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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14화 (14/603)

14화

감독이 그림을 바꾸려 한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건 회사 측이었고, 유미의 곡을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다.

당연히 회사와 유미의 의견이 뮤직비디오에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것은 감독.

회사가 원하는 것과, 유미가 원하는 것을 감독에게 충분히 이해를 시키고 감독은 초안을 회사 측에 보였다.

몇 번의 수정요청과 수정 끝에 탄생한 지금의 씬들인데.

감독이 그 연출을 바꾸고 싶어하고 있었다.

“음… 감독님, 잠시만요.”

박중원이 곧바로 반응했다.

조성현은 지금 이 자리에 박중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에서 씬을 하나 추가하기만 해도 돈이 상당하다.

팀장급이 결정 내릴 수 있겠지만, 그 밑은 결정하기 애매했다.

“아역이 필요하시단 말씀이시죠?”

“예, 뭐. 그렇죠. 간단한 촬영이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야 뮤비가 완성도 있게 나오면 너무 좋지만, 사실… 세팅 다시 하고 진행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습니까. 쉽게 결정하긴 힘든 사항인 것 같습니다.”

박중원이 최대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정중하게 설명했고, 감독도 그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본 박중원은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게 미리 협의가 되었고 저희가 준비된 상황이었으면 그냥 진행되었을 텐데 지금 와서 촬영을 하루 더 늘리고, 아역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면 저희로서도 조금 힘들긴 합니다.”

최소 수백만 원이 더 깨지는 일이었다.

그냥 오늘 준비를 하고 진행했다면 수십 정도의 추가금만 주고 끝날 일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나온 이야기라서 아역배우를 구해 다시 촬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날을 따로 잡아야 하고, 세팅부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감독이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욕심이 많이 나긴 하는데, 일단 마침 아역 배우가 와있다고 하니까, 그림만 좀 봐보고 같이 논의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감독이 한발 물러났다.

박중원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냥 추가로 촬영 날을 잡는 것을 확정 지어 두고 진행을 했을 것이다.

“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저랑 조 매니저가 가서 라온씨에게 말하고 준비시키겠습니다.”

박중원이 밝게 말했다.

* * *

방금까지 감독에게 밝게 말한 박중원이었지만, 몸을 돌려 조성현과 함께 걸음을 옮길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하… 촬영 막바지에 이게 무슨 일이냐. 차라리 아침에 말했으면 급하게라도 준비해 볼 텐데.”

“그러게요. 오늘 다 지났는데.”

“자기애가 강하고 즉흥적인 감독이라고는 들었는데 진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저희도 완성도 높게 나오면 좋잖아요.”

“좋지. 근데 초반에 올린 예산안에서 수백만 원 초과해서 보고서 올리면 까이는 건 누구냐.”

“팀장님이죠.”

“그러니까 그렇지.”

박중원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조성현의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박중원이 조성현에게로 책임을 넘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 감독하고 일낼 순 없으니까… 방금 말한 것처럼 그림 좀 보고, 애매하다 싶으면 최대한 말려 봐야지.”

“네.”

“어휴, 나도 촬영 끝까지 여기 있어야겠네.”

박중원이 그렇게 말을 하며, 라온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미와 채윤이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

채윤이만 안 보이면 덜컹하고 가슴이 내려앉았을 텐데, 일단 유미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유미와 어딜 간 모양이었다.

“라온아.”

“네, 팀장님.”

“너 오늘 일하러 온 건 아닌데, 여기 감독님이… 그림 좀 보고 싶다고 하셔서. 혹시 일 조금 해도 될까?”

“헉! 저도 촬영하나요?”

라온이 입을 벌리며 놀란다.

그는 복합적인 이유로 오늘 촬영장에 오고 싶어 했고, 당연히 그 이유 중에는 ‘관계자들에게 좋게 보이고’, ‘간접적으로나마 일에 대한 경험도 늘리고 싶다.’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근데, 직접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라온에게는 놀라우면서도 기쁜 일이었다.

“아직 모르는데, 일단 그림 좀 본다고 해서… 카메라 테스트는 할 것 같아.”

“저는 좋아요.”

“그럼 어머님껜 내가 전화 드릴게.”

박중원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위해 자리를 옮겼고, 조성현은 라온과 함께 남았다.

“라온씨.”

“네, 매니저님.”

“혹시 유미씨 어디에 갔는지 알아요?”

“저도 잘… 와보니까 없더라고요.”

라온의 대답을 듣는데, 저 멀리서 유미와 채윤이 함께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유미가 채윤에게 손을 뻗지만, 채윤이 고개를 흔든다.

그러던 아이는 이내 조성현을 발견하고는 뛰려 했다.

하지만 채윤이는 금방 조성현이 촬영장에서는 뛰면 안 된다는 당부를 기억했는지 멈칫거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보고, 조성현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저희 화장실 다녀왔어요.”

“감사해요. 유미씨.”

“감사하면 약속 꼭 지키기.”

“제가 팀장님 들이받아서라도 약속 지킬게요.”

유미의 말에, 조성현이 장난스럽게 답했다.

그녀와 지난번에 했던 약속, 카페에 가서 달달한 커피와 케이크를 사주겠다고 했던 것은 어차피 지켜야 할 일이었다.

박중원에게 말을 하면 어차피 딱히 말리지도 않을 것이다.

“라온씨, 여기는 채윤이에요. 이제 7살이네요.”

“아, 그럼 제가 선배예요?”

“어…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조성현은 라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요즘 애들도 선후배를 그렇게 따지나?

유치원에서 형 누나 같은 걸 애들끼리 조금 따지는 것 같긴 하던데… 잘 모르겠다.

“안녕!”

라온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채윤에게 인사했다.

“…응.”

채윤은 힐끗 조성현을 보았다가 이내 라온의 인사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리고 라온은 그런 채윤의 모습에 헉하고 소리냈다.

그는 뭐가 그리 심각한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채윤에게 조언해준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선배님들한테 그러면 안 돼. 엄마가 촬영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선배님들한테는 인사 엄청 잘해야 한다고 했거든.”

“선배님들?”

“응. 다른 선배님들은 어리다고 안 봐줘. 나도 저번에 13살 선배님한테 누나라고 불렀다고 다른 선배님들께 혼났거든.”

“에에…?”

채윤이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런 거로 혼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조성현도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자신이 선배냐고 물어봤나 보다.

“라온씨.”

“헉. 저는 괜찮아요. 채윤이 혼내지 말아 주세요.”

조성현이 자신을 부르자, 라온은 자신 때문에 채윤이에게 뭐라고 하려나 보다 라고 생각했던 건지,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것을 보며 조성현은 기분이 미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어린애들이 선배 후배를 따지면서 혼나는 걸 걱정해야 한다니.

“야, 너 웃긴다.”

옆에서 유미가 웃음을 못 참겠던지,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라온이 눈을 깜빡거리며 조성현과 유미를 돌아본다.

“채윤이는 아역 배우도 아니고, 연습생도 아니에요.”

“헐. 아니에요?”

당연히 아역배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라온은 그런 게 아니라는 말에 놀라서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채윤이 있었다.

잠시 채윤을 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어, 미안해. 나는 당연히 네가 키즈 모델이나, 배우 쪽 준비하는 줄 알았어. 너무, 어…예뻐서….”

“어머? 얘 봐라. 말도 잘하네.”

유미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감탄했다.

그녀는 툭 하고 조성현의 팔을 쳤다.

“오빠, 어떻게 생각해요?”

“뭘요?”

“채윤이, 제가 봐도 배우 안 하기는 아깝긴 한데.”

유미의 말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글쎄요. 채윤이가 원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유미가 채윤을 바라본다.

“우리 채윤이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채윤이는 인어공주 될 거예요!”

망설임 없이, 채윤이 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온 것인지 유미는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인어공주 되면 언니한테도 보여줘야 해요. 알았지?”

“네에!”

채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유미와는 다행히 잘 이야기도 하니 다행이었다.

“라온씨! 스텐바이 할게요.”

정식 촬영은 아니지만, 일단 모니터로 어떻게 보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준비했다.

그 사이 박중원은 상황 설명을 다 한 것인지, 밝은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자, 라온아. 그럼 준비하자.”

“네.”

박중원의 말에 라온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이제 12살이지만, 라온은 나름 경험 있는 아역배우였다.

최근에 안정적으로 인지도를 넓히면서 아역 배우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는 실력 있는 아이였다.

마냥 어리기만 한 아이는 아니라는 뜻.

라온이는 익숙하게 준비했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참…우리 감독님도 욕심 많으셔.”

조성현과 채윤, 유미가 나란히 서서 라온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

유미가 중얼거렸다.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조성현은 힐끗 유미를 보았다.

“유미씨도 욕심, 많은 편 아니에요?”

“아, 들켰어요?”

욕심이 많은 건 나쁜 게 아니다.

그걸 나쁘게 드러내면 나쁜 거고, 좋게 드러내면 좋은 거다.

“라온씨! 음악 시작되면 피아노 치는 연기 부탁할게요!”

스텝 중 한 명이 외쳤고.

곧 음악이 시작되었다.

유미의 타이틀곡.

라온이는 피아노 건반을 부드럽게 누르는 연기를 했다.

“그림은 나쁘지 않네요.”

박중원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조성현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박중원이 곧바로 답했다.

“응. 확실히 감독이 잘 보긴 했어. 저 상태로 카메라 이동해서 유미씨가 피아노 치는 거로.”

“거기에 마지막도 유미씨가 피아노 치다가 어린아이 모습으로 바뀌면서 끝. 의미도 확실하고, 영상미로도 좋아요.”

“일단… 전화 해봐야지. 라온이가 괜찮다면야 내 선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애매하니까.”

박중원이 말한다.

그는 거기까지 말했다가, 이내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근데 보니까, 라온이로는 안 되겠네.”

감독이 컷 하고 외치고는 라온의 연기를 멈췄다.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

조성현이나 박중원이 느낀 것을 그 또한 느꼈으리라.

“가발 씌운다고 해도 피아노 자체를 못 치는 게 티 나니까요.”

“응. 피아노 잘 치는 아역배우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애들 피아노 잘 치잖아요. 알아봐야죠.”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툭툭.

채윤이 조성현의 다리를 건드렸다.

아이의 행동에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 멀뚱멀뚱 조성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채윤이 피아노 칠 수 있는데!”

갑작스러운 채윤의 행동에 조성현이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밝은 얼굴로 채윤을 바라보고 있는 감독을 말이다.

‘아….’

이거, 아무래도….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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