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미래를 안 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었다.
그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능력이었으며, 조성현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로 많은 것이 갈리고, 조성현은 정보의 중요성을 연예계에서 일하며 배워왔으니까.
조성현은 남들보다 10년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성공하고 또 어떤 사람이 어떻게 실패를 하는지.
눈앞에 있는 지찬우와 지소현도 조성현이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결국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좋은 남매 아티스트로서 성장하고 또 성공할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조성현뿐이니까.
조성현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한 마음에 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곡은 어쩌다 쓰게 되신 건가요?”
“어….”
조성현의 질문에 지찬우와 지소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결국 지찬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어머니가 말해주시던 할머니 집에 대해서 듣고 쓴 거예요.”
“예?”
“어… 할머니 집 풍경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지찬우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했고.
조성현은 그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흘렸다.
역시, 이들은 이때도 이랬던 모양이다.
그냥 일상적인 모든 것들을 소재 삼아, 곡을 만드는 이들.
조성현도 물론 일상으로 곡을 만들긴 한다.
하지만 지찬우와 지소현이 그런 것처럼 만드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들과 비슷한 건 오히려….
‘채윤이지.’
이 분야 끝판왕 아니겠는가.
놀러 갔다 와서 바로 놀러 다녀온 내용으로 곡을 만드는 채윤이었으니.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을 하며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 감사해야겠네요. 이런 좋은 곡을 만들 수 있게 됐으니.”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슬쩍 시선을 움직여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성현의 시선을 받고,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전 계약서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잠시간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는 동안 제가 곡 작업하는 거 구경하셔도 돼요.”
“아… 감사합니다. 구경하고 싶어요.”
지찬우와 지소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들이 미래에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가 되건, 지금은 그저 아마추어 작곡가일 뿐이었다.
당연히 앨범 작업을 하는 게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성현은 슬쩍 웃으며 몸을 돌렸다.
장현아가 작업실을 빠져나가고, 채윤은 히히 웃으며 조성현의 무릎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유미씨 보컬 톤에 어울리게 곡을 살짝 수정할 건데. 그러면서 디테일도 조금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성현은 손을 움직이며 설명했다.
지찬우와 지소현에게 지금 조성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는 5분 정도 작업을 하다가 추가로 더 설명하며 곡 작업을 이어나갔다.
조성현이 설명을 할 때마다.
“아… 거기서 그렇게 추가하면 복잡하지 않으면서 사운드를 튀게 만들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럼 여기서 유미씨 보컬이 들어오면서 보컬 자체를 한 차례 더 살릴 수 있겠죠.”
“와….”
지찬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조성현의 수정이 곡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파악해냈고.
그와 함께 지소현은 감탄을 흘렸다.
작곡에 있어서 조금 더 재능 있는 건 지찬우 같아 보였다.
지찬우는 조성현의 행동을 이해하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수정을 했는지도 파악했다.
하지만 지소현은 그것보다는, 곡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보컬로서의 성향이 강하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데.
똑똑.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현아가 계약서를 준비해 온 모양.
“네, 들어오세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방금까지 작업하던 것을 저장했다.
“힉?”
“헐.”
지찬우와 지소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성현은 작업물이 저장된 것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눈을 깜빡거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이 서 있었으니까.
“손님이 계실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네요. 두 개밖에 안 사 왔는데. 어쩌죠?”
서예나가 두 손에 음료 잔을 들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예나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냥 지나가던 길에 들러봤어요. 왜, 못 볼 거 본 사람처럼 그래요?”
그런 얼굴이었나?
조금 당황하긴 했어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을 하며 웃음을 흘렸다.
“설마요. 예나씨는 언제든 환영이죠. 채윤이도 좋아하고요.”
“지금 채윤이는 저보다는 제 손에 들린 걸 더 반가워하는 얼굴인 것 같은데.”
“아닌데!”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을 했다.
그 모습에 서예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을, 서예나는 채윤이와 조성현의 앞에서는 종종 보이고는 했다.
“자. 핫초코. 그쪽 건 그냥 오렌지 뭐 차로 달라고 했어요. 빈속일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점심 식사 전이라, 커피는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조성현은 감사 인사를 하며 서예나가 내미는 음료를 받아 들었다.
“그래서, 이분들은 누구신지 소개 안 해주나?”
“아, 이번에 작업하고 있는 곡의 작곡가분들이세요. 지찬우, 지소현씨. 이쪽은 서예나씨입니다.”
서예나의 말에 조성현은 지찬우와 지소현을 소개했고, 그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네네. 알아요. 서예나. 진짜 대박.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근데, 작곡가분들이면 혹시 내가….”
“아뇨. 그 곡은 다른 곡이요.”
그녀가 무엇을 물으려 하는지 바로 깨달은 조성현은 빠르게 답했다.
아하 하고 소리를 내며, 서예나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녀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지찬우와 지소현을 뒤로 하고, 조성현 쪽을 바라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망설이는 모습.
조성현은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서예나가 지나가다 들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일부러 이쪽으로 온 거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서예나가 조성현을 보러 올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엄마’의 서예나 버전 곡.
“곡 작업은 일단 틀만 잡아 놓고 스탑해둔 상태예요. 아마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서 다시 작업할 것 같습니다.”
“… 그래요. 뭐, 그쪽이 알아서 잘하겠죠. 채윤이도 있고.”
서예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짐짓 크게 관심 없다는 듯, 정말 그냥 지나가다 들린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조성현은 그저 부드럽게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주 안에 1차로 곡 받아볼 수 있으실 겁니다.”
“알았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바쁜데 내가 방해한 것 같네.”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손을 흔들었고, 조성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들어 인사했다.
그녀는 채윤이에게 손을 뻗었고, 채윤이는 히히 웃으며 서예나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부딪쳐 하이 파이브를 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서예나가 물러난다.
지찬우와 지소현은 방금 몰아친 폭풍에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서예나다.
Pan 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
그녀가 프로듀서에게 직접 음료를 사 오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들은 깨달았다.
아, 조성현이라는 이 프로듀서가 그냥 프로듀서는 아니구나.
분명히 능력 있고, 아티스트들에게 신뢰받는 프로듀서구나.
그것을 깨달았고, 그 영향은 곧바로 계약과 이어졌다.
장현아가 계약서를 들고 와 설명하고.
“가지고 가셔서 충분히 고민해 보셔도 좋아요.”
“싸인은 어디에다가 하면 되나요?”
더 고민을 해봐도 좋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지찬우와 지소현은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그렇게 지찬우와 지소현을 돌려보내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우우웅.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는 채윤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박중원에게 걸려온 전화다.
“여보세요?”
-어, 나야.
“지금 내려가?”
-아니, 나는 처리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밥 같이 못 먹을 것 같다고.
“아… 알았어 그럼.”
조성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박중원이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았다.
뭔가 일이 있는 건 분명한데…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조성현은 결국 묻지 않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 * *
결국 식사는 장현아와 조성현, 채윤이 셋이서 함께하게 되었다.
근처 돈까스 집에서 식사했다.
“작곡가님들하고 바로 계약서도 작성했고. 이제 작업에만 집중하면 되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장현아가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이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앨범 음악 작업이야 조성현이 잘하면 되는 거고, 그 외의 부분들은 그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다만 한가지.
“촬영 스케줄은 어떻게 돼요?”
“어차피 저희가 10분짜리 영상 3개에서 4개 정도로 끝낼 생각이라서요.”
“네.”
“아마 선배님이 따로 작업하시는 영상은 기껏해야 1분 정도밖에 안 나갈 거예요. 오늘처럼 따로 촬영하실 일은 없으실 거고….”
장현아는 음료를 마셔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었다.
“유미씨가 녹음하러 오시거나, 선배님이랑 직접 논의 하는 장면 몇 개만 촬영하면 끝이에요. 되도록 2주 안에 마무리하려 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현아씨가 알아서 잘해주시겠죠.”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가볍게 웃는다.
그녀의 웃음을 보며 조성현은 말을 이었다.
“팀장님한테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저도 자세한 건 모르는데, 지난번에 데뷔 조 연습생들한테 연락 왔었다는 것 때문에 최근 여기저기 알아보고 계셨거든요.”
“그래서요? 뭐가 나왔나요?”
조성현도 개인적으로 조금 관심 있는 부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을까.
“뭐가 나온 것 같긴 해요. 팀장님이 어디서 연락을 받더니 바로 나가셔서 잘은 모르는데….”
장현아는 잠시 입을 다물고 힐끗 채윤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행복한 얼굴로 돈까스를 입에 넣고 있는 채윤이를 보고는,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장현아 또한 마주 기울이며 조성현과 거리를 좁힌다.
“그… 나가시기 전에 분명, 욕하시면서 나가셨거든요.”
“욕을 하면서 나갔다고요? 욕을 쉽게 하는 성격은 아닌데.”
조성현이 약간 의아한 얼굴을 하며 중얼거렸다.
박중원은 화를 잘 내는 성격도 아니고, 화가 나도 욕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욕을 하면서 나갔다니.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조성현은, 이어지는 장현아의 말에 박중원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최현준 이 개새끼가… 라고 하시면서 나가셨어요.”
최현준.
그 이름 하나면, 박중원의 욕설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으니까.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