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화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 걸로 하죠. 지금 당장 미니 앨범을 진행하는 건 조금 성급할 수도 있으니까요.”
장현아의 말에, 조성현은 차분히 답했다.
굳이 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미튜브 채널은 아주 준수하게 성장하는 모양새였고, 그런 와중에 굳이 무언가 더 추가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거다.
물론, 조성현도 장현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만든 곡을 미니 앨범으로 제작을 해서 발표하게 된다면 확실히 그들에게 이득이 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걸 예상 못 하면 바보지.’
타이밍이 너무 좋다.
조성현은 지금 서예나와 함께 한 앨범 작업으로 인해 프로듀서뿐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덩달아 채윤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원래부터 채윤이에 대해서 지나가다 듣거나 한 번쯤 본 적 있던 이들이 구독 버튼을 누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성현과 채윤이가 함께 앨범을 낸다면?
당연히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릴 것이다.
지금 채널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겠지.
그걸 다 알고 있는 조성현이었지만, 그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직접 보컬을 드러내는 것도 약간 망설여졌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조금 더 전략적일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었다.
“… 그런가요? 저는 타이밍상 진짜 완벽한 것 같은데. 지금 준비 시작하면 이번 영상 올라갈 때 앨범 낼 수도 있잖아요.”
“이번 영상 올라가고, 반응 보면서 특별 영상으로 올려도 되잖아요.”
“… 그건 그렇긴 한데, 솔직히 너무 아쉬워요. 세상 사람들 전부가 이걸 보고 들어야 한다고요.”
장현아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조성현은 장현아와 마찬가지로 세상 사람들 전부가 그가 만든 곡을 보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채윤이가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음악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다.
그렇기에 조성현은 이번에 만든 곡을 앨범으로 만들든 만들지 않든 어쨌든 공개하게 될 것이라는 건 예상하는 중이었다.
“그냥 채널에만 올려도 되는 거고, 방법은 여러 가지니까 조금 더 기다려봐요. 지금 당장 미니 앨범을 제작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것 같아요.”
조성현이 장현아를 설득했다.
그가 그냥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기다리고 반응을 한번 살펴보자는 말을 하는 것이기에 장현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럼 언제든 마음 바뀌면 말씀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빙긋 웃으며 알겠노라 답했다.
그날 밤, 결국 조성현은 곡을 전부 마무리하지 못하고 장현아와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자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고, 장현아는 일부러 조금 더 자게 했다.
그녀는 운전해야 하니,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슬슬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최하은과 최예찬이 그들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딸기 잼 만들어왔어요.”
최하은이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 앞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구니에는 주먹만 한 딸기잼 병이 담겨 있었다.
“얼마나 필요할지 몰라서 3개를 만들었는데, 충분할지 모르겠네요.”
“충분할 거예요. 너무 감사합니다.”
조성현은 최하은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에 최하은이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최예찬이 최대한 방긋방긋 웃으며 채윤이, 영준이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웃을 때마다 조금 더 무서워 보이는 것 같긴 한데, 채윤이나 영준이는 이미 최예찬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진짜? 나도 나중에 노래 들려주는 거야 그럼?”
“나중에 우리 미튜브 가면 볼 수 있어요!”
최예찬의 물음에, 채윤이가 해맑게 웃으며 알려준다.
그러자 영준이가 익숙하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채윤이의 채널을 찾아 최예찬에게 내민다.
“오. 이거구나. 고마워. 오빠도 바로 구독할게.”
최예찬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바로 구독을 누르고.
채윤이가 방실방실 웃었다.
아이는 그러다가, 영준이의 스마트폰을 보고는 어? 하고 소리를 냈다.
“너도 구독자였어?”
“… 당연한 거 아니야?”
“영상 다 봤네.”
“다 봤지.”
“잘했어.”
채윤이가 영준이의 등을 툭툭 치면서 말한다.
영준이는 묘한 얼굴이 되었다.
조성현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채윤이와 영준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자, 이제 출발할까?”
그렇게, 최예찬 최하은과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집으로 향했다.
여행은 무사히 끝났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며칠 동안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채윤이는 학교로 가고.
조성현은 집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시간이 남으면 지난번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곡을 건드려보기도 했고.
그렇게 수요일이 찾아왔다.
오늘도 채윤이는 학교에 등교했고, 조성현은 점심 무렵까지 집안일을 하다가 간단히 빵 한 조각을 주워 먹은 후 밖으로 향했다.
밖에는 이미 장현아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현아씨.”
“지금 출발하면 조금 널널하게 도착 할 텐데, 식사 안 하셨으면 중간에 김밥 집이라도 들렀다 갈까요?”
“현아씨는, 밥 먹었나요?”
“아, 아직이요.”
“그럼 들렀다 가죠.”
조성현이 간단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현아는 넵 하고 답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중간에 김밥 집에 들러서 김밥 한 줄을 샀다.
참치김밥.
장현아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이다.
“한 줄로 나눠 먹어요.”
조성현은 간단히 빵 한 조각을 주워 먹고 왔기에 그리 배고프진 않았다.
그는 장현아가 김밥 3개를 먹을 동안 하나를 먹었다.
장현아는 조성현이 자신을 배려해 김밥 집을 찾은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
“가끔 선배님은 원래부터 그냥 생활 매너가 있는 건지 아니면 매니저로서 습관인 건지 헷갈려요.”
“… 둘 다 아닐걸요.”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옆에 있던 물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장현아는 이 부분에 대해 더 대화를 나누지 말자는 신호를 보내는 조성현의 모습에 그저 웃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도착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
오늘은 드디어, 뮤즈가 기자회견을 하는 날이었다.
여러모로 관심이 쏠려 있는 기자회견이었기에 벌써 기자들이 와 있었다.
조성현과 장현아는 기자들의 차를 피해 주차한 후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기자들의 눈썰미는 무시할 수 없었다.
“어? 저기 조성현 아니야?”
“맞네. 이번에 서예나랑 같이 무대 한 프로듀서.”
“… 잠시만. 이번에 걸그룹 준비하는 거, 파라다이스랑 Pan 엔터랑 같이 협약 해서 뭐 준비한 거라고 하지 않았어?”
“… 설마?”
기자들이 서로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며, 조성현과 장현아는 걸음을 서둘렀다.
이번 뮤즈 프로젝트가 기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일단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내 걸그룹이라는 것.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Pan 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하고 함께 준비했다는 것.
둘 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만큼 그 둘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든 걸그룹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걸그룹이 이벤트성으로 활동 기간이 너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걸그룹이라고 해도 말이다.
“역시 기자들이네요.”
“소설도 잘 쓰는데, 그 소설이 은근 맞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으니까요.”
장현아와 조성현이 대화를 나누며 파라다이스 엔터 내부로 들어섰다.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뮤즈와 세라 본부장이 있는 대기실이다.
“안녕하세요.”
“아, 성현씨. 어서 오세요.”
조성현은 세라와 인사를 나눴다.
뮤즈도 조성현을 발견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잘 부탁할게요.”
“네.”
“말 좀 잘해주세요. 조금 입에 발린 말이라도 괜찮으니까요.”
“걱정 마세요.”
세라도 자신이 처음으로 진행한 걸그룹 프로젝트였고, 그걸 공개하는 자리다 보니 약간은 긴장한 기색이 보인다.
그녀는 조성현에게 반복해서 부탁했다.
세라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타이밍도 그렇고, 지금 이 자리에는 세라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용되었다.
언론도 그렇고, Pan 엔터테인먼트도 그렇고, 조성현도 이곳에 있으니까.
세라가 조성현을 공식적으로 초청을 한 것은, 조성현뿐만 아니라 Pan 엔터테인먼트의 지원을 바란 것이었다.
당연히 그걸 알아들은 Pan 엔터는 장현아를 보냈다.
박중원을 보냈으면 더 성의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박중원은 Pan 엔터의 사옥에서 기자회견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조성현은 세라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자신을 초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로에게 나쁜 제안이 아니었기에 받아들였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보다 조성현은 뮤즈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세라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성현으로서도 처음 하는 진정한 도전이었고, 그는 자신의 도전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다.
“프로듀서님….”
세라와 인사를 나눈 후에는, 뮤즈의 멤버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녀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그중 가장 긴장한 듯 보이는 민하영을 보고,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인지 모르게,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채윤이가 콩쿨에서 무대를 하기 직전 조금 긴장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왜 이렇게 긴장했어요. 다들 긴장 푸세요. 그냥 기자들한테 간단히 자기소개만 하고 내려오는 자리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요.”
그 간단한 자기소개가 제일 힘든 걸 알면서도, 조성현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뮤즈는 잔뜩 긴장해서 실수할 테니까.
평소라면 세라가 진정시켜주었겠지만, 지금은 세라도 조금 긴장한 상태였기에 뮤즈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프로듀서님도 긴장하셨으면서.”
이예린이 조성현을 보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 멀쩡해요. 이게 뭐라고 긴장하겠어요.”
그가 그렇게 말했고, 이예린은 슬쩍 손을 들어 조성현의 손을 가리켰다.
“그런 것 치고는 주먹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걸요.”
이예린의 말에 다들 시선을 조성현의 주먹으로 돌렸다.
조성현은 자신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지금 깨달았다.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폈다.
다들 약하게 웃었다.
“프로듀서님도 긴장하시는구나. 다행이다.”
민하영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세라도 픽 웃는다.
조성현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그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던 게 맞았으니까.
그리고 그게 왠지 모르게 뮤즈에게는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녀들은 전보다 조금 밝아진 얼굴이 되었다.
“이제 올라가셔야 해요.”
직원이 다가와 말한다.
조성현이 걸음을 옮겼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