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416
빙궁의 인원들이 정가장에 입주한 다음 날 진시 정(아침 8시) 무렵, 비룡장의 연회장에서 조찬 모임이 있었다. 빙궁의 주요 인사들과 우리 쪽 주요 인사들 간의 첫 대면 자리였다.
송풍장 쪽에서는 송천광, 이청오, 유영평, 임려현, 제갈수광, 장호산, 정우립, 원을태, 촉홍결 등이 참석했고, 단목진, 문숙경, 남궁찬, 남궁묵, 묘청상, 육화현, 백리탄, 양소열 등도 동석했다.
빙궁 측 주요 인사는 능설영, 주은란, 기철우, 능우희와 함께 두 사람이 더 동석하여 총 여섯 명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빙궁의 내당주와 빙혼대주였다.
내당은 빙궁 내부의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내당주는 양월정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사십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데, 통통한 체구에 키가 다소 작은 편이었으며, 인상이 좋고 붙임성도 좋았다.
관찰 결과 무공 경지는 절정의 중반쯤인 듯했다. 내공으로 인한 동안을 고려하면 실제 나이는 오십 대 초반쯤일 것이다.
빙혼대주는 노신희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는데, 차가운 인상에 표정도 거의 없고 말수도 적었다. 마흔 살 근처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사십 대 중반쯤일 것이다. 경지가 절정의 후반이니 몇 년 정도는 젊어 보일 테니까.
참고로 나는 능설영, 주은란, 기철우의 경지도 대강이나마 파악한 상태다.
세 사람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지가 가장 낮은 이는 외당주 주은란으로, 그녀는 절정의 중후반이다. 삼십 대 후반의 용모인데, 능우희를 통해 확인해 보니 마흔세 살이라고 한다.
검당주 기철우는 최절정고수다. 전장에서 확인해봐야 더 정확해지겠지만, 최절정의 하위권 정도로 예상된다. 사십 대 중반쯤의 외모이나, 실제 나이는 마흔아홉 살이라고 한다.
빙궁주 능설영 또한 최절정고수다. 역시나 확인해봐야 더 정확해지겠지만,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절정의 중위권 이상은 되어 보인다.
능설영 또한 삼십 대 후반의 용모이나 실제 나이는 마흔여섯이라고 한다. 내공 경지가 매우 높다 보니 더 많이 젊어 보이는 것이다.
어쨌거나 조찬에 참석한 빙궁의 주요 인사 여섯 명 중에서 다섯 명이 여인이었다. 들어보니 빙궁의 소수 최정예 무력 조직인 빙혼대에도 남성 대원보다 여성 대원이 훨씬 많다고 한다.
북해빙궁의 빙백공은 남성보다 여성이 익혔을 때 성취가 더 잘 나타난다고 하던데, 그 얘기가 사실인 모양이다.
조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조찬이 끝나자 주은란이 다가와서 말했다.
“송 공자님, 혹시 비룡장의 별채에 남는 숙소가 있나요?”
“예. 있습니다만, 어쩐 일이신지요?”
“아, 저는 비룡장 쪽에 머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외당주이니 교류도 중요해서.”
“아하. 그러시겠군요.”
“그럼 별채에 숙소 하나만 내어주시겠어요?”
흔쾌히 대꾸해주려던 찰나에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면 별채보다는 아예 본채에 머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원래 빙궁의 인물 중 한 명을 관산영, 권진란과 같은 구역에서 지내게 할 계획이었기에 권유한 것이다.
“본채요? 그래도 되나요?”
“예. 마침 본채 일 층의 우측 구역에 빈 숙소가 하나 있습니다. 그 구역에는 제 손님 두 명이 머무는 중인데, 마침 둘 다 여성이기도 하고 조용히 지내는 분들이기도 해서 생활하기가 좀 더 편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아, 그래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그럼 바로 짐 챙겨서 본채로 갈게요.”
“그러시지요.”
내가 대꾸하자 주은란이 물었다.
“그런데 그 두 손님은 어떤 분들인가요?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어야 마주쳤을 때 인사 나누기도 수월할 것 같아서요.”
“아, 제 사적인 인연들입니다. 옆 방의 조 여사님은 제게 정보 쪽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입니다. 옆옆 방에는 사업 동료가 머물고 있는데 서로 누나, 동생으로 부르며 편하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두 분 다 무인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두 분 다 가전 무공 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둘 다 절정고수들입니다.”
관산영, 권진란과 각각 말을 맞췄던 내용이다.
“오호, 어떤 분들일지 궁금하군요. 어쨌든 이제부터는 송 공자님과도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거니까,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주은란도 본채에서 지내게 되었다.
점심 무렵에는 특무강습대, 특전반과 빙검대 간의 대면식이 있었다. 앞으로 동료로서 같이 싸워야 할 관계이기에 오찬을 겸한 대면식을 가진 것이다.
대면식은 식전에 진행되었다.
능설영, 주은란, 기철우도 참석해서 모두에게 인사했고, 이어서 빙혼대주 노신희가 빙혼대의 두 조장을 소개했다.
빙혼대의 일 조장은 곽사영이라는 여인이었고, 이 조장은 양규석이라는 사내였다. 주은란에게 물어보니 둘 다 삼십 대 후반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곽사영과 양규석은 각각 본인들의 조원들을 소개했다.
아까 들었던 대로 빙혼대에는 확실히 여성 대원들이 훨씬 많았다. 거의 칠 할에 가까웠다.
이후에는 우리 쪽 인원들에 대한 소개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우리 쪽에는 유명인들이 많다 보니, 소개가 이어지는 동안 빙혼대원들은 여러 차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유명하다는 사실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을 텐데, 가까이에서 직접 보니 더 반가웠던 모양이다.
소개가 마무리된 후, 오찬이 시작되었다.
오찬이 끝나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는 특무강습대, 특전반, 빙혼대의 합동 훈련 계획이 발표되었다.
훈련 총괄은 제갈수광이 맡기로 했고, 남궁묵과 노신희가 보좌하기로 했다.
일단 오늘 신시 초(오후 3시)에 모두 집합해서 친목을 다질 겸 간단하게 합을 맞추는 훈련을 하기로 했고,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조직력 강화 훈련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찬이 끝나고 해산하는데 제갈수광이 나를 불렀다.
“송유겸, 잠시.”
이에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나를 구석으로 이끌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너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예? 그래도 됩니까?]
[네가 같이 훈련받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조직력 쪽으로는 누구보다 뛰어난데. 대신, 네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역시, 그냥 열외로 해주실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짜식이.]
제갈수광이 피식 웃으며 한 차례 흘겨봤고,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곧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관주님과 전서를 주고받았었다.]
제갈수광이 ‘관주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딱 한 사람, 육남춘뿐이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가 바로 전음을 보내왔다.
[수고했다는 말씀과 함께, 앞으로 강호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리라 예상하는지를 여쭈시더군. 현장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말씀해 달라고 하시기에 내 생각을 솔직하게 써서 답신을 드렸지. 머지않아 천마신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그의 전음이 이어졌다.
[그러자 관주님께서 바로 다시 전서를 보내오셨다. 관주님도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본 결과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하시더군. 그래서 이번 원정에 참여했던 각 관도의 보호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하셨다고 한다. 앞으로도 실전에 참여시킬지를 물으신 거지.]
[아.]
[앞으로의 전투에서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으니, 관도와 보호자가 동시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실전에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하더군. 이번 원정에 참여했다가 돌아온 관도들을 무인으로서 더 성장시켜주고 싶으신 거지. 너희들에게 그랬듯.]
‘너희들’이란 기동타격조다.
[보호자들로부터 답신을 받아본 결과, 몇 명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관도들은 잠룡관으로 복귀시키고, 나머지 관도들은 계속 이곳에 머물게 조치하신다더군. 이곳에 남은 관도들에게는 제대로 된 실전 훈련을 시키라는 주문이시다.]
아직 어린 관도라도 실전 경험이 있는 관도라면 전장에서도 쓰임새가 있다. 전투뿐만 아니라 경계 근무에도 활용할 수 있고, 전령 역할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제게 그 관도들을 맡기시려는 거군요?]
[뭐, 그렇지. 그게 관주님의 뜻이기도 하고.]
[아, 관주님께서…….]
솔직히 제갈수광이 맡기는 거였으면 살짝 빼는 척하며 장난을 좀 치려고 했었는데, 육남춘이 맡겼다고 하니 순순히 맡을 수밖에 없다. 그는 나를 매우 아껴준 사람이니까.
[길초량도 잠룡관에서 조교 역할을 해본 적이 있으니 너를 돕게 할 생각이다. 뭐, 길초량도 조직력 훈련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잖나.]
[그렇지요.]
[참고로 양 교관과 묘옥련과 단목지는 빙혼대와의 연합 훈련에 참여하게 될 거다. 즉, 관도들을 단련시키는 건 온전히 너와 길초량의 몫이다. 뭐, 너희 둘이라면 알아서 잘하겠지만.]
길초량을 좀 부려 먹어야겠다.
[그래서, 이곳에 남는 관도들은 누구누구입니까.]
[포연월이나 원추엽 등 우리 쪽 애들을 제외하면, 여규상, 고화승, 곡양정, 호연주, 위익희, 맹운표, 안소극, 견수암 그리고 능우희와 양순영이다.]
제갈수광도 양순영이 민화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최소한 제갈수광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듯해서 내가 얘기해줬었다.
어쨌거나 남는 관도들의 면면은 상당히 괜찮다.
대부분 귀양지부로 이동할 당시 나와 같은 십 조에 속했던 관도들이다. 같은 조가 아니었던 관도는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은 민화영이다.
나머지 두 명 중에서 고화승은 을반 오 년 차 남관도로, 광동의 중소 문파인 화평문 출신이다. 도법을 익혔고 경공술도 준수하다. 화평문이 있는 화평현의 위치는 광동의 북부 산지로, 해안가에서 매우 멀다. 강서의 남부와 인접해 있다.
위익희는 을반 사 년 차 여관도로, 절강의 구룡산에 있는 구룡무문 출신이다. 구룡무문도 중소 문파다. 검법을 익혔으며, 특강을 진행하면서 보니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화승과 위익희 둘 다 중소 문파 출신임에도 실력이 상당해서, 나 또한 흥미롭게 지켜보던 차였다. 이번 기회에 녀석들에 대해서도 더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갈수광이 전음을 보내왔다.
[관도들은 실전 경험이 아직 부족하니, 좀 더 혹독하게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전장에서 생존한 확률은 올라갈 테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물론 훈련을 시킨다고 해도 전장에 갈 때 다 데려가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훈련만 잘돼 있으면 어디에서든 제 역할을 할 수 있겠지.]
[예.]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도 그를 따라갔다.
본채로 돌아와서 서재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열려 있는 문 안으로 권진란이 들어섰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공자님?”
“괜찮소. 앉으시오.”
내가 대꾸하며 자리를 권하자 권진란이 문을 닫더니 탁자의 맞은편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식구가 많이 늘었더군요. 빙궁 사람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빙궁 사람들은 백도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공자님만큼은 매우 신뢰하나 봅니다.”
“그분들이 나를 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오.”
“빙궁 사람들의 합류로 이곳의 전력이 한층 더 강화되기도 했으니 잘된 일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여준 후에 물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시오?”
그러자 권진란이 주머니를 뒤지더니 뭔가를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내 앞으로 밀었다.
조막만 한 목갑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게 뭐요?”
“선물입니다.”
“갑자기 웬 선물?”
[저는 율법에 따라 용마검의 곁을 지키며, 용마검의 주인에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 협력의 일환입니다.]
용마검에 관련된 사항이 혹시라도 새어 나갈 일이 없게끔 전음으로 말한 듯하다.
[그래서, 이게 뭐요?]
[마선단이라는 영약입니다. 마천의 제조법으로 비밀리에 만들고, 마천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고, 나누어 복용합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 있으니 중원 쪽 전장의 금고에도 소량을 보관해 놓는데, 송풍장으로 오는 길에 들러서 찾아온 겁니다.]
갑자기 영약을 받게 될 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럽다.
내가 가만히 권진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의심스러우시면 독성분이 있는지 검사한 후에 드십시오.]
[그럴 생각이기는 하오.]
내가 대꾸하자 권진란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말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십오 년 이상의 공력은 확보되는 약입니다. 공자님의 경지에서는 더 많이 확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십오 년 이상의 공력이면 매우 귀한 영약인데, 이런 걸 선뜻 줘도 되오? 이전의 주인들도 이런 지원을 받은 것이오?]
[기록에 의하면 용마검의 주인이 합당한 자격을 갖췄을 경우, 마천에서도 어떻게든 지원하려 했습니다. 다만 주인의 역량에 따라서 지원의 차이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선단이라는 이 약을 지원한 경우는?]
[적어도 기록으로 접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만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모양이구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마선단을 지원한 데에는 저희의 바람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권진란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지금의 천마신교는 광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저러한 광기는 정상적인 마도가 아닙니다. 저희가 저 광기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만한 힘은 없습니다. 결국 백도가 그 광기와 맞서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공자님이 또다시 큰 역할을 하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에 그녀를 향해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이걸 복용하고 더 강해져서 천마신교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수록 귀하들에게도 이득이겠지. 귀하들이 천마신교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가능성이 생길 테니 말이오.]
[마천이 다시 마도의 주류가 되면 저희는 당연히 좋겠지요. 그러나 마도가 정상적으로 나아가고만 있다면 저희는 주류가 아니어도 딱히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 당장 전대 교주님 시절만 해도 마도는 힘을 키워가며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저희도 아무런 불만 없이 교주님께 충성했었습니다.]
갑자기 사부님 얘기가 나와서 내심으로 놀랐다.
그 와중에도 사부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들으니 권진란을 다시 보게 된다. 사실 긍정적인 평가라고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해야 옳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마인들과 싸우고 온 백도의 후기지수 앞에서 저런 얘기로 거짓말을 할 이유도 딱히 없다.
마침 얘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생겼다.
[전대 교주라……. 대단한 무인이었다는 사실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교주로서는 어땠으며 인간적으로는 어땠소? 귀하는 혈영대 소속이었으니 잘 알 것 아니오.]
그러자 권진란이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대꾸했다.
[백도인인 공자님 앞에서 이렇게 말씀드리기가 좀 눈치 보입니다만…….]
[편하게 말씀해보시오. 귀하가 마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임을 감안하고 들을 테니.]
[전대 교주님은 위대한 지도자셨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분이셨습니다. 만약 우리 마천 쪽에서 다시 천마가 배출된다고 해도, 그런 역량을 갖춘 천마가 배출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호오.]
사부님에 대한 평가를 듣고 나니 더 호감이 생긴다.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서무욱이라는 자는 어지간히도 쓰레기 같은 작자였던 모양이구려. 그런 천마를, 가뜩이나 스승을 시해하다니.]
권진란은 내 말에 곧장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녀가 이윽고 전음을 보내왔다.
[외부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공자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전 교주님을 잘 따랐고, 사형제들에게도 잘했던 사람입니다. 본인이 일반 마인 출신이어서인지, 손아랫사람이라 해도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평소 행실이 그러했습니다.]
내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의 기대가 생겨서 떠봤는데, 정말로 내가 기대했던 대답이 나올 줄이야.
권진란의 전음이 이어졌다.
[얘기가 나온 김에 마무리하자면, 아무리 곱씹어봐도 오공자가 전 교주님을 시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마천 식구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