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앨범이 발매되었다.
다들 흥분해서 정신이 없었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자신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아빠! 앨범 나왔어!”
채윤이가 스마트폰 화면을 조성현에게 보여주면서 외친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조성현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아이가 자신에게 달려와 보여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아이의 말처럼, 앨범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채윤이는 스마트폰을 조성현에게 넘기고 그에게 안겨 왔다.
조성현은 몸을 굽혀 아이를 안아 들고는, 앨범이 발매된 것을 확인했다.
영준이가 그린 앨범 커버, 그리고 수록곡들.
프로듀싱, 작곡, 작사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채윤이의 이름도 작곡, 작사에 들어가 있는 상황.
민하영도 보컬로 참여했기에 그녀의 이름도 올라가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든다.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채윤이와 함께 앨범을 낸 것은 처음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데뷔 앨범 낸 거 축하해 채윤아.”
서예나가 다가와서 조성현의 품에 안겨 있는 채윤이를 보며 말한다.
그녀의 축하 인사에 채윤이는 더욱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합니다. 언니!”
다른 이들도 차례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특히 아이들은 더 흥분해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채윤이도 신이 나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다.
조성현의 품에 안겨서 팔을 버둥거리다가 애써 달아두었던 장식을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것들.
아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바로 알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다시 내려 놓아주었고, 아이는 팔에 걸린 장식들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들이 다가와 채윤이의 몸에 걸려 있는 장식들을 떼주고.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자신들끼리 수다를 떠는 사이, 조성현은 채윤이보다 한 박자 늦은 인사를 받았다.
“고생 많았다.”
“저보단 현아씨가 더 고생 했죠. 뭐.”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흔들며, 장현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현아가 얼른 손을 들어 흔든다.
“제가 뭘 했다고요. 음악 작업을 선배님이 전부 하셨는데.”
“그래서… 언제까지 선배님인 거야.”
조성현은 계속해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장현아의 모습에, 박중원이 물었다.
장현아가 어색하게 웃는다.
“이게 입에 붙어서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아마 평생 선배님이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을 했고,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조성현 자신도 선배님이라고 불리는 게 워낙 익숙해져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것.
“형은 그래서 언제까지 팀장인데요?”
조성현은 슬쩍 물었다.
비슷한 질문이었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질문이었다.
박중원이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되었고.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슬슬 더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물었던 것이다.
물론 박중원은 현재 팀장급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긴 했다.
하는 일도 많고, 실적도 많으니까.
장현아가 괜히 박중원의 팀에 소속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장판석 대표가 박중원이라는 사람을 믿는다는 뜻이고.
조성현의 질문은 결국 박중원은 언제 승진하게 되냐고 묻는 말이었던 것.
박중원은 피식 웃음을 흘린다.
“몰라. 그냥 하는 거지 뭐.”
그는 크게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했지만, 속으로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을 조성현은 읽을 수 있었다.
박중원과 몇 년을 알았던가.
조성현은 미래의 박중원까지 알고 있으니, 그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무언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말을 해봐야 박중원만 곤란해질 뿐이다.
파티는 늦지 않은 시간에 마무리가 되었다.
일단,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서예나가 바로 내일 스케줄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다들 바쁜 몸이니, 많이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8시 전에 다들 조성현의 집을 나섰고, 떠들썩하던 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다시 둘만 남은 상황.
채윤이는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것인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조성현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채윤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가,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시간이 안 맞아서 파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이제 스케줄이 끝났을 시간이니, 연락을 해도 되리라.
“채윤아.”
“으응.”
“하영 언니한테 전화 한 번 해볼까?”
“좋아!”
채윤이는 민하영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른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뮤즈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민하영에게 개인 폰이 생기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
전화벨이 얼마 울리지 않아, 뮤즈의 매니저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조성현입니다.”
-네 프로듀서님! 앨범 발매 축하드려요. 안 그래도 뮤즈 애들 방금 막 스케줄 끝나서 연락드리자고 말하고 있었는데… 주말 저녁 시간이라 제가 말렸거든요.
“하하. 언제든 연락 하셔도 되는데.”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조성현이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로 뮤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멤버들이 정신없이 조성현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워낙 정신없이 말이 오가서,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다.
결국 매니저가 교통정리에 나섰다.
-얘들아 사고나. 스피커 폰으로 바꿀 테니까 천천히 한 명씩 이야기하자.
그 목소리에 조성현은 잠시 기다렸고.
가장 첫 번째 순서는 민하영이었다.
민하영이 이번 앨범에 참여했으니, 당연한 일.
-앨범 작업같이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프로듀서님.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게요!
“네 하영씨. 저도 앨범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나중에도 작업할 일 있으면 같이해요.”
-헉. 정말요?
“같이 하면 좋죠.”
-저도, 저도 같이하고 싶습니다! 함께하면 가문의 영광으로…
조성현의 대답에, 참지 못하고 옆에서 뮤즈의 다른 멤버들도 끼어든다.
이예린과 장세린을 포함한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채윤이가 입을 연다.
“저랑도 같이 해요!”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말하고.
다들 잠시 조용해졌다가 요란해졌다.
-채윤아 안녕! 목소리 너무 귀엽다! 어떻게 어떻게…
정신없이 감탄사인지 말을 하는 건지 구분하기 힘든 말들이 오간다.
뮤즈와의 통화는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15분 정도 통화를 하고 나서부터는 조성현이 지쳐서 결국 전화를 마무리했다.
통화를 끝내고, 조성현은 집안일을 시작했다.
달아두었던 장식들을 하나씩 떼고, 이런저런 청소를 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채윤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인어공주를 꼭 끌어안고 조잘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앨범 발매를 자랑하고 있는 것 같긴 했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를 보며 그저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웠다.
* * *
채윤이는 너무 신이 났는지, 결국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한참 동안 뜬눈으로 인어공주 인형을 끌어안기도 하고, 조성현에게 안기기도 하던 아이는 결국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다.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음원 사이트로 가서, 성적을 확인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차트인을 한 곡은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조성현과 채윤이는 신인 아티스트였다.
신인 아티스트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차트인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았지 않은가.
물론 조성현과 채윤이는 앨범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입장이 많이 달랐다.
마케팅 적으로 뭔가 대단히 비용을 쓴 것도 아니고, 기대감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니니까.
정말 이걸 제대로 기획해서 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앨범을 급하게 내는 게 아니라, 최소 반년 전부터 계획을 하고 진행을 했을 거다.
회사에서 쓰는 자금 규모도 전혀 달랐을 거고.
애초에 조성현과 채윤이의 앨범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아티스트와 회사의 입장이 같았다.
그리 힘을 주고 제작을 하진 않는 앨범.
어떻게 보면 믹스테이프 형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상업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진행한 앨범이니까.
비록 차트인을 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일단 조성현과 채윤이의 미튜브 구독자수가 10만을 돌파한 시점이기에, 구독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뮤즈의 팬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상황, 민하영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으니 그쪽 팬들도 몰릴 수밖에 없었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뮤즈의 팬들 중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팬들만 앨범 발매 소식을 접했을 테니, 아직까지는 화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하다.
-마가렛: 채윤이 목소리 진짜 너무 깨끗하고… 말도 안 되게 좋다.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기분.
-우리딸사랑: 보컬 비중이 그리 높지도 않은데, 곡 흡입력은 장난 아니네요. ‘딸기’ 들을 때에는 너무 신나서 어깨 둠칫둠칫 거렸어요.
-베베땅: 아아… 이게 천재라는 것이다.
-막시무스: 채윤이도 채윤이지만, 이런 곡을 그냥 쑥쑥 뽑아내는 조성현도 장난 아닌 듯. 작업 속도가 빠른 건지 아니면 너무 성실한 건지… 최근 참여하는 작업 많던데. 다 하나 같이 대박.
음원사이트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조성현은 미소를 지었다.
앨범에 대한 평가가 꽤 좋았다.
물론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몰려와서 댓글을 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애초에 그런 이들을 위해 낸 앨범이 아닌가.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옆에 누워서 조금 더 댓글들을 확인하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한 댓글에 꽂힌다.
-시익보옥: 그러니까 지금 ‘딸기’라는 곡을 작곡하고,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른 채윤이가 8살이라는 거죠? 벌써부터 이렇게 재능있으면 몇 년 후에는 도대체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 댓글을 보며,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조성현도, 방금 본 댓글과 같은 심정이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대단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는데, 당장 몇 년 후에는 얼마나 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잠들어 있는 이 작은 아이가, 과연 세상을 얼마나 놀라게 할까.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