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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98화 (398/416)

내 안에 마교있다 398

여인의 소비도술 실력이 범상치 않다.

경지 대비 매우 뛰어난 소비도술이다. 웬만한 고수라도 위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을 만큼.

그런데 지금 내 눈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전혀.

근래 내 경지가 상승한 덕분이다. 칠채마주의 힘이 개입된 후로 인지력이 높아진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날아오는 소비도 너머로, 여인의 양손이 허리춤으로 향하고 있는 게 보인다.

암기를 재차 준비하는 건데, 연결 동작이 매우 쾌속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암기술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다.

일단은 천섬무를 중 단계로 펼치며 소비도가 날아드는 범위의 좌측으로 피했다. 내 좌측에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피하자마자 방금 소비도가 날아들었던 범위의 좌우측으로 철비정이 쏟아졌다. 내가 좌측이나 우측으로 피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해서 날린 철비정들이다.

출수가 매끄러우면서도 쾌속해서인지, 날아드는 철비정들의 속도와 각도가 매섭다.

소비도술 실력만큼이나 철비정술 실력도 뛰어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다.

잘 짜 맞춘 연계 공격이긴 하나, 나는 당연히 이러한 연계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소비도가 내 곁을 스쳐 가자마자 다시 중앙으로 방향을 틀며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최절정에 오른 후로 실전에서 천섬무를 제대로 펼쳐보는 건 처음이다.

중상 단계만으로도 속도감이 달라졌다는 게 확실하게 체감되며,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여인의 두 눈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갑자기 번쩍하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여인이 옆에 있는 암벽을 황급히 박차며 신형을 튕겼다. 내 접근을 피하기 위함이다.

한데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차피 바닥 지형 대부분이 물웅덩이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내가 계단 방향을 점하고 있다 보니 여인으로서는 피할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즉시 방향을 틀어 여인을 뒤쫓았다.

그러자 여인이 또다시 양손으로 철비정을 털어내더니, 방향을 급격하게 꺾으며 계단의 입구 쪽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시작했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순간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지금껏 최고 속도를 감췄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인은 모를 것이다.

내가 일부러 계단 쪽으로 향하는 경로를 터줬다는 걸.

저 정도 수에 당하기에는 내 실전 경험이 너무 많다.

천섬무를 상 단계로 올리며 왼발로 바닥을 박찬 후, 오른발로 옆에 있는 암벽을 강하게 디디며 계단 방향으로 신형을 튕겼다.

여인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는 게 보인다.

나름대로 내 허를 찔렀다고 생각하며 최고 속도로 움직이는 중이었을 텐데, 내가 엄청난 속도로 계단의 입구로 나아가고 있으니 저렇듯 놀랄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먼저 계단 앞에 도달했다.

나보다 살짝 늦게 도착한 여인이 내 왼쪽 복부를 노리고 소검을 찔러왔다.

유연하면서도 쾌속한 공격.

나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정면으로 파고들며 왼손으로 금나수를 펼쳤다.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오른팔을 낚아채려는 시도다.

그러자 찔러 들어오는 소검의 검극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이미 자신의 속도로는 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이러다가는 내 금나수에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왼손으로 여인의 오른손 손목을 낚아채려 하자 여인이 내 금나수법을 피하려고 검로를 급격하게 꺾었다. 그러더니 내 오른쪽 허벅다리를 노렸다.

당황한 게 눈에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로를 급격하게 꺾지 말고, 팔과 손목을 부드럽게 비틀어 내 왼팔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는 동시에 측면으로 살짝 빠지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견제받지 않은 왼손을 가속하여 여인의 오른팔을 낚아챈 후, 손아귀에 힘을 가해 밑으로 강하게 눌렀다.

그러자 여인의 상체가 아래쪽으로 굽어지며 무게중심이 더 앞으로 쏠렸다.

이에 오른발을 뒤로 뺌과 동시에 왼발을 앞으로 쭉 집어넣으며 여인의 디딤발을 걸었다. 그녀의 디딤발은 왼발이다.

동시에 여인의 오른팔을 우측으로 더 당기며 여인의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무너트렸다.

결국 여인의 신형이 정면으로 고꾸라졌다.

철퍼덕!

“커윽……!”

마지막에 내가 하방으로 강하게 패대기쳤으니 상체에 가해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여인의 팔을 내 오른손으로 바꿔 쥐고 그녀의 등을 한쪽 무릎으로 누르며 등과 옆구리의 혈도들을 빠르게 짚었다.

이 정도 점혈만으로도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이겠지만, 그래도 철저할 필요가 있다. 이에 여인을 돌려 눕혀서 정면의 혈도들도 짚었다.

표독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낮게 외쳤다.

“다, 당신, 누구야!”

이에 고개를 들며 그녀에게 대꾸했다.

“귀하에게 궁금한 게 있는 사람.”

여인의 양미간이 좁아졌다.

“그게 무슨 소리…….”

그렇게 말하던 여인의 눈동자가 갑자기 동그래지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보니 내 정체를 알아챈 모양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가 너무 유명해져 버렸으니까.

“다, 당신은 설마 동천, 아니 창천비룡……!”

내 바뀐 별호까지 알고 있는 걸 보니 정보력도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다. 하긴, 아까처럼 큰 식당에서 종종 식사만 해도 이런 쪽의 정보는 충분히 접할 수가 있다.

내가 대답 대신 입가에 미소만 지어 보이자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 나를 미행한 거야?”

나는 한차례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여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물었다.

“대, 대체 어디서부터?”

표정을 보니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행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까지는 귀하가 알 것 없소.”

내가 대꾸하자 여인이 아미를 찡그리더니 다시 물었다.

“아니, 왜? 창천비룡쯤 되는 백도의 유명인사가 대체 왜 나를 미행한 건데?”

“아까 말했잖소. 귀하에게 궁금한 게 있다고.”

“나한테 뭐가 궁금한데? 우리는 만난 적도 없고 아는 사이도 아닐 텐데?”

굳이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대뜸 물었다.

“사유 증운생과는 무슨 사이요?”

“뭐……?”

놀란 기색이다.

그녀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죽은 분과 내가 어떤 사이이든 당신이 왜 궁금한 건데?”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입가에 짙은 미소만 지어 보였다.

여인이 보기에는 섬뜩한 미소일 것이다.

이미 내게 제압당한 만큼, 똑바로 대답하지 않을 시에는 각오하라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가 움찔하더니 말했다.

“아,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야.”

“증운생이 죽던 날 당신도 동갑도의 동굴에 있었잖소. 그런데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내 말에 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그걸…….”

이에 나는 표정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여인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그런데 거짓말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가끔 봐왔던 어른일 뿐, 친밀한 사이는 아니라고. 동갑도에도 초대받아서 어쩔 수 없이 갔다가 며칠 머물렀던 건데, 그러던 중에 그때의 사건이 벌어졌던 거야. 그전부터 사유 어른의 일에 관련되었던 건 아니야. 정말이야.”

“풋! 지금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요?”

“저, 정말이라니까?”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이에 다시 한번 피식 웃어 보였다.

다른 궁금한 것들이 있으니 일단은 넘어가자.

그녀에게 물었다.

“귀하의 정체는 뭐요? 어렸을 때부터 사유 증운생과 교류해온 사이라면 귀하도 그쪽 세계에서 보통 신분은 아닐 것 아니오.”

여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내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말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구려. 이곳이 귀하의 거처인 듯하니 이곳을 조사해서 단서를 찾아볼 수밖에. 이렇게 비밀스러운 거처라면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여인의 눈동자가 더 크게 흔들렸다.

여인이 시장을 봐 왔던 큰 행낭을 등에 짊어진 후, 바닥에 눕혀져 있는 여인을 양팔로 안아 들었다.

이 여인은 성인 여인의 평균보다 살짝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인데, 그래서인지 예상보다는 무거운 느낌이다.

“뭐, 뭐 하는 짓이야!”

“아, 걱정하지 마시오. 귀하에게 흑심 같은 거, 전혀 없으니까. 그저, 혹시 모를 기관 장치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러는 것뿐이오.”

내가 씩 웃으며 대꾸하자 여인이 잠시 아미를 좁히더니 입을 열었다.

“이러고 가면 기관 장치가 작동했을 때 나도 같이 죽는다? 그러니 기관 장치가 있거든 미리 말해라?”

이에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틀렸소. 내가 왜 귀하와 같이 죽소? 만약에 걸어가다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귀하를 내팽개치고 나는 즉시 뒤로 몸을 뺄 것이오. 소문을 들어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좀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든.”

여인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 말을 해주든 말든 귀하가 알아서 하시오. 참고로 나, 상급 피독주도 지니고 있소.”

기관 장치에서 혹시 독 묻은 암기가 날아와서 일부 맞는다 해도 큰 타격은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기관 장치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일부러 여인을 겁주기 위해 태평한 척 올라갔다. 언제든 즉각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운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통로는 빙글 돌며 위로 향하는 형태였다.

바위를 뚫어서 만든 통로인데, 둘이서 나란히 지나다니기에는 좁고 혼자서는 넉넉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였다.

열 개 남짓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을 때쯤, 여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멈춰!”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은 채로 한 걸음을 더 옮긴 후, 또 한 걸음을 더 떼려는 척했다.

“머, 멈추라니깟!”

나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멈추라는데 왜 안 멈추는 거야! 잘못되면 어쩌려고!”

“죽기는 싫은가 보구려.”

피식 웃으며 대꾸하자 여인이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이 다음다음 계단, 유등이 놓여 있는 불룩 튀어나온 돌 받침을 뒤쪽으로 밀어.”

“만약 거짓말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거든 지금 말씀하시오. 왜냐하면 귀하를 먼저 저 계단에 내려놓은 후에 돌 받침을 밀 거거든.”

여인에게서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이에 예고한 대로 한 계단 올라가서 그다음 계단에 여인을 눕혀 놓았다.

이후에는 여인의 말대로 그 계단의 벽 위쪽에 있는 유등 받침대를 밀었다.

드르륵-

받침대가 밀리자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르릉- 그르르르르릉-

기관 장치가 움직이는 소리다.

다시금 여인을 안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만약 이번 기관 장치를 해제하지 않은 채로 위쪽 계단들을 밟았으면 어떻게 되는 거였소?”

여인은 시선을 돌려 외면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저것까지는 밝히기 싫다는 뜻.

그래. 이 정도는 넘어가 주자.

이후에 여인은 울퉁불퉁한 벽면의 돌부리를 잡아당겨서 기관을 해제하게 하고, 그 후에는 도약하여 천장의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격하게 했다.

그때마다 통로가 진동하며 기관 장치가 해제되었다.

그렇듯 기관 장치를 총 세 차례 해제하며 계단을 오르자 석문石門이 나타났다.

아마도 이곳이 여인의 거처 내지는 은신처일 것이다.

석문에는 손잡이 같은 게 보이지 않았고, 문의 오른쪽 아래에 열쇠 구멍으로 추정되는 틈이 하나 보일 뿐이었다. 틈의 크기를 보니 일반적인 열쇠보다는 훨씬 큰 열쇠를 쓰는 듯하다.

여인에게 말했다.

“열쇠가 필요한 듯하구려. 어딨소?”

그러자 여인의 안색이 붉어졌다.

“그게…….”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여인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대충 감이 온다. 열쇠를 신체의 민망한 부위에 숨겨둔 모양이다.

여인을 바닥에 내려놓고 혈도들을 짚으며 등 쪽부터 점혈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말했듯 나는 귀하에게 흑심이 없소. 열쇠를 찾는답시고 귀하를 욕보이고 싶지도 않소. 오직 그 이유로 점혈을 풀어주는 것뿐이오. 점혈을 풀고 나면 나는 귀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을 테니, 귀하가 뒤돌아서 열쇠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시오. 그러면 내가 열쇠를 받은 후에 다시 점혈할 것이오.”

여인을 앞으로 돌려 눕혀서 점혈을 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점혈을 풀어준 틈에 허튼짓을 하면, 내가 지금까지 귀하에게 보여왔던 최소한의 호의조차 끝인 줄 아시오.”

점혈을 모두 풀어주자 여인이 몸을 일으키더니 내게 등을 보이며 앉았다. 그러더니 한 손을 앞섶의 위로 넣어 주섬주섬 뭔가를 찾았다. 열쇠를 가슴 가리개 쪽에 숨겨뒀었던 모양이다.

곧 여인이 뒤돌아 앉은 채로 손을 들어 열쇠를 내밀었다.

역시나 큼지막한 열쇠였다. 네 치 남짓은 되어 보인다.

열쇠를 건네받았다. 뜨끈뜨끈하다.

열쇠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다시 엎어지시오. 점혈할 테니.”

그러자 여인이 순순히 바닥으로 엎어졌다.

이에 나는 또다시 그녀를 등 쪽부터 점혈한 후, 이어서 정면까지 점혈을 마쳤다.

이후에 열쇠를 꺼내어 문의 아래쪽에 있는 구멍에 넣고 돌렸다.

철컥-

잠금이 풀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그르릉’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 안으로 널찍한 공간이 보인다.

밝은 공간이다. 환한 정도는 아니고, 눈이 편안한 정도로 적당히 밝다.

야명주의 빛이다.

다시 여인을 안아 들고는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서 보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이었다.

천장에 야명주가 열댓 개가량 매달려 있다.

크기는 조막만 한데 조도가 상당하다. 저 정도면 최소 중상품中上品이거나 상품上品이다.

벌써, 저 야명주들부터 심상치 않다.

나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며 바닥으로 기운을 퍼트렸다.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에 쓱 훑어보니 넓은 공간의 한쪽에는 탁자, 의자, 화로, 식기 등이 보였고, 다른 쪽에는 빨랫줄에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공간의 사방에는 닫혀 있는 문 세 개와 문이 없는 통로 두 개가 보였다.

계속해서 여인을 안아 든 채 좌측의 통로로 먼저 향했다. 그 통로가 조금 더 컸기 때문이다.

여인이 침을 꼴깍 삼키고 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 통로 안에 뭐가 있기에 이럴까.

이윽고 좌측 통로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장에 박혀 있는 세 개의 야명주가 상당히 넓은 공간을 은은히 비추고 있는 가운데, 그 아래에 어마어마한 양의 금은보화가 잔뜩 쌓여 있었던 탓이다.

그야말로 금은보화의 산이었다.

고개를 내려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이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녀에게 말했다.

“귀하가 이 어마어마한 양의 금은보화를 정상적인 방식으로 입수했으리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구려.”

여인은 내 말을 부인하지 않은 채 여전히 시선을 회피할 뿐이었다.

“후후후. 결국 귀하만 제거하면 저것들을 내가 싹 다 차지할 수 있다는 거로군.”

계속 외면하기만 하던 여인의 시선이 빠르게 내게로 돌아왔다.

눈이 동그래져 있다.

그녀를 향해 살기가 가득 담긴 미소를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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