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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224화 (224/603)

224화

“오늘도 열심히 일해볼까.”

최현준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슬쩍 의자에 등을 기댔다.

최근 그는 꽤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리고 있고…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에 진행하고 있던 일들은, 아직 큰 반응은 없지만 그 자체가 이미 Pan 엔터 측에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경력 있는 연습생들도 충분히 확보되었기에, 데뷔 조를 짜봐도 괜찮을 수준이었다.

이대로 데뷔한다면 성공하기야 당연히 힘들겠지만, 파라다이스 엔터가 뒤에 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다르지.

어차피 지금 같이 있는 연습생들은 전부 자신의 발판을 만들어 줄 아이들일 뿐이었다.

그냥 한 단계씩, 조금씩 올라가면 되는 거다.

너무 욕심부리면 탈이 나니까.

최현준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서류를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확보된 연습생들의 리스트.

“중국에서 대충 굴리면 돈은 벌리겠지.”

한국에서 많이 활동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 둔 인맥들을 이용해, 그냥 앨범 하나를 발매하고 음방 몇 번 출연하는 것으로 활동을 끝내면 되는 일.

그 뒤로 중국에 넘어가서 열심히 굴리면 어떻게든 돈은 나올 거다.

파라다이스 엔터의 힘이면 굳이 애쓰지 않고 중국에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중국에서도 그냥 한국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수요는 있다.

그 수요만 잡아도, 대륙의 장점.

인구수를 통해서 수익이 날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최현준은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리스트를 읽어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자본을 물었던 건 행운이었다.

그도 원래라면 파라다이스와 이런 식으로 함께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운 좋게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냥, 한국에서 일하기에는 조금은 불편해졌으니 파라다이스 쪽에 취직이나 해 볼까.

그런 생각으로 접근을 했는데 이렇게 크게 일이 잘 터질 줄은 몰랐다.

파라다이스가 한국 진출을 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자신이 기가 막히게 접근한 것.

“확실히 돈복은 있단 말이야.”

최현준이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쾅.

문이 강하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최현준은 미간을 찡그렸다.

최근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귀찮지만 그냥 막 내칠 수도 없었다.

곡을 쓰는 능력은 확실히 괜찮은 편이었으니까.

거기에, 최현준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를 상대가 대신해주고 있기도 하고.

이빨빠진고양이.

그는 씨익씨익 거리며 최현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또 무슨 일로 성질이 났는지 모르겠다.

최현준은 얼른 말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빨빠진고양이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을 본, 최현준이 눈을 좁혔다.

[‘이빨빠진고양이’ Pan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 다수에게 협박 편지 보내.]

“어쩔 거야.”

이빨빠진고양이가 으르렁거리듯 말하고, 최현준은 쯧 하고 혀를 찼다.

Pan 엔터에서 이렇게까지 강하게 칼을 뽑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인 것 같긴 하다.

최현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지는 뭘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뭘 어째. 형이 한 거잖아.”

“뭐 이 새끼야?”

최현준은, 발뺌하기로 했다.

아니, 애초에 발뺌도 아니다.

실제로 Pan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티스트들에게 편지를 보낸 건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이빨빠진고양이가 먼저 와서 재미있는 제안이 있다며 해온 말이었고, 자신은 그저 조용히 주소만 알려준 것이 끝이었다.

이렇게 Pan 엔터가 강하게 대응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대응해온다고 해도 최현준은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의 뒤에는 파라다이스 엔터가 버티고 있으니까.

“… 형. 정신 차리자.”

최현준은 이빨빠진고양이와 눈을 마주하고는 말했다.

선택이 어렵지는 않았다.

고민이 그리 길지도 않았고.

“잘 생각해봐. 형, 내가 편지 썼어? 아니야. 형이 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냥 말리지 않았을 뿐이야. ”

“뭐?”

“어 뭐, 그래. 굳이 따지면 방관 죄? 그렇게 걸릴 수는 있겠다. 근데 그 정도야 가볍게 빠져나갈 수 있는 거잖아.”

최현준은 이빨빠진고양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아깝긴 하다.

이빨빠진고양이는 꽤 괜찮은 자원이었고, 그가 있었으면 연습생들을 데뷔시키기 훨씬 편했을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빨빠진고양이가 없으면 회사가 안 굴러간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최현준에게는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에게 받은 돈이 있었고, 이 정도 돈이면 괜찮은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빨빠진고양이가 귀찮아지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최현준은 자신의 결정에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다.

“야, 너 제정신이냐?”

“완전 제정신이니까, 내 걱정은 말고. 이제 앞으로 형 걱정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툭툭, 이빨빠진고양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빨빠진고양이 때문에 겪은 일들이 있다 보니, 오히려 이렇게 그를 포기하는 게 훨씬 깔끔한 결과 같기도 했다.

‘Pan 엔터에서 강하게 나온다는 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긴 한데….’

중국 자본만 일단 잘 잡고 있으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파라다이스 엔터는 Pan 엔터테인먼트만큼이나 큰 회사였고, 돈이 많은 회사였으니까.

그쪽과 관계만 잘 유지한다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

* * *

-기사 떴어. 봤어?

“이제 보려고요.”

박중원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빠르게 그가 보낸 링크를 클릭했다.

그곳에는 박중원과 조성현이 어제부터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물이 떠올라 있었다.

[‘이빨빠진고양이’ Pan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 다수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 드러나 화제다.

붉은 펜으로 여러 욕설들을 적어둔 편지는, 명확한 악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 측은, “단순히 어린 안티팬의 치기 어린 행동인 것 같아 아티스트들도 섣불리 행동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도를 넘는 욕설들은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상처를 입혔고, 회사는 계약사항에 따라 아티스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며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또한 Pan 엔터테인먼트는 “회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에 나선 것이었는데, 그 범인이 ‘이빨빠진고양이’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크게 실망했고, 함께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빨빠진고양이’는 매니지먼트 유월에 소속된 전속 작곡가로서….]

기사를 읽은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잘 나왔네요.”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그 정도는 나와야지. 그 기사뿐 아니라 다른 후속 기사들도 이미 열 개 넘게 올라갔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거고.

“아직 최현준 측에서는 반응 없죠?”

-이제야 상황 파악하고 슬슬 움직이려는 것 같더라. 아까 송 기자님한테 전화 왔었는데 최현준이가 연락해서 매니지먼트 유월 측은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고, 전속 계약은 해지했다. 고 기사 내달라고 했다던데?

“하. 발 빠르게 손절 하네요.”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기사가 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이빨빠진고양이를 손절하는 거다.

전혀 망설임 없는 그 행동이 최현준 다우면서도 멍청해 보였다.

그렇게 하나 둘씩 끊다 보면 결국 주변에 남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텐데.

-나도 좀 놀랐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예상대로 흘러갈지는 몰랐는데.

“그러게요.”

최현준이 이빨빠진고양이를 버릴 것이라는 건 이미 조성현과 박중원도 예상하였던 상황이었다.

이미 그것까지 계산해서 계획을 짜고 움직였던 것이니까.

다만 그 속도는 그들의 예상을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나쁠 건 전혀 없다.

“오늘 대표님이 직접 미팅 하신다고 하셨죠?”

-오늘 안에 결론이 날지, 아니면 협상이 좀 장기화가 될지는 모르겠네. 우리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결론 나는 게 제일 좋긴 한데.

파라다이스는 이미 Pan 엔터와 미팅하면서 최현준이라는 사람을 버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현준이 이빨빠진고양이를 이렇게도 빨리 손절한 이유 중 하나가 파라다이스라는 안전띠 때문이겠지만….

그의 착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다.

“잘됐네요.”

-끝이지 뭐.

“아니, 이제 시작이죠.”

조성현은 최현준을 그냥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난번에도 그냥 보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귀찮게 굴지 않았나.

이걸로 끝을 낼 수는 없다.

-뭐 어쩌려고?

“일단 파라다이스 측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그때 다시 한번 움직이려고요.”

최현준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파라다이스라는 방패가 사라지는 순간.

그를 공격할 수단은 너무나도 많았다.

빠르게 회사를 키우고, 파라다이스에게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상당한 허점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최현준이다.

조성현은 그런 최현준의 약점을 골라서 찌르면 되는 일이었다.

“일단 시작은… 사기 계약부터 하죠.”

-사기 계약? 연습생들 빼 와서 계약시킨 거?

“연습생들 계약도 계약인데, 임팩트를 좀 더 있게 하려면… 작곡가들 계약서부터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갑자기?

“이빨빠진고양이 입장에서도 화가 날 상황이잖아요. 그쪽에서 직접 움직일 수 없을 테니, 계약서만 제공해주면 최현준한테 복수 대신해주겠다고 하면 될 것 같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이빨빠진고양이가 복수할 대상은 우리긴 하거든.

“이빨빠진고양이랑 최현준이 썼던 계약서가 사기 계약서라는 게 밝혀지면 또 모르죠.”

조성현이 말했다.

그가 이미 한 번 당해 봤기에,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 수 있는 것.

작곡가로서의 계약서.

조성현은, 최현준이 이빨빠진고양이를 상대로도 무조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 확신했다.

정말 사이가 두텁고 그랬었더라면 방금 전처럼 빠르게 손절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적당히 유지하고 있던 관계라면, 최현준은 무조건 계약서에 장난질을 쳐놨을 거다.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

나중에 이빨빠진고양이를 찾아가서 복수라도 대신해주겠다고 살살 꼬드기면 될 일이다.

-… 일석이조인 건가?

“굳이 따지면… 대표님 말씀처럼, 확실하게 처리하는 거라고 해두죠. 뭐.”

조성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하게, 다시는 그들의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그는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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