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캠핑장을 가는 길.
모두가 들뜬 모습이었다.
조성현이나 채윤이는 처음 가는 캠핑이었으니 당연했고, 영준이네도 비슷했다.
이미 몇 번씩이나 다녀온 캠핑이지만, 그 설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너는 캠핑 몇 번 가봤어?”
채윤이가 영준이를 향해 묻는다.
영준이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세 번.”
“헤에… 그러면 다 잘하겠네.”
“당연하지.”
채윤이의 말에 영준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을 했다.
뭘 다 잘하겠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거리고 본 것.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와 유영준을 보면서 피식 미소를 흘렸다.
조수석에 앉은 정미원도 거울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보였다.
“성현씨는 캠핑 경험이 얼마나 되세요?”
“저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하. 다행이네요. 원래 저희가 진짜 캠핑하러 가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는 너무 힘드니까 글램핑을 가자고 했거든요. 일반 캠핑보다는 글램핑이 훨씬 쉬워요.”
“네.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또 텐트도 아니고 카라반에서 자는 거니까 더 편할 것 같아요.”
그냥 캠핑가면 텐트를 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말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카라반이 준비되어 있고, 말 그대로 옷 몇 벌에 세면도구 정도만 챙겨 가도 되는 글램핑이다.
불편하진 않을 거다.
정미원이 싱긋 웃음을 보이고, 운전하던 유재균이 입을 연다.
“채윤이는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앞으로요?”
유재균의 질문에 조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했냐는 질문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콩쿨이나… 학교나. 전체적으로요.”
“아, 콩쿨은 일단 아직 새로운 콩쿨 나가려고 준비 중이거나 그렇진 않아요. 애초에 어떤 콩쿨이 있는지 모르는 것도 있고, 방학이니까 아이랑 둘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요.”
“하긴, 방학인데 콩쿨 준비하는 것도 웃기죠.”
“대신 제가 이번에 일을 하나 맡을 것 같은데… 그거 같이 한번 하려고요.”
“무슨 일인데 채윤이랑 같이해요?”
“앨범 프로듀싱을 하는 건데, 채윤이가 옆에서 지켜보는 게 방해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아, 매니저 일이 아니고 프로듀싱을 하시는 거예요?”
“네.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유재균이나 정미원이나 둘 다 조성현이 매니저로서 일을 하는 건 알고 있었어도 프로듀싱을 하는 건 몰랐다.
당연히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정미원이 거울을 통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싱도 해보셨어요?”
“네, 이번에 서예나씨 앨범 프로듀싱 해봤는데 재미있어서 다른 아티스트 프로듀싱도 계속해볼까 생각 중이었어요.”
“어머. 서예나 이번 앨범 프로듀싱을 성현씨가 했다고요?”
“막 전문적으로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하게 됐네요.”
“대단하시네요.”
정미원이 입을 가리며 중얼거린다.
서예나는 원래부터 인지도 있는 가수였고, 특히 정미원은 서예나의 싸인을 부탁할 정도였다.
근데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가 조성현이라니.
유재균도 놀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바이올린을 너무 잘한다 했어요. 애초에 음악적으로 감각이 있었구나.”
“하하….”
유재균의 말에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음악적으로 완전히 감각이 없다고 말하진 못한다.
조성현도 작곡가로서 일단 음악적 감각은 확실히 있으니까.
근데 그게 바이올린에 도움이 됐는지는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악보 읽는 건 도움 된 것 같긴 한데.
그는 속으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여전히 영준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캠핑장에 가면 뭐 하고 놀지 열심히 토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조성현은 손을 뻗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지 조성현 쪽으로 몸을 살짝 움직여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댄다.
“방학 동안 채윤이도 그렇고, 성현씨도 그렇고. 바쁘겠네요.”
“그럴 것 같아요. 학교도 알아봐야 하니까요.”
“아, 그러네. 학교는 진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영준이랑 같은 학교 가면 참 좋을 텐데.”
“영준이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그냥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가나요?”
“음… 저희도 고민 중이에요. 그냥 배정 나온 곳으로 갈지, 아니면 사립을 보낼지.”
“사립이요?”
“교육이 뭐라고. 요즘은 다들 유치원 때부터 영재교육 시켜야 한다 말이 많잖아요.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닌데… 초등학교는 6년 동안 다니게 될 텐데, 중요하니까요. 영준이가 그림을 좀 그리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요.”
조성현은 힐끗 영준이를 바라보았지만, 영준이는 정미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건지 채윤이랑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영준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조성현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그는 다시 정미원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조성현도 채윤이의 학교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지 않았던가.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립학교 가면 뭐가 좀 많이 다를까요?”
“다르긴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대한 예술사립학교라고, 예술 쪽으로 여러모로 유명한 곳이 있어서 거기를 보낼까 싶어요. 학비는 비싸도 확실히 애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서요.”
정미원의 말에 조성현이 눈을 반짝거렸다.
대한 예술사립학교.
조성현도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긴 하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 과정도 있는데, 이쪽 출신 아티스트들이 연예계에도 상당히 있는 편이었다.
특히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같은 경우에는 중학생 때부터 캐스팅이 되어 연습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뽑을 때 대한 예술사립중학교 학생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입학도 힘들고, 학비도 비싸서 쉽게 가지는 못하는 곳이지만.
“학비가 많이 비싼가요?”
“저도 좀 알아봤는데, 진짜 비싸긴 하더라고요. 한 달에 150을 잡아야 한다고 하던데, 진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 진짜 엄청 비싸긴 하네요.”
한 달에 150만 원.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거의 월급에 맞먹는 금액 아닌가.
그만큼 좋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찾는 것이겠지만, 일반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는 금액인 것은 확실했다.
학비를 듣고, 조성현은 채윤이도 대한 예술사립초등학교에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그 생각을 다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대한 예술사립학교에 가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학비가 너무 비싸다.
“일반 사립초등학교들이 한 달에 7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 든다고 그러던데, 대한 예술사립학교는 그 두 배니까… 보내면 진짜 좋을 텐데 저희도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정미원이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보내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고민이다.
너무 공감되는 고민이지 않은가.
조성현과 정미원, 그리고 유재균은 채윤이와 영준이의 학교에 대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우와아!”
채윤이가 창밖을 바라보더니 감탄을 한다.
하얀 눈이 쌓여있는 산.
그 속에, 그들이 2박 3일 동안 머무를 장소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도착이다.
* * *
조성현과 채윤이가 캠핑장에 막 도착할 때.
Pan 엔터테인먼트의 옥상에서 서예나와 우경수 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추워, 얼른 말해봐.”
율무차를 하나 들고, 우경수 팀장이 서예나를 향해 말을 한다.
서예나의 손에도 율무차가 한 잔 들려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린 율무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파티 있잖아. 크리스마스 파티.”
“어, JK 쪽에서 했던 거.”
우경수 팀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서예나가 작년부터 가던 파티가 있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장소에서 어떤 인연이 생기느냐에 따라, 연예계 생활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우경수 팀장은 잘 알기에 서예나를 말리고 싶어 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부정적인 변화가 있을 위험도 크니까.
하지만 서예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파티에 참석했고, 그 이후 그녀는 대형 CF 두 개를 찍게 되었다.
서예나는 연예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 아는 인물이었다.
적정히 선을 지키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또한 알고 있고.
올해의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니까 그 사람이 있더라고.”
“그 사람?”
우경수 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서예나가 말하는 ‘그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조성현.
매니저였다가, 최근에 서예나의 앨범을 프로듀싱 했던 사람.
설마 조성현이 그런 파티에 참석했을 것 같진 않고.
누굴까.
“성현씨랑, 채윤이.”
“… 진짜로?”
“응.”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성현이 파티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것도, 채윤이랑 같이.
“아니, 거기 초대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이잖아. 누구 초대를 받은 거야?”
“언니 그… 안소현이라고, 알지?”
“알지. 말 많았잖아. JK….”
말을 하던 우경수 팀장은, 입을 다물며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서예나가 묘한 얼굴로 입을 연다.
“안소현씨랑 친하더라고. 그 사람.”
“뭐야.”
“박한율이라는 애도 있는데, 걔도 채윤이랑 친하고. 콩쿨에 나가서 나란히 상 받았나 봐.”
“와….”
우경수는 작게 감탄했다.
평소에 쉽게 감탄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안소현이라는 이름은 그녀로서도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조성현과 같이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놀라웠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그럼?”
“그 파티에서 채윤이가 피아노를 한 번 쳤단 말이야.”
“응.”
“채윤이가 작곡하고, 성현씨가 그거 다듬고 프로듀싱 작업해준 것 같아.”
“그래?”
우경수는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채윤이가 작곡했다는 게 조금 대단해 보이긴 하지만, 조성현의 능력을 알고 있었으니 그가 대부분 일을 했구나 싶었던 것.
“성현씨가 한 번 들어봐달라고 따로 파일까지 보내줬거든.”
“응, 근데?”
서예나가, 볼을 긁적거린다.
그녀는 우경수를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내가 이 곡이 너무 탐난다.”
“응?”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채윤이가 작곡하고, 성현씨가 프로듀싱한 것 같은 이 곡. 이거 너무 탐난다고. 내 다음 앨범에 수록하고 싶을 정도로.”
서예나가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우경수가 멍한 얼굴로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얘를 어떻게 말리지.’
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