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딸은 음악천재-240화 (240/603)

240화

채윤이의 생일 다음 날.

유미의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의 3화가 올라왔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올라오는 시간에 맞춰서 함께 영상을 보았다.

다른 영상이면 몰라도, 이번 화에는 조성현의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모니터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영상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유미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드디어 녹음이 있는 날이에요. 진짜 너무 기대되고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네요.

유미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렇게 밝은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녀가 왜 어두워 보였는지 알 수 있기에, 조성현은 씁 하고 숨을 들이켰다.

아마 그들만 유미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를 아는 건 아닐 것이다.

이미 유미의 팬들 사이에서도 ‘편지 사건’은 꽤나 떠들썩했었으니까.

시기를 따져보고, 이미 편지 사건이 녹음과 겹쳐 있었다는 걸 짐작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편집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을지는 한 번 지켜봐야겠지만, 아마 편집 방향도 유미의 상태를 굳이 숨기지는 않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음… 유미씨, 다시 한번 해볼게요.

조성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약간 걱정하는 듯한 말투.

아니, 사실 그냥 딱딱한 말투였는데, 편집이 약간 그런 식으로 된 거다.

결국 영상 속의 유미는 다시 녹음을 시작했다.

그녀가 애써 녹음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비치고.

결국에는 서예나와 함께 나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서로 사이가 나쁘거나 하는 식으로 나간 건 아니었다.

Pan 엔터도 멍청하지 않았다.

아티스트끼리 불화설이 나온다면 둘 모두에게 타격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편집 자체는 서로 친한 사이인 아티스트끼리 긴밀한 이야기를 하러 나간다는 듯한 느낌으로 편집이 되어 있다.

‘편집을 많이 안 한 듯한 느낌으로 편집한 게 대단한 거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미튜브 영상은 기본적으로 방송 편집과는 많이 달라야 한다.

조금 더 생동감 있게, 완전 라이브와는 또 다르게.

영상은 그런 느낌을 잘 주고 있었다.

이후에는 서예나가 녹음하는 장면이 짧게 등장했다.

서예나는 능숙하게 녹음했고,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컷까지 나왔다.

녹음 이후 곧바로 서예나가 짧게나마 인터뷰를 한 장면이 이어졌다.

조성현도 그녀가 인터뷰했었다는 걸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내, 서예나의 옷차림을 보고 ‘편지 사건’이 터지고 따로 인터뷰를 딴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훌륭한 아티스트. 그냥 딱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일에 항상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어떤 일이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감당하려고 하고요.

서예나는, 평소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차분하게 인터뷰를 진행해나갔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칭찬 같은 게 아니었기에, 조성현으로서는 조금 더 와 닿았다.

형식적인 답이 아니었다.

평소 서예나가 인터뷰를 할 때 FM으로 답을 하며, 무난하게 칭찬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무난한 느낌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게 아티스트에게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아이기 때문에… 존경하는 후배예요.

서예나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존경하는 후배다.

그 표현에 조성현은 다시 한번 놀랐다.

과연 이 표현을 들을 수 있는 후배가 몇이나 될까.

서예나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칭찬을 한 것이었다.

유미와 정말로 친해졌나?

조성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번 편지 사건 이후 둘의 관계가 조금 바뀐 것은 알았다.

서예나가 직접, 서로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것까지 들었고.

근데 그냥 단순히 서로 방해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서예나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이건 확실히 이야깃거리가 되겠는데.’

기사로도 많이 나가게 될거다.

서예나가 지금까지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없으니까.

조성현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다가, 이어지는 서예나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아, 프로듀서님이요? 실력 좋으시고, 아티스트와 소통을 너무 잘해주셔서… 제가 추천했어요. 유미한테.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거 보고 추천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돌아간다.

조성현은 황당한 얼굴을 했다.

서예나가 추천한 적은 당연히 없었다.

이건 뭐, 유미와 따로 협의가 된 사항인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조성현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음… 유미씨는 제가 매니저 일을 할 때도 함께 했던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도 함께 할 때도 분명 유리한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화면 속 조성현은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팍 나면서도 동시에, 친숙한 느낌이다.

유미와 친근한 사이라는 것도 드러나고 있고.

약간 민망했는데,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까지 호흡이 잘 맞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유미씨가 너무 잘해주시더라고요.

조성현의 인터뷰는 이어졌다.

유미에 대해서 말한 모든 것은 당연히 진심이었다.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고, 당연히 그 솔직함이 잘 담겼다.

이후로 이어지는 인터뷰는, 그냥 앨범 홍보 느낌이었다.

-이번 앨범은 유미씨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앨범 중에서 가장 ‘유미스러움’이 많이 묻어나오는 앨범이 될 거예요.

유미스러움.

아티스트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살리는 것.

그게 프로듀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조성현은 생각했고, 그렇기에 그는 유미의 매력을 최대한 선 보일 수 있는 음악들을 만들었다.

그걸, 조성현은 유미스러움이라고 표현한 것뿐이고.

그의 인터뷰 이후에는, 유미가 연습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렇게, 3화가 끝난다.

아티스트로서의 유미가 확실히 드러나고.

프로듀서로서의 조성현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등장한 영상이었다.

조성현은 오묘한 얼굴을 하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 댓글들을 확인했다.

-오렌지: 와 서예나가 존경한다고 말할 정도면 찐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한가 봐 ㄷㄷ

-후드티맨: 서예나가 유미한테 프로듀서 추천해준 건 몰랐네. 확실히 프로듀서가 일 잘하긴 하는 듯. 서예나가 직접 추천할 정도면.

-화이트마우스: 프로듀서 왤케 멋지지? 먼가 좀 완전 예술가 느낌 나.

-이성후: 나는 프로듀서랑 유미, 서예나 다 좋은데 역시 채윤이가 제일 귀여움 ㅋㅋㅋ 오늘 채윤이 너무 잠깐 등장해서 아쉬웠음.

-형태우: 인터뷰하는 것도 차분하고, 조성현 프로듀서 진짜 멋지긴 하다. 존나 부럽기도 하고. 서예나랑 유미를 양옆에 두고 일하는 거 아니야.

-스리머리: 윗댓 ㅋㅋㅋ 그래봐야 애아빠 ㅋㅋㅋ 양옆에 서예나랑 유미 있어도 무릎 위에는 채윤이 앉아 있을 텐데?

-형태우: 무릎에 채윤이 앉아 있는 게 제일 부러운 거지. 내 딸이 채윤이 만큼 귀여웠으면 소원이 없겠다.

댓글 반응은, 여러모로 갈렸다.

서예나와 유미에 대한 반응들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조성현은 자신과 채윤이에 대한 반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멋있다고 하는 댓글부터, 채윤이가 딸이라서 부럽다는 댓글까지.

일단 다행히 전부 좋은 댓글들이다.

조성현은 안도와 즐거움의 웃음을 흘렸다.

“아빠가 좀 멋있긴 해!”

채윤이도 옆에 꼭 붙어서 댓글을 같이 읽다가, 뿌듯한 얼굴로 말한다.

조성현이 멋있다고 한 댓글을 읽은 모양.

아이의 반응에, 조성현은 풀썩 웃었다.

“채윤이도 엄청 귀엽지.”

“아빠 닮아서 그런 거라고 했어.”

“할머니가?”

“응! 아빠도 어렸을 때 엄청 귀여웠었는데 채윤이도 아빠 닮아서 귀여운 거라고.”

“채윤이는 아빠보다 엄마를 많이 닮았지.”

“진짜?”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아이의 되물음에 조성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채윤이는 조성현을 닮았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채윤이의 얼굴에서 아이 엄마의 얼굴도 잘 보인다.

어떻게 그렇게 장점만 잘 뽑아 닮았는지.

조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가 헤헤 웃음을 흘리며 조성현의 품에 안긴다.

채윤이를 안아, 무릎에 앉힌 조성현은 얼른 박중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성현: 3화 봤어요. 내용은 좋은데, 내가 너무 진짜 ‘프로듀서’ 느낌으로 나온 거 아닌가 싶네.

너무 전문적인 느낌으로 나간 거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보냈는데.

박중원에게 바로 답장이 온다.

-중원이 형: 무슨 소리야. 네가 그럼 가짜 프로듀서냐.

그 문자를 보고,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긴, 진짜 프로듀서긴 하지.’

어쩌면, 조성현도 채윤이처럼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채윤이가 주인공이 될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조성현 자신도 그가 생각하는 ‘진짜 프로듀서’가 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프로듀서’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깊게 생각에 잠기지 않고, 조성현은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씻고 잘 준비할까? 내일을 위해서.”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채윤이가 얼른 답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평소라면 조금 더 늦게 자려했을 채윤이였지만, 오늘만큼은 군말 없이 답한다.

내일 다가올 일에, 채윤이도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내일이 바로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입학식이 있는 날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은 얼른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아이와 나란히 누워, 품에 채윤이를 안고.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채윤이가 조성현을 바라본다.

반짝거리는 아이의 눈을 보며 조성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쪽.

작은 소리와 함께 채윤이가 눈을 감았다가 뜬다.

“얼른 자자.”

“응.”

채윤이는 조성현의 말에 애써 눈을 감았다.

조성현은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채윤이가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곧, 아이가 잠에 들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눈을 감았다.

채윤이의 숨소리가, 어쩐지 노랫소리로 들리는 기분이다.

이제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또 하나의 장이.

이 노래의 새로운 소절이 시작 될거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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