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92화 (392/416)

내 안에 마교있다 392

제갈수광이 신룡대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그간 품고 있었던 몇 가지 의문점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첫째는 그의 실전 실력이다.

제갈수광은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실전에 익숙했었다. 실전 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그가 실전에 매우 익숙한 무인임을 금세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제갈수광은 단순히 실전 실력만 빼어난 게 아니라, 동료와의 연계도 수준급이었다. 그와 나는 따로 합을 맞춰본 적이 없었는데도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제갈수광이 어디에서, 어떤 계기로 그런 실전 실력과 연계 능력을 쌓은 건지 궁금했었다.

한데 제갈수광이 신룡대 출신이라면 더는 그런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둘째는 빼어난 실전 지휘 역량이다.

실전에서 조직을 지휘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수많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데다가 돌발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지휘관의 냉정한 순간 판단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조직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갈수광은 매 전투에서 훌륭한 지휘 역량을 보였었다. 다른 지휘관이었다면 넘지 못했을 법한 상황도 많았고, 피해가 매우 커질 만한 상황도 많았다.

그런 수준의 지휘력은 혼자 공부하고 연구한다고 해서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결국 그러한 지휘력도 신룡대 시절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의 조는 다름 아닌 묵룡조인데, 묵룡조는 수십 년간 최강의 조로 불려왔다. 그런 만큼, 묵룡조장의 지휘를 보면서 배운 게 많았을 것이다.

셋째는 제갈수광이 다양한 암기술에 능한 점이다.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기본적으로 비도술에 능하기는 하다. 제갈수광도 비도술에 능하며, 전투 시에 주로 쓰는 암기 또한 비도다.

그런데 제갈수광은 비도 외에 비수, 비표, 철비정 등에도 조예가 깊다.

나는 그 점이 궁금했었다.

수준급의 쌍검술과 비도술, 거기에 최고 수준의 궁술까지 갖춘 제갈수광이 뭐 하러 굳이 다양한 암기술까지 섭렵한 걸까. 암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히는 무인이 아니면 딱히 그럴 필요가 없는데.

그런데 이 또한 신룡대 출신이라면 의문이 풀린다.

신룡대나 흑풍대에서는 암기술에 조예가 있는 대원들에게 더 다양한 암기술 훈련을 시킨다. 그래야만 전장에서 획득한 다양한 암기들도 활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신화준과 제갈수광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기에, 나는 묵묵히 전방을 주시했다.

할 얘기가 많을 듯하니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 * *

[몇 년 전, 강호에서 갑자기 자네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속으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가 얼마나 대단한 역량을 갖춘 무인인지 아니까.]

신화준의 전음을 들은 제갈수광은 민망했다.

진정 대단한 역량을 갖춘 무인은 저 말을 하고 있는 신화준이다.

자신의 손위 선임이었던 그는 이십 년 전에도 촉망받는 신룡대원이었다. 묵룡조 선배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고, 실제로도 그 기대에 부응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었다.

당장 오늘 새벽에도 그의 역량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다. 역시나 대단했었다.

그런 그에게서 칭찬을 들으니 민망할 수밖에.

[역량은요, 무슨.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배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민망합니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덕담하는 게 아닐세. 이십 년 전부터 인정했었던 사실이네. 당시에는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터라 직접 얘기해주지는 못했었지만 말이야. 그땐 우리 둘 다 짬밥이 낮았잖나.]

그 말에 제갈수광이 미소를 지어 보이자 신화준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어쨌거나 자네가 무인으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지휘관으로서의 명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 강호에 환란이 닥치니 세상이 드디어 제대로 된 인재를 알아보는구나 싶어서 말이야.]

[무인으로서의 명성도 과대평가된 면이 많은데, 특히 지휘관으로서의 명성은 제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겸손은.]

[겸손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선배가 더 잘 아시겠지만, 최정예 전투 조직이라고 해도 조직력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제가 지휘한 조직의 조직력이겠습니까. 작은 변수만 발생해도 약한 고리가 금세 드러났고, 간혹 큰 변수가 발생하면 조직 전체가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신화준을 향해 곧장 전음을 이었다.

[단지, 약한 고리를 즉각 메꿔주고, 위험을 무릅쓴 채 위협 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준 소수의 훌륭한 동료가 항상 함께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제 지휘력에 관한 부분은 온전히 그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도움을 준 건 아무래도 송 공자였을 테고.]

웬만하면 제자가 덜 주목받게끔 감춰주고 싶으나, 그러기에는 제자의 존재감이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

가뜩이나 신화준은 신룡대의 묵룡.

그간 송유겸이 보여온 활약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자를 잘 키워냈군.]

[제가 키운 게 아닙니다. 본인이 알아서 큰 겁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러자 신화준이 미소를 보이더니 전방의 숲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한동안 묵묵히 전방만 주시했기에 제갈수광도 조용히 전방에 시선을 두었다.

말없이 전방을 주시하던 신화준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자네도 대강은 추측하고 있겠지만, 강호에는 조만간 혈풍이 몰아칠 걸세.]

[천마신교의 침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신화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조만간……, 입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네. 당연히 무림맹의 정규 전력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테니, 온 백도가 발 벗고 나서야 하겠지.]

신화준의 대답을 들은 제갈수광이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신룡대의 묵룡이 저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정말로 머지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되면 맹에서 자네와 송 공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지 않을까 싶네. 자네들에게는 그럴 역량이 충분하니까. 그 사실을 이미 몇 차례나 증명했으니까.]

맹의 입장이야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만, 부담감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조와 같은 전장에 투입되어 합을 맞출 일도 생기겠지. 그런 의미에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미리 해둬야겠군.]

[그 인사를 해야 할 건 오히려 저희 쪽이겠지요.]

제갈수광이 대꾸하자 신화준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더니 다시금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화준의 전음이 다시 들려온 건 반의반 각 정도가 지난 후였다.

[천마신교와의 전쟁이 끝나고 강호의 상황이 한가해지면 나도 잠룡관에 가서 교관이 되어볼까 생각 중일세.]

[예에……?]

제갈수광은 진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화준은 다름 아닌 신룡대의 묵룡이다. 무림맹의 고위층에서 일할 만한 자격과 역량이 충분한 인재다.

그렇기에 그라면 더 큰 꿈을 꾸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데 뜬금없이 잠룡관의 교관이 되겠다니.

[자네의 교관 시절 얘기를 초량이한테서 종종 들었네. 듣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군. 암기술과 경신법 전문 교관 정도로 해서, 이왕이면 동부지맹 잠룡관이 좋겠지. 그쪽이면 종종 자네와 만나기도 좋잖나. 가뜩이나 요새 강호의 기운이 동부지맹 쪽으로 모여드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신화준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후학을 양성하는 일이니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겠지. 파릇파릇한 청춘들과 교감하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가르친다는 건 두 번 배우는 것이라는 말도 있잖나.]

[선배라면 당연히 훌륭한 교관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상당히 의외긴 합니다.]

제갈수광이 대꾸하자 신화준이 고개를 들어 먼 하늘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어느 날 문득, 내 정신이 너무 삭막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네. 돌이켜 보니 그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거지. 출세만을 위해서. 그러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대로는 인간으로서든 무인으로서든 더 성장하기가 어렵겠더군.]

의외다.

신화준은 본인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남들에게 흠결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당시 묵룡조의 선후임들도 모두, 신화준이 출세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런 신화준을 나쁘게 보는 동료들은 없었다. 힘과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방식으로 출세하려는 게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노력과 역량과 인품을 인정받아서 출세하려는 태도였으니까.

그랬던 사람이 저런 말을 하고 있다니.

제갈수광이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신화준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어쨌거나 잠룡관의 교관으로서는 자네가 선배이니, 나중에 교관으로 일하는 게 확정되면 자네를 먼저 찾아가서 조언을 구해야겠군.]

미소를 지은 채로 대꾸해줬다.

[교관 일에 관련된 조언이라면 밤새도록 해드릴 수 있습니다.]

[든든하기 이를 데 없군.]

신화준도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느 순간 신화준이 기운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초소의 공간을 기의 막으로 감쌌다.

두 사람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제갈수광이 기의 막을 거뒀었는데, 그걸 신화준이 다시 펼친 것이다.

아마도 둘 사이에 전음으로 나눌 대화는 다 나눈 모양이다.

곧 신화준이 육성으로 내게 말했다.

“송 공자를 두고 우리 둘만 대화를 나눠서 미안하구려.”

“아닙니다. 오랜만에 재회하셨으니 나눌 얘기가 적지 않겠지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더 오래 얘기 나누셔도 됩니다.”

“하하, 할 얘기는 다 했소.”

“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꾸하자 신화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반가웠소.”

작별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다.

“……들어가시는 겁니까?”

“원래의 근무자가 제갈 교관이었소. 내가 아니라.”

“아.”

“그리고 작별 인사이기도 하오. 우리는 오늘 밤에 이곳을 벗어날 계획이라서.”

신화준의 말에 나도 놀랐지만, 제갈수광도 놀란 표정을 짓는 중이다.

제갈수광이 곧장 신화준에게 물었다.

“이렇게나 갑자기 떠나시는 겁니까?”

“그렇네.”

“아니, 부상이라도 좀 돌보고 가지 그러십니까. 조원들 대부분이 부상자던데.”

“우리는 신룡대잖나. 꼬리가 길어서는 곤란하네. 혹여 부상을 돌보며 쉰다 해도, 그 또한 기밀 사항이어야 하지.”

“그렇기야 하겠습니다만…….”

제갈수광이 대꾸하자 신화준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실은 이번에 이쪽의 작전을 수행하러 오면서 송 공자와 합을 맞춰 싸울 걸 기대했었소. 송 공자와 합을 맞춰보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초량이한테서 들어서 말이오. 그런데 그러지 못한 게 못내 아쉽구려.”

“아하하, 저와 합을 맞춘다고 해도 딱히 특별할 건 없습니다. 물론 저 또한 조장님과 같이 싸워 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다음을 기약해야겠구려.”

“음……, 조장님과 평범하게 재회하는 상황이야 매우 반갑겠지만, 전장에서 재회하는 상황은 덜 반가울 듯합니다. 조장님과 협력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고난도 작전이거나 절박한 상황이라는 의미일 테니까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하하하!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구려. 하면 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야겠구려.”

“그런 재회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내가 대꾸하자 신화준이 크게 서너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형을 틀었다. 이어서 초소의 입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그가 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

“아, 참. 초량이는 두고 갈 것이오. 어차피 이후에는 우리도 휴가가 예정되어 있어서.”

“아……!”

길초량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워하던 차였는데, 저 말을 들으니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신화준이 미소를 띤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초량이가 우리 조로 복귀하기 전까지 담금질 많이 해주시오.”

“담금질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수련을 게을리하는 일은 없게끔 제가 잘 감시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또 봅시다. 제갈 교관도 또 보세.”

“살펴 가십시오, 선배.”

“또 뵙겠습니다.”

제갈수광과 내가 차례로 인사하자 신화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소를 벗어났다.

신화준이 떠나고 난 후에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교관님이 신룡대의 묵룡조 출신이셨다니.]

제갈수광이 전방의 숲에 시선을 둔 채로 대꾸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만 몸담았을 뿐이라서 신룡대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수준이다.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니 함구하도록.]

이에 미소를 띤 채로 대꾸했다.

[저, 입 무거운 거, 잘 아시잖습니까.]

제갈수광은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한 차례 바라보더니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저 반응은 내가 입이 무겁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제갈수광에게 다시 물었다.

[윤 교관님이나 찬 형님 같은 분들도 전혀 모르는 사실인 겁니까?]

[어. 그때는 윤 교관과 연락을 주고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얘기했었고.]

[아하.]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한 후에 다시 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신룡대 선배와의 대화는 어떠셨습니까?]

[그냥, 무난한 대화였다.]

짧게 대꾸한 제갈수광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머지않아 천마신교의 침공이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

신룡대의 묵룡도 나와 같은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조만간 천마신교의 침공이 있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

[아……, 그렇습니까?]

놀란 척 그렇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때가 되면 맹의 지휘부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길 거라고 하시더군. 아무래도 지금까지 활약한 바가 있으니.]

[예.]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살며시 들더니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에게 물었다.

[부담되십니까.]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지. 그런 면에서 우리의 전력이 다소 아쉽기도 하고.]

[우리의 전력이 아쉽다고 하시는 의미는…….]

[송풍장의 전력을 말하는 거다.]

짧게 대꾸한 제갈수광이 바로 전음을 이었다.

[다음에도 특전반과 계속 같이 다니면서 전투를 치른다는 보장은 없다. 단목세가와 검각 쪽도 마찬가지고, 찬 아우 쪽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들대로 다른 전장에 투입되어야 할 수도 있다. 즉, 기본적으로 우리 전력만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아.]

[물론 다들 이번 광서 수복전과 귀주 수복전을 통해 실력이 대폭 향상됐고, 그만큼 우리 자체의 전력도 강해졌다. 거기에 백리 후배와 당효광까지 합류한다고 하니 더 탄탄해지겠지. 하지만 천마신교와의 본격적인 전쟁이라는 점과 우리가 강호의 주목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정도 전력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우리가 유명해진 만큼 적들로서는 더 기를 쓰고 우리를 노릴 테니, 전투도 그만큼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상황들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송풍장 자체의 전력이 다소 아쉽다는 말씀이시고.]

내 말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바로 그 얘기다.]

이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척하다가 대꾸했다.

[그 부분이라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갈수광이 눈매를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

[저와 함께했던 십 조의 능우희 소저를 아실 겁니다.]

[알지.]

[어디 출신인지도 아십니까?]

[그것까지는 모른다. 능우희의 출신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들었는데, 너는 아나?]

[북해빙궁입니다.]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북해빙구웅……?]

[예. 저는 능우희 소저의 출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저희 조원들도 대강은 추측하고 있을 겁니다. 새벽의 전투에서 능우희 소저가 빙공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조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입니다만.]

그를 향해 바로 전음을 이었다.

[어쨌거나 원래 나누던 얘기로 돌아가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해빙궁의 정예 전력이 송풍장에 합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뭐어어어어?]

제갈수광이 깜짝 놀라며 그렇게 반응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제갈수광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아까 능우희와 나눴던 대화를 정리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내 설명은 약 일각에 걸쳐 이어졌다.

설명을 모두 전해 들은 제갈수광은 반색하는 표정이었다.

[어떤 사람들인지는 직접 만나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능우희가 얘기해준 내용을 토대로 추측해보면 나쁘지는 않은 느낌이군.]

[저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네 얘기대로라면 되도록 빨리 송풍장으로 복귀하는 게 좋을 듯하군. 그래야 빙궁의 인물들과도 더 빨리 대면하게 될 테고, 합을 맞추기 위한 수련도 더 오래 할 수 있을 테니.]

[예.]

제갈수광의 입술이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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