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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음악천재-418화 (418/603)

418화

마지막 연습을 하는 날이 찾아왔다.

조성현과 채윤이 둘 모두 조금 긴장하며 서울 오케스트라를 찾았다.

이번 연습이 제일 중요했다.

마지막 연습이었고, 여기서 나온 결과물이 그대로 연주회에서 드러날 테니까.

어찌 보면, 실수가 용납되고 그걸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왔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굳으셨네요.”

장현아가 힐끗, 조성현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피식 웃었다.

“이틀 후면 연주회 하는 거잖아요. 오늘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큰일 나는 거고.”

“선배님이랑 채윤이인데, 설마 잘 마무리 못 하겠어요?”

장현아가 걱정 말라는 듯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채윤이의 얼굴은 조금 더 굳었다.

그걸 확인한 장현아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성현과 채윤이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에 들어가자마자, 준비하고 있는 서울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성현이 진현수 지휘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진현수는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조성현은 마주 손을 잡아 악수했다.

“어떻게, 마음의 준비는 좀 되셨나요?”

“예. 됐습니다.”

“좋네요. 우리 채윤이는, 어때요?”

“잘할 수 있어요.”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답했다.

아이의 답에, 진현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주회 이틀 전에 하는 연습인 만큼, 지금까지의 연습 중 가장 중요한 연습이라는 걸 진현수도 잘 알고 있었다.

준비는 금방 끝났고, 진현수가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단상 위에 올랐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하고, 조용히 자신의 지휘봉을 들어 올렸다.

연습이 시작되었다.

조성현과 채윤이 서로 눈을 마주했다.

지금까지, 채윤이도 그렇고 조성현도 정말 많이 연습을 해왔다.

채윤이는 유미의 콘서트 이후 한차례 성장해서 더 좋은 연주를 보여주고 있고.

조성현 또한 신경화 교수와 함께 개인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으면서 꽤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작된 마지막 연습.

지이잉.

따라란.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가,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을 맞춰 연주되었다.

처음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워풀하고, 임팩트 있는 시작이었다.

그 기세에 진현수가 조금 더 힘을 주어 지휘봉을 움직였다.

진현수 지휘자의 의지에 따라, 서울 오케스트라 또한 힘을 내어 연주한다.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는 완벽히 맞아떨어지며 하나의 악기와 같은 모습을 보였고.

그건 서울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명과, 단둘의 싸움이다.

이런걸. 보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던가.

그냥 단순히 숫자로 계산을 한다면, 절대 대등하게 연주할 수 없는 숫자였다.

하지만,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는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해서 기가 죽을 연주가 아니었다.

채윤이가 유미의 콘서트를 겪으며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조성현이 그동안 조금이라도 개인 연습과 레슨을 게을리했다면 제대로 호흡이 맞지 않았겠지만.

‘진짜 열심히 했으니까.’

그냥 열심히 한 게 아니다.

열심히, ‘잘’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 분야나 성질이 조금씩은 다르다지만, 결국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니 그 결과물이 어떻겠는가.

진현수 지휘자의 얼굴이 한없이 진지해지고.

서울 오케스트라 또한 열심히 연주해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연습이 끝났을 때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현수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의 얼굴은,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활을 흔들어 보인다.

박수를 대신 하는 것.

채윤이는 헤헤 웃으면서 꾸벅하고 허리를 숙여 진현수와 서울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연습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실전뿐이었다.

* * *

조성현은 다음날, 회사에서 장현아와 만났다.

영상 업로드 일정과, 이후 콘텐츠 관련 회의 때문.

박중원도 때때로 콘텐츠 회의에 끼기도 하고, 약간의 관여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장현아와 조성현에게 완전히 맡기는 편이었다.

박중원이 너무 바빠서 그런 것도 분명 있었지만, 사실 장현아와 조성현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있으면 성격상 절대 완전히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현아 홀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일을 진행하는 거였다면, 아마 꼼꼼하게 검토를 했을 텐데… 조성현이 있으니 조금 더 안심하고 맡기고 있는 것.

덕분에 조성현과 장현아는 둘이서 편하게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일단 영상 업로드 같은 경우에는, 오늘 저녁부터 올라갈 거예요. 대신, 서울 오케스트라라는 언급은 최대한 자제 하면서 진행하려고요.”

“살짝 기대감만 높여주는 식으로 하겠다는 거죠?”

조성현이 물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하거나, 뭔가 준비를 하는 영상은 아직 공개하기 전이었다.

원래라면 그냥 업로드를 했겠지만, 장현아가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의해서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숨기기로 결정을 내린 것.

뭐, 회사 사람들 중에서 아는 사람도 꽤 있고, 서울 오케스트라 자체의 인원도 상당하니 완벽히 비밀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반 대중이 알 수는 없을 거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는 것은 나중에 연주회가 끝나고 공개할 계획이었다.

“네. 그렇게 해서 선공개하고, 이후에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새로운 영상을 하나 더 업로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후 본 연주회와, 이후 촬영분에 대한 건 충분히 이슈화가 된 후에 올릴 생각이고요.”

“좋네요. 서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기사도 뿌릴 거라고 하니까, 타이밍에 맞춰서 업로드하면 딱 되겠어요.”

“안 그래도, 서울 오케스트라 측과 시간 협의 끝난 상황입니다.”

조성현은 장현아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장현아의 일 처리가 깔끔하고, 좋다.

자신이 우려하거나, 진행했을 만한 일들을 전부 알아서 해결해놓고 있으니 거의 건드릴 부분이 없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도 마음에 들었다.

채윤이와 조성현이 스페셜 무대에 선다는 것을 비밀로 하자는 것은 서울 오케스트라의 뜻도 있었겠지만, 장현아도 강력히 주장하던 바였다.

여론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한 것이었다.

서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클래식 연주회에 신인 연주자가, 그것도 초등학생과 그 아버지가 선다는 것은 그림만 두고 본다면 비난 받기에 충분한 일이긴 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기본적으로 다시 일상 콘텐츠로 돌아갈 테고. 채윤이의 방학이 코앞이니, 그때를 노려서 특별한 콘텐츠도 촬영할 생각입니다.”

“뭐, 예를 들면요?”

“관광지나, 놀이공원 같은 곳을 가는 콘텐츠요. 제 욕심으로는 해외여행을 바로 추진하고 싶긴 한데… 이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장현아가 아쉽다는 듯 말을 한다.

아무래도 그녀는 해외 여행을 밀어붙이고 싶은데,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진 않은 모양.

사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해외 여행을 가는 데 최소 인원을 잡아도 4, 5명이다.

한 번 가면 하루 있다가 오는 건 아닐 테니, 적어도 3, 4일은 다녀와야 하고.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이 상당할 뿐 아니라, 사실 인력적인 부분도 컸다.

금전적인 부분이야 조성현이나 채윤이의 미튜브가 꽤 괜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성장성을 위해서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조성현과 채윤이가 해외 여행을 간다면 장현아는 무조건 따라가게 될 텐데, 지금 당장 장현아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현실적으로는 포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여건이긴 한데, 장현아는 오래전부터 조성현과 채윤이를 데리고 해외를 나가고 싶어 했다.

처음 미튜브를 만들 때부터 이야기를 했었던 부분이니, 조성현은 딱히 장현아에게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미 장현아도 현실적인 문제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뭐, 기회가 이번에만 있는건 아니니까요. 여행은 언제든 갈 수 있는거고… 현아씨 말처럼 관광지나 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요?”

조성현이야 채윤이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좋지만, 당장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국내에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넘쳐났으니까.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고, 장현아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일단 국내에서 함께 갈만한 곳 추려 보긴 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슬쩍 태블릿을 넘겼다.

조성현은 태블릿을 받아 들고 장현아가 정리한 파일을 확인했다.

리스트가 꽤 많다.

“… 여길 다 가겠다는 건 아니죠?”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물음에, 장현아가 갈등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

그것 자체가 조성현에게는 조금, 두려운 일이었다.

열 군데 가까이 쓰여 있는데, 그걸 다 돌아다니려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을 게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가고 싶긴 한데… 힘들겠죠?”

“헤임달 앨범 작업까지 생각하면, 많아 봐야 세 곳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역시 그렇죠라고 중얼거렸다.

“어디를 갈지는 채윤이가 방학하고 나서 결정을 하면 될 것 같네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짝하고 가볍게 박수를 쳤다.

회의가 길어지는 건 사양이다.

내일 연주회가 있는 만큼,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쉬어야 했다.

슬슬 채윤이의 학교가 끝날 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장현아는 조성현이 박수를 치자, 깔끔하게 회의를 마무리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 후.

회의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장현아가 입을 연다.

“아, 선배님.”

“네 현아씨.”

“영준이한테 제안 넣었어요. 일상 툰.”

“… 많이 좋아했겠네요.”

“행복해하더라고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조성현은, 영준이가 얼마나 행복해 했는 지 곧 알 수 있었다.

아이의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조성현은 학교로 향했고.

채윤이와 함께 나오던 영준이는, 조성현을 발견하자마자 밝은 얼굴로 채윤이와 함께 달려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응. 영준이 안녕.”

“저 일상툰 그리기로 했어요!”

“들었어. 축하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영준이가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연주회 전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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