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딸은 음악천재-133화 (133/603)

133화

“언니.”

“응?”

서예나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슬쩍 입을 열었다.

부쩍 추워진 요즘이었기에, 평소라면 나가서 율무차를 뽑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지금은 그냥 건물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이었다.

함께 창밖을 바라보던 우경수 팀장이 고개를 돌려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서예나는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이번 앨범 성공한 거지?”

“…대성공이지. 지금까지 앨범 낸 것 중에서 초반 반응 이렇게 좋았던 거 없잖아.”

“없지. 댓글도 그렇고, 인터넷 반응도 그렇고… 엄청 좋잖아. 지난 앨범들에서는 안 보이던 반응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근데 또 뭐가 부족해?”

우경수 팀장이 서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서예나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부족한 건 아니고. 조금… 걱정되는 건 있네.”

“무슨 걱정?”

“나 이번 앨범, 성공할 것 같으면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속으로 엄청 불안해했거든.”

“이번에 좀 티 많이 나긴 하더라. 많이 심하게 불안해하는 것 같긴 했어. 나도 컨셉 바꿔서 불안해 죽겠는데, 너는 또 어땠겠냐. 진짜 너 나랑 술 마실 때 망하면 어쩌지 하는 말만 수십 번 한 거 알지?”

“에이, 뭘 또 수십 번까지야.”

“백번 넘을 것 같은데 수십 번으로 줄여 말해준 거야.”

우경수 팀장의 말에 서예나가 그럴 리 없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그녀의 그 행동에 우경수 팀장은 어어? 하면서 부정하지 말라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날 이후로, 나 꽤 편해지지 않았어?”

“좀? 술 마셔서 스트레스 풀렸나 싶었었지.”

“우리 술 마신 날 다음 날에, 내가 그 사람한테 전화 걸었었거든.”

“…조성현씨?”

“응.”

“뭐, 전화는 받아? 지난번에는 안 받았다면서.”

“이번에는 받더라.”

서예나가 픽 웃으며 말한다.

우경수 팀장은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서예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때 진짜,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번 앨범 성공할 거니까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는데… 그때부터 뭔가 진짜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

“언니도 그거 알지. 상대방이 너무 확신하고 있으면, 내가 의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행동처럼 느껴지는 거.”

“뭔지 알 것 같긴 한데….”

“그 사람이 뭐라고 내가 그 사람 말에 불안감이 사라지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그 말 듣는 순간 마음 편해져서 너무 놀랐어.”

“오늘 밥 먹으면서도 이야기했잖아. 프로듀서로서 확신을 가지고 앨범 진행한 거라고.”

“응. 프로듀서로서 확신을 가지고. 그게 중요한 거지.”

서예나가 말을 한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우경수 팀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서예나는 분명 지금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있었다.

그게 뭔지, 우경수 팀장은 예상이 될 것만 같았다.

우경수 팀장도 계속해서 생각해 왔던 부분이니까.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는 그 사람이었잖아. 나는 컨셉 변화에 완벽하게 성공했고, 이대로 밀고만 가도 분명 중간은 하게 될 거야.”

“그렇겠지.”

“근데, 프로듀서가 다른 사람이면, 과연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아티스트 서예나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다음 앨범에도 그 사람을 프로듀서로 앉혀서 진행하자. 괜찮잖아. 이미 한 번 호흡도 맞춰봤겠다.”

결국, 서예나가 말했다.

우경수가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그녀가 꺼낸 것이다.

조성현을, 다음 앨범에서도 프로듀서로 앉히는 것.

그는 유능한 사람이었고, 매니저로서도, 또 프로듀서로서도 분명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드러내 보인 사람이었다.

애매한 위치에서,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자신의 할 일들을 해내고 프로듀서의 능력까지 인정을 받았다.

다음 앨범부터는 애매한 위치가 아니라, 확실한 프로듀서로서의 위치에서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우경수 팀장은 이번 앨범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조성현이 잘한 덕분에 앨범이 성공한 건 아니다.

서예나이기 때문에 앨범은 성공할 수 있었던 거고.

곡이 좋았던 덕분도 있다.

온전히 조성현의 능력 덕분에 앨범이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뜻.

‘근데, 조성현씨의 프로듀싱이 없었다면 기한은 못 맞췄겠지.’

그리고 서예나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앨범을 낼 수는 없었을 거다.

다른 사람이 했었더라면 기한은 두 배는 더 걸렸을 거고, 서예나의 컨디션도 상당히 하락해 있었겠지.

조성현은 매니저를 해봤던 경력 덕분인지, 여러모로 서예나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았다.

아티스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앨범을 준비한다.

거기에 멘탈 케어까지 실시간으로 들어가니 아티스트가 지치기는커녕 점점 더 재미있게 앨범 작업을 할 수 있는 거다.

조성현은, 확실히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 측에서 계속 조성현씨한테 은근슬쩍 찔러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

“찔러본다고?”

“응. 가수 1팀 장현아라고, 혹시 알아?”

“…모르지.”

“그 왜, 유미씨 담당.”

“아, 그 사람. 그 사람이 왜?”

서예나는 장현아가 누군지 그제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얼른 말해보라는 듯 우경수 팀장에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우경수 팀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1팀장한테 들으니까 장현아씨가 조성현씨한테 프로듀서 제안 해봤다던데.”

“근데?”

“까였데.”

“쓰읍….”

서예나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그녀는 이내 우경수 팀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툭툭 두드려주었다.

“언니.”

“응?”

“그냥 팀원하고, 팀장하고는 다르잖아. 나는 언니 믿어.”

“…….”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 팀장이 묘한 얼굴로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하게, 서예나가 웃었다.

“일단 나도 한 번 말해볼게. 이번에 했던 것처럼 다음 앨범도 같이 할 생각 있냐고.”

“고마워.”

“근데 솔직히, 그 사람이 수락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진짜 딸 밖에 생각 안 해서.”

우경수가 말했다.

* * *

서예나와 우경수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각.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집에서 쉬고 있었다.

정확히는, 소파에 앉아 채윤이의 연주를 들으며 오늘 공개된 서예나의 곡에 대한 것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고, 그건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야, 서예나 이번 앨범 들어본 사람?

이번 거 진짜 미쳤음.

감정 완전 제대로 잡았고, 컨셉 바꿔서 망할 것 같다고 예상했던 놈들 다 나와서 꿇어야 할 정도.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서 서예나가 그냥 단순 아이돌을 넘어서,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되었다고 생각함.

이건 진짜 예술가 서예나가, 인간 서예나가 어떤지 드러내 보이는 곡이야.]

-솔져147: 서예나가 한 단계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이기는 함. 지금까지 이렇게 깊은 감정 다루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런가. 진짜 뭔가 레벨업 한 것 같아.

-주말이오기: 서예나 앨범 망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 듣자마자 바로 Pan 엔터테인먼트 있는 쪽으로 허리 숙여서 사과했다. 이거 냈는데 망하면 진짜 억울한 거다.

-손잘씻고다녀요: 앨범 자체의 완성도가 미쳤음. 작곡가랑 프로듀서가 신인이던데, 어떻게 이런 완성도를 만들었는지 너무 미스테리.

-지금은다섯시: 앨범 컨셉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팬으로서 이렇게 솔직하게 다가와 줘서 너무 고맙다. ㅠㅠ

[내가 봤을 때 진짜 서예나 인생이 레전드다.

뭔가 당차고, 센 언니 느낌으로 계속 밀고 나갔는데.

결국 진짜 대박은 그 컨셉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을 때 터진 거임.

이번 앨범에 뭐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야.

프로듀서가 엄청 유명한 프로듀서냐?

그것도 아님.

프로듀서도 그냥 생 신인이고.

심지어 작곡가도 신인이야.

엄청 대단한 가수의 피쳐링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님.

이번 앨범에 담겨 있는 건 딱 ‘서예나’ 그거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를 제대로 보여주었을 때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서예나는 이번에 제대로 안 거지.

이건 솔직히 프로듀서가 잘했다고 봄.

지금껏 밀고 오던 앨범 컨셉을 정반대로 뒤집어서 서예나라는 인간의 내면이 어떤지 솔직히 드러내자고 한 건 프로듀서일 테니까.

프로듀서의 일 적인 능력을 다 빼고 보더라도 서예나가 전에 있던 컨셉을 버리고 나올 수 있게 한 걸로도 할 일 다 한 거다.]

-빈디존: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덕분이라기보단 서예나가 캐리한 거지. 서예나 아니었으면 앨범 성공 못 했음.

-바리게이트: 윗댓 ㅋㅋㅋ 작성자는 지금 뭐 누구여서 성공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고 프로듀서가 서예나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게 만들었고, 서예나는 판이 깔리니까 제대로 드러내 줬다. 이런 말을 하는 거잖아.

-인생한방: 서예나 원래 그냥 괜찮네 싶었는데, 이번에 노래 한 번 듣고 나서 그대로 팬 하기로 함. 감정선 미쳤어.

다들, 호평이었다.

조성현은 그 와중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칭찬도 있었고, 서예나였으니까 성공한 거라고 말하며 조성현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조성현은, 자신이 할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댓글에 쓰인 것처럼, 서예나가 아니었다면 이번 앨범은 힘들었을 거다.

그럼 뭐, 서예나가 조성현이 없이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성공했겠지, 하지만 지금 앨범만큼의 반응을 얻기에는 힘들었을 거다.

‘그리고, 내가 한 건 사실… 채윤이의 말대로 한 것밖에 없지.’

앨범의 컨셉 자체가, 채윤이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이가 조성현보고 서예나를 도와달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은 즉 서예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그것을 바탕으로 앨범 컨셉을 짜기 시작했고, 서예나와 완벽히 맞아떨어져서 나올 수 있는 앨범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조성현은 고민했다.

자신이 프로듀서로서 프로듀싱을 한 앨범이 성공한 지금.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냥 채윤이에게만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돈을 벌긴 해야 하니 프로듀서로서 전향을 해야 할까?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나중에 다시 매니저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작곡가가 될 수도 있겠지.’

그래, 어쩌면.

그럴 수도 있는 거다.

아직 조성현이 마음에 있는 짐이 사라지지 않아 바로 작곡하긴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할 수도 있다.

조성현이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하는데.

“아빠!”

“어?”

“같이 연주해요!”

채윤이가 말을 걸었다.

아이가 요청한다, 함께 연주하자고.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아이를 보니, 복잡했던 머리가 말끔히 정리된다.

프로듀서가 되던, 매니저가 되던, 아니면 정말로 작곡가가 되던.

어떤 걸 선택하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는, 채윤이의 아빠다.

그거 하나면 충분하지 않은가.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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