 대꾸는 삼갈 필요가 있다.
얘들은 여시들이니까.
“글쎄?”
내가 농담조로 대꾸하자 선우린이 대꾸했다.
“맞네, 맞아. 제대로 대답 안 하고 대충 얼버무리려는 거 보니까.”
남궁설도 특유의 여시 미소를 보이며 한마디 보탰다.
“단목 언니 업고 간다고 그저 헤벌쭉해서는.”
“대충 얼버무리는 거 아니고, 헤벌쭉하지도 않았다고.”
내가 적당히 대꾸하자 선우린이 말했다.
“으이구,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단목 언니가 듣고 기분 좋아할 만한 대답을 해주는 거라구요. 그렇게 어설프게 대충 얼버무리는 태도로 일관하면 뒤에 있는 단목 언니의 마음이 은근히 서운해지는 거예요.”
뒤에서 단목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냐. 송 공자님이 어떻게 대답하시든 내가 서운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그러자 선우린이 단목지에게 물었다.
“그럼 송 오라버니가 언니를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업고 있다고 대답해도 상관없는 거예요? 진짜로?”
남궁설도 농담조로 한마디 보탰다.
“방금 단목지 언니, 표정 어두워졌어. 송 오라버니 쪽 보고 있거든.”
이에 두 여시에게 말했다.
“하여튼 어떻게든 몰아가려고.”
그러자 뒤에서 단목지의 대꾸가 들렸다.
“린이의 말대로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감정 이입이 전혀 안 되는데? 애초에 송 공자님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시잖아. 두 사람도 알다시피 워낙 다정한 분이셔서…….”
이에 또다시 끼어들어서 두 여시에게 말했다.
“누이들, 사람 놀려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저런 모습도 좀 배우란 말이야. 언니 좀 봐. 얼마나 품위 있어?”
흔치 않은 기회이니 한 번쯤은 깐죽거려주자.
두 여시가 눈을 흘기고 있다.
단목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실제로 송 공자님이 억지로 업어주고 있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아. 업혀 있는 나를 최대한 배려해주고 계시는 게 온몸으로 전해지고 있거든.”
단목지가 말을 마치며 내 목 아래를 더 꼭 끌어안았다.
두 소녀는 살짝 당황한 모습이다.
단목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니 저러는 것인데, 솔직히 나도 살짝 당황스럽긴 하다.
남궁설이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역시 단목 언니는 만만치가 않아.”
선우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응. 강적이야.”
단목지가 소리 죽여 웃고 있는 게 느껴진다.
참고로 두 여시는 친우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송유하, 단목지와 매우 친하다. 그렇다 보니 이렇듯 편하게 장난도 치고 하는 것이다.
선우린이 단목지에게 물었다.
“단목 언니, 절정에 오른 기분은 어때요?”
“정말 좋아. 아무래도 절정이라는 경지가 무인에게는 상징적인 경지라서 더 그런 것 같아. 상쾌하고, 몸도 가벼운 느낌이고, 단전에서 기운이 계속 꿈틀대는 듯한 느낌도 들어.”
단전에서 기운이 꿈틀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대자연의 기운이 미세하게나마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에 오른 후에는 며칠간 그런 현상이 지속된다.
선우린이 말했다.
“히잉, 나도 빨리 절정고수 되고 싶다아. 요새는 나도 절정에 거의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지는데…….”
“그런 생각, 절대 하지 마. 전혀 도움 안 돼, 멍충아.”
남궁설이 그렇게 말하자 선우린이 입술을 삐쭉 내밀며 대꾸했다.
“이런 걸로 멍충이라니, 너무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그러자 남궁설이 선우린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절정에 거의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자만이야. 그 시점에 갖는 절정에 대한 간절함, 기대감, 설렘 같은 건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뿐이라고. 그러니 그냥 마음을 비우라는 거야.”
남궁설이 말을 이었다.
“그 시점에는 그냥 언젠가는 절정에 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성취를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을지만 고민하면 돼. 안 그러면 너도 모르게 평정심이 흐트러지면서 오히려 헤매게 된다고. 헤매면 절정 진입 시점만 더 늦어지는 거고.”
“음…….”
선우린이 침음을 내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남궁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악미조 언니한테 들은 얘기의 핵심만 말해주고 있는 거야, 멍충아. 아까 악 언니를 축하해주면서 잠시 대화했었거든. 언니가 그러더라. 절정에 오르고 나니 이제야 자신의 실수가 보인다고. 절정 직전에 설렘, 기대감, 조바심, 중압감 같은 감정들에 너무 많이 휘둘렸었대.”
남궁설이 말을 이었다.
“절정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괜히 조급해져서 수련 방식도 바꿔보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새로 시도해보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먼 길을 돌아왔다는 거야. 그냥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평소에 하던 대로 했다면 더 일찍 절정에 진입했을 거라더라.”
“음…….”
선우린이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으로 또다시 침음을 흘리자 남궁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단목지 언니도 그랬잖아. 이렇게 빨리 절정에 오를지 몰랐다고. 그저 언젠가는 절정에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평소처럼 꾸준히 수련해왔을 뿐이라고. 이래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선우린이 대꾸했다.
“음……, 음……. 알았어. 확실히 설아 말이 맞는 거 같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기본으로 돌아가서 차분하게 수련해야겠어.”
나는 선우린의 상냥하고 씩씩한 매력도 마음에 들지만, 이런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선우린은 쓸데없는 자존감으로 고집을 부리는 일이 없이 자신의 착오를 금세 인정할 줄 안다. 조언자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금세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도, 무인으로서도, 매우 큰 장점이다.
“바보.”
“헤헤.”
남궁설의 말에 선우린이 웃었다.
남궁설은 아무에게나 조언하지 않는다. 매우 친밀한 이들에게만 가끔 하는 정도다.
선우린이 내게 말했다.
“송 오라버니도 한마디 해줘요. 이왕 조언 듣는 거, 한 번에 다 듣고 정신 똑바로 차리게.”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대꾸해줬다.
“설 매가 잘 짚어줘서 딱히 보탤 만한 조언이 없는데?”
“그래두요오오.”
귀여운 것이 저렇듯 애교까지 섞어서 말하니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겠다.
“조언은 아니고 그냥 인상적이었던 점을 얘기해줄게. 아까 전투 치를 때 보니까, 린 매의 철비정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이 상당히 강해졌고, 철비정을 놓는 시점도 내 기준에서 반 박자 정도 빨라졌더라고. 광서 수복전의 초창기에는 지금보다 반 박자 정도 느렸었거든. 이거, 내 속도 기준이라서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이야.”
내가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선우린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린 매는 잘 나아가고 있다는 거지. 그러니 설 매 말대로 마음 비우고 차분하게 수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네, 알았어요.”
선우린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선우린은 머지않은 시일 내에 절정에 오를 것 같다.
사실, 전투 시에 후열의 역할만 전담하다 보니 이목을 그다지 안 끌어서 그렇지, 선우린이야말로 알짜배기 실력자다.
후열의 역할을 오래 수행했으니 기본 시야가 넓어졌을 테고, 전열 인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접근전에 대한 감각도 키웠을 것이다.
명문세가의 장녀인 만큼 내공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일전에 남궁설이 약간의 은설영지와 삼령천선초를 제공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귀양지부에 도착한 시각은 진시 정(오전 8시) 무렵이었다.
귀양지부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먼저 도착한 인원들이 지부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어, 우리도 정리를 도왔다.
정리하면서 둘러보니 적들이 철수하면서 파괴한 흔적들이 많았다. 이왕 떠나는 마당이니 지부를 재건하기 어렵게끔 최대한 파괴해버린 것이다.
적당히 정리한 후, 구역을 나누어 휴식에 돌입했다. 다들 격전으로 인해 너무 피곤한 상태라, 일단은 푹 자고 난 후에 마저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강서 쪽의 증원 전력은 귀양지부의 북쪽 언덕에 있는 제삼 연무장 구역을 배정받았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는 백리세가, 사천당가, 형산파 쪽의 무인들이 경계 임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들의 피로가 가장 덜한 상태인 탓이다.
이번에도 단목강과 둘이서 막사를 쓰게 되어, 서둘러 막사를 설치하고는 인근의 개울가에서 적당히 씻고 왔다.
이후에는 민화영을 불러서 단목강의 치료를 부탁했다.
씻으면서 보니 제법 깊은 상처들이 있어서, 내 수준의 치료보다는 의원 수준의 치료가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민화영이 치료를 마치고 나가자 단목강이 말했다.
“양 소저의 치료술이 보통 솜씨가 아니더구려. 벌써 몸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오.”
단목강은 민화영의 정체에 대해 모른다. 가명인 양순영으로 알고 있다.
빙그레 웃어 준 후에 말했다.
“너무 많이 다치신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하하, 염려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그러지 않아도 되오. 무인의 상처는 훈장이라는 말도 있고, 이게 안 낫는 상처도 아니고.”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단목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보다도 내 누이를 업고 먼 거리를 오느라 고생 많으셨소. 고맙소.”
“첫째, 제 경신법 경지에서 단목 소저를 업은 채로 경공을 펼치는 게 뭐가 그리 고생스러운 일이겠습니까. 둘째, 명백한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단목 소저는 하나도 안 무거웠습니다.”
내 대꾸에 단목강이 웃었다.
“내가 치렀던 전투에 관해 얘기해주고 싶은 게 많고, 송 공자 쪽의 전투에 관해서도 듣고 싶은 게 많은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소. 눈이 절로 감기는구려.”
“얘기야 나중에 나누면 되지요. 얼른 쉬십시오.”
“이전에도 같은 막사를 써봐서 알겠지만 내가 평소에는 코를 골지 않소. 그런데 이 정도로 피곤하면 골 수도 있소.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겠소.”
“괘념치 말고 푹 쉬십시오. 황보 형과 같은 막사를 쓸 때, 그 우렁찬 코골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잘만 잤던 접니다.”
내 말에 단목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 누웠다.
나도 그를 따라 자리에 누웠다.
몸은 제법 피곤한데, 막상 자려고 누우니 여러 상념이 뇌리를 수놓는다.
귀주의 적들마저 궤멸시켰으니 길었던 광서 수복전과 귀주 수복전의 여정이 실질적으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가 구월 나흗날에 비룡장을 출발했었고 오늘이 시월 스무날이니, 거의 한 달하고도 보름이 넘는 여정이었다.
우리가 이쪽의 적들을 궤멸시킨 만큼, 운남 수복전단도 그쪽의 적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쪽에도 현송진인과 진허자,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 국해건 같은 고수들이 투입되어 있으니까.
결국 무림맹 측이 광동, 귀주, 운남에 쳐들어왔던 적들을 모두 정리하게 되는 셈이다.
만만치 않은 적 전력을 제거했다는 점에서는 얼핏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무림맹 측이 입은 피해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적측의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백도인들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남 무림, 광서 무림, 귀주 무림의 체계가 거의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남부지맹마저도 초토화된 상태다.
위지광 놈으로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전력 손실은 새외에서 끌어들인 전력으로 만회하고도 남을 테니까.
위지광 놈에게 생각이 미치니 짜증이 난다.
놈이 현재 사부님이 다져둔 기반을 토대로 본인의 야망을 실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사부님께서도 야망이 있으셨다.
그러나 마도천하를 이루기에는 시기상조라 여기시고 천마신교의 자체의 힘과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셨었다. 동시에 마의 혼, 마의 자존감 등을 설파하며 정신적으로도 단단히 무장시키셨었다.
덕분에 천마신교의 일반, 정예, 최정예 무력 조직들 모두, 사부님이 천마였던 시기에 전력이 매우 강화됐었다.
한데 사부님께서 열심히 강화한 천마신교의 전력을 위지광 놈이 이따위로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되어버렸으니 짜증 나서 환장할 것 같다.
어쨌거나 위지광 놈이 무림맹의 후방인 운남, 귀주, 광서를 흔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놈이 새외 세력까지 끌어들인 걸 보면 조만간 천마신교와의 전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런 시국에서 비룡장의 친우들 대부분이 절정에 오른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절정에 오르지 못한 인원들도 이번에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 차후의 전투에서는 더 높은 전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용마검의 효과를 실험하지 못한 점이다.
실험해볼 만한 상황이 딱히 없었다.
황호병과 사엽상을 상대할 때 잠시 고려하긴 했었다.
당시에는 나와 임려현과 최자경뿐이었기에, 칠채마주의 힘으로 추정되는 내 안의 그 힘이라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걸리적거리는 전투 장구류를 모두 임려현에게 넘기는 척하며 용마검도 잠시 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백리창 등이 도와주러 오는 바람에 시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용마검의 효과에 대한 실험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