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딸은 음악천재-328화 (328/603)

328화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결국, 떴다.

“공개됐습니다.”

수많은 음악 플랫폼에서 서예나의 앨범이 공개되었다.

서예나의 앨범 커버가 여기저기 대문짝만하게 걸리기 시작하고.

미튜브에도 그녀의 뮤직비디오가 올라갔다.

조성현은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제대로 실감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두 눈으로 자신이 보컬로 함께한 곡이 공개된 것을 확인하니 느낌이 이상하다.

유미가 그런 조성현을 옆에서 보고 픽 웃었다.

“오빠, 축하해요.”

“아, 감사합니다. 유미씨.”

“전에 나 데뷔할 때 오빠가 같이 있어 줬는데. 오빠 데뷔할 때 저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 그러게요.”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솔직히, 서예나와 유미가 없었더라면 조금 더 긴장하고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바로 옆에서 서예나가 익숙한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동시에 유미도 그저 신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조성현도 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구나 하고 인식을 하게 되는 거다.

물론 머리로는 그렇게 인식해도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머리로 아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생각하며 불안에 떠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고생했어요. 프로듀서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감사합니다. 예나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앨범도 잘 부탁할게요.”

“아티스트로서, 프로듀서에게 말 하는 거죠?”

“아티스트로서 아티스트에게 말하는 걸 수도 있고요.”

“프로듀서로서의 대답은, 너무 환영이지만… 아티스트로서의 대답은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가 될 것 같네요.”

조성현의 말에 서예나가 피식 웃는다.

“알았어요. 뭐, 일단 지금을 즐겨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파티룸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우경수 팀장이 언제 나섰는지 직접 스크린을 조작하면서, 미튜브에 공개된 서예나의 뮤직비디오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서예나의 타이틀곡.

모두가 환호하다가, 입을 다물고는 서예나의 뮤직비디오에 집중해나갔다.

그녀는 뮤직비디오에서 꽤 많은 ‘서예나’를 드러내었다.

아티스트로서의 서예나가 아닌, 다른 존재로서의 서예나를 드러내 보인다.

실제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사용된 소품 중 일부는 서예나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들이었다.

기타도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기타고, 서예나가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 있기도 했다.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다.

무채색의, 조금 어두운 분위기에서 서예나와 그녀의 주변에 놓여 있는 주요 물건들만 색을 입혀두었다.

서예나가 입을 열 때마다 노래가 흘러나오며 그녀의 감정을 드러낸다.

조성현이 보컬로 참여한 곡은 아니었지만, 그가 직접 작곡하고 프로듀싱 한 곡이었기에.

그는 기분 좋은 얼굴로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미 몇 번씩 확인한 뮤직비디오였지만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된 상태에서 보는 건 언제나 느낌이 새롭다.

대중들이 과연 어떤 평가를 해줄까.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서예나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기대되는 것도 있었다.

“역시, 잘 나왔네.”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서예나가 중얼거린다.

조성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이제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냥 신나던 파티는, 그 이후로는 잔잔하게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방금 전처럼 엄청나게 신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음원이 공개된 상황.

한 시간 후에 차트가 새로 뜰 거고, 그전까지는 직원들도 다 같이 조금이지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어느새 스피커에서 조성현의 보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예나, 유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조성현은 자신의 보컬이 들리자, 멈칫거리면서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채윤이가 헤헤 웃는다.

채윤이는 슬쩍 조성현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이의 행동에 조성현이 몸을 살짝 숙여 채윤이 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조성현에게 속삭인다.

“아빠가 최고야.”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맺힌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슬쩍 한쪽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마주했다.

“예나 언니는?”

그렇게 물으니, 아이가 힐끗 서예나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더니 다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예나 언니도 노래 잘하는데, 역시 아빠가 최고인걸.”

채윤이의 말은, 서예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예나는 채윤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조성현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서예나가 슬쩍 반걸음 다가오더니 입을 연다.

“언니도 알아. 채윤이 아빠 노래 잘하는 거.”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툭 하고 조성현은 건드렸다.

“짱 먹으세요. 채윤이가 최고라고 하면 최고인 거니까.”

서예나가 말했다.

조성현이 고개를 살짝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

“어? 차트 떴습니다!”

누군가 외친다.

웃고 있던 조성현은 슬쩍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서예나도 지금 만큼은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음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순위를 확인한다.

1. 나에게 전하는 위로.

2. 하루종일

3. 비하인드(feat. 조성현)

4. 만선

5. 몰라몰라

.

.

.

1위부터 4위까지, 그리고 6위부터 8위까지, 11위, 14위, 18위….

앨범에 수록된 곡이 전부 30위권 안으로 올라왔다.

10위 권 안에 있는 곡은 총 7개.

굉장했다.

그리고 조성현은, 3번째 곡에 자신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씁 하고 숨을 짧게 들이켰다.

역시 기분이 묘하다.

댓글들도 꽤 많이 달린 상태였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음원 사이트의 댓글들을 확인했다.

-짱화나: 와 말도 안 된다. 노래 진짜 뭔가... 직설적이라서 마음에 들어. 잔잔하면서도 감정 터지는데 여기에서 왜 걸크가 느껴지냐구 ㅠㅠ 피쳐링 한 분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분도 노래 잘하고 난리 났다 아주.

-포케이온하드: 첨에 처음 보는 이름 있어서 조성현? 이 새끼는 머야 차트 조작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서예나 곡이었다. ㅋㅋ

-멈뭄미: ㄹㅇ 이건 작곡가가 잘한 거냐 아니면 서예나가 노래를 잘 부른 거냐. 통통 튀는 느낌도 나면서 너무 감성적이고 몽환적이다. 미쳤는데?

-지현이에요: 비하인드 더 씬. 여기 파트에서 남자 가수하고 같이 부를 때 소름 돋았다 진짜. 뭔가 서예나가 내 개인적인 공간에 너는 들어올 수 있게 해줄게 하면서 허락해주는 느낌임.

-감자맛술: 작곡가님, 프로듀서님 절 받으세요. 예나 언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갬성그라운드: 노래가 진짜 뭔가 남성 보컬이랑 너무 잘 맞는 느낌. 근데 거기 위에다가 서예나 보컬이 덧칠해서 더 완벽해진 것 같다.

댓글 반응들은 전부 좋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음원이 공개된 지 이제 한 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서예나를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욕을 하기보다는 칭찬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

그런 와중에 곡을 칭찬하는 댓글도 있고, 조성현의 보컬이 좋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조성현은 마지막 댓글을 보고 조금 놀랐다.

너무 정확한 분석이어서 놀란 것.

자신이 서예나에게 맞춰서 작곡하고 프로듀싱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성현의 색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조성현의 보컬과 곡이 잘 어울리는 것이 당연했고.

거기에 서예나의 보컬이 더해졌으니, 덧칠한다는 표현은 너무 잘 맞는 표현이었다.

“이거 찰떡이네.”

바로 옆에서 조성현과 함께 댓글을 살피던 서예나가 중얼거린다.

그녀도 덧칠했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던 모양.

“그러게요.”

조성현이 긍정했고.

서예나는 후 하고 숨을 뱉었다.

“이제 진짜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겠네요.”

“진짜 즐겨야죠 이제.”

조성현이 웃으며 답했다.

성공적으로 앨범 공개도 됐고, 댓글 반응도 나쁘지 않다.

서예나의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이니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마음을 조금 놓고 즐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기뻐할 새도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이어나가야 했다.

* * *

다들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조성현은 조금 피곤해하는 채윤이와 함께 장현아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조성현은 장현아가 하는 말을 들었다.

“미튜브 채널, 성공적으로 오픈했습니다. 선배님이랑 서예나씨랑 같이 작업한 영상 바로 올렸고요.”

“감사합니다. 영상 반응은 어때요?”

“아직 반응이 많이 나오진 않는데, 그래도 조금 추려봤어요.”

조성현의 질문에 장현아가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조성현에게 내민다.

조성현은 그녀가 내민 태블릿을 받았다.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언제 이런 걸 정리해놨는지, 장현아는 댓글 반응과 커뮤니티 반응도 찾아서 잘 정리해두었다.

조성현은 커뮤니티 반응부터 살폈다.

[서예나 앨범 발매랑 같이 조성현이랑 채윤이 미튜브 오픈했음.

채널 아트부터 너무 귀엽다 진짜 ㅋㅋㅋ

랜선 이모는 행복하다.

첫 번째 영상에 채윤이 비중이 좀 낮아서 아쉽긴 한데, 어쨌든 프로듀서 조성현 = 피쳐링 조성현이 동일 인물이라는 거 확실하게 밝혀졌네.]

-테크호삼어: 어? 미튜브 오픈함? 주소 좀

-까레라좋음: 헐 미친 진짜? 채윤이 너무 귀여워서 볼 때마다 행복하던데. 이제 매일 행복할 수 있는 거야?

-6대0: 지금 곡 반응 개웃김 ㅋㅋㅋ 프로듀서님 그냥 프로듀싱만 하세요 제발 거리다가 곡 공개되자마자 어 괜찮네 하면서 다들 입 꾹 다물고 있는 중 ㅋㅋㅋ

-포크나이프: 채윤이가 참 귀여워서 항상 아빠 미소가 지어지던데.. 파이팅입니다. 건승을..

커뮤니티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일단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노래가 공개되고 음원차트 3위에 박혀 있으니 당장 욕할 거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미튜브 조회 수와 구독자 수도 부드럽게 올라갔다.

“채널 개설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구독자 수 100명 넘어섰고요. 지금 이제 800명 넘었습니다.”

장현아의 말을 들으며 조성현은 미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도 확인했다.

-페어리블러시: (고양이가 심쿵했다는 듯 가슴을 잡는 이모티콘.)

-Seira: 채윤이 존귀에요.

1. 조은나게 귀여워요.

2. 존경스러울 정도로 귀여워요.

-수아사랑: 채윤이랑 아버님 둘 다 파이팅. 미튜브 영상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아스텔: 채윤이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쉬워요 ㅠㅠ

역시나, 미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들도 전부 호의적이었다.

조성현과 서예나가 작업하는 영상이라 그런지 채윤이의 모습을 더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앞으로는 채윤이를 메인으로 진행 시켜야겠네.’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조성현은 해냈다.

데뷔도, 그리고 채윤이와 함께 미튜브 채널도 오픈했다.

태블릿을 다시 장현아에게 넘긴 조성현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미튜브에 들어가 채널을 확인했다.

이제 막, 구독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천사다.”

구독자 수가 1,004명이 되는 순간을 채윤이가 본 모양인지, 아이는 기분 좋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러모로, 아주 행복한 날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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